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ㅁㅅㅋㅋ

(미사코코)성격리버스-20(완결)

백오판다 2018. 6. 5. 08:34
같이 욕실에 들어가서 씻겨주겠다는 미사키를 겨우겨우 뜯어 말리고 근육통에 앓으면서 간단하게 샤워만을 끝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는길에 지나가는 저택의 일꾼들의 시선이 괜히 신경쓰인다.

말단들이라면 당연히 저택 아가씨의 사생활은 숨겨져있겠지만 그래도 왠지 혹시 다들 알고있는건 아닌가하는 부끄러움에 주눅이 들었다.

어제는 여러가지 평소에는 못할 일들을 저질렀지만 지금 생각하면 도저히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미사키의 얼굴을 멀쩡한 표정으로 볼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도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미사키에게 행복으로 잔뜩 풀린 표정을 해버렸다는것은 자각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 쓸데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재력과 권력 때문에 들러붙는 기분 나쁜 권유들에 절대 이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을텐데 미사키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아니까 다 터무니없는 걱정이었던 기분이 든다.

정말 그렇게 길게 살아온것은 아니지만  평생을 걸친 고민을 아무것도 아닌걸로 만들어버리다니..

"아, 코코로. 빨리 왔네? 느긋하게 반신욕이라도 하는게 근육통에 도움이 될텐데."

"..그냥. 미사키가 기다리고 있는데 혼자 이 넓은 방에 두는건 신경쓰인다고 할까."

사실 그럴생각이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샤워를 하는동안 보이는 몸 여기저기의 흔적들이 어젯밤의 기억을 불러일으켜 도저히 오래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넓은방에 혼자 두는게 신경쓰인것도 사실이긴 하다.

넓고 화려한 방은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코코로는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아무도 없이 혼자서 이런 공간에 있으면 정말 외롭고 추운 기분이 들어서 어릴때는 밤이 무섭기까지 했었던 것이다.

"어째서? 코코로의 좋아하는것들이 보이니까 매우 즐거웠는데. 저 천체망원경이라던가, 내가 준 선물도 소중히 보관하는것 같고."

순간 얼굴이 새빨개진것 같았다.

미사키에게 받은 책갈피를 미처 쓰기에도 아까워서 얌전히 장식장에 둔 것을 잊고 있었다.

알았어도 숨길틈도 없이 갑작스레 초대해버렸으니까 바뀔것은 없을텐데 그래도 과거의 나를 원망해버렸다.

그러고보니 방을 여기저기 고개를 휙휙 돌리며 둘러보는 미사키의 앞에는 오선지와 레코더가 놓여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작곡을 하고 있었던거야? 그러고보니 내 콧노래를 곡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지.. 한번도 본 적 없었지만."

"음. 봐도 재밌지는 않을텐데. 그냥 녹음한걸 듣고 오선지에 옮긴 다음에 피아노로 좀 쳐보고 다시 고치는걸 반복하는 보기에는 지루한 작업일거야. 코코로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지는 몰랐으니까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매우 아날로그인 방법인데다가 시간도 많이 걸릴거 같다는 감상을 안았지만 그 작업시간 동안 내내 내가 아무생각없이 흥얼거려버린 콧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는걸 깨달아버려서 부끄러워진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터무니없는짓을 저지르는 천재인지 하나하나의 말이 나에게 주는 충격이 대단했다.

게다가 왜 그런 반응인지 모르겠다는 순수한 눈망울을 보면 도리어 내가 아무 말도 못하게 되버린다.

레코더를 꺼버린 미사키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내면 서있지 못할 수준은 아닌데도 나를 부축해서 자리에 앉혔다.

본인은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근육통이 마치 큰 불치병이라도 되는듯한 호들갑스러운 반응이지만 아껴주는 행동은 솔직히 사랑받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의자를 당겨 앉혀주고 어깨를 조물조물 주무르는 손이 따스해서 사실은 어젯밤의 기억을 상기해버린 바람에 긴장됐었던 몸이 서서히 풀려가서 저절로 감탄의 한숨이 나온다.

꾸욱꾸욱 딱 시원한 느낌이 드는 곳을 정확히 집어내는 지압이 추욱 몸을 늘어지게 만들어서 이대로 다시 잠들어버릴것 같았다.

이미 다시 한번 잠들어서 해가 중천에 떳는데도 분명 침대 속에서 미사키에게 안겨서 잠들면 좋은 꿈을 꾸겠지..하는 나태한 욕구로 가득하게 되버린다.

