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ㅁㅅㅋㅋ
(미사코코)솔직하지 못한 사람(하)
백오판다
2018. 4. 26. 18:23
밖의 시원한 공기에 접하니 못알아챘지만 꽤 술기운이 도는 모양이다.
미사키는 화끈한 양 볼에 차가운 손을 데어보곤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이런 밤에 전화하는건 예의가 아닐테지만 코코로는 그런거 신경쓸 인물이 아닐테니까. 애초에 새벽에도 갑자기 악상이 떠올랐다고 전화해오는 녀석인데 이 기분이 식기전 말하지 않으면 안될거같은 겁쟁이의 필사적임 정도는 봐줄것이다.
"미사키?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미사키로부터 전화라니 즐거운 일이라도 있었던걸까."
고백 이후로 상당히 오랜시간 듣지 못한 코코로의 달콤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
술기운에 뿌얘진 머리가 강한 자극에 조금 각성하는것 같았다.
언제나 여러가지로 파괴력 강한 아가씨로군.
"지금, 그곳으로 가도 돼?"
"흐음.. 이런 시간에 만나자니 미사키치고는 대담한 결정이네. 무슨 용건일까?"
안그런척 며칠동안 무시당한대에 대해서 화가 나 있는것 같았다.
거기에 대해서는 자신도 잘못했다고 생각하니까 아무 말 못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사람치고 나름 노력해서 답을 내렸으니 공주님의 어전에 발을 들이는것 정도는 평탄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여기서 코코로의 허가가 내리지 않으면 몰래 침입할 수 있을정도로 츠루마키가의 방범은 허술하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검은옷이 자신을 지켜볼지 모른다.
코코로가 없는 스키장에서까지 갑자기 나타난 옛날의 추억을 떠올려보곤 미사키는 고개를 떨궜다.
"겁쟁이 나름의 답을 내왔달까.. 오늘 한정의 솔직함이니까요. 네-.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말하지 못하는건 용서해주길 바라는데."
"그다지 칭찬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미사키가 노력했으니 들어주도록할까! 기대하고 있을게."
뚝
명확히 오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거절당하지 않은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해도 상관없을것이다.
뭐, 관대한 코코로는 술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도 보듬어 줄 사람으로.. 조금 불만은 있어도 용서해줄거라고는 알고 있었다.
잔뜩 폼을 잡아봐야 의미없는 상대에게 다가서기 위해서 아량에 기대야하는 볼품없는 모습에 자책해도 시간낭비이다.
언제나 휘둘리는걸로 충분하지 않는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애걸해야하는게 슬프지만 이것이 코코로와 나의 관계로 언제나 손을 잡혀 리드해주는 코코로가 처음 나에게 관계의 줄을 맡긴게 이번의 일.
서툴러도 시간이 걸려도 이해해준다고 믿고있다.
언제봐도 압도될 정도로 큰 저택에 택시를 타고 도착하자 검은옷의 사람이 마중을 나와있었다.
택시비정도 내가 내려고했지만 어서 가기나 하라는 무언의 압력.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도망가는 내가 나쁘지만 뭔가 취급이 매우 아프다.
하지만 며칠동안이나 코코로에게 연락이 없었던 나 때문에 상당히 곤란했을테니까 이런 처우에도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코코로가 집에 쳐들어오지 않은것도 이 사람들이 막아준게 아닐까?
깊게 생각하지 말자, 어쩌면 카논씨와 코코로 두명을 앞에 세우고 선택을 강요받았을지도 몰랐다는건.
그런짓을 당하면 선택은 커녕 도망가기 바빴을테니까.
"안녕. 코코로."
"안녕. 지각쟁이씨. 고등학교때로부터 정말 변함이 없구나."
"아~. 그러니까 그때는 지각이 아니라..아니, 이제는 알고있잖아. 나 꽤나 열심히었다고?"
미셸에 들어가 있는게 나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이제 대부분 없다.
하구미랄까 아직도 장난이라고 여기는것 같은 면이 있었지만 확실하게 부정하는것도 아니고 미군이 그렇다면 그렇겠지라고 말하니까 더이상 설명하는 의미가 없어 보였고 카오루씨에 대해선 탈을 벗었을때 타올을 가져다줄 정도가 되었으니까.
코코로는.
코코로는 나에게 탈을 덮어 씌운 장본인이면서 가차없이 벗긴 사람이다.
