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ㅁㅅㅋㅋ

(미사코코)성격리버스-15

백오판다 2018. 5. 29. 08:21
계속 이어질것만 같은 고혹적인 분위기는 갑자기 일어서버린 미사키로 인해 산산히 부수어져버렸다.

이쪽은 긴장에 허리가 풀려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그럼 씻고나서 치료해줄게라니 내가 모르는것뿐 미사키는 상당히 이런 경험이 많은 것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온통 흔들어놓고서 태연한 얼굴로 욕실에 가버린 미사키가 원망스럽지만 오히려 씻지도 않고 해버렸으면 다음에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처지가 되는건 나였을테니까 순순히 나도 준비된 다른 욕실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대로 씻고 방에 돌아가면.. 진짜 해버리는거잖아? 괜찮은거야? 사귄지 하루도 안되서 당일날 바로 저지른다니..?"

빨리 씻고 돌아가는것도 무언가 안달난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니까 일부러 자주 하지도 않는 거품목욕까지 해버리는것은 과연 너무했나 싶지만 도저히 바로 돌아가면 고개를 들지도 못할거 같아서 과열된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도 미사키가 핥은 다리의 상처가 아픔과는 다른 느낌으로 찌릿찌릿 저려오는거 같아서 괜히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의식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서 미사키가 나에게 시선을 향하는것만으로 얼굴이 빨개지는거 같고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려는걸 참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미사키는 학교에서도 상점가에서도 꽤나 인기가 많았지.. 역시 나말고도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이라든가 있는걸까.. 저런.. 부끄러운짓도 서슴없이 해버리는걸."

학교에서 곤란한 사람은 누구든 도우니까 이용해먹기 좋은 사람 취급을 당할때가 있지만 고백을 받았다는 소문을 들은적 있을 정도로 인기는 있는 편이다.

카오루씨만큼은 아니지만 미사키의 단어선정도 로맨티스트의 그것인데다가 성격도 남을 웃는얼굴로 만든다는 꿈에 걸맞게 상냥하다.

게다가 힘도 쎄고 사전교섭에도 능숙한 모습은 어른스러움을 느끼게 하는데다가 작사, 작곡에 디제잉까지.. 이정도면 미셸 인형탈을 쓰고 다니지 않았다면 카오루씨처럼 여성팬들을 홀리고 다니지 않았을까 심히 걱정이된다.

"아니, 미셸 인형탈에서 이미 아웃이지. 정신차려라 나.. 사귄다고 벌써부터 콩깍지에 씌이면 하로하피 회의에서 미사키가 내는 터무니없는 제안들을 전부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수중 라이브라던가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방수가 되는 기타나 디제잉세트가 존재하나?

수중이면 소리전달은 어떻게 하는거지.. 관객들은 노래를 못듣는거 아닌가..

그런것을 고민하는것부터 이미 늦었다는 자각도 없이 뜨거운 물에 체온이 올라 머리가 아파질때까지 버티다가 너무 늦게까지 기다리게 했다는걸 알아채고 허겁지겁 욕실 밖으로 나섰다.

"코코로, 꽤나 오래 걸렸네? 아.. 좋은향기가 나는걸. 그런데 머리카락을 덜 말렸잖아. 그러고 자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구."

미사키의 손짓에 따라서 그 앞에 앉으면 보드라운 수건으로 머리칼을 조심스레 말려오는 손길이 기분이 좋았다.

동생이 여럿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이렇게 능숙한걸까.

흘끔 방 한켠에 걸려있는 거울에 비친 미사키와 나를 보면 미사키가 평소에 입는 어두운계열의 옷과는 다른 나의 잠옷은 의외로 어울리고 있었다.

"이정도면 되려나. 자, 이쪽으로 돌아봐."

"응? ..마주보란거야?"

받아든 수건을 대충 옆에 던져두고서 뒤를 돌아보면 검은옷의 사람들에게라도 요청한건지 어느새 구급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연고와 밴드를 꺼내고 있는 미사키가 보였다.

씻고 나서 치료해주겠다고 하더니 새심한 손길로 소독약까지 꺼내드는 모습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그런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다 날려버릴 정도로 평온했다.

다리를 내밀라는 미사키의 말대로 침대 위에서 한쪽 다리를 내주면 앉아있는 자신의 다리에 올려두고서 소독한다.

"다행히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니네. 약을 바르고 밴드만 붙여놔도 금방 나을거야."

