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그외
(코코미사카논)솔직하지못한 사람(상)
백오판다
2018. 4. 24. 15:56
현지인 밖에 모를것같은 단촐한 가게 이름만이 써진 나무 간판의 가게에 들어가면 은은한 분위기의 곡이 흐르는 바의 모습이 드러난다.
어째서 이런곳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지지만 하여튼 상대는 자신과 다르게 사람과의 교류가 능숙한 사람이니까 누군가에게 들었다던가하겠지.
바텐더 앞에 앉아 만나기로 한 사람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빈잔을 몇잔이나 두고 있는 그 사람의 옆에 앉는다.
분명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 조금 빨리 나왔는데 이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빨리 온걸까.
철저히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해도 한번도 자신보다 늦어 약속장소에 도착한걸 본 적이 없다.
"아? 왔구나 이치가야씨. 미안 기다리기 지루해서 먼저 마셨어. 어떤걸로 할래?"
"...어째서 도수높은 칵테일을 몇잔이나 마셔도 멀쩔한거야. 당신 진짜로 술꾼이네."
아하하하고 웃어 넘긴다고해도 매번 어울리는 이쪽은 술이 그렇게 강한것은 아니니까 나름 필사적이다.
오늘도 각오하고 내일 일정을 비워두고 온 것이니까 내 어울려주려는 노력에 감사해줬으면 한다.
"이야-. 술이란것은 느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역시 많이 마시면 익숙해지는걸까? 처음엔 그렇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능글거리며 또 빈잔을 하나 만들어내고선 내 주문과 함께 한잔을 더 받는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들은 적은 없지만 만날때마다의 씀씀이를 보면 나름대로 돈은 벌고 있는것 같으니까 비싼 칵테일을 물처럼 마셔도 말릴 필요는 없겠지.
안주도 하나 안시켰냐고 팔을 퍽 치고서는 대충 가게의 시그니처정도를 부탁한다.
자랑스레 써져있으니까 실패는 하지 않겠지.
무엇보다 이 상대가 고른 가게에서 실패가 있던적은 없었지만.
"이치가야씨는 도야마씨랑 잘되어가는중~?"
"하앗?! 갑자기 무슨 소리야!"
딸그랑
잔 속의 얼음을 굴리며 태연히 이쪽의 깊숙한 영역에 발을 들인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러는걸까?
본인은 무엇을 묻던 빙글빙글 주제를 돌려버리는 주제에 남의 영역을 짓이겨오니까 당하는 이쪽으로써는 분할 뿐이다.
그보다 이러한 주제를 꺼내는건 본인의 사정을 말하기 싫어하는 상대로써는 특이한 일이다.
지금까지 몇번도 은연중에 그런 소재를 꺼내려고 하면 재빨리 차단당해와서 나로는 안되는걸까 싶어 다시 꺼내지 않았었는데.
"아~. 가끔 귀찮아 죽겠지만 동거를 시작하면 많이 침착해졌고.. 그래도 가사분담을 했으면 제대로 지켜줬으면 좋겠달까 정도의 고민은 있는데."
"흐응.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네. 다행이야."
"...그러는 오쿠사와씨는 어때? 그러한 이야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꺼낸걸 보면 무언가 말할게 있는 거지?"
"아. 역시 그렇게 들렸구나."
슬쩍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기는 손짓에 무심코 눈이 가면 라이트의 빛이 반사해 반짝 빛나는 피어스가 두개.
차가운 은의 단촐한 디자인은 식어있는 평소의 오쿠사와씨와 무척 어울려서 오래 응시해버린다.
이러한 장소인데도 꾸미지 않은 복장과 크고 굳은살이 박힌 손, 무심한 표정과 자연스런 태도가 나하고는 천지차이인데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술친구같은것이 되어 있는지 모른다.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구나하고 말을 걸어왔던 처음의 오쿠사와씨는 나에게서 무엇을 본 것이겠지.
솔직하지 않은것?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적어도 오쿠사와씨는 타인과의 교제가 골칫거리라던가 요령이 없지는 않아서 솔직하지 못하다는것도 티가 나지 않는다.
거리감같은것이 느껴지는때는 자주 있지만.
"뭐. 나는 누군가랑 사귄다거나 동거하는중이란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오히려 최근 나는 그러한것 역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
"어째서? 인기있는편이잖아 오쿠사와씨. 고등학교 졸업식때 여기저기 불려가는거 봤는걸."
