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ㅁㅅㅋㅋ
(미사코코)도피처에서 되돌아보는길-8(완결)
백오판다
2018. 5. 20. 17:24
미사키는 내가 얼마나 심한짓을 했는지 들려주고 싶었던걸까?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감정이 담긴 노래에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자책이 담겨있었다.
잘못한것은 나인데. 어째서 그렇게 스스로에게 채찍을 치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이런 공주님 주인공은 늦게 등장한다지만 오지 않는줄 알고 마중을 나갈뻔 했군. 손수건 필요하니?"
화려함 가면을 쓴 괴도 하로하피.. 아니, 이제와서 속아줄 필요는 없으니까.
가면을 쓴 카오루가 나타났다.
"필요없어. 그보다 공주님의 제안을 걷어찬 괴도씨는 여기에 무슨 볼일로?"
카논 다음으로 찾아간 카오루는 하로하피를 부활시키자는 이야기에는 기뻐했지만 미셸도 다시 돌아올거라는 말에 표정을 굳히고 바로 거절당했었다.
분명 카오루도 미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엇이 마음에 안들었던걸까.
"무대를 내려가 역할을 벗은 연기자에게 연기하기를 강요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 끝난 역할을 붙잡아 다음의 연기에 영향을 주는것도 그리 좋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미사키에게 미셸을 다시 덮어씌우는게 싫었다는거야? 카오루도 미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미셸은 아직도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미사키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가지 붙잡고 싶지는 않으니까. 너무 오래 의지하기만 했으니 이번에는 내가 도움이 되려고 생각한거야."
돌연 왕자님같은 말투를 벗어던지고 이쪽을 바라보는 카오루는 가면으로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어떤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것 같았다.
"왕자역할은 그만둔지 한참 되었어. 더이상 나에게 가면은 필요하지 않으니까. 코코로 인정해. 모두가 과거에 돌아가기엔 이미 많이 변해버렸다는걸."
"어째서? 다들 그렇게 하로하피를 그리워했는데. 미사키가 떠났다는걸 알았을때는 슬퍼하면서 찾으러 다녔는데. 왜 같이 있을 수 있는 방법을 포기하라는거야?"
"포기하라는게 아니야. 미사키를 믿으라는거지. 미사키가 코코로와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을 믿어줘. 미사키는 떠나고 싶어서 떠난게 아니니까 그런 억지스런 방법이 아니라도 코코로와 함께 있을거야."
아무 확증도 없는 꿈같은 이야기를 하는 카오루는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것 같았다.
하지만 카오루는 카페에서의 미사키가 나와 함께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를 울면서 털어놓던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저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반짝반짝을 가르쳐준다던 미사키가 들려준 곡은 나로 인해서 상처받아 자책하는 스스로의 모습.. 도저히 내 옆에 남아줄거라고 생각할 수 없다.
"미사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듣지도 않은 카오루는 모르잖아. 미사키는 여전히 겁이 많고 나는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는것 말고는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 아직도 가면 속에 숨어서 설득하려는 카오루와 같지."
작사와 작곡을 하는 실력은 전에 비해서 늘었더라도, 그것을 자발적으로 하게 됐더라도 여전히 관중의 앞에서는 가면을 쓰는 미사키와 상대의 사정보다 옆에 있고 싶은 기분이 앞서서 수갑을 채워 가둔 나.
시간이 지났어도 바뀌지 않은 부분이 똑같은 결말을 부를까봐 무서웠다.
"흠.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이런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특정하려고 한다면 연기자에게 언제까지나 속을 수 밖에 없어. 코코로는 특별함을 알아버려 잃는게 두려워진 나머지 상대의 진심을 보는 능력은 잃어버렸구나."
음악이 절정에 치다르고 괴도 하로하피는 스스로의 망토를 펄럭여 눈 앞을 가린다.
슬쩍 망토를 들어올리고 있는 손의 반대쪽의 손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화려한 괴도의 가면을 벗는다.
"처음부터 이 괴도의 가면에 의지 할 생각은 없었어. 옛날의 코코로라면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는 단순한 연기. 기사님의 활약을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한 광대의 놀음이지. 우리는 이제.. 과거에 남아있을 수는 없어."
손을 휙 내림과 동시에 걷히는 망토자락 너머로 어느새 끝난 노랫소리를 알아챔과 동시에 미카엘의 가면을 벗어던진 미사키와 시선이 마주쳤다.
떠나버린 미사키를 다시 찾아냈을때 형태는 다르지만 너도 나와 같이 예전의 우리의 사이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하게 했던 마지막 고리가 부수어졌다.