미사키의 살뜰한 보살핌이 사람을 안되게 만들어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위기감을 느끼지만 이제 사귄지 1일 된 두꺼운 콩깍지가 뀐 상태니까 용서해주겠지.

"아아..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고 싶은데.."

"그럼 그러면 되지 않아? 오늘은 쉬기로해버렸고 하로하피의 연습도 없으니까. 일단 식사를 하고 생각해봐도 좋고."

검은옷의 사람들에게 배우기라도 했는지 어느새 준비된 식사가 담긴 트레이를 끌어온 미사키가 레코더와 악보를 치워두고 그릇들을 올려두었다.

그다지 큰 테이블도 아니었으니까 꽉꽉 들어찬 접시들에는 어울리지 않는 팥찰밥이 놓여있어서 슬슬 놀리려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고 있지만 태연히 먹고있는 미사키를 보면 정말 나만 과민반응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든다.

"뭐 먹고 싶은거 있어? 뭐든 부탁해도 된다던데. 아까 보양식같은걸 올릴까요라고 물어보긴 하던데 그냥 식사로 달라고했어. 근데 코코로가 원하면 가서 전하고 올게."

그냥 미사키는 모르는걸지도 모르는것뿐 역시 검은옷의 사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분명 내가 무엇을 시키지 않으면 있는듯 없는듯 가만히 삼가하고 있는 평범한 SP였을텐데 그들도 미사키의 영향을 받았는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나를 위해서란 명목으로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부분이 미사키와 연관되어있어서 화를 낼 일이 아니게 되는 철저함까지.. 지극히 사무적인 대화밖에 하지 않던 사이가 이렇게 극변하다니 고민뿐 아니라 내 삶까지 온통 미사키로인해 바뀌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전혀 싫지 않다는거지만.

"아니. 나도 그냥 평범한 식사로 괜찮아. 그보다 밥을 먹고 나서 미사키가 작곡하는 모습을 구경해도 될까?"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서 먹고있는 미사키는 고수풀이 아니면 딱히 가리는게 없는 모양이었다.

우물우물 삼키고 나서 의아한 얼굴로 갸웃 이쪽을 쳐다보는 모습은 의도하지 않았다는걸 알기 때문에 더 귀여워서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게 되버렸다.

하로하피에 들어가기전 나에게 이런 모습을 알려주면 믿어주기는 할까?

분명 질이 나쁜 장난이라 치부하고 의심할게 뻔했다.

"상관없지만.. 평소에는 학교 음악실의 피아노를 빌려서 작업하는데 오늘은 없으니까.. 그래! 저번에 여객선을 탔을때의 곡을 다 완성한 참이었어. 가사를 붙여야하는데 도와주지 않을래?"

"뭐?! 그때 내가 언제 콧노래를 불렀지.."

"음..확실히 히어로님이 나를 구해주고 돌아가는길에 연회장에서 식사도중 빠져나가는걸 쫓아가면 테라스에서 부르고 있었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흥얼거리는 가성이 너무 아름다워서 말을 걸면 멈출거같았으니까."

그러니까 그대로 지켜보았다는 말이 붉어진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서 하는 일들이나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것들을 왜 미사키만이 발견하고 소중하게 여겨주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여러차례 수정을 거듭한듯 지운자국이 남은 악보에는 누군가에게 배운게 아니라 독학했다는 작곡실력으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는 음표들로 바뀌는것은 다시봐도 신기한 일이었다.

"미사키는 보통 작사는 어떻게 해? 작곡과 다르게 그건 옮기는것만으론 안돼잖아."

음은 어쨋든 콧노래에 의미가 붙어있지는 않으니까 밝고 희망찬 가사들은 미사키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내가 모르는 미사키의 모습을 알고싶어서 혼자 작사를 할때에 어떤 방식을 취하는지 듣고 싶어졌다.

"그때 이 곡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넣는것 같아. 음.. 이 곡은 하로하피를 위한 곡으로 할까? 그날 나에게 용기를 준 보답을 하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즐거운 곡으로 하자고 싱긋 웃음지은채로 완성한 곡은 음표만 붙어있을때랑은 확실히 달라서 말한대로 즐거운 기분이 될것 같았다.

"다음 하로하피 연습날이 기대되네! 모두 기뻐해주면 좋겠는데."

