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ㅁㅅㅋㅋ
(미사코코)안식처에서 마주잡은손-1
백오판다
2018. 5. 22. 15:24
1.
커튼 사이로 비치는 아침햇살에 눈을 뜨니 보이는 별빛을 머금은듯한 머리카락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서 깜짝 놀란다.
천개가 달린 침대도 조금 싫은 기억이 있는 침대의 기둥이나 고급스런 가구들도 쓸 때마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라고 생각하지만 평생을 이 아가씨에게 잡힌 몸으로써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보드라운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서려고 몸을 돌리려는데 가는 팔이 배에 돌려져 다시 침대로 이끌었다.
"코코로 오늘 카논씨랑 하구미, 카오루씨가 오기로 했잖아. 잊어버린건 아니지?"
미국에서 돌아온지 며칠되지 않았지만 하로하피의 활동재개을 위한 라이브의 준비를 시작하기로 했다.
기다려준 팬들이나 걱정시킨 걸즈밴드파티 멤버들을 위해서도 성실히 노력하기로 마음속으로 다짐했는데 리더인 코코로는 오늘 아침을 즐기고 싶으신 모양이다.
스멀스멀 올라온 손이 배를 매만지는것이 심상치않았다.
행복을 주는만큼 배로 돌려주고 싶어하는 코코로가 어제밤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잠든것을 경계했어야 했는데 같이 밤을 샌 만큼 나도 졸린 바람에 눈치채지 못했다.
"후후후. 미사키. 약속은 오후잖아.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않아?"
순식간에 침대에 푹 깔려버린 태세는 키를 추월당해버린 지금은 코코로인데도 위압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게다가 이글이글 불타는 사자와 같은 맹수의 눈이 이대로 놓칠 마음이 없다는것을 보여주고있었다.
결혼식을 하고 미국에서 같이 동거하는 동안 배려해야 하는 부분과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나름 파악한 코코로는 내 적절한 한계선을 정의한 이후로는 상당히 가감이 없어졌다.
지금조차 안된다고 말리기는 하지만 정맣 싫은 기분은 아니란걸 알면서 하는것이니까 이길 수가 없다.
"그래도 연습이 있으니까..읏.. 적당히 하고 끝내야해."
말하는 도중에도 집요하게 배를 문지르는 손이 얄미웠다.
아무래도 대학생이 된 후 운동이나 아르바이트, 여행과 같은 액티브한 활동을 많이해서인지 단련이 된 몸이 코코로의 기호에 맞았는지 이런때가 아니라도 스킨쉽은 많은 편이었다.
그래도 감질날 정도로 계속 배만 만지작되는건 처음에 거절하려던 말에 삐졌던걸까.
"언제나 내가 먼저 지쳐서 잠들때마다 조금 치사하다는 기분이 들어. 미사키한테 내가 처음이 아니란게 기분이 나쁘다는 이 느낌은 뭘까? 무언가 매우.. 가슴이 조여들고.. 미사키를 꽁꽁 묶어버리고 싶어져."
"윽.."
귓가에 가까이 다가간 코코로가 귓불을 핥더니 그대로 고개를 내려서 어깨를 콱 물었다.
꽤 힘을 담아서 물었는지 피부가 조금 까진것 같았다.
게다가 그 부분을 코코로가 혀로 핥아서 쓰라림이 직통으로 느껴졌다.
내가 코코로나 하로하피를 두고 떠났던것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식으로 코코로가 모르는 나랑 떨어져있던 사이의 영향이 수면으로 떠오르면 이렇게 소유욕을 나타냈다.
하지만 내가 코코로에게 필요로해진다는 이 느낌을 나도 싫어하지는 않아서 나도 그런 코코로의 등에 팔을 돌려서 꽉 안아줬다.
어쩌면 이런것을 다른 사람은 삐뚤어진 관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서로가 만족하면 된것이 아닐까.
"이런 기분이 질투라는것은 알고 있는데. 그래도 생각하는것을 멈출 수가 없어. 그런데 또 다시 그때처럼 내가 미사키를 묶어버리면 도망칠지도 모르니까 할 수 없어.. 어떻게 하면 좋은걸까. 미사키는 방법을 알고있어?"
답이 없는 질문에 방법을 생각하는게 항상 내가 하는 일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좋아하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소중하고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싶지만 미래는 모르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런 코코로를 조금이라도 안심하게하기 위해서 내 사랑을 전한다.
겉으로는 내키지않는척 하던 내가 갑자기 솔선해서 키스를 하니 코코로는 놀란듯 굳었지만 곧 어울려왔다.
