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화를 받자마자 울음을 터뜨린 카논씨는 근처의 카페에서 기다리라고 말하더니 급히 전화를 끊었다.
어디 카페에 들어가는지 듣지도 않고 끊다니 여전한면이 보여서 살짝 기뻤다.
이래저래 내가 떠난 후 변한것들만을 봐서 좀 지친 모양이었다.
카페의 이름을 메시지로 보내 둔 후 나는 좋아하는 커피를 시키고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지금껏 일부러 보지 않았던 하로하피 어카운트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내가 운영할 당시의 어카운트는 모두의 사진이라든가가 자주 올라왔으니까 혹시 보고 그리움에 져서 돌아가버릴까봐 들어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확인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졌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로하피의 어카운트는 최악의 상정은 피했는지 사라지진 않았던것 같지만 갱신은 훨씬 전에 멈춰있었다.
돌연 뚝 끊긴 갱신의 마지막날짜는 내가 사라진후의 아마도 대학의 입학날짜.
확신할 정도로 기억은 안났지만 마지막 게시글이 하구미의 말투인데 대학교 입학식이 기대된다는 내용으로 끝나있었으니까.

대학생활로 너무 바빠져서 활동을 유지 할 수 없어졌다던가?
어카운트 운영 말고도 하로하피는 즐거운일을 찾기에도 시간을 써야하고 작곡과 작사, 라이브의 준비는 내가 빠진 자리를 당장 검은옷들에게 맡기진 않고 자신들끼리 해보자고 할것 같으니까..

[미군이 없어졌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라이브 회장도 준비되었고 프로의 작곡가가 곡도 줬다는 하구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나는 하로하피의 이후의 활동에 최대한 지장이 안가게끔 준비를 하고 떠났었다.

바빠졌다던가 준비가 힘들었으니까 같은 물리적인 이유로 하로하피의 활동에 지장이 갈거라면 카오루씨와 카논씨가 대학에 들어갔을때 이미 하로하피는 해체됐어야했다.

"하하.. 설마. 내가 그렇게까지 영향이 큰인물은 아니지. 안된다던가 할 수 없다는 말만으로도 잊혀지는데 아예 떠나버리면 인형옷 입는 사람이 있었다는것조차 잊는게 당연하잖아."

가슴이 꾹 조이는 느낌만으로 이름을 잊히는것에 두려워서 최대한 코코로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신경썼던 과거가 생각났다.
혹시 잘못해서 부정적인 말을 했을 때는 황급히 코코로의 이름을 불러 내 이름을 기억하는지 확인하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그토록 떠날때 다른사람은 걱정해도 코코로는 태연할거라고 생각했다.

하로하피가 해체할만큼 큰일이 일어났다면 분명 코코로와 관련된 일이었을거다.
진심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던 츠루마키가의 재력도 신앙하다싶이 믿었던 코코로의 행동력도 포함하여 멤버 모두가 작든 크든 코코로의 영향을 받아왔었다.

"...코코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나 같은 사람이 다시 나타나지 않게 검은옷의 사람들이 제약을 걸었다던가."

이제 미셸을 관두겠다는 말과 함께 절절한 코코로에 대한 감정을 털어놨을때 검은옷의 사람들은 참혹한것을 보는것만 같은 표정으로 알겠다며 뒷수습은 그쪽에서 맡아주겠다고 말했었다.
츠루마키가의 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을 검은옷의 사람들에게 나는 배제해야 할 대상이며 또한 안타까운 아이이기도 했겠지.. 터무니없는것에 욕심을 내버린 가엾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아이.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을때에 미국 대학교의 팸플릿을 전해준것도 검은옷의 사람들이었다.
지금까지 코코로의 보필에 도움을 받은것에 대한 예우라며 전해준 팸플릿은 츠루마키가의 재력에 기대면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내 성격에 맞춰 아무 관여도 없이 순수하게 추천할만한 대학 커리큘럼의 정리자료여서 나름 감동을 받았었던 기억이있다.

그런 상냥한 사람들이 코코로에게 제약.. 좀 상상 할 수 없는데..

"그럼.. 역시 코코로의 자의로 하로하피의 활동이 중지됐다는건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답이 나오지 않은 물음에 수 많은 경우의 수를 내밀어보며 고개를 든 카페 창 밖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오는 카논씨가 보여 무심코 손을 흔들었다.