이제 적당히 고집부리는것도 그만두라며 오늘은 준비된 가면은 없다며 라이브 직전에 들었을때는 절망에도 가까운 기분을 느꼈었다.
이제까지 어리광을 들어준건 너잖아. 지금 이대로도 좋지 않아? 어째서 그렇게 내치는것 같은 말을 하는거야?"
하지만 나는 무대에 나가는것보다 모두가 나에게 실망하는게 더 무서워서 배신감을 안고도 무대에 올랐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이라면 안다.
편한길에 안착하려는 나를 코코로가 내버려두고 즐거운일만 생각 할 수 있었는데도 옳은 길로 이끌려고 해준거란것을.
언제라도 코코로는 나에게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제시해준다.
그게 때로는 독선적이고 파격적이지만 결국 모두는 결과로 코코로가 옳았다고 가르키니까 항상 부정만 했던 나는 코코로라는 신이 말하는것을 믿지 못한 배은망덕한 신자일까.
이번일도 두명이 고백해서 나는 선택하지 못했다고 남에게 책임을 미뤘지만 카논씨가 고백을 했을때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도망갈길부터 찾았었다.
그때 코코로가 고백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진지하게 상대의 생각을 하진 않았겠지.
"늦은시간의 방문에 술냄새까지, 오늘의 미사키는 응석쟁이네. 술래잡기는 만족할만큼 즐겼어?"
"응. 정말 충분할만큼. 하지만 시간오버.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됐으니까. 이제 끝으로 하기로 했어. 뭐, 너무 도망쳐서 한소리 들었지만 말이야."
"그럼, 대답을 들을 수 있는것일까?"
공사다망한 츠루마키의 후계자는 내일 아침도 일찍부터 일이 있는지 벌써 얇은 잠옷차림으로 천개첨부의 침대에 걸터앉아서 이쪽을 보았다.
술에 취한 내 눈의 착각이 아니라면 살짝 붉힌 뺨은 긴장의 증거일까?
가끔 사람이 아닌 신성한 무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긴장이라거나 불안하다는 감정을 볼 수 없었는데 이럴때에 그런 표정이라니 취한 감정에 맡겨 기분을 내뱉으려던 입이 저절로 닫혀버렸다.
"미사키? 나는 충분히 기다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걸까?"
스륵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거리가 가까워진다.
코코로 특유의 녹을것같은 목소리와 달콤한 향기가 가까워져서 무심코 뒤로 물러날뻔 했다.
하지만 이 아가씨는 도망가는것은 쫓아가고 싶어하는 맹수같은 성미를 가졌으므로 그런짓을 했다가는 붙잡혀서 거짓없는 진심을 떨어놓을때까지 강요받을것이다.
...저 얇은 차림으로 그런짓을 당했다간 안그래도 술에 취해서 약해진 이성이 버텨줄지 어떨지.. 나는 아직 검은옷의 사람들 손에 죽고 싶지는 않았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달라구.."
"흐음.. 미사키는 시간을 주면 줄수록 말하지 못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기다려주는 이쪽이 슬슬 한계야."
"...알겠습니다..."
일단 그 자리에서 멈춰준것같지만 기분탓인지 코코로의 숨결이 느껴지는것 같은 착각마져 일으켜진다.
이성을 부서뜨려 본심을 내뱉으려고 알코올을 복용한것은 악수였을지도, 랄까 이제와서지만 실컷 도망간 끝에 술김에 말한다니 최악이잖아.
그래도 용서해줄거란 믿음이 있으니까 코코로는 정말 포용력이 넓네.
어쩌다가 나같은 사람에게 빠진지 모르겠다는 정도 이 사람은 한결같이 애정이 깊다.
이치가야씨..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한테 그런 말까지해준 우정은 감사하지만 역시 나는 이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게 아닐까하고 이때까지도 생각하고 있어.
믿어준건 고맙지만 아마 평생을 그런 감정에 묶여서 살데 될까?
그도그럴게 내 눈에는 이렇게도 빛나는 햇살같은 사람인걸. 눈이 멀지 않는게 다행이지.
미사키는 무언가 말하려던 입을 꾸욱 다물고선 한발자국을 내딛었다.
저기서 다가온만큼 이쪽에서도 가지않으면 공평하지 않다던가 하는 온갖이유를 담아서 거리를 줄인다.