이어진 은실 너머로 아직 전희일 뿐인데도 포만감에 가득찬 얼굴을 하고 있는 코코로를 보니 벌써 고민따위는 날아간것같았다.
"역시 미사키는 나만의 마법사네. 일순간으로 전부 안좋은 기분이 날라가버렸어. 미사키라면 마음만 먹으면 바로 세상의 모두를 웃는 얼굴로 만들 수 있는게 아닐까?"
"아-. 이것은 사랑하는 사이 밖에.. 크흠..그..그러니까 코코로에게 밖에 못쓰는 마법이니까. 세상을 웃는 얼굴로 만드는건 하로하피에서 하도록 하자."
난처한 나머지 돌렸던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향하자 전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었던건지 도리어 내 말에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이런 권모술수에 능해진 코코로는 가끔 자신이 원하는 말을 듣기 위해서 이런식으로 나를 유도할때가 있었다.
단순히 사랑한다는 말에서부터 너밖에 없다는 말까지 예전이라면 절대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을 깊은 속까지 다 웃는 얼굴로 꺼내버리는 코코로가 아니라면 나는 이런 낯간지러운 말은 전할 수 없었겠지.
"나도 미사키가 그 마법을 다른 사람에게 쓰는건 싫으니까 어쩔 수 없네! 그래도 하로하피의 모두라면 마법같은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세상을 웃는 얼굴로 만들 수 있을테니까."
만족했는지 멈춰있던 손이 스르륵 움직임을 재개한다.
결국 듣고 싶었던건 이미 기억도 안나는 얼굴모를 누군가를 견제한거겠지.
보일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진한 키스마크를 남기는것은 좀 봐줬으면 하지만 말려도 듣지 않을것을 아니까 조금이라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하고 싶어서 코코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무리 내가 말로 안심시키려고 해도 코코로 스스로가 납득하지 않으면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어떻게하면 남아버린 상처자국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미국에 가서 나를 걱정해주던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난 이후에 바로 코코로와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정돈했었다.
일단 혼자 살던 방에서 이사할 집을 찾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당연하다는듯 짐만 가지고 오라는 코코로의 말에 따라간곳은 일본의 츠루마키저택과 비슷할 정도로 큰 저택이 있는데다가 이미 내 방까지 마련되어서 들어가 살기만 하면 되게끔 준비되어있었다.
"미사키, 어때? 마음에 들어? 아빠가 준비해준 집이야. 여기 미사키에게 전해달라는 편지도 있어."
검은옷의 사람이 말한대로 코코로의 아버지는 내가 코코로의 옆에 있는데에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내가 본 코코로도 내가 없었을때의 코코로보다 훨씬 나아보였던 상태였는지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랐었으니까.
어디선가 지켜봤을 검은옷의 사람이 전해준걸까?
편지에는 결혼은 어디에서 하고 싶은지같은 이미 결혼하는 사실 자체는 정해진 모양이다.
불만은 없지만 억울한 기분은 어디에서 풀어야할지..
"일본은 법적으로 무리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허가된 곳도 많으니까 문제없어. 하지만 그러려면 준비가 필요하니까 미리 정해줄 필요가 있는 모양이라 바로는 할 수 없다고해서 조금 아쉬워."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초대하려면 그게 사정이 더 좋지 않을까? 카논씨나 카오루씨의 휴일이라던지 하구미도 대학생이고.. 코코로도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거잖아."
이치가야씨나 토야마씨는 같은 대학이라니까 이치가야씨한테 물어봐두면 되려나.
이번에 신세를 진 다른 밴드들에도 권유해보고 싶지만 로젤리아나 파스파레는 안올지도 모르겠네..
누구를 초대할지 코코로가 즐거워 할 만한 이벤트를 넣을지 아니면 진지한 약속을 나누는 장소에서 그건은 NG가 아닌지 고민하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코코로가 빤히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 아. 우리 가족도 딱히 거부감은 없는거 같으니까 결혼식에는 와줄거같아. 조금 놀라시긴했지만 일본에 돌아올거라는데에 기쁘신 모양이라.."
"놀랐어. 미사키라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다든가해서 둘만으로 결혼식을 하자고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일에서 코코로는 놀라고 있었다.
"어째서? 코코로는 별로 알려지고 싶지 않은거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가족은..으억"
"아니. 미사키 너무 좋아-!"
달려들어 안기는 코코로를 넘어지지 않게 마주 안아주고 한숨을 쉰다.
빈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돌연 뛰어들어 안기는 코코로가 다치지는 않을지 항상 긴장한다.
