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ㅁㅅㅋㅋ
(미사코코)성격리버스-11
백오판다
2018. 5. 24. 20:58
웨이트리스가 가져다준 해물파스타와 크림파스타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돌아다닌 수고에 충분할 정도로 맛있어보였다.
평소에 이런 장소에서 파스타를 먹는 일은 없었으니까 사실 조금 긴장했지만 아름다울 정도로 식사 예법을 지키는 코코로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감탄과 함께 역시 이런 장소보다는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한 연회장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밴드에 이끌기는 했지만 역시 코코로는 하늘 위의 별과 같이 내 투박한 손으로는 닿지 못할 존재라고 이러한 부분에서 느낄때가 있다.
하지만 내 기분이 즐겁다라던가 행복과는 멀어진 답답하고 초조한 부정적인 감각에 가까운건 말하고 싶지 않았다.
"왜 그렇게 빤히 보고 있어? 혹시 크림파스타도 먹어보고 싶은거야?"
얼굴이 붉어진채로 코코로가 이쪽을 외면하면서 물어봤다.
그렇게 오랫동안 응시했나?
그래도 부끄러워하는 코코로가 내가 아무말도 없자 포크에 자신의 크림파스타를 휘감아 내밀어주는건 기뻐하며 먹기로 하였다.
다행히 느끼하지 않고 양질의 재료가 사용된것 같은 크림파스타는 고심해서 고른 가게답게 맛있어서 코코로도 이정도면 싫진 않겠지하고 안심했다.
"가끔 보면 미사키는 사양이라던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부분에서 아무렇지도 않은거 같아.."
"그런가? 보통으로 느끼는거 같은데.. 아, 코코로도 해물파스타 먹어볼래? 비리지 않고 맛있어. 자!"
나만 코코로가 시킨 음식을 맛보는건 어딘지 미안하고 여러가지 맛있는걸 먹어보는건 즐거운일이니까 공유하고 싶어서 나도 포크를 코코로 쪽으로 내밀었다.
아까도 조금 홍조가 돌긴 했지만 포크를 원수처럼 째려보는 코코로는 이젠 귓불까지 토마토처럼 빨개져있었다.
어딘가 몸상태라도 안좋은데 억지로 어울려주는건 아니겠지?
이따가 틈을 봐서 열은 없는지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서 먹지 않으면 흘릴거 같은데.. 아니면 혹시 해산물은 싫어해?"
먹기 싫은 음식을 강요하는건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슬그머니 손을 돌리려고 했다.
나라도 고수풀이 들어간 음식을 코코로가 먹어볼래 하고 권한다면 순수하게 선의를 담아 권유한 코코로 대신 음식물을 노려봤을지도 모른다.
"나도 고수풀이 들어간 음식은 정말 싫어하니까. 해산물이 싫다면 말해주면 될텐데."
그대로 내 입으로 가져가려던 포크를 든 손을 돌연 코코로가 한손으로 휙 낚아채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깜짝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바라보면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아무것도 묻지 않은 입을 왠지 냅킨으로 닦는 코코로가 보였다.
"걱정하지 않아도 싫어하는 음식은 딱히 없어. 하아.. 내가 먼저 했는데 왜 내가 더 부끄러워 하는 거지.. 무의식이란 정말 무서워."
다행히 싫었던건 아니었는지 해물파스타도 맛있네하고 짤막하게 감상을 말해줬다.
이런 사소한 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니 아직 집에 돌아가기까지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번 약속이 끝나는게 아쉬워질 정도였다.
아직 만나서 식사밖에 안했는데 다음 약속을 정하는건 너무 빠르니까 헤어질때에 또 같이 놀자고 말해봐야겠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선 코코로도 나처럼 다음 약속을 바랄 정도로 즐거운 하루가 되어야겠지.
"코코로, 파스타 다 먹으면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카논씨라면 수족관의 해파리수조, 하구미라면 소프트볼의 경기를 구경하러 간다거나 카오루씨라면 연극을 보러가면 좋아할거라고 떠오르지만 나는 코코로의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몰랐다.
항상 교실의 창문근처의 자리에서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은 모든게 지루하다고 말하고 있는것 같아서 밴드에 이끌었지만 휴일의 코코로는 다를지도 모르니까.
평소에는 무엇을 하는지 알고싶었다.
"으음.. 갑자기 물어봐도.. 영화라도 보러갈까?"
"좋아! 영화 보는거 좋아하는구나. 나도 리미랑 자주 영화관을 가는데 혼자서 보는거랑은 역시 기분이 다르지. 지금은 무슨 영화가 상영중일까..검색해볼게."
"..딱히 엄청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좋은지 싫은지를 따지자면 좋아하는쪽일까."
좋아하는지만 물어봤는데 어째서 그렇게 불만스런 얼굴을 하는 걸까?