갑자기 전화를 걸었는데도 망설임없이 달려온 카논씨는 길치인것은 아직  고치지 못한 것 같지만  도착해서 나를 확인하고 푸욱 한숨을 쉬며 안심하는 모습에서 어른의 성숙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내 한손을 꼭쥐어들고 다행이다면서 안심하는 모습에서 포근폭신한 성격은 변하지않은것 같아서 위안을 얻었지만..

"카페 이름도 듣지 않고 전화 끊어서 놀랐어 카논씨."

"아. 미사키짱이 갑자기 돌아왔다니까 놀라서.. 그래도 이근처 카페는 다 알고있으니까 길을 잃지 않을 자신은 있었는데.."

정말 초조했었는지 자리에 앉고도 안절부절 손을 쥐었다 폈다하며 긴장감을 풀지 못했다.
그럴만한 행동울 한 자각이 있는 미사키는 아무 말 없이 손을 꽉 쥐어줬다.

예전이라면 부끄러워서 이런 행동같은건 못했겠지만 지금은 이런 사소한 행동으로 상대가 안심한다던가 하는 영향력을 알았다.
하여튼 미카엘은 얼굴표정이 들어나는 다른 DJ보다 행동으로 웅변해서 대중의 기분을 들뜨게 하는 존재니까.

하로하피에 대해 갑자기 알게 된 여러 사실에 휘둘려 다시 전처럼 잃을까봐 불안해하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서 항상 확인하려던 행동이 되살아날뻔 했다.
그런 조급한 치기어린 행동들이 남들에게 자신의 불안감을 감화해서 상처입게 한다는것을 알게되었는데도.

"미사키짱은.. 모습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는데 많이 바뀌었구나."

"네? 그런가요.. 마주치는 사람마다 저라고 알아보던데.."

"으음.. 뭐라고 해야할까. 이런거 말이야. 미사키짱 늘 곤란한 사람을 돕는것에 열중해서 멋졌지만 항상 걱장됐거든. 필사적인건 좋지만 미사키짱까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미셸일때의 미사키는 항상 열심히와 과로의 아슬아슬한 선을 타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매번 스스로에게 타일렀지만 밤새 작곡하고 연습을 하는 날이면 조금 봐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미셸이 미사키란 것을 모르는 3인방이 그것을 이해해주진 못했지만..

하지만 그런것이 아니더라도 미사키가 남을 도울때는 어느한켠에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늘 자신을 채찍 쳐 온것은 사실이다.
이 모든것이 실패하면 곧 내 책임이고, 이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고, 하지만 내가 노력했다고 내보이는것은 부끄러우니까 숨기고.
그러면서 알아주지 않는것에 대해서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타지에서 혼자 살게 된 미사키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생활해 나가면서 자신감이 생기게 된 것 같았다.
무엇을 실패해도 타인의 실수까지 책임 질 필요는 없고 노력한만큼 결과를 스스로 느끼면서 채운 자존감이 미사키를 여유있고 당당하게 만들어준걸지도 모른다.

"이곳을 떠나서 미국에서 생활했는데요. 거기서 여러가지 깨달아서요. 디제잉도 하고 작곡도 계속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좀 여유가 생긴걸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되돌아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여러사람의 응원도 받았던게 생각났다.
주말 약속이 있었던 대학의 친구는 가끔 네가 무언가 무서운 얼굴로 고민하던것이 그곳에 있냐고 약속은 미안해하지 않고 힘내라고 해줬고 금요일날의 디제잉 알바에 나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미카엘 어카운트에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다음주에는 꼭 보자며 걱정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성을 잃었던게 바보같을 정도로 마음이 편해졌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 선배는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것 같았다.

"미사키짱이 나를 부른것은 그 되돌아보기의 일환인거야? 하로하피의 일? 아니면.. 코코로짱의 일이려나.."

코코로의 말마따나 제일 용기가 있는 카논은 의외로 날카로운 부분도 있어서 이렇게 나를 놀래킬때가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점 때문에 늘 결국은 빗나가거나 내 거짓말에 넘어가버렸는데 오늘은 진검승부라고 써야 할 만큼 진지한 눈으로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무엇이 있어도 캐묻겠다는 자세는 미숙한 시선으로 오해투성이인 과거를 좀 더, 조금만 더 이해해보려는 소극적인 이번 방문에는 부담스러웠다.
나는 이것을 계기로 내가 나를 탓하는 부분을 고칠 발판을 만들기 원했다.
쉽게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애초에 도망가지도 않았을것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을 냉정히 직시해버리는 성격이 어영부영 넘어가는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하로하피의 일. 딱 그것까지에요. 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는 않은 인간이거든요. 카논씨도 알고있잖아? 나는 겁쟁이에 거짓말쟁이. 자기보신에 달리는 사람이란것을."