아프지않게 살살 연고를 펴 바르고 밴드를 깔끔히 붙이는 모습이 매우 익숙해보였다.

"동생들이 다치면 미사키가 자주 치료해주는거야? 관절부분인데 헐겁지도 않게 밴드 잘붙이네."

"으음.. 아니. 이래저래 내가 다친적이 많아서.. 테니스부도 하고 있고 지금은 자제하지만 옛날에는 무모한 일도 많이 했거든."

숨기지 말아달라고 했던 내 부탁을 생각해서인지 미사키는 망설이면서도 얼버무리지는 않았다.

내가 시선을 보내면 고민하는 표정을 하면서도 소매를 걷어올려 오른팔을 보여줬다.

"이건 그냥 예전에 놀이터에서 좀 무모하게 놀던 애가 있어서 정글짐에서 떨어지는걸 구하느라 골절한거고. 이거는 넘어져서 다쳤던가.."

크고 작은 상처가 여럿 있는 팔은 지금까지 미사키가 혼자서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흔적과 마찬가지였다.

나처럼 검은옷의 사람같은 지켜주는 사람도 없었고 어린동생도 여러명이니 부모님도 미사키를 항상 챙겨주지 못했을테니까 스스로 다친것을 치료하다보니 익숙해진걸까.

게다가 전력으로 터무니없는짓들을 저지르고 다녔을테니까 여기저기 다치고 상처받았을것이다.

"어라.. 코코로, 울어?"

이제와서 내가 미사키를 동정한다고하서 바뀌는 일이 있을리가 없지만 어리석지만 그래도 바래버린다.

재력과 권력, 어른들의 기대의 시선에 뭉개질것 같아서, 그런 내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생계수단을 잃거나 재기불능이 되어버릴수도 있다는걸 알아서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버린 대신에 모든게 지루해져버렸던 어린시절의 나와.

아무것도 가진것 없이 스스로의 터무니없는 꿈만을 의지로 보답을 바라지도 않고 세상의 모두를 웃는 얼굴로 만들려고 다치고 상처받아 웃을 수 없게 되버린 네가.

지금 서로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사귀게 된것도 기적이라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거라니.

"미사키. 각오해야할거야. 앞으로 나랑 사귀게 되었으니까 이런 상처같은걸 만든 날에는 나을때까지 내가 보살필거니까. 난 손재주도 없으니까 꽤 아프게 치료할거라구?"

그야말로 저택에 전속의가 있는 집안의 영예인데다가 넘어지려고 하면 순식간에 나타나서 지지해주는 유능한 보디가드도 있어서 구급상자가 저택에 존재한다는것도 지금 처음 알았다.

기세좋게 말해버렸지만 솔직히 다친 미사키 본인이 치료하는게 훨씬 빠르고 정확한 솜씨를 보여줄거라고 확신한다.

"후후후. 그거, 기대되는데? 하지만 그러면 코코로가 또 울지도 모르니까 최대한 조심할게. 그래도 다쳤다면 그때는 부탁할테니까. 그러니까 이만 잘까? 시간도 늦었고 더이상 깨어있다가는 내일 일어나기 힘들지도."

어라..?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에 미사키의 품에 폭 안겨서 푹신푹신한 침대에 눕혀졌다.

게다가 등을 일정한 박자로 도닥여오는 손길은 기대했던 분위기랑은 전혀 다른 명백히 재우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팟하고 이불을 박차고 발끈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 미사키는 본인이 자초한 일이면서 왜 그런 눈으로 내려다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 그냥 자려는거야? 실컷 기대하게 해놓고 미사키라도 그럴 마음으로 자러 온거 아니었어? 아니면 뭐야.. 또 쓸데없는 걱정으로 사양하려는건가."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상반신만을 일으킨 미사키를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쑥쓰러워서 안달난것처럼 보일까봐 아무말도 못한것은 내 잘못이지만 실컷 기대하게 만들어둔 주제에 나만 두근거리게 만들어두고 이제 슬슬 자는게 어떻냐고?

놀리려는 심술인지 진심인지 몰라도 이대로 잘 수 있는 정신력을 가졌으면 미사키의 향기나 온기에 기분이 온통 휘저어지는 일도 없었을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럴 마음이라니.. 아. 혹시 껴안고 자는건 싫었어? 답답한게 별로라던가.. 아니면 그래, 기껏 초대했는데 벌써 자는게 마음에 안들었다던가!"