내가 무언가 마음에 안드는 말이나 행동을 했는지 고민해도 알수없었다.
그래도 상영중인 영화의 목록을 보여주기에 마주보는 자리는 불편했으니까 건너편으로 넘어가 옆에서 가까이 보여주며 볼 영화를 정할때는 다시 아까처럼 얼굴이 붉었으니까 역시 몸상태가 나빠서 기분이 안좋았을지도 모른다.
평소에도 기본 웃는얼굴인 미사키이지만 어째서인지 오늘은 특히나 즐거워하는것 같다.
게다가 이건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서로 먹여주기를 한다거나, 스마트폰을 넘겨서 보여주던가 말로 설명해도 될텐데 근처까지 다가오니까 도저히 심장이 남아나지 않는다.
심지어 가게에서 나온 지금은 혹시 열이 나지 않냐고 이마를 맞대다니 이 거리는 하나사키가와의 학생도 많이 놀러다니는 인기장소인데 혹시 누군가 볼까봐 무서울 지경이었다.
"열은 없는것 같은데.. 아까 얼굴이 붉고 기분도 나빠보였으니까 몸상태가 안좋은줄 알았어. 혹시 오늘 부른거 폐가 됐었나 하고.."
시무룩하게 축 늘어진 눈썹이 나에게 어서 사과하라고 재촉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기 기분에 휘둘려서 미사키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니 미사키의 잘못도 아닌데..
친구가 준 도움에 고마워하며 답례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을 이런식으로 무시해서는 친구로써도 실격일지 모른다.
"전혀 그런게 아니야! 알다싶이.. 내가 조금 학교 아이들에게 기피되고 있잖아? 뭐,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든거나 마찬가지지만.. 하여튼 그렇다보니까 이런 경험이 없어서 조금 긴장한거뿐이야."
이런 말을 평소엔 절대 하지 않겠지만 슬퍼보이는 미사키의 얼굴을 보면 내가 부끄럽다던가 하는 그런 기분은 아주 가볍게 날라가버리고 그런 표정을 치우기 위해서 얼마든지 말해버릴거 같았다.
이제와서이지만 나는 미사키가 이렇게 슬프거나 우울해보이면 곰인형탈을 대신쓰고 묘기라도 부릴지 모를 수준으로 푹 빠져버린거같다..
"그래? 다행이다.. 후후 그러면 코코로가 긴장하지 않고 즐길 수 있을때까지 앞으로도 자주 같이 놀러나가자. 앗! 그러고보니 그러면 내가 코코로의 첫번째 친구인거야? 기쁜데~."
싱글싱글 웃고 있는 미사키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영화관으로 향한다.
처음의 친구라는 말에 가슴이 욱씬 상했다.
절대 내가 생각하는 좋아해와는 다른 감정이라고 이런식으로 확신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심지어 상대는 내가 어떤 기분인지도 모르고 순수하게 애정을 담아 말한것뿐인데 이렇게 아프다니.
혹시 만약에 내가 고백을 했다가 그 곤란한 웃는 얼굴로 거절당해버리면 나라는 존재가 산산이 부서져버리지 않는가 걱정되었다.
"그런데 코코로는 호러영화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이거 꽤 무섭다는 평이 있는데.."
영화의 티켓을 끊어놓고 팝콘과 음료를 사들고서 미사키가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어도 상대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결국 허탈해져서 영화의 포스터를 살펴본다.
가까운 미사키의 얼굴과 하구미가 말하기로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뛰는 향기, 평소와는 다른 복장등이 머릿속을 꽉 채워서 인기있다는 말에 대충 그럼 그걸 보자고 해버렸는데 호러영화였나보다.
하지만 어차피 아까 가게에서도 그랬듯이 맛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온통 미사키에게 가버릴거라고 한심할 정도로 자각하고 있는 나에게는 영화내용이 기억에 남기라도 하면 다행일것이다.
뭐, 영화가 끝나고 미사키가 감상을 말할때 맞장구를 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을 알아두지 않으면 또 슬프게 할테니까 신경써서 봐두도록 해야지.
"영화니까 다 가짜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무섭지는 않을것 같은데. 혼자서 본다면 모를까 인기가 많다면 상영관 안에 다른 사람들도 한가득 있을거잖아?"
순간 실수했다고 깨달았다.
영화를 같이 보러 온 사람한테 다 가짜라느니 하는 말을 하다니 기대하고 있는 사람한테는 매우 무례한 발언일텐데 미사키에게는 무언가 무심코 생각한것을 여과없이 말해버리는 일이 있어서 곤란했다.
말실수를 해버린걸 알자마자 미사키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다.
슬퍼하거나 실망한 얼굴을 봐버리면 사과의 말을 하기도 전에 죄책감에 입을 열수도 없을거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미사키가 나에게 실망하는게 더 무서웠으니까 눈을 꽉 감고 사과하려고 했다.
"미..미안!"
