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ㅁㅅㅋㅋ
(미사코코)해바라기와 검은고양이-1
백오판다
2018. 4. 21. 16:45
추적추적 아플만큼 무게감이 느껴지는 빗소리가 메아리치는 어두운 뒷골목에 끊어질듯 말듯한 가로등 불빛, 이대로 여기서 서서히 체온을 잃고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했다.
하나뿐이던 동생은 그 사랑스러움과 순종적임에 이미 이 자리를 떠나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그 아이는 사랑받겠지.
사랑 받아야만 한다.
내밀어진 손들은 전부 의심스러워서 잡을 수 없었다.
한차례 데려가졌어도 금방 되돌려진적조차 있었다.
책임질 수 없다면 처음부터 기대같은거 하지 않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새카만 몸이 그들의 부모가 바라는 눈치는 아니었기에 잘못이라면 역시 상냥한 아이보다 이렇게 태어난 나일지도 모른다.
"어머, 귀여운 검은고양이씨. 기운이없는것 같네."
어슴푸레 해가 져가는데 갑자기 눈이 부시도록 환한 빛의 덩어리가 다가왔다.
날 때리던 물방울이 느껴지지 않으니 가려주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내밀어진 손등을 나는 반사적으로 긁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강렬한 빛이었다, 나같은 먼지부스러기가 닿으면 안될수록 따듯한.. 죄악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더럽히면 안될 새하얀 손등에 새빨간 작은 선이 3개, 봐봐 나는 당신에 해밖엔 되지 않았어.
어차피 또 버려질거라면 차라리 이대로 날 죽게 해줘.
혼자는 외롭지만 지켜봐지며 죽는다면 짧은 생에서도 조금 행복이란것을 가질 수 있을거같으니까.
"앗! 그런 얼굴 하면 안돼! 손을 긁어버린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는거니? 내가 성급했으니까 네 잘못이 아니야."
다시 한번 내밀어진 손에 저항할 힘은 이제 없었다.
몸에 힘이 빠져나가서 들어올리는 그 아이에게서 버둥댈 수 없이 정면으로 빛을 마주하게 되었다.
"역시 아주 귀여운 고양이씨. 하지만 웃음짓지 못하다니 안타깝구나.. 이리 오렴. 내가 널 행복하게 해줄게."
너는 착한아이니까 분명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을거야.
내가 보기엔 더욱 천사같은 아이임에도 상처입힌 나를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중요하게 안아주었다.
더러운 빗물과 돌을 맞아 생긴 상처에서 흐른 핏고름도 개의치 않고 추위에 걸쳐져있던 그 아이의 하얀 가디건에 나를 소중히 감싸서 이 어둡고 차가운 뒷골목을 걸어나간다.
꿈에도 상상해 본 적 없는 태어나서부터 저주받은 나에게로의 구원.
이런것이 행복이라는걸까 하고 힘이 없는 목소리로 너에게 물었다.
"후후.. 조금만 참아. 춥고 아팠지? 이제 그런 일은 없을거야. 외롭고 슬펐지? 항상 함께 있어줄테니까. 그러니까 고양이씨도 내 곁을 떠나지 말아야해."
그것이 유일하게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것.
다치고 볼품없는 나에게 당신이 바라는것.
"우선은 너에 몸을 치료해야겠다! 그러고나면 따뜻한 수프를 마시는거야. 고양이는.. 핫초코를 마실 수 없었던가? 아쉽네. 너랑 같이 마시는 핫초코라면 가슴 속까지 따뜻해질게 분명한데.. 후후. 그래 우유라면 괜찮구나!"
기운찬 목소리로 나아가는 한명과 한마리의 행복으로 향하는길.
기운없는 고양이의 냐옹하는 소리에 더더욱 기쁜나머지 백점프를 하려다 멈칫하는 아이.
다시 소중히 보듬어 안아 따뜻한 둘의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일이 없을 버려진 뒷골목을 한번 일별한 고양이는 잘있어의 냐옹. 기억할게의 냐옹. 또 만날 수 있다면의 냐옹을 외친다.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다치고 굶주린 고양이를 코코로는 바로 츠루마키저택으로 데리고 갔다.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먼저 들리는게 좋았을까 생각했지만 담요더미에 내려놓으려고 할 때 품속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둥대는 모습을 보면 병원에 가서도 맡기고 오기 힘들었을것이다.
눈을 뜰 힘도없는데 필사적으로 울음소리를 내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코코로는 결국 고양이를 떼어놓지 못하고 가만히 등을 쓰다듬어줬다.
