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ㅁㅅㅋㅋ
(미사코코)성격리버스1
백오판다
2018. 3. 31. 00:02
마치 짜여진 연극과 같이 희극적으로 내밀어진 하얀 손과 후광처럼 펼쳐진 석양.
"그러니까--"
커다란 곰인형탈은 이 거리의 마스코트라고 했던가?
"우리 핼로, 해피월드에는-"
상당히 비현실적인 동화같다고 코코로는 생각했다.
"코코로의 태양같은 목소리가 필요해!"
적당적당한 안일주의인 자신과는 마치 정반대인것같은 미셸을 보고 코코로는 대체 언제 이곳이 극장이 되었는가 순간 생각했다.
"오? 오쿠사와씨?!"
물론 그 목소리의 주인이 옆자리의 동급생인걸 알아차리자마자 코코로는 외치지 않고는 이 상황을 버틸 수 없었다.
코코로에게 일상은 가끔 지루하기도 하고 평범하게 느끼는 행복이라던가가 적절히 섞인 보통의 생활이었다.
평범치 않은 재력이 있지만 가문을 물려받은것도 아니고 고등학교에 다니는중인 평범한 학생이 돈을 펑펑 쓸 일도 딱히 없어서 가끔 아첨해오는 사람이나 검은옷의 사람들만 아니라면 보통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적당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적당하게 가문을 물려받는 탄탄대로가 자신 앞에 깔려있는 지금, 비일상적인 일은 자신에겐 방해가 될 뿐이겠지.
뭐든 적당히. 그것이 지금의 코코로의 좌우명이었다.
"츠루마키씨, 어제 가져오라던 프린트 지금 걷고 있는데 줄 수 있을까?"
옆자리의 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츠루마키란 성을 듣고 다가오던 애들에게 지쳐 다소 냉정한 대응을 하게 된 코코로에게 말을 걸어오는 아이는 한정되어 있다.
"응, 여기. 그런데 이런건 반장이 하는거 아니야?"
"반장이 선생님께 불려서 곤란해 하길래 내가 맡았어. 이정도는 별로 수고도 들지 않으니까."
그렇게는 말하지만 옆자리인 이 오쿠사와 미사키는 자신과 다르게 상당히 타인에게 참견을 거는 타입이다.
자주 소설을 읽는 조용한 타입이라고 생각했지만 학급의 일이라던지, 누군가 아팠을때 양호실에 데려간다던지 굳이 누가 그 아이에게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곳저곳 돕고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표정이 별로 안좋아보였는데."
이렇게,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쿡쿡 찌르는것이다..
"아니, 그냥. 학기초에 비하면 마구 말을 걸어오는 애들도 없어졌고 적당적당한게 좋구나~하고. 매번 이러니까 지친단 말이지."
"흐음. 그런거치곤 상당히 우울해보였지만.. 그렇구나. 확실히 다른반 애들이 찾아오는 일도 없어졌네. 츠루마키씨 기쁘겠네?"
기쁘다?
이 상황에 별로 어울리는 형용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지.
자신의 초기 대응 태도 때문에 다들 피하는 와중에 그나마 친한 오쿠사와씨에게 부정적인 대답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고..
"그런지도.. 조금 지루해진거같긴 하지만."
"지루해? 어째서?"
"어..."
"츠루마키씨는 지금 즐겁지 않은 거야?"
즐거울게..있나?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즐거울거까진 없는 것 같은데.
오쿠사와씨는 좀 특이한 사람인걸까.
"아니.. 특히 즐거울만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런게 보통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수업종이 울리고 납득이 가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오쿠사와씨는 수업준비를 위해 자리에 앉고 대화는 끝이 났다.
이 대화로 얻은 것은 오쿠사와씨는 상당히 특이한 사람인 걸까-정도였다.
그런데 방과후에 이렇게 특이한 상황으로 다시 만나다니 과거의 츠루마키 코코로는 과연 상상 할 수 있었을까?
검고 둥근 눈동자로 웃는 얼굴의 분홍 곰인형은 자신을 미셸이라고 자칭하였다.
"우리 밴드의 목표는 전세계 사람들은 웃는 얼굴로 만드는 거야. 드럼은 카논씨, 베이스는 하구미, 기타는 카오루씨가 맡고 있지. 아직은 서툴지만 모두 즐겁게 연주 하고 있어! 코코로가 들어오면 다들 좋아할거야."
"아니아니아니. 잠깐, 오쿠사와씨 지금 뭐하는거야? 아르바이트?"
상당히 하이텐션이지만 이 목소리는 분명 미사키씨였다.
학교에서 나름 대화를 나누니까 착각 할리가 없다.
"으음~? 그러고보니 내 소개를 빠뜨려버렸구나! 정말이지.. 우리 밴드 멤버들이 너무 귀엽다보니 매번 내 소개를 잊는다니까? 나는 미셸! 하로하피의 DJ를 맡고 있어!"