등을 밀어준 친구의 마음을 무시하는거냐는 이유를 담아서 또 한발자국 옮긴다.
누군가의 마음을 밟아 넘어 나의 기분을 관철하려고 하면서 이정도도 못하겠냐는 오기를 부려 또 거리를 줄였을때는 이제, 착각이 아니라 정말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오늘의 미사키는 상당히 용기가 있는 사람이네. 기다린 보람이 있는것 같아서 기뻐!"
"여기저기서의 차용물이지만.. 조금은 성장한걸까..코코로."
탁
두손을 코코로의 가녀린 어깨위에 올리면 여기저기 굳은살이 박힌 울퉁불퉁한 손과의 대비에 움찔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을 알아챘는지 코코로가 한쪽 손을 살포시 그 위에 올려 꽉 잡아주었다.
용기가 없으면 내가 주겠다였던가..
"저..저기....그러니까. 나 이런거 처음이고 자신없지만.. 연기로 했던 것도 혹평밖에 못들었지만.. 솔직히 어울리지 않는다고할지.."
"미사키. 쓸데없는 말이 많아. 미사키의 본심이란 그렇게 이것저것 섞여있지 않잖아. 그런 슬픈 말들 말고 좀 더 즐거운 기분이 있겠지?"
자학에 가까운 검은 기분투성이의 말들이 쌓여 점점 갈피를 못찾게 되어가던 기분에 철퇴를 가한다.
도망도 적당히. 단호한 코코로의 태도에 깊게 심호흡을 했다.
"좋아해. 나, 아직도 솔직히 내가 코코로에게 어울린다고 생각 할 수 없지만 코코로의 옆에 있고 싶어. 카논씨에겐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감정을 우선하고 싶어."
"우후후. 겨우 솔직해질 수 있었네. 아직. 조금 부족한것 같지만 충분히 노력했으니 상을 줄게!"
단호한 표정에서 일변, 꽃이 피는것 같이 활짝 웃음지은 코코로는 조금 남은 거리를 확 줄이도록 다가오면 당황해서 꼼짝도 못하는 미사키를 껴안아왔다.
확 체온이 오르는것 같은 느낌과 함께 달라붙은 코코로를 떼어내려고 하면 훅 귓가에 숨을 불어넣어져 손에 힘이 빠져서 그대로 매달린 모양새가 되었다.
디제잉이라던가 피어스라던가 멋을 부리고 있지만 아직도 미사키는 누군가의 마음을 받기엔 버거워서 이렇게 가까운 거리가 된 일은 아직껏 없었다.
사람과의 접촉은 이렇게도 초저하고 안절부절하데 되는 기분인가? 꾹 감은 눈꺼풀을 코코로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슬쩍 훑어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어 떼어내곤 번뜩 눈을 뜨고 떨어져달라고 외치려고했다.
"좀 떨어...읍?! ...욱.."
들러붙어오는 부드러운 입술만 아니었으면 외칠 수 있었겠지만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미사키는 코코로가 팔을 붙잡아 당기는대로 끌려가는 수 밖에 없었다.
힘은 자신이 더 강했던것 같은데 속절없이 끌려가는것이 고등학교시절 추억을 되살리는것 같았다.
아니아니 그보다 이대로 가면..!
털썩
"자, 그럼 미사키. 여기서부터는 내가 리드해주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지?"
정말.. 코코로에게 거짓말을 하려고 하다니 어차피 끝까지 숨긴다던가 도망간다던가 할 수 있을리도 없었는데.
고민한 내가 바보같다고 생각하면서 미사키는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외면해왔던 달콤함 꿈에 저속해졌다.
예외)
"미안-. 이치가야씨, 좀 늦었어."
"네가 늦다니 처음아니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아니..그게....참. 코코로가 안놔주질뭐야. 어제 밤도 늦게 잤는데. 아침부터 기운이 넘친단 말이야? 체력바보랑 다르게 나는 평범하게 허리라던가도 아프다는데.."
"푸왁! 그런 이야기 함부로 꺼내지 말라고!!"
"뭐야. 그런 쑥맥같은 반응... 둘이 동거한지도 오래됐잖아..어..어라? 왜이리 얼굴이 빨개..설마 정말..?"
"그래! 뭐가 잘못됐냐! 너네가 빠른거라고 너네가!"