"그런걸 말하는게 아니란걸 알잖아. 그 아이들의 기분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꾸민 모습 밖에 보지 않은 사람이란 결국 실체를 알면 실망할 뿐 일테니까. 역시 나라도 미움받고 싶지 않으니 좋았던 기억으로 남는편이 그쪽도 이쪽도 윈윈 그렇겠지? 자, 건배-."
그런거 한번도 하지 않았었는데 느닷없이 내미는 잔에 못마땅하게 잔이 아닌 반대편 손을 주먹으로 만들어 가볍게 툭 쳤다.
정말 유쾌하게 하하하 웃는 모습이 내 최대한의 비꼼은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은 모양이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한 기분이 사라지진 않았다.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이치가아씨와 나는 많이 닮았다고 말했지만 역시 아니라고 생각했어. 오히려 정반대이니만큼 통하는게 있었던거지."
"정반대? 그런거치곤 밴드활동때 오쿠사와씨랑은 항상 의견이 일치했던거 같은데."
"결과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과정의 문제지. 더욱이 밴드활동에서의 사소한 다툼에서는 그렇게 다른 차이가 느껴지기 전 완결해버린다고 할까? 어차피 우리가 반대하든 싫던 답은 정해져있던 문제들이었잖아."
포핀파도 하로하피도 츳코미역의 우리들의 의견은 그다지 반영이 되지 않았었다.
꿈으로 향해 달리는 정열에 현실에 붙잡힌 우리들의 식은 말들은 닿기 전에 녹아버리는것 같아서 말의 반이나 도착했는지 우리는 알수없다.
"하지만 현실로서 지금 이렇게 극렬한 차이가 있지. 이치가야씨 나에게 하로하피에 대해서 묻지 않는건 왜야?"
"윽...그, 그건.. 말하고 싶지 않은게 아니야?"
"딱히. 손을 놓은건 나이니까. 다 내 잘못이지. 언제나 그랬어."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먹는 모양인 오쿠사와씨는 안주를 한입 먹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매우 지쳐보이는 얼굴이었다.
같은 고생을 나누는 사람이어도 일단 하게되면 제일 열심인 오쿠사와씨는 남에게 이런 지쳐보이는 표정을 보이는 일은 없었을텐데.
"실은 코코로와 카논씨 두명에게서 고백받았거든."
"에엑?! 뭐야. 나한테는 그런 이야기 다 털어갔으면서 왜 말 안한거야? 그래서. 사귀는건 누구?"
"아무도."
"하?"
순간 잘못들었나 하고 반문했다.
착각이 아니라면 오쿠사와씨는 분명 하로하피에 애정을 보내고 있었고 둘 중 누구를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시절 카스미의 당당한 등을 보는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을텐데.
"이게 나와 이치가야씨의 결정적 차이. 저기. 나는 도저히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없었던거야. 누가 고백했는지는 상관없었어. 누구라도 똑같았겠지."
"무슨말이야."
자신을 좋아하지 못한다던가 금시초문.
그게 나르시즘같은 의미는 아니라고 알겠지만 그럼 나는 자신을 좋아한다는거? 그렇게 자존감 충만한 사람으로 보이는걸까.
"이치가야씨의 그것은 자신이 소중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세우는 벽같은거지. 그러니까 상대가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하면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어."
손가락 두개로 톡톡톡 앞으로 걸어가는 모양을 표현한다.
의외로 행동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네.
"나의 이것은 나 자신이 너무 싫은 나머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거랄까. 그러니까 이 어두컴컴한 벽에 문같은건 없어. 그것을 누군가 깨부수면 너무 밝은 빛에 점점 더 어두운곳으로 파고들어버리는거야."
앞으로 걸어가던 사람이 올때보다 더 빨리 뒷걸음질을 하곤 움츠러든다.
"어때 이해가 됐어? 참 한심한 사람이지. 타인은 그렇다쳐도 자신도 못믿는다니 엄청난 겁쟁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야기를 다 듣고도 역시 아리사는 미사키의 말에 동의는 하지 않았다.
그도그럴게 쑥쓰러워 절대 말하진 않겠지만 상냥하고 남을 배려하며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이런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니 그런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이해하라니 바보인 카스미도 안넘어갈 소리다.
터무니없는 겁쟁이에다가 거짓말쟁이인것은 분명한 사실인거같지만.
"오쿠사와씨는 자신보다 타인이 너무 너무 소중한것뿐이야. 항상 전력으로 타인을 도우려다보니 그만 애정의 총량을 넘어서 자신에게 미치지 않은것 뿐이지. 그런걸 헌신이라고 하는거 아닐까. 말하자면 자기희생."