"하지만.. 상처는 얼른 치료하는게 좋을것같아.. 붕대라든가 약이 필요하겠는걸?"
상처는 작았지만 아기고양이에겐 치명적으로 보였다.
더욱이 고름과 마른핏덩어리가 엉킨 검은 털은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겉으로 보기에 알 수 없었다.
어느새 옆에 놓여있던 따뜻한물에 적셔진 수건으로 살살 문질러 엉킨털을 풀어헤치면 돌멩이에 맞은듯한 찢긴 피부가 보여왔다.
얼마나 아팠을까.. 코코로는 저도 모르게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닦고 일어났다.
"외롭다면 함께 있어줄테니까. 네 상처를 치료하면 말했던대로 따뜻한 우유로 몸을 녹이고 배불리 밥도 먹은 다음에 같이 잠을 자자.. 내 침대는 아주 넓으니까 너랑 내가 누워도 충분할거야."
코를 훌쩍이며 일어서 문을 열자, 준비됐다고 말하는 검은옷의 사람들이 집에 수의사를 불러두었다고 안내해줬다.
항상 즐거운것만 찾는 코코로는 자신의 손에 미치지 않는것도 많이 있다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히어로이니까.
이번은 검은옷의 사람들이 아기고양이의 히어로인걸까?
그렇다면 다 낫고나서 인사시켜줘야지.
미소가 된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 심각한 표정의 검은옷의 사람들도 미소짓게 될테니까.
"오, 아주 작고.. 가엾은 고양이군요.. 길거리에 노출된지 한참 지난듯한데 영양실조에 스트레스에.. 상처도 곪았구요. 그리고 좀 더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어떻게 살아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많이 아프다고 수의사는 이해하지 못 한 코코로에게 간단히 말해주었다.
아마 놔주지 않았을거라는 예방주사도 놓고 상처의 엉킨털도 싹둑자른뒤 소독하고 붕대를 감는 모습을 코코로는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
즐거움을 나누려면 아픔도 같이 나눠야한다고 생각하니까.
고양이가 노력하는 모습을 곁에서 응원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게 이렇게 슬픈 일인지 코코로는 지금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고양이.. 많이 아픈거 같아.. 데려오지 않았던게 나았던걸까?"
살아간다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 몰랐다.
즐거운것들을 찾아다녀온 코코로는 찰과상이라든가 발목을 삔다든가 하는 자잘한 부상이야말로 있었지만 항상 곁에는 그걸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지치고 지쳐서 상처를 꼬매는 고통에도 울음소리 하나 못낼정도로 힘든데.
"글쎄요. 고양이의 말이라던가 마음은 모르지만. 이렇게 살려고 나으려고 노력하고 있는건 모두 버림받은 자신을 구해준 당신을 위한게 아닐까요? 그런데 그렇게 포기해버리면 이렇게 용기를 내 살아가려고 하던 아기고양이가 보답받을 수 없지 않습니까. 믿어주세요. 아픔을 딛고 일어날거라고."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수의사가 코코로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고양이에게 눈을 돌렸다.
관자노리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모습은 이 자리에서 코코로뿐만 아니라 수의사도, 저기 멀리서 업무시간이 끝났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검은옷의 사람들도 아기고양이가 살길 바라는것 같아서 코코로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자, 처치가 끝났습니다. 이제부턴 그 아이가 극복해내길 빌어야겠죠. 오랫동안 움직이지도 먹지도 못하고 죽어가길 기다렸으니까..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으려면 많은 응원이 필요해요. 소중하게 보살펴주세요."
품안에 안겨준 고양이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서 혹시 날아가버리는게 아닌지 불안해 코코로는 꼬옥 힘줘서 안으려다가 멈췄다.
약해진 고양이에게 자신의 기분을 전부 부딯치면 부스러져버릴테니까.
"응. 정말.. 소중히 아껴줄거야. 내가 미소로 만들어줄거니까!"
아까까지의 불안을 날리고 코코로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었다.
수의사는 그런 코코로를 보고 잠시 놀란 모습이었지만 이내 다행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영업이 끝난 동물병원에 갑자기 쳐들어온 정장차림의 사람들이 돈다발을 내밀었을때는 무슨 일에 휘말린것인가 걱정했었지만 돈많은 부자의 변덕같은게 아니라고 느낄 수 있었다.