"밴드에 DJ?! 그런 밴드도 있는건가?
아니 그보다 명백히 오쿠사와씨잖아. 왜 그 부분은 넘기는거야?"
"오쿠사와씨가.. 누구? 코코로의 친구이려나! 혹시 친구랑 같이 밴드에 들어오고 싶은 걸까.."
"아니, 당신이 오쿠사와씨 잖..앗!"
갑자기 미사키가 내 손목을 잡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무거운 인형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빠른 속도로 달려서 코코로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따라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말로 하는것보단 직접 만나는게 빠르지! 같이 써클에 가보자. 오늘 연습날이거든!"
"엣?! 아니 그보다..나 한다고도 안했는데!"
코코로의 장렬한 비명에도 아무렇지 않게 표정의 변화를 알 수 없는 미셸은 달렸다.
도착한 써클이란 곳은 이 엉망진창인 전개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스튜디오같은 곳이었다.
의외라면 의외랄까.. 지금 미사키의 강행을 보자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장소로 안내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러고보면 이 아이는 학급의 일도 곧 잘 돕고있었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는것이 보통일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인형탈을 쓰고 날 끌고 온 것일까?
이름도 다르게 자칭하고, 미사키가 아니냐는 물음에도 답해주질 않는걸보면 들키고 싶지 않은것일텐데.
왜 하필이면 같은반의 옆자리의 친한친구정도도 아닌 그저 조금 다른 애들보단 좀 더 대화를 할 뿐인 특별할게 없는 자신을 권유한것일까.
"자, 도착했어! 그리고 여기. 부끄럽지만 네가 가끔 부르는 콧노래로 곡을 쓴거야. 불러줄래?"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툭툭 이런것들이 튀어나오는걸까.
영문을 모른체 받아든 악보는 확실히 학교에서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린 곡조에 가사까지 붙어있었다.
도대체 언제 이런걸 적고 있었던 걸까?
"코코로, 지루하다는 표정이지만 콧노래만큼은 항상 활기차니까. 귀에서 떠나질 않아서 그만 허락도 맡지 않고 악보로 만들어버린건 미안.. 하지만 그런 코코로니까. 더 이곡을 부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불러줄 수 있니?"
곰인형의 양손이 꼬옥 내 손을 잡아왔다.
감정이라곤 웃는표정 밖에 없는 미셸의 하얗고 부드러운 손은 기분탓인가 조금 떨리고있는것 같았다.
오쿠사와씨의 뜻밖의 모습에 종일 놀라고 있지만 그러고보면 오쿠사와씨는 학교에서 비교적 얌전한 성격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런 인형옷을 입고, 냉정하게 애들을 거부해오던 아이에게 같이 밴드를 하자고 하다니 사실 저 탈 안에선 긴장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어째선지 이 손을 놓기가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뭐, 악기를 연주하는것도 아니고 이대로 노래 부르기만 하면 되는 거지? 밴드에 들어가진 않겠지만 오늘은 할 일도 없고 도와주지 뭐."
"좋아! 그럼 당장 가서 불러 보자! 즐거운 시간이 될거야."
승낙하자마자 지체없이 미셸은 문을 열고 코코로를 밀어넣었다.
하나하나 동작이 큰 것은 저 움직이기 힘든 몸체 때문이려나..
"아앗! 미셸이 새로운 멤버를 데려왔나봐! 다들 봐!"
다다닷
베이스를 매고 있던 한명이 달려왔다.
운동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빠른 속도에 박력까지 느껴지는 그 아이는 그대로 미셸의 몸통에 전신으로 부딫혔다.
"쿠억! 하구미는..언제나 활기차구나! 그래~ 내가 밴드의 보컬을 데리고 왔어!"
"아니.. 할지는 아직 안정했고.. 그보다 괜찮은거야..?"
아파보이는 신음이었는데 한손으론 굿을 날리고 있다.
괜찮다는 표시이겠지.
"흐음~ 가련한...아기고양이로군.. 미셸 그대는 참으로 유능하구나!"
"에.. 그 애가 밴드의 보컬..? 하루만에 구해오다니 대단해
"
뭔가 장미가 날리는것 같은 사람과 소동물같은 사람이 다가왔다.
한명은 기타를 매고 있는 것을 보니 나머지 한명은 드럼?
"좋아~! 다 모여있었구나! 이 아이는 코코로, 빛과 같은 목소리로 우리 핼로 해피월드의 목표에 좀 더 다가가게 해 줄 거야! 다들 자기소개 해주는건 어때?"
감격했다는 듯이 어디선가 꺼낸 손수건으로 여전히 웃는 얼굴뿐인 인형탈을 톡톡 두드리던 미셸이 한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인형옷.. 움직이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동작 할 수 있는걸까?