미사키는 이미 과거의 나와 어떤 연결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어째서.. 미사키도 웃어주게 되었었잖아. 소중한게 아니었어?"
눈물이 한방울씩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미사키를 다시 옆으로 데리고 오도록 노력해왔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이제 미사키에게 나는 필요없는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떠돈다.
그리고 사실 미사키가 떠났던것은 전부 나에게서, 미셸에게서, 하로하피에서 벗어나고 싶었던게 아닐까하고 생각하면 울음을 멈출수가 없다.
"..기사님에게 혼나겠군. 코코로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서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때는 그러지 못했지만 지금의 코코로는 듣고 싶은거지? 미사키가 왜 떠났고 어째서 그대로 평온한 관계에 머물지 않았는지. 그렇다면 외면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도록하자."
이곳을 달려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도망칠 힘도 남지 않아서 그대로 털썩 자리에 앉아버렸다.
어차피 도망가도 그곳에 미사키가 없다면 아무것도 색을 가지지않은 회색빛의 풍경만이 펼쳐질테니 적어도 남은 짧은 시간만큼은 더 미사키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했다.
조명 아래의 미사키는 긴장에 떨리고있지만 결심에 굳은 눈은 겨울하늘처럼 맑게 이쪽을 보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 잊어버리는것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전해져왔다.
가면을 벗은 얼굴에 닿는 공기가 열을 식혀준다.
관중들의 시선이 직접적으로 느껴져서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처음으로 아무것도 덮어쓰지 않고 올라간 무대위에서 이 넓은 공간에 나 혼자만 있는거같은 기분은 조금 쓸쓸하지만 후련했다.
아직도 나에게서 시선을 떼어놓지 못하는 코코로는 어딘가 상처받은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아직 서 있다.
"안녕하세요. 아무 가면도 인형탈도 쓰지 않고 무대 위에 서는건 처음 있는 일이라 떨리네요. 미셸이자 미카엘인 오쿠사와 미사키라고 합니다."
이때까지 한번도 밝혀지지 않았던 미셸 속의 사람이 공개된것은 꽤 충격적인 일이었는지 미셸의 이름이 혼란스러운 관중 속에서 몇번씩 튀어나온다.
역시 아직도 미셸은 사랑받고 있었던거 같다.
"언제나 모두의 미셸이었지만 죄송합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서 스스로를 들어낸것은 이번 곡은 오직 단 한사람을 위해서 만든 노래이기 때문이에요. 미셸이나 미카엘로써가 아니라 오쿠사와 미사키가 츠루마키 코코로에게 전하고 싶은 감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의외로 시원스럽게 나온 말들에 덤덤하게 움직이는 자신이 믿을 수가 없었다.
줄곧 고등학교때부터 어제까지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얼굴을 들어내고 무대위에 서는 행동을 할 용기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나보다 더 겁을 먹은 코코로의 얼굴을 보면 이상하게 망설임없이 행동 할 수 있었다.
코코로는 본인의 이름이 내 입에서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더더욱 움츠러들었다.
과거의 코코로와 과거의 내가 지금 이 광경을 봤다면 믿을 수 없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와버렸다.
나와 코코로가 바뀌어버렸다면 이곡으로 코코로는 웃는 얼굴을 되찾을 수 밖에 없을테니까.
아무런 꾸밈도 없이 내가 보고 느낀것들의 아름다움을 서술하는듯한 노래는 직전의 노래를 들은 후라면 놀랄 정도로 같은 사람의 노래치고는 담겨있는 감정이 명확히 달랐다.
지치고 지쳐서 그래도 사랑하기에 널 향한 원망도 나 자신에게 돌려 자학하는 비참한 감정과 달리 세상을 여행하며 모든것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노래는 그럼에도 옆에 네가 없다는 그리움과 이 모두와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의 사랑을 네게서 느낀다는 내용이 담겨져있어서 내 감정을 가감없이 상대에게 전하는 러브송이었다.
줄곧 이 노래를 전할 기회는 영원히 없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묻어서 잊힐때까지 꺼내려고 했지만 코코로가 웃는얼굴이 되는데 필요하다면 부끄러워도 말해야한다고 이번만큼은 내가 용기를 내야한다고 다짐했다.
일생일대의 내 전부를 담은 사랑의 세레나데에 드디어 말 할 수 있었다는 충족감에 가슴이 벅찼다.
화려한 음도 기교도 없는 노래였지만 오늘 라이브에서 제일 큰 박수를 받고 앵콜요청을 받았지만 급히 사과의 말을 남긴 후에 자리를 떠났다.
내가 라이브를 한 이유인 코코로를 만나기 위해서 달렸다.