"미사키짱! 그렇게 스스로를 나쁘게 말 할 것은 없잖아!"

"맞아. 카논씨. 나는 그냥 냉정히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을 뿐이야. 하지만 그 모든게 나쁜것이 아니란것은 여기서 떠나고 나서야 알 수 있었지. 여기서 나는 내가 제일 나쁘고 제일 한심한 인간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

카논씨는 생각나는 일이 있는지 입을 다물어버렸다.
떠오르는것이 한두가지는 아니었을것이다.
하여튼 나는 무엇을 말하든 부정당하는 입장이었으므로, 그게 내가 하로하피를 걱정해서든 아니든 곰인형탈을 써서 나 자신을 부정하지 않으면 들으려해주지 않았으니까.

나는 모두가 실패해서 슬픈것이 보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웃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지 않았으니까 내 눈에 보이는 세계만으로도 울지 않았으면 하는게 겁쟁이 나름으로 세계를 웃음으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이해하고나면 그런 성격도 나쁘지 않은게 아닐까 인정하고 장점으로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겁쟁이이니까 좀 더 철저해질수있고 거짓말쟁이이니까 상대를 덜 상처입힐 수 있었다.
자기보신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피해입지 않는 선에서 타인을 도우려고 하는 것을 나쁘다고 하진 않는다.
무모하게 도우려다 다치면 곧 주변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니까.

"소극적이라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면 나도 나쁘지 않은 인간이라고 알게 됐으니까.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좋아하는일도 잔뜩이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아직도 디제잉하는데 가면을 쓰지만 미카엘이라고 하는 검은곰인데 많이 사랑받고 있어서 내가 낳은 이 캐릭터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어서.. 카논씨 우는 거야?"

모든 사람을 이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나름 상대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했는데 어느 부분이 카논씨를 울린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오래 떨어져있어서 그 사이에 바뀐 카논씨를 내가 알지못하게 되었다면 슬픈일이지만 무언가의 트리거를 눌러버렸을지도 몰랐다.
연신 미안하다고 달래면서 등을 도닥여주었다.

식어가는 커피만큼 오랜시간이 흘러 훌쩍이는 카논씨의 눈물도 멎어 안심하고 다시 옆자리에 앉았다.
어느새 일어나서 꼬옥 끌어안아주고 있었다.
어릴때보다 이런부분에서 쑥쓰러움이 사라진건 스킨쉽이 많은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것일까?

"말하지 않으면 몰라. 카논씨, 나 미국에서 깨달은 중요한게 그거니까. 그거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되돌아왔어. 서로 말하지 않으면 오해만 가득하니까. 말하지 않고 이해하기를 바라는건 무척 어려운 일을 상대에게 강요하는거라고."

"..그것이 미사키짱이 여기를 떠난 이유야?"

"그건 아니지만.. 하나도 상관없다고는 할 수 없네. 하로하피의 모두는 중요한것은 말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뿐이잖아.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이해할거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지.. 나는 지속적으로 상처받아왔을지도 모른다고 최근 생각했지만 그건 물어보지 않은 내 잘못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기까지.. 미사키짱은 상처받았다는거네."

거짓말쟁이와 오랜 교제의 카논씨이다.
어설프게 돌려말해도 핵심을 쿡 찔러서 말해온다.
내 나쁜 버릇인 '결국 그것은 내 잘못이다'라는 것은 사실 너희도 잘못했지 않느냐는 원망도 담겨있다는걸 이미 알고 있겠지.

옛날일이 아니었으면 절대 말 할 수 없는 우회가득한 단어라도 본심인 말들.
탓하고 싶은것은 아니였는데,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서 여기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는 내가 저지른 행동으로 무슨 일이 벌어져있는지 알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떠나더라도 하로하피가 잘지냈으면 하고 바랬다.

"...이렇게 될까봐. 떠난거였어요. 더이상 여기 남아있어도 저는 모두에게 상처를 줄 것 같았거든요. 카논씨에게 이런 마음 들게하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이대로 헤어지는게 어떨까요? 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인데.."

"아니. 미사키짱 이건 마땅히 미사키짱이 해야 할 말들이야. 우리가 모른척 떠넘긴 부담들을 스스로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것도 전부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어. 즐거운것만 찾고 부정적인것에 눈을 돌리면 그 부분이 사라지는것도 아닌데.."

"이미 끝난 일이잖아요. 묻어버리면 되죠. 카논씨가 부담 할 일이 아니에요."