유기묘를 돌보기란 어지간한 인내심과 애정으로 힘들거라서 단순하게 불쌍하단 생각으로 주운거라면 수의사로써 몇마디해야 할까 생각했지만..
"수고하셨습니다. 갑자기 데려온 사죄의 의미로 치료비는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려 나서는 수의사의 앞에 검은옷이 나타났다.
두랄루민 케이스를 들고있는걸 보면 그야말로 이 늦은 시간에 출장 수술을 한 대가로써는 충분하고고 차고 넘칠만큼 들어있겠지만..
뒤돌아본 소녀는 고양이가 아플까봐 쓰다듬지도 못하고 그 가는 손가락으로 훑듯이 고양이의 상처를 살피고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또 얼마나 고양이에게 애정을 담고있는지 보여와서 수의사는 오랜만에 멋진것을 보았다고 생각 할 수 있었다.
"아니요. 그냥 보통의 진찰비로 충분합니다. 전 고양이가 다 낫게 한것이 아니라 발판을 만들어준것 뿐이에요. 진짜로 다 나으려면 저 둘이서 노력해야겠죠. 제가 한 것은 별거 아니었습니다."
수의사는 둘의 향후에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며 데려다주겠다는 검은옷들의 차를 타고 떠났다.
오늘밤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것 같았다.
깨어나자 낮이든 밤이든 어두컴컴란 골목과는 천지차이인 따뜻하고 아늑한 천개첨부의 푹신푹신한 침대위였다.
옆에서는 내가 아닌 존재의 숨결이 느껴지고, 아프던 신체는 하얀붕대로 감겨있었다.
오랜만에 타인과 함께 잠든 밤이었다.
너무너무 가슴이 벅차서 어쩐지 눈물이 나올거 같았다.
참지 못하고 미움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쑤시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품속을 파고 들어갔다.
좀 더 따스함을 느끼고 싶었다.
코코로가 잠결에도 웃으며 팔로 끌어안아주자 검은고양이는 더욱 행복해졌다.
처음느끼는 감정이 생소하고 자신도 끌어안아주고 싶지만 내 팔은 저렇게 길지 않으니까.. 짧고 얇은 꼬리를 그 손목에 휘감고 마음에 충족감이 어린다.
오늘은 두려워하지도 추위에 떨지도 않고 다시 잠들 수 있을것 같다고 고양이는 다시 눈꺼풀을 닫았다.
한마리와 한명의 이인삼각 행복을 찾는 나날은 그렇게 평온 속에서 시작되었다.
하나뿐이던 동생은 그 사랑스러움과 순종적임에 이미 이 자리를 떠나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그 아이는 사랑받겠지.
사랑 받아야만 한다.
내밀어진 손들은 전부 의심스러워서 잡을 수 없었다.
한차례 데려가졌어도 금방 되돌려진적조차 있었다.
책임질 수 없다면 처음부터 기대같은거 하지 않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새카만 몸이 그들의 부모가 바라는 눈치는 아니었기에 잘못이라면 역시 상냥한 아이보다 이렇게 태어난 나일지도 모른다.
"어머, 귀여운 검은고양이씨. 기운이없는것 같네."
어슴푸레 해가 져가는데 갑자기 눈이 부시도록 환한 빛의 덩어리가 다가왔다.
날 때리던 물방울이 느껴지지 않으니 가려주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내밀어진 손등을 나는 반사적으로 긁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강렬한 빛이었다, 나같은 먼지부스러기가 닿으면 안될수록 따듯한.. 죄악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더럽히면 안될 새하얀 손등에 새빨간 작은 선이 3개, 봐봐 나는 당신에 해밖엔 되지 않았어.
어차피 또 버려질거라면 차라리 이대로 날 죽게 해줘.
혼자는 외롭지만 지켜봐지며 죽는다면 짧은 생에서도 조금 행복이란것을 가질 수 있을거같으니까.
"앗! 그런 얼굴 하면 안돼! 손을 긁어버린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는거니? 내가 성급했으니까 네 잘못이 아니야."
다시 한번 내밀어진 손에 저항할 힘은 이제 없었다.
몸에 힘이 빠져나가서 들어올리는 그 아이에게서 버둥댈 수 없이 정면으로 빛을 마주하게 되었다.
"역시 아주 귀여운 고양이씨. 하지만 웃음짓지 못하다니 안타깝구나.. 이리 오렴. 내가 널 행복하게 해줄게."
너는 착한아이니까 분명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을거야.
내가 보기엔 더욱 천사같은 아이임에도 상처입힌 나를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중요하게 안아주었다.
