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ㅁㅅㅋㅋ
(미사코코)도피처에서 되돌아보는길-5
백오판다
2018. 5. 9. 22:12
세상은 전부 특별하고 모두 1등이라고 생각해왔다.
미셸도 하구미도 카논도 카오루도 미사키도 다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걸, 다른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야.
누구든 히어로가 될 수 있어.
모두 웃는 세상을 만들 수 있어.
하지만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라고 너는 동경하는 얼굴로 포기하고 있었으니까.
너를 웃는 얼굴로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숙여서 둥글어진 등에 비해 곧은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네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냉정하고 차가운 사실로 다가와서 그만 잊어버리고 싶어졌어.
잘못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어.
내가 이름을 잊을 때마다 아픈 얼굴을 하는걸 알고 있어.
누구나가 공평하게 특별하다면서 어째서 너에게만은 억지을 부리고 싶은 걸까.
네가 아니라도 괜찮다면 곰인형 속에 누가 들어있든 신경쓰지 않아도 될텐데.
하지만 아무도 이런 기분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으니까 나는 당신이 가르쳐주기를 기다릴뿐.
"모두가 특별하다면 사실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은거 아니야?"
방과후 억지로 어울리게 한 즐거운것을 찾는 모험의 끝에 지쳐서 강둑에 들어앉아버린 네가 그런 말을 했을때.
나는 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지금이 너무 즐거워서 왜 즐거운지 이유 따위는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앞으로도 즐거울거라고 의심치 않았으니까.
"하지만 모두가 히어로인걸. 특별하지 않은건 없잖아?"
내가 그렇게 대답했을때 노을이 비치는 강물을 응시하는 네 얼굴은 역광으로 보이지 않아서.
나는 분명히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즐거우니 당신도 즐거울거라고 생각했는걸.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항상 눈썹을 찡그리며 살풋 웃는 얼굴이 이제는 당신 나름의 힘껏인 웃음이라고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안심하고 뛰쳐나갈 수 있다는걸 당신은 알고 있겠지.
왜냐하면 언제든 내가 모르는걸 알려주는 마법사이니까.
"그래,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구나. 꼭 나일 필요는 없겠지.."
"응? 미사키, 방금 무슨 말을 했어?"
강둑을 따라 스산한 가을 바람이 불어 네 말을 가려버렸을때에 내가 좀 더 뒤를 돌아볼줄 알았다면 잃기 전에 손을 잡을 수 있었을텐데.
"아무것도 아니야. 슬슬 저녁 날씨도 추워지네. 이제 슬슬 집에 가자, 코코로."
"응! 미사키! 저기까지 달리기경주 하자!"
"아,아. 정말.. 난 안뛸거니까."
거절하는 당신의 말에도 불구하고 뛰쳐나가는 나를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고민도 하지 않았다.
늦어도 따라와줄거라고 의심치 않았으니까.
졸업식과 함께 뚝 끊긴 연락에도 당신이 어디선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다시 만날 날은 정해져있으니까 나는 다음의 즐거운것을 찾을 뿐.
"좋아! 다음의 곡은 이런식으로 하자! 미사키는 언제쯤 연락해줄까? 라이브를 위해서 신곡을 만들어야하는데."
종이 위에는 색색깔의 크레파스로 그려진 곰인형의 당신과 웃는 얼굴의 나.
여러가지 즐거운것들과 반짝반짝 예쁘고 귀여운것들.
저절로 솟아오르는 행복감에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얼른 들려주고 싶은데.
그런데 어째서 와주지 않는 거야?
녹음된 허밍과 방치된 종이로 만들어진 이제는 어떤 마음으로 불렀는지 기억이 안나는 곡을 받아들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당신을 생각해.
당신이 빠진 회의에서 모두가 의욕에 넘쳐 생각해낸 평소라면 반대에 무너졌을 화려한 연출도 순조롭게 준비된 라이브의 무대도.
전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게 된것은 왜일까?