"나는 키타자와 하구미! 하로하피의 베이스를 맡고 있어! 상점가의 키타자와 정육점이 우리집이야. 고로케가 맛있으니까 꼭 먹으러와!"
"기타를 맡고 있는 세타 카오루라고 하네 .하네오카 여학원에서 연극부에서도 활동하고 있지. 잘부탁해 아기고양이."
"드럼을 맡고 있는 마츠바라 카논이야. 길을 잘 잃기도 하고.. 실수도 자주 하는데..후에에... 하여튼 잘부탁해!"
보컬도 지금까지 없었다는 밴드치고 연주를 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밴드멤버였다.
아니 오히려 연주자를 다 모을때까지 보컬이 없었다는게 이상하려나?
"음! 음! 역시 우리밴드 멤버는 정말 귀여워~! 코코로까지 들어오면 최강이 되는게 아닐까? 실은 연주만으로 몇번 병원이라든가.. 유치원같은데에 가본 적은 있지만 말이지~. 역시 보컬없이는 완성되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런이런~ 하고 고개를 휘휘 젓는 미셸은 표정변화도 없는데 온몸으로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하구미가 깔깔 웃으며 그래도 미셸 아이들에게 인기있다구~ 하며 달라붙는 모습을 보니 멤버 사이의 분위기도 좋은것 같았다.
"그럼 자기소개도 끝났고. 노래를 불러줘. 코코로! 모두 기대하고 있다구~."
폭신한 하얀손으론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박수를 두번 친 미셸이 큰 인형옷에 어울리지 않게 잽싼 몸놀림으로 DJ기기 앞으로 가버렸다.
남은 멤버는 서로 흘끗 보고는 씨익 웃고 따라 나섰다.
저런 곰인형을 입고 있는데도 그들은 미셸이 연주하자는 말에 불만이라던가 트집같은게 일체 없었다.
코코로에겐 잘 이해되지 않는 연대감이란게 그들 사이에 있는걸까?
코코로는 미리 준비되어있던 가운데의 마이크 앞에 섰다.
일단은 한번 들어보고 노래를 불러달라고 미셸은 말했지만 코코로는 이 황당한 초대에 오래 어울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다듬어지고 어레인지해서 완성한 곡이라도 어땟든 평소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음이었다.
가사는 외울 틈이 없었지만 보면서 부르면 되겠지.
마이크 앞에 서는 자신을 보고도 미셸은 제지 하는 행동도 없고 의아해하는 멤버들에게 시선을 줄것도 없고 바로 신호를 보냈다.
믿는것인지 무책임인건지 아니면 기대하지않는것인지 그 얼굴에서 읽어낼 수 있는건 없었지만 어차피 한번 부르고 끝날 일이다.
"렛~츠 스마일!"
순식간에 연주가 끝났다.
미셸이 데리고 온 보컬이란 사람은 착각이 아니라면 같은 학교에서 유명한 츠루마키가의 외동딸일거라고 카논은 예상했다.
그다치 내켜하는 마음이 아니었던것 같았던 첫모습은 한곡을 부르자마자 그렇게 싫지도 않은것같은 반응으로 바뀌어있었다.
자신에게 용기를 준 미셸이라도 어디 하나 부족할거 없고 아쉬운게 없는 츠루마키씨를 설득하는건 어려울거라고 내심 이번 연습이 다음의 보컬에 맞춰 연주하는데에 밑거름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미셸은 츠루마키씨에게서도 부족한것을 찾아냈던것일지도 모른다.
"저기.. 마츠바라씨?라고 했던가요. 이 밴드멤버들 상당히 독특한데 힘들지 않으세요?"
최고의 노래였다고 연신 찬사를 하는 3명에게서 도망쳐온 츠루마키씨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얼굴이 살짝 붉은것을 보면 칭찬에 부끄러워 피해 온 모양이었다.
"음.. 엉만진창으로 보여도 제대로 연주하고 있고.. 나도 즐거우니까 힘들진 않아. 츠루마키씨는 연주.. 별로였어?"
내 드럼이라든가.. 별로 마음에 안들었다던가?
순간 매우 불안해졌다.
"아.. 같은 학교 선배이신데 그냥 코코로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그리고.. 연주라면 처음엔 좀 어수선했는데 시작하자마자 호흡이 잘맞던데요. 이 밴드 만들어진지 얼마 안됐다고 들었는데.. 그부분은 굉장하네요. 으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내켜하는 마음은 아니어도 당장 벗어나고 싶다는 기색은 사라진것 같았다.
게다가 밴드에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렇게 물어보지도 않겠지.
미셸이 밴드를 코코로에게 권유한 것은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형옷을 벗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특이한 사람이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것을 서슴치 않는 미셸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돕자고 달려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싫다고 말하는 사람을 밴드에 억지로 끌고왔다니..