"하아? 그런거 제멋대로인 에고로 두명이나 상처를 준 나한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그래. 오쿠사와씨 혼자만 악역이 된다면 두명은 그대로 사이좋은 사이로 남는다는 계산이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한테 그런 거짓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당신도 말했잖아? 사고방식은 하여튼 결과는 똑같은거라고."
츠루마키 코코로의 후계자수업을 위한 해외 장기체제에 따른 하로하피 활동 동결은 한동안 떠들썩했던 이야기였다.
하로하피의 활동내용은 모두를 웃는 얼굴로이니까 하로하피 동결이라기보단 밴드활동 동결이지만-하고 가볍게 말했었던 오쿠사와씨가 생각난다.
하지만..그런가.
지금이라면 이사람이 그것에 대해서도 후회하고 있다는것도 이해된다.
하로하피가 계속됐으면 했지만 다른 멤버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자신의 기분따위 중요하지 않았던거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소중히 아껴왔던것이 사라졌으니까 홀로 고통을 감내한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하하하. 역시 이치가야씨를 속이는건 무리네. 응. 실은 말이지. 나는 아직 고백에 답을 하지 않았어. 누군가가 나에게 옳았다는 말로 등을 밀어주기를 기다렸는지도."
하지만 틀렸다고 하니까.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보도록할까.
미사키는 자신이 마신 칵테일과 안주, 지금 아리사가 마시고 있는것까지 전부 포함해도 남을 정도의 돈을 두고선 먼저 가버렸다.
가끔 매정하게 떠나버리는것도 곤란할때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비슷한 사람끼리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할거란걸 알기 때문이겠지.
하아.. 아리사는 괜히 안주를 뒤섰다가 남은 술을 원샷하고 일어섰다.
친구도 없이 이런곳은 미사키라면 괜찮고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괜히 초조해지기만 했다.
"그야 갑자기 눈이 멀것 같은 빛이 펼쳐지면 도망가고싶겠지. 하지만 등을 돌렸다가도 서서히 익숙해지면 직시할 수 있는거 아냐? 일부러인지 아니면 생각을 못한건지......분명 일부러겠군."
정말 솔직하지 못한 친구였다.
아리사는 픽하고 웃은 다음 일찍 자리를 떠난 친구 대신 지긋지긋한 인연의 동거인을 전화로 호출하기로 했다.
어째서 이런곳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지지만 하여튼 상대는 자신과 다르게 사람과의 교류가 능숙한 사람이니까 누군가에게 들었다던가하겠지.
바텐더 앞에 앉아 만나기로 한 사람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빈잔을 몇잔이나 두고 있는 그 사람의 옆에 앉는다.
분명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 조금 빨리 나왔는데 이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빨리 온걸까.
철저히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해도 한번도 자신보다 늦어 약속장소에 도착한걸 본 적이 없다.
"아? 왔구나 이치가야씨. 미안 기다리기 지루해서 먼저 마셨어. 어떤걸로 할래?"
"...어째서 도수높은 칵테일을 몇잔이나 마셔도 멀쩔한거야. 당신 진짜로 술꾼이네."
아하하하고 웃어 넘긴다고해도 매번 어울리는 이쪽은 술이 그렇게 강한것은 아니니까 나름 필사적이다.
오늘도 각오하고 내일 일정을 비워두고 온 것이니까 내 어울려주려는 노력에 감사해줬으면 한다.
"이야-. 술이란것은 느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역시 많이 마시면 익숙해지는걸까? 처음엔 그렇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능글거리며 또 빈잔을 하나 만들어내고선 내 주문과 함께 한잔을 더 받는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들은 적은 없지만 만날때마다의 씀씀이를 보면 나름대로 돈은 벌고 있는것 같으니까 비싼 칵테일을 물처럼 마셔도 말릴 필요는 없겠지.
안주도 하나 안시켰냐고 팔을 퍽 치고서는 대충 가게의 시그니처정도를 부탁한다.
자랑스레 써져있으니까 실패는 하지 않겠지.
무엇보다 이 상대가 고른 가게에서 실패가 있던적은 없었지만.
"이치가야씨는 도야마씨랑 잘되어가는중~?"
"하앗?! 갑자기 무슨 소리야!"
딸그랑
잔 속의 얼음을 굴리며 태연히 이쪽의 깊숙한 영역에 발을 들인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러는걸까?