"미안미안. 잘못했어. 그래그래.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여기 또 있었지. 내가 잊고 있었네."
"크윽..도와주지 말았어야했는데!"
미사키는 화끈한 양 볼에 차가운 손을 데어보곤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이런 밤에 전화하는건 예의가 아닐테지만 코코로는 그런거 신경쓸 인물이 아닐테니까. 애초에 새벽에도 갑자기 악상이 떠올랐다고 전화해오는 녀석인데 이 기분이 식기전 말하지 않으면 안될거같은 겁쟁이의 필사적임 정도는 봐줄것이다.
"미사키?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미사키로부터 전화라니 즐거운 일이라도 있었던걸까."
고백 이후로 상당히 오랜시간 듣지 못한 코코로의 달콤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
술기운에 뿌얘진 머리가 강한 자극에 조금 각성하는것 같았다.
언제나 여러가지로 파괴력 강한 아가씨로군.
"지금, 그곳으로 가도 돼?"
"흐음.. 이런 시간에 만나자니 미사키치고는 대담한 결정이네. 무슨 용건일까?"
안그런척 며칠동안 무시당한대에 대해서 화가 나 있는것 같았다.
거기에 대해서는 자신도 잘못했다고 생각하니까 아무 말 못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사람치고 나름 노력해서 답을 내렸으니 공주님의 어전에 발을 들이는것 정도는 평탄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여기서 코코로의 허가가 내리지 않으면 몰래 침입할 수 있을정도로 츠루마키가의 방범은 허술하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검은옷이 자신을 지켜볼지 모른다.
코코로가 없는 스키장에서까지 갑자기 나타난 옛날의 추억을 떠올려보곤 미사키는 고개를 떨궜다.
"겁쟁이 나름의 답을 내왔달까.. 오늘 한정의 솔직함이니까요. 네-.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말하지 못하는건 용서해주길 바라는데."
"그다지 칭찬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미사키가 노력했으니 들어주도록할까! 기대하고 있을게."
뚝
명확히 오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거절당하지 않은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해도 상관없을것이다.
뭐, 관대한 코코로는 술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도 보듬어 줄 사람으로.. 조금 불만은 있어도 용서해줄거라고는 알고 있었다.
잔뜩 폼을 잡아봐야 의미없는 상대에게 다가서기 위해서 아량에 기대야하는 볼품없는 모습에 자책해도 시간낭비이다.
언제나 휘둘리는걸로 충분하지 않는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애걸해야하는게 슬프지만 이것이 코코로와 나의 관계로 언제나 손을 잡혀 리드해주는 코코로가 처음 나에게 관계의 줄을 맡긴게 이번의 일.
서툴러도 시간이 걸려도 이해해준다고 믿고있다.
언제봐도 압도될 정도로 큰 저택에 택시를 타고 도착하자 검은옷의 사람이 마중을 나와있었다.
택시비정도 내가 내려고했지만 어서 가기나 하라는 무언의 압력.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도망가는 내가 나쁘지만 뭔가 취급이 매우 아프다.
하지만 며칠동안이나 코코로에게 연락이 없었던 나 때문에 상당히 곤란했을테니까 이런 처우에도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코코로가 집에 쳐들어오지 않은것도 이 사람들이 막아준게 아닐까?
깊게 생각하지 말자, 어쩌면 카논씨와 코코로 두명을 앞에 세우고 선택을 강요받았을지도 몰랐다는건.
그런짓을 당하면 선택은 커녕 도망가기 바빴을테니까.
"안녕. 코코로."
"안녕. 지각쟁이씨. 고등학교때로부터 정말 변함이 없구나."
"아~. 그러니까 그때는 지각이 아니라..아니, 이제는 알고있잖아. 나 꽤나 열심히었다고?"
미셸에 들어가 있는게 나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이제 대부분 없다.
하구미랄까 아직도 장난이라고 여기는것 같은 면이 있었지만 확실하게 부정하는것도 아니고 미군이 그렇다면 그렇겠지라고 말하니까 더이상 설명하는 의미가 없어 보였고 카오루씨에 대해선 탈을 벗었을때 타올을 가져다줄 정도가 되었으니까.
코코로는.
코코로는 나에게 탈을 덮어 씌운 장본인이면서 가차없이 벗긴 사람이다.