"나도 카논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미셸은 사실 처음부터 밴드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드럼을 그만두려고 했으니까.. 용기가 부족해거 포기하려고 했으니까 계속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던게 아닐까?라고.. 지금이라면 생각해. 츠루마키씨도 지금 당장은 미셸을 이해 할 수 없어도 분명 당신을 위한 일일거야."
"..대단한 믿음이네요.. 그보다 미사..미셸은 저 인형옷을 안벗는건가요? 더울것 같은데.."
스튜디오의 연습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관객도 없는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미셸의 인형옷 안은 분명 엄청나게 온도가 올랐을게 뻔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미셸이 인형옷을 벗는 것을 카논은 본 적 없었다.
진짜 이름도 모른다. 얼굴도 모른다.
"사실 저 두명은 미셸이 진짜로 곰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아. 그리고 나는.. 미셸이 인형옷을 벗는 것을 본 적도 없고 이름도, 얼굴도 몰라. 드러내기 싫어하는지 아니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물어보려고 해도.. 말하기 싫은거라면..
"하아? 그런데 다같이 밴드를 하는 거에요? 누군지도 모르는데?! 카논씨.. 억지로 하시는건 아니죠..?"
걱정하는 눈빛으로 같이 나가실래요?하는 코코로를 보고 카논은 웃어버렸다.
이게 보통의 반응이겠지. 하지만 용기를 주겠다고 격려해준 미셸이 너무나도 진지했으니까.
카논은 미셸을 믿기로했다.
"하하하.. 억지로 하는게 아니야. 코코로짱도 즐겁지 않았어? 노래부를때."
무언. 부정은 없었다.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것은 얼굴을 보이기 싫은 걸까?
"밴드에 들어오는거. 긍정적으로 검토해줘. 미셸.. 아니 나도 코코로짱이 같이 연주하면 더 즐거운거 같거든."
노래 한번 부르고 가버리려던 생각과는 다르게 결국 연습시간이 끝나고 다들 헤어질때까지 남아버렸다.
갈려는거야?하고 하구미와 미셸이 이쪽을 보며 슬프게 이름을 부르는걸 놔두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논씨도 난처한듯 웃었지만 말리자 않고, 카오루씨도 동참하진 않지만 막지 않으니 코코로는 두명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었던것이다.
"코코로~ 오늘 고마웠어! 즐거웠지? 첫날인데도 대단했어! 모두 웃는얼굴이었다구."
세명이 떠나고 남은 미셸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연습시작전부터 계속 하이텐션인 미셸은 겉으로보기엔 그렇게 지쳐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오쿠사와씨 테니스부였지.. 체력이 엄청 좋은걸까..
"뭐.. 나쁘진않았지. 재밌...었을려나?"
그냥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던것보단 재밌었던 하루였다.
적어도 지루할 틈은 없었으니까..
"와~! 그럼 밴드에 들어와주는거야? 미셸은 코코로와 꼭 같이 밴드를 하고 싶어!"
만세를 부르짖는 미셸은 그상태로 폴짝 폴짝 점프를 했다.
쓸데없이 화려해보이는 동작들은 고민이라든가 걱정이라든가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일체 느껴지지 않아서, 사실 내가 여기서 거절하더라도 그럼 어쩔 수 없지하고 웃으며 가버리는건 아닐까하고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
응, 오쿠사와씨 그것은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
아니면 당신의 진심?
얼굴을 숨기고 이름을 숨겨서, 어떤 보상을 바라는것도 아닌 타인에 대한 선의만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코코로에겐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코코로는 미셸, 아니 미사키가 궁금해졌다.
어째서 그렇게도 의미불명의 행동을 하는지 관심을 가졌다.
조용하고 굴곡없던 코코로에게 나타나버린 불량식품같은 자극의 독성에 당해버린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평소의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수락의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조금이라면 어울려줄게. 그런데, 오쿠사와씨는 어째서 인형옷을 입고 DJ하고 있는 거야? 게다가 밴드멤버에게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컨셉이라면 다른 팬들에겐 안알릴수도 있겠지만 밴드멤버에게 숨기는건 부담이 많이 가는 행동이다.
게다가 그 모습으로 라이브의 교섭이라던가 기재체크까지 하는건 너무 비효율적이고 힘든 일이었을거다.
애초에 인형옷을 입는 이유부터가 불명이다.
"흠? 오쿠사와씨? 코코로의 친구인건가. 그 친구도 디제잉을 하는가 보구나! 미셸도 꼭 만나보고 싶네. 그럼 코코로도 안녕! 밴드에 들어오고 싶어지면 다음 연습약속날 와줘~."
재빨리 미셸은 달려서 상점가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오늘 봤던 모습중에 가장 빠른 속도였던것 같았다..
지금도 어딘가 숨어있는 검은옷 사람들에게 부탁하면 붙잡을 수 있겠지만 평소에도 sp를 껄끄러워하던 코코로는 명령을 내리지 않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또 학교에서 볼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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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반전물 쓰고 싶었지만 재력과 검은옷 없이 완벽한 코코로의 성격을 미사키에게 주는것은 무리였따..