본인은 무엇을 묻던 빙글빙글 주제를 돌려버리는 주제에 남의 영역을 짓이겨오니까 당하는 이쪽으로써는 분할 뿐이다.
그보다 이러한 주제를 꺼내는건 본인의 사정을 말하기 싫어하는 상대로써는 특이한 일이다.
지금까지 몇번도 은연중에 그런 소재를 꺼내려고 하면 재빨리 차단당해와서 나로는 안되는걸까 싶어 다시 꺼내지 않았었는데.
"아~. 가끔 귀찮아 죽겠지만 동거를 시작하면 많이 침착해졌고.. 그래도 가사분담을 했으면 제대로 지켜줬으면 좋겠달까 정도의 고민은 있는데."
"흐응.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네. 다행이야."
"...그러는 오쿠사와씨는 어때? 그러한 이야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꺼낸걸 보면 무언가 말할게 있는 거지?"
"아. 역시 그렇게 들렸구나."
슬쩍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기는 손짓에 무심코 눈이 가면 라이트의 빛이 반사해 반짝 빛나는 피어스가 두개.
차가운 은의 단촐한 디자인은 식어있는 평소의 오쿠사와씨와 무척 어울려서 오래 응시해버린다.
이러한 장소인데도 꾸미지 않은 복장과 크고 굳은살이 박힌 손, 무심한 표정과 자연스런 태도가 나하고는 천지차이인데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술친구같은것이 되어 있는지 모른다.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구나하고 말을 걸어왔던 처음의 오쿠사와씨는 나에게서 무엇을 본 것이겠지.
솔직하지 않은것?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적어도 오쿠사와씨는 타인과의 교제가 골칫거리라던가 요령이 없지는 않아서 솔직하지 못하다는것도 티가 나지 않는다.
거리감같은것이 느껴지는때는 자주 있지만.
"뭐. 나는 누군가랑 사귄다거나 동거하는중이란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오히려 최근 나는 그러한것 역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
"어째서? 인기있는편이잖아 오쿠사와씨. 고등학교 졸업식때 여기저기 불려가는거 봤는걸."
"그런걸 말하는게 아니란걸 알잖아. 그 아이들의 기분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꾸민 모습 밖에 보지 않은 사람이란 결국 실체를 알면 실망할 뿐 일테니까. 역시 나라도 미움받고 싶지 않으니 좋았던 기억으로 남는편이 그쪽도 이쪽도 윈윈 그렇겠지? 자, 건배-."
그런거 한번도 하지 않았었는데 느닷없이 내미는 잔에 못마땅하게 잔이 아닌 반대편 손을 주먹으로 만들어 가볍게 툭 쳤다.
정말 유쾌하게 하하하 웃는 모습이 내 최대한의 비꼼은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은 모양이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한 기분이 사라지진 않았다.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이치가아씨와 나는 많이 닮았다고 말했지만 역시 아니라고 생각했어. 오히려 정반대이니만큼 통하는게 있었던거지."
"정반대? 그런거치곤 밴드활동때 오쿠사와씨랑은 항상 의견이 일치했던거 같은데."
"결과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과정의 문제지. 더욱이 밴드활동에서의 사소한 다툼에서는 그렇게 다른 차이가 느껴지기 전 완결해버린다고 할까? 어차피 우리가 반대하든 싫던 답은 정해져있던 문제들이었잖아."
포핀파도 하로하피도 츳코미역의 우리들의 의견은 그다지 반영이 되지 않았었다.
꿈으로 향해 달리는 정열에 현실에 붙잡힌 우리들의 식은 말들은 닿기 전에 녹아버리는것 같아서 말의 반이나 도착했는지 우리는 알수없다.
"하지만 현실로서 지금 이렇게 극렬한 차이가 있지. 이치가야씨 나에게 하로하피에 대해서 묻지 않는건 왜야?"
"윽...그, 그건.. 말하고 싶지 않은게 아니야?"
"딱히. 손을 놓은건 나이니까. 다 내 잘못이지. 언제나 그랬어."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먹는 모양인 오쿠사와씨는 안주를 한입 먹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매우 지쳐보이는 얼굴이었다.
같은 고생을 나누는 사람이어도 일단 하게되면 제일 열심인 오쿠사와씨는 남에게 이런 지쳐보이는 표정을 보이는 일은 없었을텐데.
"실은 코코로와 카논씨 두명에게서 고백받았거든."
"에엑?! 뭐야. 나한테는 그런 이야기 다 털어갔으면서 왜 말 안한거야? 그래서. 사귀는건 누구?"