분명 그렇게 즐거운 기분으로 달려가던 길이 지금은 어떻게 보였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저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아스팔트의 아지랑이, 구름 한점 없는 여름날의 햇볕도 특별함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서 그제서야 나는 특별이 무엇인지 알아채버렸어.
"인형옷을 입는 사람은 어디로 가버린거야?"
괴롭고 슬퍼서 가슴이 쓰라려서 다시 이름을 잊어버렸어.
분명 방과후에 당신이 양모펠트를 할때 떨어뜨린 바늘이 내 심장을 찔러버린거야.
하지만 선물할 상대를 생각하며 소중히 한땀 한땀 노력하는 당신의 고요한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으니까 없어져버린 지금에서야 눈치채버린거야.
그러니까 이것은 이런 위험한것을 방치한 당신에게로의 짖궃음.
빨리 돌아와서 없애주지 않으면 겨우 기억했던 이름을 영원히 다시 잊어버릴지도 모른다구?
"오쿠사와님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없어도 내 주위는 너무나도 순조롭게 풀려가.
라이브의 당일에도 나타나지 않은 당신에 한마디도 말하지 않는 미셸이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경종을 치는것 같았어.
슬픈 얼굴의 카논도 필사적으로 대기실을 뒤지는 하구미도 모두가 모르는걸 알아챈듯이 조용히 고개를 숙인 카오루조차도 눈에 들어오지 않은채 다음 라이브의 일정이라고 쓰인 종이를 건내는 미셸의 폭신한 손을 거부해버리고 말았어.
"아..아. 미셸, 미안해.."
괜찮다는듯 손사레를 치는 미셸의 얼굴은 여전히 웃는표정에서 전혀 바뀌지 않아서 무서워졌어.
카논의 울것같은 얼굴도, 하구미의 숙인 고개도, 뒤돌아버린 카오루의 등도 직시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서, 무서워서 손을 올려 쓸어본 내 얼굴은 흐르는 눈물로 질척질척 젖어있었어.
세상 모두를 웃는 얼굴로 만들자고 했을때 질릴때까지 어울려준다고 했었잖아.
나라면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당신은 말했었지만 웃음으로 만들수있는 방법을 모르는걸.
"웃음을 잃었을때..어떻게 해야 하더라..?"
나는 당신에게 항상 겁쟁이라고 했지만 특별이란것이 이렇게 중요하다고 알았다면 잃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이해했을지도 몰랐는데.
특별이 가장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세상이 온통 반짝반짝 빛나서 눈이 부셔 잃어버릴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나에게 가장 특별한것이 이미 나를 떠나버렸다는것을.
진로에 대해서 물을때조차 당연히 같은곳을 향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하구미의 걱정에 찬 메시지도 확인하지 않은채 어둑한 방의 천개로 가린 침대위에서 무엇을 잘못했을까 몇번이고 회상한다.
"같이 가자고 했을때 알았다고 대답해줬었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나는 잘못하고 있었던거지."
배개 옆의 미셸 양모펠트 인형이 아직도 모르겠냐는듯 비웃는 얼굴로 보여서 침대 밖으로 던져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을때 항상 내게 가르쳐주던 사람은 자신이 떠나는 이유는 알려주지 않아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나의 억지로 이 방에서 함께 잠들때조차 떠난다는 기색은 하나도 없이 정말 행복한 웃음을 보여줬었는데.
당신은 겁쟁이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이유를 붙여서 내 옆을 떠나지 않았었는데.
"억지로 미셸을 입게 한것이 힘들었어?"
하지만 이제는 미셸도 중요하다고 말해줬잖아.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게 싫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부르는걸. 아, 지금은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네.
"제발.. 알려줘. 어떻게하면 돌아오는거야?"
무릎을 굽히고 등을 말고 팔로 감싸 안아 세상과 단절하고 자문자답을 반복해도 답은 발견되지 않고 더이상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채 시간만이 흘러간다.