더러운 빗물과 돌을 맞아 생긴 상처에서 흐른 핏고름도 개의치 않고 추위에 걸쳐져있던 그 아이의 하얀 가디건에 나를 소중히 감싸서 이 어둡고 차가운 뒷골목을 걸어나간다.
꿈에도 상상해 본 적 없는 태어나서부터 저주받은 나에게로의 구원.
이런것이 행복이라는걸까 하고 힘이 없는 목소리로 너에게 물었다.
"후후.. 조금만 참아. 춥고 아팠지? 이제 그런 일은 없을거야. 외롭고 슬펐지? 항상 함께 있어줄테니까. 그러니까 고양이씨도 내 곁을 떠나지 말아야해."
그것이 유일하게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것.
다치고 볼품없는 나에게 당신이 바라는것.
"우선은 너에 몸을 치료해야겠다! 그러고나면 따뜻한 수프를 마시는거야. 고양이는.. 핫초코를 마실 수 없었던가? 아쉽네. 너랑 같이 마시는 핫초코라면 가슴 속까지 따뜻해질게 분명한데.. 후후. 그래 우유라면 괜찮구나!"
기운찬 목소리로 나아가는 한명과 한마리의 행복으로 향하는길.
기운없는 고양이의 냐옹하는 소리에 더더욱 기쁜나머지 백점프를 하려다 멈칫하는 아이.
다시 소중히 보듬어 안아 따뜻한 둘의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일이 없을 버려진 뒷골목을 한번 일별한 고양이는 잘있어의 냐옹. 기억할게의 냐옹. 또 만날 수 있다면의 냐옹을 외친다.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다치고 굶주린 고양이를 코코로는 바로 츠루마키저택으로 데리고 갔다.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먼저 들리는게 좋았을까 생각했지만 담요더미에 내려놓으려고 할 때 품속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둥대는 모습을 보면 병원에 가서도 맡기고 오기 힘들었을것이다.
눈을 뜰 힘도없는데 필사적으로 울음소리를 내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코코로는 결국 고양이를 떼어놓지 못하고 가만히 등을 쓰다듬어줬다.
"하지만.. 상처는 얼른 치료하는게 좋을것같아.. 붕대라든가 약이 필요하겠는걸?"
상처는 작았지만 아기고양이에겐 치명적으로 보였다.
더욱이 고름과 마른핏덩어리가 엉킨 검은 털은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겉으로 보기에 알 수 없었다.
어느새 옆에 놓여있던 따뜻한물에 적셔진 수건으로 살살 문질러 엉킨털을 풀어헤치면 돌멩이에 맞은듯한 찢긴 피부가 보여왔다.
얼마나 아팠을까.. 코코로는 저도 모르게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닦고 일어났다.
"외롭다면 함께 있어줄테니까. 네 상처를 치료하면 말했던대로 따뜻한 우유로 몸을 녹이고 배불리 밥도 먹은 다음에 같이 잠을 자자.. 내 침대는 아주 넓으니까 너랑 내가 누워도 충분할거야."
코를 훌쩍이며 일어서 문을 열자, 준비됐다고 말하는 검은옷의 사람들이 집에 수의사를 불러두었다고 안내해줬다.
항상 즐거운것만 찾는 코코로는 자신의 손에 미치지 않는것도 많이 있다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히어로이니까.
이번은 검은옷의 사람들이 아기고양이의 히어로인걸까?
그렇다면 다 낫고나서 인사시켜줘야지.
미소가 된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 심각한 표정의 검은옷의 사람들도 미소짓게 될테니까.
"오, 아주 작고.. 가엾은 고양이군요.. 길거리에 노출된지 한참 지난듯한데 영양실조에 스트레스에.. 상처도 곪았구요. 그리고 좀 더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어떻게 살아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많이 아프다고 수의사는 이해하지 못 한 코코로에게 간단히 말해주었다.
아마 놔주지 않았을거라는 예방주사도 놓고 상처의 엉킨털도 싹둑자른뒤 소독하고 붕대를 감는 모습을 코코로는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
즐거움을 나누려면 아픔도 같이 나눠야한다고 생각하니까.
고양이가 노력하는 모습을 곁에서 응원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게 이렇게 슬픈 일인지 코코로는 지금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고양이.. 많이 아픈거 같아.. 데려오지 않았던게 나았던걸까?"
살아간다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 몰랐다.