"그렇구나 그런 방법도 있네! 코코로는 대단해."
어라..?
미사키는 실망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담은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양손에 음료와 팝콘을 들고있지 않았다면 미셸일때와 같이 달려들어 포옹할 기세로 웃는 얼굴이다.
"사실 말하지 않았지만 호러영화 좋아하긴 하는데 무섭긴하거든.. 좋아하는데 무서워하다니 조금 바보같은가?"
곤란한 얼굴로 웃는 미사키는 내가 걱정했던거랑 달리 기분이 좋아보였다.
"좋아하면 상관없지 않아? 아니, 오히려 호러영화니까 그게 더 맞는 즐기는 방법인거 같은데."
그보다 호러영화가 무섭다니 꽤 귀여운 정보를 얻은것 같았다.
자신감이 좀 부족한걸 빼면 미사키는 무언가 약점이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고수풀이 들어간 음식은 싫어한다던가 호러영화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새로 알수있어서 그것만으로 즐거워졌다.
..내가 모르는 미사키와 친한 누군가의 존재를 알게된 것은 그다지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만 고백을 할 자신도 없는 사람이 질투해도 아무 의미도 없겠지.
"혹시 내가 이 영화가 어떻냐고 물어봐서 그냥 보기로 한거야? 코코로 영화에 별로 관심있어보이지 않는걸."
영화 상영시간이 10분 남았을때 조용했던 미사키가 말했다.
기운이 없어보이는 작은 목소리였다.
어째서 그렇게 하나하나 남의 기분에 따라서 본인까지 우울해하는걸까.
마치 우리가 특별한 사이라도 되는것처럼 착각하게 될것같지만 미사키는 누구라도 웃는 얼굴로 만들고 싶으니까 상대가 즐겁기를 바라는것 뿐이겠지.
하지만 내가 아니였다면 이런 미사키를 탓하는 감정은 커녕 미사키가 바라는대로 즐겁게 오늘을 즐겼을테니까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코코로가 괜찮다면 다음에는 코코로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자."
"엇.. 상관은 없는데.."
"그렇다면 이번엔 갑자기 정하지말고 미리 조사해야겠는걸. 영화말고는 뭐가 좋아? 카논씨는 수족관을 좋아하고 하구미랑은 소프트볼을 해보고싶고.. 아, 이 인원수로는 안되려나? 카오루씨는 연극을 보고싶어 할거같은데.. 코코로는 뭐가 좋아?"
다시 두명이서 놀러가는 약속을 하는건가 기대한 내가 잘못한걸까.
이건 누구라도 조금 오해할거같은 발언이 아닐까?
하나하나 기대하고 실망하는 나에게 더 배려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하로하피의 모두를 소중히 생각하는건 알고있던 일이고 즐거운걸 찾는걸 좋아한다는것도 알고 있으니까 거절 할 마음이 들리가 없다.
"내가 가고 싶은곳도 좋지만 미사키가 가고 싶은 곳도 확실히 생각해둬. 나 말고도 모두 물어보려고 할걸? 이제 모두 미사키가 타인만 신경쓰는거 가만 둘 생각없으니까."
"아~. 그렇네.. 모두가 가고 싶은곳에 나도 가고 싶다는 안되겠지.."
하로하피의 밴드활동은 억지인 강행수단을 잔뜩 쓰는 주제에 이렇게 미사키가 즐거워질 수 있는걸 물으면 조용해져버린다.
아마 관련된 대화가 없었다면 고수풀이 들어간 요리라도 아무렇지 않은척 먹어버려서 싫어하는지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가고 싶은 곳은 모르겠는데 양모펠트를 좋아하니까 나중에 같이 해볼래? 어렵지 않은 간단한것도 많으니까."
잘못하면 듣지 못하고 지나쳐버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미사키가 수줍게 말했다.
하는 행동은 과격하기 그지없는데 이렇게 미사키에 대해서 물어보면 사실은 매우 섬세한 성격인것 같았다.
세상의 모두를 웃는얼굴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는 주제에 이렇게 본인이 웃는얼굴이 되는건 수줍어한다니 반칙급으로 귀여워서 마주볼수가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성격의 사람이 등에 상처를 입고 자신의 웃는얼굴을 포기할 정도로 한계에 처해있었을까.
미사키는 자신에 대해서는 도통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부러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하로하피의 모두에게도 과거는 묻지 않는다.
인형탈을 벗겨놔도 겹겹이 감싼 껍질에 아직도 모르는부분이 있다는게 속상했다.
그러는 나 자신도 내 사정을 말하진 않으면서..
"나 손재주가 그렇게 좋지 않으니까 잘 알려줘야해."
그래도 지금은 내 한마디에 금새 밝게 웃는 미사키의 얼굴을 보며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꽤 오랜 교제가 될테니까 차근차근 알아가면 언젠가는 나도 고백할 용기가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