침대 아래로 떨어져 굴러가 옆으로 쓰러져있는 미셸 인형의 텅빈 눈동자가 자꾸 나를 책망하는것 같았다.
인형옷을 입는 사람은 걱정이 많으니까 내가 이렇게 될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렇다면 이것은 벌인건가?
내가 반성하면, 무언가를 고치면 돌아와주는건가.
"아가씨, 오쿠사와님을 찾는것은 그만두라는 당주님의 전언입니다."
"하지만 아직 인형옷을 입는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어. 츠루마키의 힘이라면 그정도는 간단하겠지?"
"...오쿠사와님은 돌아오시지 않을 겁니다."
그순간 나는 알아채버렸어.
당신은 돌아오지 않는게 아니라 돌아오지 못하는거라고.
그리고 아마 쫓아버린것은 검은옷과 아버님.
나로는 맞서지 못 할 거대한 벽에 마주쳐버린거 같아서 일순간 굳었지만 드디어 답을 찾아낸거 같아서 정말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어.
장애물이라던가 실패라던가 전부 헤쳐나갈 수 있다고 줄곧 생각해왔는걸.
그것이 이번엔 타인이 아닌 내 앞에 나타났을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캄캄한 길에 다시 별이 반짝이며 비추는것 같았다.
조금씩 이어받아가던 사업들은 한동안 방안에서 나가지도 않았던 사이에 전부 원위치, 다시 신뢰를 얻는 과정은 힘들테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다시 노력해서 미사키가 떠나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마련하면 그때는..
"미사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않을테니까."
그때까지만 내 옆에 없는걸 용서해줄게.
다른곳에는 신경도 쓸 수 없을 만큼 바쁜 매일이 지나갔다.
지금도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는 미사키를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되찾아야 한다는 초조함에 주변을 신경 쓸 시간도 없었다.
세상을 모두 웃음으로 만들자던 꿈도 특별함을 알아채기도 전에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것에 비어버린 가슴이 너무 아파서 스스로조차 웃음으로 될 수 없게 되자 빛을 잃었다.
단하나 눈앞에 보이는 길을 걸으면서 방해가 되는건 하나씩 옆으로 치우고 버려버린다.
조금씩 가벼워지는 발걸음이 미사키에게 가까워져서 나머지 한걸음의 전에서 돌아올 미사키를 위한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걸 생각해냈다.
장애물이 없어졌어도 내가 바라는건 미사키가 다시는 내 옆을 떠나지 않을 확신이니까.
"코코로짱. 하로하피를 부활시키고 싶다는건 다들 찬성할것 같지만.. 미셸은 어떻게 할거야?"
"물론 미셸은 하로하피에서 떼어놓을 수 없어! 미사키는 돌아올거니까."
이미 변질된 하로하피의 존재이유를 알지 못하는 카논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물어왔다.
하로하피를 위해 미셸이 필요한게 아닌 미셸을 위해 하로하피가 필요하다고 하면 카논은 어떤 얼굴을 하는 걸까?
겁쟁이인 미사키는 여전히 가면을 쓰고 DJ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을때, 아직 미사키가 나와의 추억을 소중히 아끼고 있다는걸 알았으니까 나는 미사키가 바라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구석으로 치워버린 하로하피를 부활시키기로 했던 것이다.
"미사키짱 돌아오는거야?! 좋은소식이네. 모두에게 알려야할까!"
미사키가 비행기표를 예매할때까지 간접적으로 유도하는건 꽤 힘든 일이었지만 미사키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봉투를 건네자 미사키가 일하는 펍의 매니저는 꽤 흔쾌히 받아들여줬다.
나는 미사키가 없으면 안돼는데 미사키는 내가 없어도 이렇게 주위에 소중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니 속상했지만 어차피 곧 미사키는 내 옆에 있게 될테니까.
웃으며 언제나 어딘가 어두운 얼굴을 할때의 미사키가 걱정됐다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따끔따끔 타오르는것 같은 이름모를 감정을 느낀다.