내 안에서 제일 반짝반짝한 소중한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숨이 차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
코코로가 이 노래를 듣고 이 자리에 남아있지 않을거라고 나는 이미 알고있었다.
옛날의 겁쟁이인 내가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때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한 기분도 믿을 수 없어서 도망쳐버리고는 한다.
혹시 이게 진실이 아니라던가 잃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가지는걸 두려워해버리니까.
나도 그랬으니까 알수있었다.
몇년을 떨어져 지내고서야 너도 나와 같이 두려움이라던가 걱정, 후회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걸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나도 과거의 너처럼 무모함과 용기, 상대를 웃는 얼굴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걸 깨달았다.
네가 모르겠다면 전부 가르쳐줄게 그러니까 너도 내가 모르는걸 가르쳐줘.
지금이라면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어떠한 보증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했다.
"오쿠사와님 아가씨께서 부르고 계십니다."
대문의 초인종을 누르자 나를 도망치게 해주려던 검은옷의 사람이 마중을 나왔다.
다행히 짤리지도 않았고 감봉같은 처벌도 받지 않았나보다.
"저희는 사실.. 아가씨도 오쿠사와님도 믿지 못했던거 같군요. 두분도 고등학교때의 당장 무너질것 같던 어린아이가 아니게 되었는데도.. 과한 참견이었습니다. 아가씨를 잘부탁드립니다."
코코로의 방문 앞에서 허리까지 숙여 인사하는 검은옷의 사람은 일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리 두명을 걱정해줬던거겠지.
그야말로 자신이 딸같이 소중히 여기는 아가씨의 명령을 배반할 정도로 생각해줬던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이 사람 역시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억지로 미셸을 뒤집어 씌웠을때는 확실히 아가씨의 분부대로 나를 강제했겠지만 필요이상으로 업그레이드 되던 미셸에는 나에대한 걱정과 배려가 묻어나왔었다.
나도 마주 인사하고 방문을 열었다.
방안에서는 여전히 코코로에게서도 나는 달콤한 향기가 흐르고 있어서 예전에는 그렇게도 안절부절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안심이 되어서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내가 수갑에 묶였던 천개가 달린 침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숨지도 도망치지도 못하는 그 모습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지만 가까이 가면 불나방처럼 타오를까봐 겁을 먹은 옛날의 나.
그리고 그런 코코로를 알고 있어도 망설임없이 걸어서 그 공간에 비집고 들어가는나는 옛날의 너.
마주한 얼굴은 열기가 느껴질정도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미사키는 바보야.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앞에서 저런 정열적인 고백을 할 수 있어? 나 당황해서 부끄러워서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어."
삐진거처럼 고개를 휙 돌리고 코코로가 말했다.
다시 이름으로 불러주는게 기뻐서 무심코 소리를 내 웃어버리면 이쪽을 째려봤다.
정말 스스로도 무서울정도로 코코로가 귀여워보여서 무심코 놀리고 싶어져버린다.
"하지만 전부 내 본심이니까. 코코로가 말했었잖아? 스스로에게 거짓말하는건 그만두라고. 해보니까 엄청 후련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무엇보다 지금 코코로의 그 얼굴을 보면 잘했다고 나를 칭찬하고 싶은데."
"미사키 오늘따라 심술쟁이같아. 하지만 모두 용서해줄게."
그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매달려있었다.
활짝 웃는 얼굴에 눈물은 어울리지 않아서 무심결에 다가간 나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쓸어 닦아버렸다.
"그런데 왜 울고 있는거야? 이제 아무것도 문제될게 없는데. 나도 코코로를 사랑하고 코코로도 이제 그 마음을 알아챈거잖아."
주변의 사정도 전부 이미 코코로가 처리해버려서 남은것은 해피엔딩으로 걸어가는길 뿐인데.
진심으로 웃는 얼굴이 되었어도 여전히 코코로는 울고있었다.
"특별한것이 생기는게 이렇게 괴로운일이라고 미사키는 먼저 알고있었던거야? 미사키의 라이브, 사랑이 곧바로 전해져서 마음이 따끈해졌으니까 용서할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면 미사키 떠나버리는거잖아."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의 방울마다 곤혹한 내 얼굴이 맺힌다.
나와 코코로는 서로에 대해서 이해하면서 너무나도 닮아버린것 같았다.
특별한게 생겨서 잃는것부터 생각해버리다니 전의 코코로라면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럼 변해버린 나도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말을 꺼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코로. 나는 아직 미국에 남기고 온 일들이 있어서 바로 돌아올 수 없으니까. 이번은 코코로가 나를 따라와. 그리고 내가 코코로와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풍경들을 전부 같이 보러가자.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서 다음은 세상의 모두에게 알려주는거야."