"미사키가 열심히 만든 곡이니까 다들 좋아할거야. 나도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정말? 기쁜걸.. 코코로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

과하게 기뻐하며 안겨들어오는 미사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마치 커다란 개라도 된것처럼 얼굴을 부벼와서 조금 간지러웠다.

하지만 문득 오늘은 미사키가 집에 돌아간다는걸 깨달으면 또 이 넓은 방에 나 혼자 남는다는 사실만이 맴돌았다.

이것을 말해버리면 미사키는 억지로라도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서 하루 더 묵어줄테니까 무리하지 않길 바래서 말 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뭘 할지 생각은 해 봤어? 늦지 않으려면 몇시간 뒤에는 집에 가야하는데."

벌써부터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싶지 않았다.

정말 아무생각도 없이 억지를 부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절반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절반을 차지해서 미사키를 두고 싸우는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원해서 이뤄지지 않은 일이 없었으니까 누군가에게 민폐가 될 부탁을 하는 일을 극도로 조심하게 되버린 버릇이 스스로의 목을 조르다니.

물론 내일 학교에 가야하니까 교과서가 있을 집에 돌아가는게 편하겠지.. 하지만 옆자리니까 내가 보여줄 수 있잖아.

그래도 갈아입을 교복을 가져와야 할 텐데.. 그것도 잠옷처럼 여기에서 준비해버리면 문제가 없는게 아닐까?

그리고 사실은.. 정말은.. 미사키가 혹시 곤란한 얼굴을 하면 어떻게 할거야? 거절당해버리면?

그래도 어떻게든 이뤄줄테지만 나 때문에 힘들게 부모님을 설득하는건 바라지 않는걸.

"코코로,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거야? 작사를 도와주느라 피곤해다면 놀기보다 낮잠이라도 잘까? 아니먼 역시 근육통 때문에 많이 아픈거야?"

좀 더 자제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시무룩하게 한손으로 가장 아프다고했전 허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무척 걱정스러워하는게 느껴져서 견딜 수 없어졌다.

당연히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간동안 나았을리가 없으니까 지릿지릿 아프기는 했지만 그렇게 비맞은 강아지같은 표정을 하지 않아도 솔직히 말하면 나도 좋았으니까 괜찮은데.

무의식적으로 슬퍼하는 미사키를 달래고 싶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프긴한데 미사키가 마사지해줘서 많이 괜찮아졌어. 음, 딱히 별거 아니야.. 그냥 당신이랑 있으면 너무 행복하니까 계속 이렇게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것뿐이야."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연기하며 사실은 정말 간절히 바라는 꿈을 털어놔버린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지만 전부 말한것도 아닌것같은 씁쓸함이 맴돌지만 얼마나 좋아하고 깊게 사랑해도 아직 학생이니까 이정도의 가벼움이 적당하겠지.

언젠가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행복에 푹 절여져버린 뇌의 착각일지도 모르니까 보류해두자.

미사키가 자신만큼 사랑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정색할지도 모른다는것도 현실에서 실현하려면 너무나도 많은 장애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것도 전부 내가 말을 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럼 코코로도 나랑 똑같구나! 하지만 내일은 학교를 가야하고.. 부모님도 걱정하시니까.. 그래, 우리 약속을 하자."

무거운 사랑의 일부분을 부정당하지 않은 기쁨을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뜬끔없이 나온 약속의 이야기에 기대하는것은 어쩔 수 없다.

하여튼 미사키는 가끔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상대가 웃는얼굴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니까.

"이번주의 주말에 밴드 연습이 끝나고 묵으러 올게. 평일은 학교가 끝나고 같이 즐거운것을 찾으러 가자. 그러면 밤에는 외로워도 아침을 기대할 수 있잖아?"

환상적일정도로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학생의 한계로 당장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좋아! 그럼 점심은 같이 먹자. 나, 천문부이니까 옥상의 열쇠를 가지고 있어. 날씨가 좋으면 그곳에서 먹는것도 괜찮을것 같아."

"코코로는 천문부에 들어가 있구나. 그러고보니 방에 천체망원경이 있었어. 평소에도 별을 보는거야?"

별은 좋아하지만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게 떠올랐다.

새카만 밤하늘 아래는 혼자라면 춥고 외로워서 밝은 별이 몇개나 같은 공간에서 빛나는걸 멀리서 보고있을때 공연히 더욱 쓸쓸해졌던 것이다.

사실 옥상의 열쇠를 이용한것은 딱 한번뿐이라는 말은 미사키에게 할 수 없었다.