이제 적당히 고집부리는것도 그만두라며 오늘은 준비된 가면은 없다며 라이브 직전에 들었을때는 절망에도 가까운 기분을 느꼈었다.
이제까지 어리광을 들어준건 너잖아. 지금 이대로도 좋지 않아? 어째서 그렇게 내치는것 같은 말을 하는거야?"
하지만 나는 무대에 나가는것보다 모두가 나에게 실망하는게 더 무서워서 배신감을 안고도 무대에 올랐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이라면 안다.
편한길에 안착하려는 나를 코코로가 내버려두고 즐거운일만 생각 할 수 있었는데도 옳은 길로 이끌려고 해준거란것을.
언제라도 코코로는 나에게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제시해준다.
그게 때로는 독선적이고 파격적이지만 결국 모두는 결과로 코코로가 옳았다고 가르키니까 항상 부정만 했던 나는 코코로라는 신이 말하는것을 믿지 못한 배은망덕한 신자일까.
이번일도 두명이 고백해서 나는 선택하지 못했다고 남에게 책임을 미뤘지만 카논씨가 고백을 했을때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도망갈길부터 찾았었다.
그때 코코로가 고백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진지하게 상대의 생각을 하진 않았겠지.
"늦은시간의 방문에 술냄새까지, 오늘의 미사키는 응석쟁이네. 술래잡기는 만족할만큼 즐겼어?"
"응. 정말 충분할만큼. 하지만 시간오버.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됐으니까. 이제 끝으로 하기로 했어. 뭐, 너무 도망쳐서 한소리 들었지만 말이야."
"그럼, 대답을 들을 수 있는것일까?"
공사다망한 츠루마키의 후계자는 내일 아침도 일찍부터 일이 있는지 벌써 얇은 잠옷차림으로 천개첨부의 침대에 걸터앉아서 이쪽을 보았다.
술에 취한 내 눈의 착각이 아니라면 살짝 붉힌 뺨은 긴장의 증거일까?
가끔 사람이 아닌 신성한 무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긴장이라거나 불안하다는 감정을 볼 수 없었는데 이럴때에 그런 표정이라니 취한 감정에 맡겨 기분을 내뱉으려던 입이 저절로 닫혀버렸다.
"미사키? 나는 충분히 기다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걸까?"
스륵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거리가 가까워진다.
코코로 특유의 녹을것같은 목소리와 달콤한 향기가 가까워져서 무심코 뒤로 물러날뻔 했다.
하지만 이 아가씨는 도망가는것은 쫓아가고 싶어하는 맹수같은 성미를 가졌으므로 그런짓을 했다가는 붙잡혀서 거짓없는 진심을 떨어놓을때까지 강요받을것이다.
...저 얇은 차림으로 그런짓을 당했다간 안그래도 술에 취해서 약해진 이성이 버텨줄지 어떨지.. 나는 아직 검은옷의 사람들 손에 죽고 싶지는 않았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달라구.."
"흐음.. 미사키는 시간을 주면 줄수록 말하지 못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기다려주는 이쪽이 슬슬 한계야."
"...알겠습니다..."
일단 그 자리에서 멈춰준것같지만 기분탓인지 코코로의 숨결이 느껴지는것 같은 착각마져 일으켜진다.
이성을 부서뜨려 본심을 내뱉으려고 알코올을 복용한것은 악수였을지도, 랄까 이제와서지만 실컷 도망간 끝에 술김에 말한다니 최악이잖아.
그래도 용서해줄거란 믿음이 있으니까 코코로는 정말 포용력이 넓네.
어쩌다가 나같은 사람에게 빠진지 모르겠다는 정도 이 사람은 한결같이 애정이 깊다.
이치가야씨..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한테 그런 말까지해준 우정은 감사하지만 역시 나는 이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게 아닐까하고 이때까지도 생각하고 있어.
믿어준건 고맙지만 아마 평생을 그런 감정에 묶여서 살데 될까?
그도그럴게 내 눈에는 이렇게도 빛나는 햇살같은 사람인걸. 눈이 멀지 않는게 다행이지.
미사키는 무언가 말하려던 입을 꾸욱 다물고선 한발자국을 내딛었다.
저기서 다가온만큼 이쪽에서도 가지않으면 공평하지 않다던가 하는 온갖이유를 담아서 거리를 줄인다.
등을 밀어준 친구의 마음을 무시하는거냐는 이유를 담아서 또 한발자국 옮긴다.