오랜만에 글써서 허접..
"그러니까--"
커다란 곰인형탈은 이 거리의 마스코트라고 했던가?
"우리 핼로, 해피월드에는-"
상당히 비현실적인 동화같다고 코코로는 생각했다.
"코코로의 태양같은 목소리가 필요해!"
적당적당한 안일주의인 자신과는 마치 정반대인것같은 미셸을 보고 코코로는 대체 언제 이곳이 극장이 되었는가 순간 생각했다.
"오? 오쿠사와씨?!"
물론 그 목소리의 주인이 옆자리의 동급생인걸 알아차리자마자 코코로는 외치지 않고는 이 상황을 버틸 수 없었다.
코코로에게 일상은 가끔 지루하기도 하고 평범하게 느끼는 행복이라던가가 적절히 섞인 보통의 생활이었다.
평범치 않은 재력이 있지만 가문을 물려받은것도 아니고 고등학교에 다니는중인 평범한 학생이 돈을 펑펑 쓸 일도 딱히 없어서 가끔 아첨해오는 사람이나 검은옷의 사람들만 아니라면 보통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적당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적당하게 가문을 물려받는 탄탄대로가 자신 앞에 깔려있는 지금, 비일상적인 일은 자신에겐 방해가 될 뿐이겠지.
뭐든 적당히. 그것이 지금의 코코로의 좌우명이었다.
"츠루마키씨, 어제 가져오라던 프린트 지금 걷고 있는데 줄 수 있을까?"
옆자리의 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츠루마키란 성을 듣고 다가오던 애들에게 지쳐 다소 냉정한 대응을 하게 된 코코로에게 말을 걸어오는 아이는 한정되어 있다.
"응, 여기. 그런데 이런건 반장이 하는거 아니야?"
"반장이 선생님께 불려서 곤란해 하길래 내가 맡았어. 이정도는 별로 수고도 들지 않으니까."
그렇게는 말하지만 옆자리인 이 오쿠사와 미사키는 자신과 다르게 상당히 타인에게 참견을 거는 타입이다.
자주 소설을 읽는 조용한 타입이라고 생각했지만 학급의 일이라던지, 누군가 아팠을때 양호실에 데려간다던지 굳이 누가 그 아이에게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곳저곳 돕고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표정이 별로 안좋아보였는데."
이렇게,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쿡쿡 찌르는것이다..
"아니, 그냥. 학기초에 비하면 마구 말을 걸어오는 애들도 없어졌고 적당적당한게 좋구나~하고. 매번 이러니까 지친단 말이지."
"흐음. 그런거치곤 상당히 우울해보였지만.. 그렇구나. 확실히 다른반 애들이 찾아오는 일도 없어졌네. 츠루마키씨 기쁘겠네?"
기쁘다?
이 상황에 별로 어울리는 형용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지.
자신의 초기 대응 태도 때문에 다들 피하는 와중에 그나마 친한 오쿠사와씨에게 부정적인 대답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고..
"그런지도.. 조금 지루해진거같긴 하지만."
"지루해? 어째서?"
"어..."
"츠루마키씨는 지금 즐겁지 않은 거야?"
즐거울게..있나?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즐거울거까진 없는 것 같은데.
오쿠사와씨는 좀 특이한 사람인걸까.
"아니.. 특히 즐거울만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런게 보통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수업종이 울리고 납득이 가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오쿠사와씨는 수업준비를 위해 자리에 앉고 대화는 끝이 났다.
이 대화로 얻은 것은 오쿠사와씨는 상당히 특이한 사람인 걸까-정도였다.
그런데 방과후에 이렇게 특이한 상황으로 다시 만나다니 과거의 츠루마키 코코로는 과연 상상 할 수 있었을까?
검고 둥근 눈동자로 웃는 얼굴의 분홍 곰인형은 자신을 미셸이라고 자칭하였다.
"우리 밴드의 목표는 전세계 사람들은 웃는 얼굴로 만드는 거야. 드럼은 카논씨, 베이스는 하구미, 기타는 카오루씨가 맡고 있지. 아직은 서툴지만 모두 즐겁게 연주 하고 있어! 코코로가 들어오면 다들 좋아할거야."
"아니아니아니. 잠깐, 오쿠사와씨 지금 뭐하는거야? 아르바이트?"
상당히 하이텐션이지만 이 목소리는 분명 미사키씨였다.
학교에서 나름 대화를 나누니까 착각 할리가 없다.
"으음~? 그러고보니 내 소개를 빠뜨려버렸구나! 정말이지.. 우리 밴드 멤버들이 너무 귀엽다보니 매번 내 소개를 잊는다니까? 나는 미셸! 하로하피의 DJ를 맡고 있어!"
"밴드에 DJ?! 그런 밴드도 있는건가?