"아무도."
"하?"
순간 잘못들었나 하고 반문했다.
착각이 아니라면 오쿠사와씨는 분명 하로하피에 애정을 보내고 있었고 둘 중 누구를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시절 카스미의 당당한 등을 보는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을텐데.
"이게 나와 이치가야씨의 결정적 차이. 저기. 나는 도저히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없었던거야. 누가 고백했는지는 상관없었어. 누구라도 똑같았겠지."
"무슨말이야."
자신을 좋아하지 못한다던가 금시초문.
그게 나르시즘같은 의미는 아니라고 알겠지만 그럼 나는 자신을 좋아한다는거? 그렇게 자존감 충만한 사람으로 보이는걸까.
"이치가야씨의 그것은 자신이 소중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세우는 벽같은거지. 그러니까 상대가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하면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어."
손가락 두개로 톡톡톡 앞으로 걸어가는 모양을 표현한다.
의외로 행동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네.
"나의 이것은 나 자신이 너무 싫은 나머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거랄까. 그러니까 이 어두컴컴한 벽에 문같은건 없어. 그것을 누군가 깨부수면 너무 밝은 빛에 점점 더 어두운곳으로 파고들어버리는거야."
앞으로 걸어가던 사람이 올때보다 더 빨리 뒷걸음질을 하곤 움츠러든다.
"어때 이해가 됐어? 참 한심한 사람이지. 타인은 그렇다쳐도 자신도 못믿는다니 엄청난 겁쟁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야기를 다 듣고도 역시 아리사는 미사키의 말에 동의는 하지 않았다.
그도그럴게 쑥쓰러워 절대 말하진 않겠지만 상냥하고 남을 배려하며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이런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니 그런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이해하라니 바보인 카스미도 안넘어갈 소리다.
터무니없는 겁쟁이에다가 거짓말쟁이인것은 분명한 사실인거같지만.
"오쿠사와씨는 자신보다 타인이 너무 너무 소중한것뿐이야. 항상 전력으로 타인을 도우려다보니 그만 애정의 총량을 넘어서 자신에게 미치지 않은것 뿐이지. 그런걸 헌신이라고 하는거 아닐까. 말하자면 자기희생."
"하아? 그런거 제멋대로인 에고로 두명이나 상처를 준 나한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그래. 오쿠사와씨 혼자만 악역이 된다면 두명은 그대로 사이좋은 사이로 남는다는 계산이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한테 그런 거짓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당신도 말했잖아? 사고방식은 하여튼 결과는 똑같은거라고."
츠루마키 코코로의 후계자수업을 위한 해외 장기체제에 따른 하로하피 활동 동결은 한동안 떠들썩했던 이야기였다.
하로하피의 활동내용은 모두를 웃는 얼굴로이니까 하로하피 동결이라기보단 밴드활동 동결이지만-하고 가볍게 말했었던 오쿠사와씨가 생각난다.
하지만..그런가.
지금이라면 이사람이 그것에 대해서도 후회하고 있다는것도 이해된다.
하로하피가 계속됐으면 했지만 다른 멤버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자신의 기분따위 중요하지 않았던거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소중히 아껴왔던것이 사라졌으니까 홀로 고통을 감내한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하하하. 역시 이치가야씨를 속이는건 무리네. 응. 실은 말이지. 나는 아직 고백에 답을 하지 않았어. 누군가가 나에게 옳았다는 말로 등을 밀어주기를 기다렸는지도."
하지만 틀렸다고 하니까.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보도록할까.
미사키는 자신이 마신 칵테일과 안주, 지금 아리사가 마시고 있는것까지 전부 포함해도 남을 정도의 돈을 두고선 먼저 가버렸다.
가끔 매정하게 떠나버리는것도 곤란할때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비슷한 사람끼리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할거란걸 알기 때문이겠지.
하아.. 아리사는 괜히 안주를 뒤섰다가 남은 술을 원샷하고 일어섰다.
친구도 없이 이런곳은 미사키라면 괜찮고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괜히 초조해지기만 했다.
"그야 갑자기 눈이 멀것 같은 빛이 펼쳐지면 도망가고싶겠지. 하지만 등을 돌렸다가도 서서히 익숙해지면 직시할 수 있는거 아냐? 일부러인지 아니면 생각을 못한건지......분명 일부러겠군."
정말 솔직하지 못한 친구였다.
아리사는 픽하고 웃은 다음 일찍 자리를 떠난 친구 대신 지긋지긋한 인연의 동거인을 전화로 호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