즐거운것들을 찾아다녀온 코코로는 찰과상이라든가 발목을 삔다든가 하는 자잘한 부상이야말로 있었지만 항상 곁에는 그걸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지치고 지쳐서 상처를 꼬매는 고통에도 울음소리 하나 못낼정도로 힘든데.
"글쎄요. 고양이의 말이라던가 마음은 모르지만. 이렇게 살려고 나으려고 노력하고 있는건 모두 버림받은 자신을 구해준 당신을 위한게 아닐까요? 그런데 그렇게 포기해버리면 이렇게 용기를 내 살아가려고 하던 아기고양이가 보답받을 수 없지 않습니까. 믿어주세요. 아픔을 딛고 일어날거라고."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수의사가 코코로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고양이에게 눈을 돌렸다.
관자노리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모습은 이 자리에서 코코로뿐만 아니라 수의사도, 저기 멀리서 업무시간이 끝났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검은옷의 사람들도 아기고양이가 살길 바라는것 같아서 코코로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자, 처치가 끝났습니다. 이제부턴 그 아이가 극복해내길 빌어야겠죠. 오랫동안 움직이지도 먹지도 못하고 죽어가길 기다렸으니까..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으려면 많은 응원이 필요해요. 소중하게 보살펴주세요."
품안에 안겨준 고양이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서 혹시 날아가버리는게 아닌지 불안해 코코로는 꼬옥 힘줘서 안으려다가 멈췄다.
약해진 고양이에게 자신의 기분을 전부 부딯치면 부스러져버릴테니까.
"응. 정말.. 소중히 아껴줄거야. 내가 미소로 만들어줄거니까!"
아까까지의 불안을 날리고 코코로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었다.
수의사는 그런 코코로를 보고 잠시 놀란 모습이었지만 이내 다행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영업이 끝난 동물병원에 갑자기 쳐들어온 정장차림의 사람들이 돈다발을 내밀었을때는 무슨 일에 휘말린것인가 걱정했었지만 돈많은 부자의 변덕같은게 아니라고 느낄 수 있었다.
유기묘를 돌보기란 어지간한 인내심과 애정으로 힘들거라서 단순하게 불쌍하단 생각으로 주운거라면 수의사로써 몇마디해야 할까 생각했지만..
"수고하셨습니다. 갑자기 데려온 사죄의 의미로 치료비는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려 나서는 수의사의 앞에 검은옷이 나타났다.
두랄루민 케이스를 들고있는걸 보면 그야말로 이 늦은 시간에 출장 수술을 한 대가로써는 충분하고고 차고 넘칠만큼 들어있겠지만..
뒤돌아본 소녀는 고양이가 아플까봐 쓰다듬지도 못하고 그 가는 손가락으로 훑듯이 고양이의 상처를 살피고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또 얼마나 고양이에게 애정을 담고있는지 보여와서 수의사는 오랜만에 멋진것을 보았다고 생각 할 수 있었다.
"아니요. 그냥 보통의 진찰비로 충분합니다. 전 고양이가 다 낫게 한것이 아니라 발판을 만들어준것 뿐이에요. 진짜로 다 나으려면 저 둘이서 노력해야겠죠. 제가 한 것은 별거 아니었습니다."
수의사는 둘의 향후에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며 데려다주겠다는 검은옷들의 차를 타고 떠났다.
오늘밤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것 같았다.
깨어나자 낮이든 밤이든 어두컴컴란 골목과는 천지차이인 따뜻하고 아늑한 천개첨부의 푹신푹신한 침대위였다.
옆에서는 내가 아닌 존재의 숨결이 느껴지고, 아프던 신체는 하얀붕대로 감겨있었다.
오랜만에 타인과 함께 잠든 밤이었다.
너무너무 가슴이 벅차서 어쩐지 눈물이 나올거 같았다.
참지 못하고 미움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쑤시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품속을 파고 들어갔다.
좀 더 따스함을 느끼고 싶었다.
코코로가 잠결에도 웃으며 팔로 끌어안아주자 검은고양이는 더욱 행복해졌다.
처음느끼는 감정이 생소하고 자신도 끌어안아주고 싶지만 내 팔은 저렇게 길지 않으니까.. 짧고 얇은 꼬리를 그 손목에 휘감고 마음에 충족감이 어린다.
오늘은 두려워하지도 추위에 떨지도 않고 다시 잠들 수 있을것 같다고 고양이는 다시 눈꺼풀을 닫았다.
한마리와 한명의 이인삼각 행복을 찾는 나날은 그렇게 평온 속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