게다가 지금은..그 사귀는 사이기도 하고.. 조금은 의식하는 이쪽을 배려해주기를 바란다.
"미사키도 모두에게 우리 사이를 알리고 싶어 해 줄줄은 몰랐어. 하지만 나는 미사키가 나와 특별한 사이라고 모두가 알아줬으면 했으니까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거든. 미사키가 싫어하는 방법은 이제 쓰고 싶지 않으니까.."
"아-. 확실히 마음이 알던 나라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네. 그때는 주위를 너무 신경써서 솔직하지 못했으니까. 지금도 아예 그렇지 않는가 하면 다르겠지만.. 그래도 나도 보통으로 코코로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와 특별한 사이인것을 알리고 싶은 기분 정도는 있으니까."
"같은 마음이라 기뻐! 으음.. 하지만 곤란하네. 자꾸 자꾸 즐거운 기분이 흘러나오는데 이대로라면 결혼식에서 모두 들려줄 수 없는 양이 되어버릴거같아."
"그렇다면 나머지는 너와 나 둘이서 듣자. 역시 전부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도 무언가 아까운 기분이 들거든."
같은 집으로 향하면서 밝은 얼굴로 흐르는 콧노래를 이번은 녹음하지 않고 내 머릿속에 저장한다.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는 코코로와 나만의 감정이 담긴 노래정도는 둘만 간직해도 되지 않을까.
행복해져서 저절로 웃는 얼굴이 되는 파격적인 효과의 마법이지만 누구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아져서 코코로에게는 너도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너무나도 다른 우리가 항상 마주보고 있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었다.
일단 사귀기 시작하자마자 탐내는건 너무 그런 목적인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에 어차피 당장이라도 결혼으로 골인할 생각인 코코로를 보면 그때까지 기다릴까 생각했었다.
물론 즐거운거 아주 좋아를 표명하고 다니는 코코로에게 그런 미적지근한 기피는 통할리가 없어서 새로운 보금자리에 이사를 끝낸 새벽에 굿나잇 키스를 하자마자 침대에 눕혀졌다.
진짜 겨우 도착했다-. 하고 이제 자는 일만 남았다고 방심한 사이 일어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너무나도 가까운 코코로의 얼굴을 멍하니 응시 할 수 밖에 없었다.
"미사키 굿나잇 키스도 귀여워서 좋지만 좀 더 많은걸 원하는건 욕심인걸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당당한 얼굴로 허락을 구할 생각도 없으면서 일단 의견을 물어본다는 느낌이 견딜 수 없다.
그래도 이것이 코코로 나름의 최대한 배려한 행동인것도 알고 침대에 쓰러진 순간 내 머리를 받히고 있는 손은 아마 혹시라도 내가 다치지 않을까 생각한 행동이겠지.
그리고 이때 나는 코코로에게 일체 그러한 경험은 없다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많은거라고 해도 좀 더 자잘한 여러번의 키스라던가 뭐 그런 종류의 애정의 교류같은 스킨쉽이라도 생각해버렸다.
말하자면 하나도 티가 나지 않지만 처음으로 하는 관계에 직접 권유를 한 긴장하고있던 코코로에게 실컷 기대만 하게 하고 잠들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편견이란걸 알아도 코코로가 직접 그러한 일을 하자고 말한다는걸 떠올리지도 못했던 내가 그때 코코로가 얼마나 상심했는지도 물론 알리가 없었다.
"아! 얼굴을 공개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이제 가면은 쓰지 않는가 보구나. 그런데.. 처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러 왔을때 봤던 얼굴과는 한참 다른 분위기인걸. 돌아가서 좋은 일이 있었나보군."
오랜만의 아르바이트에 나는 가면을 쓰고 가지 않았다.
미카엘과 미셸은 아쉽지만 이제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약한 겁쟁이인 나를 위해서 털의 빛이 바래도록 노력해준 미셸과 던져 날라가서 산산조각이 된 도피의 증거인 미카엘은 이제 편안히 쉬어주기로 했다.
성대하게 장례식을 하려는 코코로를 막는것은 조금 식은땀이 날정도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또 다른 나라고까지 생각했던 인형옷과 가면이긴 하지만 장례식은 조금 다른것 같았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죽은게 아니라 아직도 어딘가에서는 세상을 웃는 얼굴로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돕고 있을거라고 생각해버렸기 때문이다.
"네. 뭐.. 그래서 말인데요. 아르바이트를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둬야 할 것 같아서요. 계속 일해줄 수 없는가 하는 제안은 고마웠지만요.."