그래봤자 미사키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공연히 외치고 싶어졌다.
"하지만 미사키, 솔직하지 않으니까 지금의 하로하피를 보면 무서워져 도망가버릴지도 몰라. 카논에게는 의지하는것 같으니까 부탁해도 될까?"
확신을 가지고 싶어진다.
미사키가 정말로 내 옆을 떠나지 않을거라는 보장을 받고 싶다.
이때까지 눈을 피했던 미사키는 내가 싫어서 떠났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피어오른다.
어째서 날 떠나서도 넌 그렇게 웃을 수 있어?
"응! 얼마든지. 고민상담 정도밖에 못하겠지만.."
"미사키는 나에게는 그런 이야기 하지 않으니까. 카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구?"
절대 너는 나에게 고민이나 스스로의 기분같은걸 말해주지 않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말 할 수 있다는것도 거슬린다.
너에게 다른 특별이 있다는게 못견딜정도로 거무칙칙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나는 점점 더 쌓아갈수 밖에 없다.
"그런데 미셸이 미사키라는거 사실 코코로짱은 알고 있었구나. 지금까지 미사키에게 모르는척 한 이유가 뭐야?"
"흐음.. 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해?"
"후에에.. 미사키짱이 미셸을 벗으면.. 하로하피에서 떠나버릴지도 몰라서..? 부끄러움이 많기도 하고, 미셸이 아니라면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미셸이 아니게 되면 미사키는 하로하피에 남지 않았을거라는 카논의 말이 계속 떠돈다.
보고 싶지 않았던것들을 알게되는 느낌이 달갑지 않았다.
그것도 미사키의 말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에서 알게되는 내가 모르는 너의 이야기는 더더욱.
하로하피의 마지막 라이브 이후 지금까지도 방치되어있는 미셸의 방이 생각난다.
아무도 들어가게 하지 않았지만 나도 들어갈 수 없었던채로 과거에 머물러있을 여러가지 추억들이 포르말린 절임같이 생기없이 박제되어 있을 방은 하로하피를 부활시키기로 한 지금도 들어가보지 않았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럼, 카논 잘부탁할게!"
미셸의 방을 열었을때 거기에 남아있는걸 보고 내가 어떤 기분을 느낄지 알고 싶지 않았다.
미사키가 떠나버리는 결과를 만든 과거를 직시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미사키와 함께였던 추억이 담긴 과거를 잊고 싶지도 않아서 결국 한켠에 꼭꼭 숨겨버렸다.
"그래! 좋은 생각이 났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거야. 잘못됐던것을 처음부터 새로 바꿔서 새로운 결말을 쓰자."
브레멘에 도착하기 전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버린 동물들을 끌어모아서 다시 브레멘으로 떠나는거야!
잘못된 선택도 어쩔 수 없는 현실도 지금은 전부 없애버릴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미사키도 자책하던 카논도 엉엉 울던 하구미도 아무말 없이 사라진 카오루도 웃게 되겠지.
그리고 네가 돌아온다면 다시 나는 세상 모두를 미소로 만들자는 꿈을 다시 믿을 수 있게 될거야.
그러면 다시 모두가 행복했던, 네가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을 해도 언제나 내 뒤를 따라와주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어.
내가 질릴때까지 어울려주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이번에야말로 지켜줄거지?
하지만 하구미를 만나 분노하고 카논을 만나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인형옷을 입는 사람은 여전히 내 즐거운 계획은 전부 반대할것같아.
내가 인형옷을 입는 사람을 붙잡고 싶은 이유는 특별함 딱 한가지인데 인형옷을 입는 사람이 날 떠나고 싶은 이유는 저렇게 한가득이라니 너무너무 아파서 숨을 쉬지 못할것 같았어.
"미안해. 미사키."
그렇지만 단 한가지의 이유가 지금 내 삶의 전부이니까 상냥한 미사키는 용서해줄거지?
언제나 그래왔듯이 난처해하는 웃음으로 결국엔 허락해줄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