머리 위에 백열전구가 빛나는 환영이 보일정도로 이거다!하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전부 아니니까 기고만장해지지 말아줬으면 한다.

연기력도 출중하신 미셸님이시니까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숨기려고하면 캐내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 말려들어가면 주도권을 놓치는건 순식간이다.

"같이 밤을 보내자고 한거 말이야! 우리 이제 사귀는 연인사이잖아? 서로 사랑한다고도 말했는데 이제와서 뭐가 문제인거야."

"응? 그래서 같이 밤을 보내고 있잖아?"

진심으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는 미사키를 이해한 순간 사실 내가 엄청난 착각으로 혼자 멋대로 기대한건 아닌지 의혹이 들었다.

아니, 설마. 미사키라도 고등학생이니까 저 말의 의미를 모를리 없잖아?

당신 꽤나 책 읽는거 좋아하니까 이런것보다도 현학적인 표현 많이 알고있잖아!

"코코로가 바라는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코코로가 말한대로 우리는 연인사이니까 사양하지 않고 말해도 되는데. 뭘 하고 싶은거야?"

순수한 얼굴로 나에게 말하도록 재촉하는 미사키는 사귀었던 사람이 있었을지 모른다든가 이런거에 경험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했던 자신이 바보같을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것처럼 보였다.

이상한 곰인형탈을 쓰고 터무니없는 꿈을 꾼대도 평범한 가정의 보통 고등학생이 모른다는걸 믿을수가 없다.

미사키보다 특수한 상황인 대부호의 영애인 나도 이런 어디서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회에서 그러한것도 있다는걸 알고있는데 경악할만한 천연기념물이 눈앞에 있었다.

"...미사키 혹시. 혹시나해서 물어보는데 연인사이에 깊은 관계를 가질때 스킨쉽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부끄러움이고 뭐고 충격이 이겨버려서 정색한 목소리로 과감하게 물어봐버렸다.

설마 연인이 된 첫날에 이런 생생한 화제를 꺼내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 이 충격에 무너진 이성일때 물어보지 않는다면 다음 여정은 더 고달플것이다.

"키스라던가..? 학교에서 기본적인 성교육은 다같이 받으니까 남녀사이는 알겠지만 여자끼리는 그것밖에 못하는거 아니야?"

애매할 정도로만 지식이 있어서 더 곤란했다.

아무래도 아예 모르는것은 아닌것같은데 학교 교육으로 배운 딱 그정도까지가 전부인것 같은 미사키는 중요한 나와 미사키의 사이의 일은 하나도 모른다는것이다!

이때까지 야살스럽다고 생각한 미소나 일부러 날 자극한다고 생각한 접촉도 전부 나의 과도한 해석이었을 뿐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허탈감이 찾아온다.

심지어 앞으로의 교제를 생각하면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미사키에게 가르쳐야 하는건 내가 아닐까..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 미사키가 능숙해보이게 착각시켜서 깨닫는게 느렸지만 내가 해도 되잖아?"

이미 대타격을 받아서 산산이 무너진 이성이 일하지 않는 머리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의심치 않고 저질러버린다.

미사키가 모른다면 알고있는 내가 하면 되지 않는가.

상반신만을 일으키고 있어서 힘이 들어가기 힘든 미사키를 덮쳐누르듯 올라타면 미사키는 아무 의심도 없이 다시 껴안으려고 팔을 벌린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지 무엇을 하려는지 경계하지도 못하고 미사키는 지금 완벽한 무방비였다.

"응? 안아주라는거 아니었어? 무엇을 하려는건데 단추를 푸는거야. 아.. 혹시 팔의 상처말고도 궁금하다면 내가 벗을.."

"아니. 내가 벗길게. 미사키는 가만히 있어줘."

완벽히 폭주하고 있는 나는 이젠 반대로 새하얀 도화지 같은 미사키를 나쁜것에 물들인다는 이 상황에 흥분하디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다.

나 말고도 특별했던 다른 사람이 몇명이나 있는 경우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미사키. 지금와서 이런말로 허락받는게 매우 간사한 일인건 아는데. 미사키의 전부 나에게 줄래?"

"응? 코코로가 바란다면 전부 줄 수 있어."

끝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미사키가 수긍할것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대답을 전부 듣기도 전에 나는 그 입술을 막아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