"아아.. 어차피 차일걸 알고 한 제안이니까. 그도그럴게 너 처음이랑은 완전히 달라졌잖아? 마지막보루같은 얼굴을 하고 왔을때는 여기서 영원히 묻혀버리고 싶은것 같았지만 최근의 너는 다시 날아오를 자리를 찾는 날개의 상처가 나아가는 새 같았어. 떠날걸 알고있었지."
유쾌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지금까지 고마웠다고 악수를 나눴다.
아직 올해가 지나가기에는 한참남았는데 농담 삼은 악수를 나눈 후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도망친 장소에서 살 방법으로 미련이 남았던 DJ를 하기 위해서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해도 수상한 곰탈을 쓰고 디제잉을 한다고 말하면 번번히 퇴짜를 당했었다.
그럴때 한번 해보라고 기회를 준 사람이 이 매니저였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때는 저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요. 모든걸 다 버렸다고.. 그래도 잊어버리기는 싫었으니까 생활비를 번다고 핑계를 붙여서 찾아다녔는데 여기가 아니었으면 결국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랬으면 이런 행복한 결말은 맞이 할 수 없었을것이다.
브레멘에 향하는 여정을 계속하면서 소중한 동료와 특멸한 사람도 함께하는 옛날이야기가 현실이 될줄은 그 당시에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미사키! 짐도 다 정리해버려서 구경하러 와버렸어!"
"으앗..! 코코로 뒤에서 갑자기 달려들면 위험하다고 했잖아.. 아, 매니저님 이 아이는 코코로라고.."
"아, 찾으러간다던 소중한게 이 분이셨군. 하하하 너 아주 잡혀살거 같은데?"
무언가 수상한 기류가 코코로와 매니저의 사이에서 흘렀다.
어디서 만난적이라도 있는 걸까?
나중에 한번 코코로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들고있던 헤드폰을 걸치고 일을 하러 디제잉기기 앞에 선다.
"그럼 코코로 지루하면 먼저 집에 가도 되니까. 나는 일하고 올게."
"기다릴게! 미사키의 디제잉 기대하고 있으니까 질릴리가 없잖아?"
방긋 웃는 코코로를 혼자 두고가기에는 불안하지만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검은옷의 사람이라거나 매니저님도 신경써주려는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하고 가보라는 손짓을 하였다.
이래저래 사람들에게 참견하길 좋아하는 매니저니까 이상한걸 물어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코코로에게 다가오는 다른 사람들을 막아줄테니까 안심했다.
성인이 된 코코로는 누가 봐도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비율 좋은 몸매에 프로의 손질이 미치지 않은 부분이 없는 지체에 아름다운 샴페인 골드의 머리카락과 빛나는 금안까지 마치 신이 빚어낸 걸작같으니까.
소시민인 나는 손대기를 주저하지만 이런 장소엔 절벽위는 커녕 하늘위의 별이라도 더럽히기를 원하는 무리도 있으니까.
"그러면 갔다 올테니까 기다려줘. 같이 집에 가자."
"응! 미가키도 일 노력해!"
솔직하게 기다려달라고 말한 나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웃는 코코로를 뒤로하고 DJ부스에 들어간다.
처음으로 일 하는 모습을 보이는거니까 무언가 좀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눈치채고 부끄러워져서 뜨거워진 얼굴을 손으로 덮어 가린다.
"완전히 팔불출이 되버렸잖아.. 하아. 뭐 원래부터 코코로가 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것부터 이미 구제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빠져있던거겠지."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서조차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자기애보다 깊이 타인을 사랑하다니 코코로를 만나기 전의 자신이라면 지금의 나를 보고 한심하다거나 이렇게 변하는걸 무서워할지도 몰랐다.
밑에서 올려다보게끔 위층에 설치된 DJ부스는 아래의 상황이 전부 보여서 텐션조절을 하기에 유용하다.
저 밑에서 코코로가 한손으로는 어느새 바텐더에게 받았는지 칵테일잔을 들고 한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그것만으로 오랜만에 이 자리에 선대다가 여기서는 처음으로 미카엘의 가면을 벗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긴장했던 어깨근육이 풀리니까 신기했다.
"자아, 그럼 첫번째 곡을 시작해볼까?"
이빨이 삐죽삐죽한 곰가면을 쓰지 않은 여자아이가 미카엘의 목소리로 시작을 알리자 사람들이 보내던 의혹의 시선이 내 손 아래서 이뤄지는 현란한 스크래치에 금새 환호성을 지르며 미카엘을 연호한다.
나도 덩달아 들뜨는 감정에 왠지 오늘은 즐거운곡만 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