"..내가 그렇게 의지가 안되는 사람이니? 미사키짱은 지금 그렇게 상처받았어도 날 배려하려고 하고 있어. 곤란해하면 난처해도 도우려고 달려들어 해내지 않고는 참을 수 없으면서 왜 그렇게 사람을 의지하지 않으려고해?"

대답 할 수 없었다.
나는 안전한길을 몇개도 준비해서 실패를 대비하는 성격이었다.
이것은 공적인 문제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카논씨처럼 진심으로 나를 도우려는 사람에게는 서운한 일이겠지.

지금이라면 말해도 되지 않을까?
옛날의 카논씨는 언제나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는 사람으로, 주로 그 대상이 코코로인만큼 어떤 문제에서 결국은 코코로의 편을 들었다.

잠깐.. 그것은 오히려 떠난 근본의 이유라면 더 의지가 되지 않는가.
코코로를 사랑해서 코코로에게서 자신을 떼어내려고 했는데다가 거기에 확정된 미래란 존재하지 않고 츠루마키가의 후계자에겐 짐밖에 안되고.
애초에 코코로가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도 없고.
그래도 욕심을 내버리는 나는 카논씨에겐 용기를 나눠주는 구원자를 해치려드는 적이니까.
그러니까 믿을 수 있다.
내가 잘못된 길을 가려고하면 단칼에 내쳐주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왈칵 눈물과 함께 입이 트였다.

"세계 모두를 웃게 만든다고 하는거. 거기에 저는 포함되어 있었을까요? 괴롭다고 잊혀져버려서 필사적으로 이름을 기억해주기 위해 열사병 직전까지 인형탈속에 들어가고, 억지를 들어주기 위해서 밤을 새서 작곡하고. 거기에 보답을 바라는건 순수한 츠루마키가의 아가씨에게 무례한 일이었을까요."

갑자기 바뀐 분위기와 화제에 적응이 되지 않는지 놀란 얼굴을 하고서도 카논씨는 내 횡설수설한 말에서 중요한 본심을 주워보려고 필사적이었다.
나는 말하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검은감정에 짖눌려 상대에게 대한 배려라던가 주위의 시선이라던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은 전부 내팽개쳐버려서 뒷감당은 이미 머리밖이었다.

무서워하고 있던 일이 일어나버렸다.
제일 염려하던 상대도 아니고 사실 적당히 일부분만을 털어놓아 간을 보려던 상대에게 심장을 끌어내 내보이게 되버렸다.
물결치는 파도와 새소리, 높은 산의 메아리같은 아름다운것들로 감싸 묶어 희미하게 희석했던 감정들은 묵히고 묵혀져서 숙성되어 검붉게 곯아 터져나왔다.

"모른다던가, 이해하지 못한다던가 가르쳐주라는건 전부 나에게 떠맡기는거잖아. 괴로우니까 잊어버린다니 정말 타인을 생각하면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상처받아보지 않았으니까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진심으로 상대를 웃음으로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응, 응. 미사키짱 듣고 있어. 더 말해봐."

오열을 흐느끼는 내 등을 이번엔 카논씨가 다독이고 있었다.
포근한 품에 더 서러워져서 어미짐승에게 새끼가 그러하듯 팔을 돌려 끌어안아 더욱 파고들었다.
해묵은 감정이 실타래처럼 풀어내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을 털어낸다는것은 생각보다 훨씬 에너지를 쓰는 행동인지 속이 타는듯이 뜨거워져서 놓여있던 식은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사랑이란 감정을 이해하는지도 알 수 없고. 내 감정을 고백했을때 가르쳐줘라는 말을 들으면 전 어떻게해요? 거기서 나에게 맡기면 나는 언제까지나 죄책감을 가질텐데. 혹시 아무생각없이 즐겁겠다고 사귀자하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저는 미래에 어떻게해요? 츠루마키가의 영애가 결혼하는것은 당연한 미래인데. 걸림돌일게 뻔한데 내가 붙들 수 있을리가 없잖아."

말하지 않고 없애버리려던 감정까지 토해냈을때 거의 탈진의 지경이던 나는 흐릿한 정신에 맡겨서 카논씨의 어깨에 체중을 맡겼다.
저보다 키도 크고 근육량도 많아 무거운 내가 기대자 휘청한 카논씨는 그래도 다부지게 넘어지지않고 받아들여줬다.

"미사키.. 미안해.."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 그런 목소리를 들은거 같았다.
Posted by 백오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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