아니 그보다 명백히 오쿠사와씨잖아. 왜 그 부분은 넘기는거야?"
"오쿠사와씨가.. 누구? 코코로의 친구이려나! 혹시 친구랑 같이 밴드에 들어오고 싶은 걸까.."
"아니, 당신이 오쿠사와씨 잖..앗!"
갑자기 미사키가 내 손목을 잡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무거운 인형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빠른 속도로 달려서 코코로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따라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말로 하는것보단 직접 만나는게 빠르지! 같이 써클에 가보자. 오늘 연습날이거든!"
"엣?! 아니 그보다..나 한다고도 안했는데!"
코코로의 장렬한 비명에도 아무렇지 않게 표정의 변화를 알 수 없는 미셸은 달렸다.
도착한 써클이란 곳은 이 엉망진창인 전개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스튜디오같은 곳이었다.
의외라면 의외랄까.. 지금 미사키의 강행을 보자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장소로 안내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러고보면 이 아이는 학급의 일도 곧 잘 돕고있었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는것이 보통일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인형탈을 쓰고 날 끌고 온 것일까?
이름도 다르게 자칭하고, 미사키가 아니냐는 물음에도 답해주질 않는걸보면 들키고 싶지 않은것일텐데.
왜 하필이면 같은반의 옆자리의 친한친구정도도 아닌 그저 조금 다른 애들보단 좀 더 대화를 할 뿐인 특별할게 없는 자신을 권유한것일까.
"자, 도착했어! 그리고 여기. 부끄럽지만 네가 가끔 부르는 콧노래로 곡을 쓴거야. 불러줄래?"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툭툭 이런것들이 튀어나오는걸까.
영문을 모른체 받아든 악보는 확실히 학교에서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린 곡조에 가사까지 붙어있었다.
도대체 언제 이런걸 적고 있었던 걸까?
"코코로, 지루하다는 표정이지만 콧노래만큼은 항상 활기차니까. 귀에서 떠나질 않아서 그만 허락도 맡지 않고 악보로 만들어버린건 미안.. 하지만 그런 코코로니까. 더 이곡을 부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불러줄 수 있니?"
곰인형의 양손이 꼬옥 내 손을 잡아왔다.
감정이라곤 웃는표정 밖에 없는 미셸의 하얗고 부드러운 손은 기분탓인가 조금 떨리고있는것 같았다.
오쿠사와씨의 뜻밖의 모습에 종일 놀라고 있지만 그러고보면 오쿠사와씨는 학교에서 비교적 얌전한 성격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런 인형옷을 입고, 냉정하게 애들을 거부해오던 아이에게 같이 밴드를 하자고 하다니 사실 저 탈 안에선 긴장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어째선지 이 손을 놓기가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뭐, 악기를 연주하는것도 아니고 이대로 노래 부르기만 하면 되는 거지? 밴드에 들어가진 않겠지만 오늘은 할 일도 없고 도와주지 뭐."
"좋아! 그럼 당장 가서 불러 보자! 즐거운 시간이 될거야."
승낙하자마자 지체없이 미셸은 문을 열고 코코로를 밀어넣었다.
하나하나 동작이 큰 것은 저 움직이기 힘든 몸체 때문이려나..
"아앗! 미셸이 새로운 멤버를 데려왔나봐! 다들 봐!"
다다닷
베이스를 매고 있던 한명이 달려왔다.
운동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빠른 속도에 박력까지 느껴지는 그 아이는 그대로 미셸의 몸통에 전신으로 부딫혔다.
"쿠억! 하구미는..언제나 활기차구나! 그래~ 내가 밴드의 보컬을 데리고 왔어!"
"아니.. 할지는 아직 안정했고.. 그보다 괜찮은거야..?"
아파보이는 신음이었는데 한손으론 굿을 날리고 있다.
괜찮다는 표시이겠지.
"흐음~ 가련한...아기고양이로군.. 미셸 그대는 참으로 유능하구나!"
"에.. 그 애가 밴드의 보컬..? 하루만에 구해오다니 대단해
"
뭔가 장미가 날리는것 같은 사람과 소동물같은 사람이 다가왔다.
한명은 기타를 매고 있는 것을 보니 나머지 한명은 드럼?
"좋아~! 다 모여있었구나! 이 아이는 코코로, 빛과 같은 목소리로 우리 핼로 해피월드의 목표에 좀 더 다가가게 해 줄 거야! 다들 자기소개 해주는건 어때?"
감격했다는 듯이 어디선가 꺼낸 손수건으로 여전히 웃는 얼굴뿐인 인형탈을 톡톡 두드리던 미셸이 한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인형옷.. 움직이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동작 할 수 있는걸까?
"나는 키타자와 하구미! 하로하피의 베이스를 맡고 있어! 상점가의 키타자와 정육점이 우리집이야. 고로케가 맛있으니까 꼭 먹으러와!"
