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디바 센티넬버스-1
센티넬버스
능력있는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에서 태어난 송하나는 그 재능을 어린 나이때부터 발현하고 있었다.
S급으로 판정 받을 정도의 강력한 전력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은 센티넬들 중에서도 월등한 힘을 자랑했고 여러 가이드들이 어린 송하나의 파트너가 되길 원했다.
그런 가이드들의 반응에 처음은 기고만장했던 하나는 이내 깨닫게 된다.
능력이나 재력을 보고 다가온 이들은 무조건적인 자신의 편은 아닌것이라고..
파지직..
"..하아."
애용하던 게임기의 화면이 노이즈와 함께 새까매지는걸 보고 하나는 한숨을 쉬었다.
강력한 보스의 등장에 흥분한 자신이 흘린 조금의 전류에 고장나버린 게임기가 지금 자신의 상황과도 같아서 괜히 원망스러워진다.
전류에 튀겨졌으므로 안의 데이터의 무사를 기대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또 능력제어가 안되나요? 가이드와 접촉한지 그리 되지 않았을텐데.."
"뭐.. 원하진 않았지만 나날이 강해져가고 있으니까요.."
그나마 이 오버워치 내에서 자신을 무시하지 않는 치글러 박사의 연구실에서 게임을 했던 하나는 또 방해해버린건가 생각하면서도 사과는 하지 못했다.
다년간의 경험탓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박사에게도 향했다.
"게임기. 고장나버렸으니 윈스턴박사님께 가볼게요. 연구 수고하세요."
잘가라고 인사해주는 치글러박사를 뒤로 하고 하나는 윈스턴의 연구실로 향했다.
자주 고장내는 여러 기계들 때문에 처음엔 미안해하며 부탁하던게 지금은 일상처럼 찾아가서 부탁하기도 전에 상대가 용건을 알아차리는게 먼저가 되버렸다.
"평소보다 좀 빠르지만.. 솔저아저씨께 말해둬야겠다.."
생판남인 가이드랑 손을 잡는것도 거북한데 그것조차 효과가 미미해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다니.. 강력한 힘에 따른 패널티라도 억울한것들 투성이였다.
지금껏 발견되오지 않는 얼굴도 모르는 파트너에게 조차 원망했던게 몇년.. 지금은 이미 자신에겐 그런 상대가 없는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런 아슬아슬한 생활을 해야 하는 걸까..
"평생..일지도."
원하지도 않는 스킨쉽과 많은 양의 알약으로 아둥바둥 버티고 그런 자신을 멸시하는 다른 센티넬들의 시선을 견디며.. 몸의 폭주로 인한 처분이 먼저일지 아니면.. 자존심이란 붕대로 꽁꽁 싸놓은 정신이 문제일지.
어떤 쪽이든 점점 빨라지는 폭주의 전조는 하나의 끝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러면 안돼지.."
울적한 기분에 따라 여기저기 튀어가는 스파크를 보고 크게 고개를 저어 생각의 타레를 던져버리고 하나는 앞을 보고 걸었다.
생각해도 아무것도 자신의 바람대로 되지 않으니 꾹 참는 방법만이 늘어가고 있다고 하나는 웃어버렸다.
.
.
.
"아.. 이거 치글러박사에게 가야 할 서류인데? 왜 여기있지."
오랜만에 놀러온 자신의 은인이자 친구인 윈스턴의 연구소에서 좋아하는 홍차를 마시던 레나는 서류 뭉텅이를 이리저리 살피는 윈스턴의 행동에 눈길을 옮겼다.
어떠한 오차로 인해 앙겔라의 서류가 윈스턴에게 도착해버렸는지 윈스턴은 매우 곤란한 모습이었다.
"뭐야. 급한 서류야?"
"음. 오늘까지가 기한이네. 하아.. 이것만 마치고 가져다주러 가야겠는걸."
오랜만의 친구를 방치해야 했을 정도로 바쁜 윈스턴이 이 일로 얼마나의 시간을 허비할지 계산하고 있을 때에 그런 윈스턴을 지켜보던 레나는 좋은 생각을 했다는듯이 벌떡 일어섰다.
"그렇게 난처할거 없이 여기 해결사가 있잖아!"
안그래도 앙겔라에게도 들를 생각이었던 레나는 흔쾌히 서류를 맡기는 윈스턴의 웃는 얼굴에 흐뭇함을 느끼며 레나는 연구실 밖으로 향했다.
.
.
.
"흣...윽.."
툭..덜컥
이상한 조짐을 느꼈을때 빨리 갔어야 했는데.
후회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나빠져가는 상황과 상태가 오히려 하나의 초조함만을 늘렸다.
조절이 안되는 전류의 열전도에 의해 녹아버린 약통을 툭 떨어뜨리자 한움큼 삼키고 남은 얼마안되는 알약몇개가 바닥에 퍼졌다.
주우려고 해봤자 흘러나오는 힘에 재가 되버릴걸 알기에 하나는 어떻게든 자신의 힘을 갈무리하려고 애썼다.
없는걸 알지만 자신을 도울 사람이 와주길 바랬다.
흐르는 전류의 이상에 울리는 알람과 피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지켜보며 터질듯한 전류의 폭주를 참아내는건 지금까지 힘들고 못견디겠던 모든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나를 괴롭게 하는건 올게 왔다는 두려움에 찬 시선과 누구도 주지 않는 도움의 손길이었다.
어쩔 수 없는 끝이 다가오는 느낌이 고통을 참는 의미가 있느냐고 하나의 정신마저 깎아왔다.
이 힘을 놓아버릴까? 어차피 날 도우려는 가이드도 도울 수 있는 가이드도 없는걸..
정신과 신체의 한계가 하나를 추적해 그 후의 결과에 대해서 숙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했다.
하지만 문득 느껴지는 팔을 잡는 감촉..
"저기, 꼬마야 괜찮아?"
그건 하나의 유일한 희망이고 삶의 빛으로 다가왔다.
주위가 온통 새까만 고통속에서 하나는 유일한 빛을 끌어안았다.
누군지 모르는 타인과의 스킨쉽에 이런 안정을 얻은적은 처음이었다.
능력의 안정뿐이 아니었다.
자존심을 억지로 굽히고 살기 위해서 싫은 스킨쉽까지 감행하는데 거기에 받는 애물단지라는 시선들이 하나를 지치고 아프게 만들어왔다.
안하면 폭주하고 자신도 아프게 된다는걸 잘 알면서도 피하게 만든 그것들을 이 사람에게선 느끼지 못했다.
이 사람이야.
이 사람을 잡아야 해.
하나의 머릿속은 그 생각만으로 가득차서 당황하는 레나를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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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렌님 썰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