오버워치/ㅌㄹㄷㅂ
(탈론디바트레)구원-1
백오판다
2016. 8. 12. 06:48
"읏...콜록콜록..."
검은 연기와 회색의 먼지가 떠올라 안개처럼 흐릿한 시야에 여기저기 울려퍼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노성.
갑자기 표적을 바꾼 메카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방위진은 지켜져야 할 미래의 새싹들까지도 위협한다.
송하나는 그 피해자 중의 하나로, 움직일 수 조차 없다는 패널티를 더하면 제일 위험한 사람인지도 몰랐다.
"크..읏.. 저기, 누군가...도와.."
누구라도 필사적이니까 그런 사람이 보일리는 없었지만 송하나는 만에 하나의 구원을 바라고 도움을 청했다.
그나마 움직이는 오른손을 처들어 뻗으며 누군가 잡아주길 바랬다.
"제발....도와줘..."
그런 미약한 외침에 누군가 반응 할 것도 없이 도망가는 발걸은들엔 망설임이 없고 스쳐가는 바짓자락이나 발을 움켜잡을 힘도 없어 점차 내려가는 팔과 달리 그 눈에는 형형히 빛이 켜진다.
내가 무엇을 했다고.. 어째서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지?
평소 천재소리를 듣는 하나를 모르는 사람은 이 학교엔 없었고 게다가 방금 지나간 사람은 그런 하나를 과도할 정도로 치켜세우던 담임이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걸 그 천재적인 머리와 직감으로 단숨에 파악한 하나는 지금까지의 혼란하던 사고가 깨끗하게 비워지며 모든게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저 먼저 나가겠다고 넘어진 제자를 밟고 넘어가는 선생님이나 단짝이었던 친구의 시체에 시선도 주지 않고 달려나가려는 아이들.. 아비규환이었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 아무도 남을 생각 할 여유는 없다.
그것이 게임속이라도 되지 않는다면..
현실은 이렇게도 무자비하고 무정하고 추악했다.
그것을 필터를 걸쳐서 보는것처럼 담담하게 지켜보던 하나의 눈앞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쏟아져내리고 현실의 모든것이 부질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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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게 어린애가 이런 전장에 있는 이유라고?"
"그것만이 아니지만. 그리고 애라고 하지 말라니까."
저격총을 손질하며 들은 이야기는 이 전장에 어울리지 않게 비실했던 어린애가 탈론에 소속하는 이유로써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직접적인 원수는 아니겠지만 오버워치의 멤버는 옴닉사태 해결의 주인공들이었고 그 해결과정의 희생자라면 충분히 원망하는게 이해가되었다.
"하지만 네가 여기있다는건 결국 구출됐다는거 아닌가? 움직이기도 어려웠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그것만이 아니란거잖아. 그 이후가 더 중요한거지."
단조로운 어투로 툭툭 내뱉지만 내심 어린애가 이런곳에 있다는게 마음에 안드는 위도우메이커에게 이 주제는 중요했다.
별것도 아니라면 메카없이는 별다른 전투능력도 없는 저 어린애를 이곳에서 내쫓아줄 용의가 넘쳐났다.
언제나 말하지만 이곳은 D.va같은 애가 있을만한 곳이 아니었다.
"당신은 언제나 이곳이 내가 있을만하지 않다고 말해주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어른들도 있었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그런곳에 애가 섞여들어가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결과가 이거."
"과연.."
가리킨 곳에는 온통 부서져 거의 원형을 남기지 않았었던 메카를 분명 전문지식도 없을텐데 여러 부품을 모아 만들어낸 고철의 메카가 있었다.
D.va가 이곳에 간신히 도착했을 당시엔 메카인지도 몰랐을 정도로 양쪽의 융합포도 부서져 없어지고 균형이 안맞아 비틀거리던 그것은 분명 사구로 된 증거였다.
벗겨진 분홍칠과 함께 신뢰도 부서져 없어지고 그길로 곧장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했던 거겠지.
"어린애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어른인지도 모르겠네.."
그 말을 끝으로 위도우메이커는 입을 닫았다.
명확한 이유와 목숨이 달렸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은 어른이 될 수 있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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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이곳에 와서 짧게 잘라버린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헝클면서 송하나는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시체와 부서진 건물의 잔해투성이 속에서 임무완료와 함께 올 연락을 기다렸다.
탈론도 오버워치와 다름없이 쓸데없는 절차란건 존재하는지 거기서도 싫어했던 서류라던가 보고가 있었다.
끝났으면 얼른 돌아가서 메카의 상태나 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것 같다.
"오늘은 안부수고 끝났네? 자기."
흠칫
익숙한 목소리와 갑자기 나타난 인기척.
여전히 버리지 못 한 미련이 찾아왔다.
"그렇게 투박한 고글은 왜 쓰고 있는거야? 귀여운 얼굴이 안보이게.."
탈론에 소속은 했지만 그다지 빚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송하나는 메카의 부품을 대체 가능하고 구하기 쉬운것들로 구성했다.
직접 무거운 부품과 장비를 사용하느라 없던 근육까지 생겼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 능력은 전부 되찾는건 불가능했다.
메카의 그런 큰 방탄유리를 대체 할 것이 없었고 송하나는 부스터로 발생하는 바람 속에서도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고글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도 예뻣었는데 잘라버리고."
사실 이곳에 도착한 하나는 혹시라고 조금이라도 믿으려고 하던 자신의 미련을 머리카락과 함께 잘라버렸다.
믿고 애정을 주던 사람들에게 버려진다면 그게 실연일테니까.
"너무나도 달라져버렸네.."
여태 섞였던 쾌활함이 떨어져나간 텁텁한 애절함이 섞인 말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