"기타를 맡고 있는 세타 카오루라고 하네 .하네오카 여학원에서 연극부에서도 활동하고 있지. 잘부탁해 아기고양이."
"드럼을 맡고 있는 마츠바라 카논이야. 길을 잘 잃기도 하고.. 실수도 자주 하는데..후에에... 하여튼 잘부탁해!"
보컬도 지금까지 없었다는 밴드치고 연주를 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밴드멤버였다.
아니 오히려 연주자를 다 모을때까지 보컬이 없었다는게 이상하려나?
"음! 음! 역시 우리밴드 멤버는 정말 귀여워~! 코코로까지 들어오면 최강이 되는게 아닐까? 실은 연주만으로 몇번 병원이라든가.. 유치원같은데에 가본 적은 있지만 말이지~. 역시 보컬없이는 완성되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런이런~ 하고 고개를 휘휘 젓는 미셸은 표정변화도 없는데 온몸으로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하구미가 깔깔 웃으며 그래도 미셸 아이들에게 인기있다구~ 하며 달라붙는 모습을 보니 멤버 사이의 분위기도 좋은것 같았다.
"그럼 자기소개도 끝났고. 노래를 불러줘. 코코로! 모두 기대하고 있다구~."
폭신한 하얀손으론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박수를 두번 친 미셸이 큰 인형옷에 어울리지 않게 잽싼 몸놀림으로 DJ기기 앞으로 가버렸다.
남은 멤버는 서로 흘끗 보고는 씨익 웃고 따라 나섰다.
저런 곰인형을 입고 있는데도 그들은 미셸이 연주하자는 말에 불만이라던가 트집같은게 일체 없었다.
코코로에겐 잘 이해되지 않는 연대감이란게 그들 사이에 있는걸까?
코코로는 미리 준비되어있던 가운데의 마이크 앞에 섰다.
일단은 한번 들어보고 노래를 불러달라고 미셸은 말했지만 코코로는 이 황당한 초대에 오래 어울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다듬어지고 어레인지해서 완성한 곡이라도 어땟든 평소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음이었다.
가사는 외울 틈이 없었지만 보면서 부르면 되겠지.
마이크 앞에 서는 자신을 보고도 미셸은 제지 하는 행동도 없고 의아해하는 멤버들에게 시선을 줄것도 없고 바로 신호를 보냈다.
믿는것인지 무책임인건지 아니면 기대하지않는것인지 그 얼굴에서 읽어낼 수 있는건 없었지만 어차피 한번 부르고 끝날 일이다.
"렛~츠 스마일!"
순식간에 연주가 끝났다.
미셸이 데리고 온 보컬이란 사람은 착각이 아니라면 같은 학교에서 유명한 츠루마키가의 외동딸일거라고 카논은 예상했다.
그다치 내켜하는 마음이 아니었던것 같았던 첫모습은 한곡을 부르자마자 그렇게 싫지도 않은것같은 반응으로 바뀌어있었다.
자신에게 용기를 준 미셸이라도 어디 하나 부족할거 없고 아쉬운게 없는 츠루마키씨를 설득하는건 어려울거라고 내심 이번 연습이 다음의 보컬에 맞춰 연주하는데에 밑거름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미셸은 츠루마키씨에게서도 부족한것을 찾아냈던것일지도 모른다.
"저기.. 마츠바라씨?라고 했던가요. 이 밴드멤버들 상당히 독특한데 힘들지 않으세요?"
최고의 노래였다고 연신 찬사를 하는 3명에게서 도망쳐온 츠루마키씨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얼굴이 살짝 붉은것을 보면 칭찬에 부끄러워 피해 온 모양이었다.
"음.. 엉만진창으로 보여도 제대로 연주하고 있고.. 나도 즐거우니까 힘들진 않아. 츠루마키씨는 연주.. 별로였어?"
내 드럼이라든가.. 별로 마음에 안들었다던가?
순간 매우 불안해졌다.
"아.. 같은 학교 선배이신데 그냥 코코로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그리고.. 연주라면 처음엔 좀 어수선했는데 시작하자마자 호흡이 잘맞던데요. 이 밴드 만들어진지 얼마 안됐다고 들었는데.. 그부분은 굉장하네요. 으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내켜하는 마음은 아니어도 당장 벗어나고 싶다는 기색은 사라진것 같았다.
게다가 밴드에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렇게 물어보지도 않겠지.
미셸이 밴드를 코코로에게 권유한 것은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형옷을 벗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특이한 사람이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것을 서슴치 않는 미셸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돕자고 달려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싫다고 말하는 사람을 밴드에 억지로 끌고왔다니..
"나도 카논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미셸은 사실 처음부터 밴드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드럼을 그만두려고 했으니까.. 용기가 부족해거 포기하려고 했으니까 계속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던게 아닐까?라고.. 지금이라면 생각해. 츠루마키씨도 지금 당장은 미셸을 이해 할 수 없어도 분명 당신을 위한 일일거야."