언젠가 생일에 선물받은 가정용 플라네타리움에 먼지가 쌓인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혼자서 보는 별은 고독이란 감상밖에 받을 수 없던 어느날 방치하고 들여다보지 않았던것 같았다.

"오랫동안.. 보지 않았을지도. 분명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해뒀을까."

고등학생이 되어서 동아리를 들어야했지만 다른 학생들이 많은 동아리는 분위기만 망칠게 뻔했으니까 하나사키가와에 천문부가 없다는걸 알아채고 순간의 발상으로 신청했었던것 같다.

츠루마키가의 이름이 없었다면 통하지 않았을 억지이지만 따로 엉뚱한 기대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으면서도 조금 그날만큼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던것 같았다.

전부 지루하고 적당했던 빈껍데기의 나에게도 남아있는 좋아하는것은 있다는걸 발견한것은 혼자가 외롭다는걸 몰랐다면 옥상에 발길을 끊지 않았을 정도로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검은옷의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예전에 썼던 천체망원경같은걸 방안에 다시 들여놨던거겠지.

결국 그날 이후로 혼자 옥상에 올라가서 별을 본 일은 없었지만..

"방치한게 아니야. 간직하고 있었던거지. 코코로는 자신이 좋아하는것을 버리지 않고 전부 보물상자 안에 넣어뒀지만 열어보기를 망설이다 잊어버렸을 뿐일거야."

나보다 크지만 따뜻한 손이 위로하듯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자신의 좋아하고 특별한것을 모두 손에쥐고 놓지 않은 사람의 노력과 고난이 담긴 거친손은 기대하기를 포기하고 안온한 지루함을 선택한 내 깨끗한 손과는 비교됐다.

언제든 미사키는 소중한것이 생기면 그 단단한 손으로 잡고 놓치지 않게 끌어당겨 안을 수 있겠지.

하지만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또 다시 소중하다는 이유로 어딘가 눈에 보이지 않는곳에 숨겨버리는게 아닐까.

"그럼, 언젠가 같이 별을 보러가자. 미사키와 함께 보면 그때의 즐거운 기억은 아무것도 아닐정도로 행복할거야. 그럼 다른 좋아하는것도 기억해낼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나의 이 응석부린 제안에 미사키는 반짝이며 빛나는 눈으로 끄덕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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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오판다(@tnals1055



"코코로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될거야. 함께 갔던 모든 장소가 소중한 의미로 반짝거릴거야. 지금조차도 그러고 있는걸."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꿈결처럼 속삭이는 말에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고 말아. 부끄러운건지 상기되어 있는 얼굴이 창문의 역광에 반사되어 금세 보이지 않게 되었다.

 " 그러니까, 나는 코코로와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

팔을 뻗어 손을 들어올린 미사키가 굳게도 제 손에 깍지를 끼며 잡아왔다.

 "누군가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아. 다른사람과 함께 있는 코코로를 보고싶지 않아. 내 곁에만 있어줬으면 좋겠어."

떨리는 손끝을 모르는 척 할 수 없었다. 분명 이건 미사키의 전력이었다. 어쩌면 너의 음험한 이면일지도 모를 말을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고 있을터였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사람이 이렇게 빛날 수 있다니 거짓말 같았다.

오쿠사와 미사키는 마치, 언젠가 보았던 외로운 밤하늘 아래 가장 환하게 빛나는 별 같았다.

 "그치만 그 이상으로 코코로가 즐겁고 행복하고 웃음으로 가득하기를 바래.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최대한 코코로의 웃음을 보기 위해 노력할거야."

평소와 같이 덤덤하게 즐거운 미사키의 텐션일텐데, 이상하게 목이 꽉 조이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코코로는 모두 잊어버려도 괜찮아. 보물상자의 열쇠를 잊어버렸대도 다시 보물을 만들면 돼. 함께 계속, 계속 좋아하는 걸 기억하러가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미사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내 가장 소중한 것. 마지막 말을 듣고서야 미사키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들을 한건지 알아챘다. 마음의 크기가 선명히 다가왔다.

절대, 절대로. 널 잊어버리는 일은 없을테니까.

미사키의 어깨가 젖어가고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응, 응... 계속 함께...."

한심하게도 그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내 소중한 사람. 내 가장 밝은 별. 날 이끌어주는,

 " 사랑해, 코코로. "
 " 사랑해, 미사키. "

내 가장 찬란한 북두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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