누군가의 마음을 밟아 넘어 나의 기분을 관철하려고 하면서 이정도도 못하겠냐는 오기를 부려 또 거리를 줄였을때는 이제, 착각이 아니라 정말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오늘의 미사키는 상당히 용기가 있는 사람이네. 기다린 보람이 있는것 같아서 기뻐!"
"여기저기서의 차용물이지만.. 조금은 성장한걸까..코코로."
탁
두손을 코코로의 가녀린 어깨위에 올리면 여기저기 굳은살이 박힌 울퉁불퉁한 손과의 대비에 움찔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을 알아챘는지 코코로가 한쪽 손을 살포시 그 위에 올려 꽉 잡아주었다.
용기가 없으면 내가 주겠다였던가..
"저..저기....그러니까. 나 이런거 처음이고 자신없지만.. 연기로 했던 것도 혹평밖에 못들었지만.. 솔직히 어울리지 않는다고할지.."
"미사키. 쓸데없는 말이 많아. 미사키의 본심이란 그렇게 이것저것 섞여있지 않잖아. 그런 슬픈 말들 말고 좀 더 즐거운 기분이 있겠지?"
자학에 가까운 검은 기분투성이의 말들이 쌓여 점점 갈피를 못찾게 되어가던 기분에 철퇴를 가한다.
도망도 적당히. 단호한 코코로의 태도에 깊게 심호흡을 했다.
"좋아해. 나, 아직도 솔직히 내가 코코로에게 어울린다고 생각 할 수 없지만 코코로의 옆에 있고 싶어. 카논씨에겐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감정을 우선하고 싶어."
"우후후. 겨우 솔직해질 수 있었네. 아직. 조금 부족한것 같지만 충분히 노력했으니 상을 줄게!"
단호한 표정에서 일변, 꽃이 피는것 같이 활짝 웃음지은 코코로는 조금 남은 거리를 확 줄이도록 다가오면 당황해서 꼼짝도 못하는 미사키를 껴안아왔다.
확 체온이 오르는것 같은 느낌과 함께 달라붙은 코코로를 떼어내려고 하면 훅 귓가에 숨을 불어넣어져 손에 힘이 빠져서 그대로 매달린 모양새가 되었다.
디제잉이라던가 피어스라던가 멋을 부리고 있지만 아직도 미사키는 누군가의 마음을 받기엔 버거워서 이렇게 가까운 거리가 된 일은 아직껏 없었다.
사람과의 접촉은 이렇게도 초저하고 안절부절하데 되는 기분인가? 꾹 감은 눈꺼풀을 코코로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슬쩍 훑어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어 떼어내곤 번뜩 눈을 뜨고 떨어져달라고 외치려고했다.
"좀 떨어...읍?! ...욱.."
들러붙어오는 부드러운 입술만 아니었으면 외칠 수 있었겠지만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미사키는 코코로가 팔을 붙잡아 당기는대로 끌려가는 수 밖에 없었다.
힘은 자신이 더 강했던것 같은데 속절없이 끌려가는것이 고등학교시절 추억을 되살리는것 같았다.
아니아니 그보다 이대로 가면..!
털썩
"자, 그럼 미사키. 여기서부터는 내가 리드해주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지?"
정말.. 코코로에게 거짓말을 하려고 하다니 어차피 끝까지 숨긴다던가 도망간다던가 할 수 있을리도 없었는데.
고민한 내가 바보같다고 생각하면서 미사키는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외면해왔던 달콤함 꿈에 저속해졌다.
예외)
"미안-. 이치가야씨, 좀 늦었어."
"네가 늦다니 처음아니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아니..그게....참. 코코로가 안놔주질뭐야. 어제 밤도 늦게 잤는데. 아침부터 기운이 넘친단 말이야? 체력바보랑 다르게 나는 평범하게 허리라던가도 아프다는데.."
"푸왁! 그런 이야기 함부로 꺼내지 말라고!!"
"뭐야. 그런 쑥맥같은 반응... 둘이 동거한지도 오래됐잖아..어..어라? 왜이리 얼굴이 빨개..설마 정말..?"
"그래! 뭐가 잘못됐냐! 너네가 빠른거라고 너네가!"
"미안미안. 잘못했어. 그래그래.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여기 또 있었지. 내가 잊고 있었네."
"크윽..도와주지 말았어야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