"..대단한 믿음이네요.. 그보다 미사..미셸은 저 인형옷을 안벗는건가요? 더울것 같은데.."
스튜디오의 연습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관객도 없는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미셸의 인형옷 안은 분명 엄청나게 온도가 올랐을게 뻔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미셸이 인형옷을 벗는 것을 카논은 본 적 없었다.
진짜 이름도 모른다. 얼굴도 모른다.
"사실 저 두명은 미셸이 진짜로 곰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아. 그리고 나는.. 미셸이 인형옷을 벗는 것을 본 적도 없고 이름도, 얼굴도 몰라. 드러내기 싫어하는지 아니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물어보려고 해도.. 말하기 싫은거라면..
"하아? 그런데 다같이 밴드를 하는 거에요? 누군지도 모르는데?! 카논씨.. 억지로 하시는건 아니죠..?"
걱정하는 눈빛으로 같이 나가실래요?하는 코코로를 보고 카논은 웃어버렸다.
이게 보통의 반응이겠지. 하지만 용기를 주겠다고 격려해준 미셸이 너무나도 진지했으니까.
카논은 미셸을 믿기로했다.
"하하하.. 억지로 하는게 아니야. 코코로짱도 즐겁지 않았어? 노래부를때."
무언. 부정은 없었다.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것은 얼굴을 보이기 싫은 걸까?
"밴드에 들어오는거. 긍정적으로 검토해줘. 미셸.. 아니 나도 코코로짱이 같이 연주하면 더 즐거운거 같거든."
노래 한번 부르고 가버리려던 생각과는 다르게 결국 연습시간이 끝나고 다들 헤어질때까지 남아버렸다.
갈려는거야?하고 하구미와 미셸이 이쪽을 보며 슬프게 이름을 부르는걸 놔두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논씨도 난처한듯 웃었지만 말리자 않고, 카오루씨도 동참하진 않지만 막지 않으니 코코로는 두명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었던것이다.
"코코로~ 오늘 고마웠어! 즐거웠지? 첫날인데도 대단했어! 모두 웃는얼굴이었다구."
세명이 떠나고 남은 미셸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연습시작전부터 계속 하이텐션인 미셸은 겉으로보기엔 그렇게 지쳐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오쿠사와씨 테니스부였지.. 체력이 엄청 좋은걸까..
"뭐.. 나쁘진않았지. 재밌...었을려나?"
그냥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던것보단 재밌었던 하루였다.
적어도 지루할 틈은 없었으니까..
"와~! 그럼 밴드에 들어와주는거야? 미셸은 코코로와 꼭 같이 밴드를 하고 싶어!"
만세를 부르짖는 미셸은 그상태로 폴짝 폴짝 점프를 했다.
쓸데없이 화려해보이는 동작들은 고민이라든가 걱정이라든가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일체 느껴지지 않아서, 사실 내가 여기서 거절하더라도 그럼 어쩔 수 없지하고 웃으며 가버리는건 아닐까하고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
응, 오쿠사와씨 그것은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
아니면 당신의 진심?
얼굴을 숨기고 이름을 숨겨서, 어떤 보상을 바라는것도 아닌 타인에 대한 선의만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코코로에겐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코코로는 미셸, 아니 미사키가 궁금해졌다.
어째서 그렇게도 의미불명의 행동을 하는지 관심을 가졌다.
조용하고 굴곡없던 코코로에게 나타나버린 불량식품같은 자극의 독성에 당해버린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평소의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수락의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조금이라면 어울려줄게. 그런데, 오쿠사와씨는 어째서 인형옷을 입고 DJ하고 있는 거야? 게다가 밴드멤버에게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컨셉이라면 다른 팬들에겐 안알릴수도 있겠지만 밴드멤버에게 숨기는건 부담이 많이 가는 행동이다.
게다가 그 모습으로 라이브의 교섭이라던가 기재체크까지 하는건 너무 비효율적이고 힘든 일이었을거다.
애초에 인형옷을 입는 이유부터가 불명이다.
"흠? 오쿠사와씨? 코코로의 친구인건가. 그 친구도 디제잉을 하는가 보구나! 미셸도 꼭 만나보고 싶네. 그럼 코코로도 안녕! 밴드에 들어오고 싶어지면 다음 연습약속날 와줘~."
재빨리 미셸은 달려서 상점가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오늘 봤던 모습중에 가장 빠른 속도였던것 같았다..
지금도 어딘가 숨어있는 검은옷 사람들에게 부탁하면 붙잡을 수 있겠지만 평소에도 sp를 껄끄러워하던 코코로는 명령을 내리지 않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또 학교에서 볼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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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반전물 쓰고 싶었지만 재력과 검은옷 없이 완벽한 코코로의 성격을 미사키에게 주는것은 무리였따..
오랜만에 글써서 허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