벌써 성인이 되버린 나와 코코로에게는 터무니없는 옛날이야기 같은 말을 나는 있는 힘껏 웃으면서 말했다.
코코로는 깜짝 놀라서 할 말도 잃고 멍해졌지만 눈물은 잦아들었다.
"세상은 넓고 우리가 웃는 얼굴로 만들어야 할 사람들은 정말 많으니까 어쩌면 평생 세상을 웃는 얼굴로 만드는 활동은 끝나지 않겠지. 그러면 코코로도 나도 언제까지나 손을 잡고 그 길을 걸어야할거야. 가끔 이렇게 불안해지거나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때도 있을 수 있어."
점점 빗나가서 결국 떨어져나가고서야 뒤돌아본 우리는 그제서야 서로를 마주 봤지만 또다시 엇나갈수도 있다.
단단히 마주잡은 손이 무슨 일을 계기로 놓게될 줄 알수없다.
"하지만 그럴때는 다시 이렇게 노래를 불러줄게. 코코로도 콧노래든 그림이든 좋으니까 너의 기분을 알려주는거야. 한번했던 일이니까 또 한번 더라도 할 수 있겠지. 뭐.. 그래도 다음은 다른 사람들을 말려들게 하지 않는 정도로만 하자.."
아직도 한마디도 말하지 않는 코코로를 보며 하하..마른 웃음을 흘린다.
전력으로 생각해낸 방법이지만 수갑으로 묶어두고 싶을 정도로 두려워했던 코코로에게는 만족하지 못할 수단인지도 모른다.
"좋은 생각이야 미사키! 몇년동안 전혀 떠오르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콧노래가 나올것 같아. 하지만 나는 전할 수단이 없으니까 미사키가 또 곡으로 만들어줄거지?"
벌떡 일어나서 내 손을 붙잡은 코코로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어느새 대기하고 있던 검은옷의 사람에게 녹음기와 종이의 준비를 시켰다.
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데 필요할때에 그곳에 있는 검은옷의 사람에게서 그리움을 느꼈다.
무슨 곡을 만들까 신이나서 이것저것 나에게 말해오는 코코로도 슬픈 기분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졌는지 예전의 그때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전과 확실히 다르다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제는 억지로 팔을 잡아끄는게 아니라 꽉 마주잡은 손을 재촉하듯 이끌어간다.
"하아.. 그렇게 급하게 하지 않아도 같이 미국에 가주려는거지? 그러면 오늘은 조금 쉬게해줬으면 좋겠는데.."
어제 뛰어다니며 교섭하고 오늘은 처음으로 본모습을 나타내고 라이브를 했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자 단번에 몰려오는 피로감에 당장이라도 자버리고 싶었다.
"물론 미사키의 정열적인 프로포즈는 감동적이었어. 그러니까 이 기쁨을 결혼식장에서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으니까! 시간에 맞추려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어!"
"하아?! 결혼식! 처음듣는 이야기인데 그거!"
갑자기 코코로의 입에서 나오는 청천벽력의 소식에 깜짝놀라 지친 다리의 힘이 풀릴뻔 했다.
"하지만 미사키.. 불안할때도 이해하기 힘든때도 서로 의지하면서 세상의 모두를 웃는 얼굴로 만들자고 했잖아. 그건 결혼하자는 말이 아니었어?"
의아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츠루마키 코코로씨에게 돌려줄 말이 없었다.
결혼을 생각한적 없지만 들어보면 확실히 부부사이를 명시하는 말과 같았다.
하여튼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평생을 이야기한다는건.. 음. 당황했지만 싫다고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않는것은 나도 코코로와 닮아 많이 바뀌어버린것 같았다.
"미사키는 언제나 내가 웃을 수 있는 마법같은 계획을 가져와주는구나. 역시 마법사인게 틀림없어! 미사키는 내일 돌아가야하고 나도 당주의 일이 있어서 당장은 안돼지만 미사키의 소중한 말을 거절할 생각은 없으니까. 같이 결혼식을 계획해보자!"
"네에네에. 그래도 너무 이상한 계획은 할 수 없으니까 실현가능한걸로 부탁해. 수중결혼식이라든가 덧없는 결혼식같은거 말고 그냥 행복한 결혼식이었으면 좋겠는데.."
검은옷이 가져온 새하얀 종이에 즐겁고 행복한 웃는얼굴 투성이의 미래를 그려넣는 코코로를 보면서 나도 쓴웃음으로 어떻게 이뤄줄지 고민한다.
우리는 바뀌었지만 서로 손을 마주잡고 다시 앞으로 걸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