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1
"아르릉..아르르르"
발달하지 않은 성대로 애써 불만을 표하면서 아가는 짧은 앞발을 필사적으로 메르시에게 뻗었다.
처음 만났을때와 몰라보게 달라진 윤기가 도는 짧은 털에 휩싸인 꼬리도 불만을 표하듯 바닥을 연신 탁탁 쳐대고 있었다.
"그렇게 봐도 안돼요! ...요새 아랫턱 갈기가 얼마나 볼품없어진지 안보이나요? 이게 다 아가가 물어뜯고 잡아당겨서 생긴 일이라구요!"
어릴적 수모를 당한 원인이었지만 나름의 자랑이었던 금빛갈기에 탈모가 일어나자 아파도 가지고 놀라고 갈기를 제공했던 메르시도 아기호랑이를 떼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아둥바둥 흔들어대는 작은 손이 귀엽지만 몇번이나 당하고도 순순히 턱을 내어줄 정도로 메르시는 학습능력이 낮지 않았다.
"끄우우...빼애액!!"
하지만 그 행동이 못내 아쉬웠는지 아기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빼액빼액 울어대었다.
최근은 전혀 듣지 못한 울음소리는 천지에 저 혼자 남았다는듯 온몸으로 서러움을 토하고 있었다.
메르시는 한숨을 쉬면서 울상으로 턱을 내주었다.
이기지 못할걸 뻔히 알면서 해 본 적어도의 반항이었다.
아직도 아기호랑이의 동족은 털끝도 찾을 수 없것만 이렇게 나날의 일상에 깊이 파고드는 아가와의 교환이 메르시가 이제는 아기호랑이를 떠나보내지 못할거라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는 혼자였던 옛날을 떠올리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르릉..고로로롱.."
아웅아웅우물우물
뭐가 그리 좋은지 갈기를 입에넣고 오물대기 바쁜 아기호랑이를 보면서 메르시는 이 고집불통을 어떻게 이기느냐고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메르시는 쭈욱쭈욱 잡아당겨져 조금 아픈 턱을 참아내며 아가가 이만큼까지 나아진 과정을 회상했다.
.
.
.
쌔근쌔근
강제로 약으로 재워졌던 때랑 확연히 다른 편안한 숨소리는 메르시의 치료가 성공했다는걸 알려주었다.
이 성과에 확연히 달라진 군인들의 분위기는 작업이 경쾌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도와주었다.
가끔 아기호랑이가 잘 있나 작업을 땡땡이치고 의무실에 구경을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호랑이는 복구작업 캠프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독한 약때문에 망가졌던 소화기관도 제대로 활동하는거 같고.. 이유식을 먹일 때인가?"
필사적으로 살리고 난 후에 대략적으로 4개월생이라 추측한 메르시는 아기 호랑이에게 무엇을 먹이면 좋을까 이것저것 책을 찾아보고 거의 전문가가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른도 위세척을 해야 할 정도로 수면제가 투여된 아기호랑이의 위가 정상일리 없었고 오늘에서야 겨우 수액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해내었다.
"...빼액.. 빼애애액!"
"앗! 아가야 괜찮아. 나 여기있어.. 아무도 안헤쳐.."
어느새 깨어났는지 아기호랑이는 작은 귀를 푹 젖히고 빼애액 우렁차게 울었다.
메르시가 꽉 끌어안아 등을 토닥여도 쉬이 그치지 않은 울음은 죽어버린 부모를 찾는 서러운 아기의 호소였다.
아기는 꿈속에서 다시 한번 부모를 잃은걸지도 모른다.
"고생이 많네요 박사님. 그런데 꼭 박사님이 도울 필요가 있나요? 고아원에 보내시는게.."
의사동료인 고릴라 수인 윈스턴이 안쓰러울 정도로 짙어진 메르시의 다크써클을 지그시 지적하며 충고했다.
몇날 며칠 부모를 찾아 시도때도 없이 우는 아기호랑이를 메르시는 자처해서 토닥이고 안아주며 달래었다.
그 성과도 있어서인지 최근에는 부쩍 줄어들었었는데 악몽을 꾼 모양이었다.
어른도 버티기 힘든 전장에서 거의 죽었었던 모양이니 PTSD가 나타나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뇨. 제가 돌볼거에요. 적어도 이 아이의 동족을 찾을때까지는요."
메르시의 의무는 아기호랑이의 생존까지였지만 살리고 나서도 보살핌의 손길을 끊지 않았다.
혼자라는 공통점이기 때문일까?
도저히 이 아이에게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고릉 고르르릉"
"옳지. 여기엔 아무도 널 헤칠 사람이 없어. 내가 다 지켜줄게.. 한숨 더 잘까?"
삐익 빼액 맹수같지 않은 미약한 울음소리를 내던 아기호랑이가 메르시의 품에서 잠들었다.
마르기 전에 눈물줄기를 닦아내고 그 작은 이마에 쪽 굿나잇 키스를 해준 뒤에도 바로 침대에 내려놓지 않고 메르시는 둥기둥기 아기호랑이를 안고 달래었다.
아직 깊게 잠들지 않은 호랑이는 자신을 살려주고 돌봐준 메르시가 없으면 또 금방 깨서 울음소리로 불러대었다.
"제가 없으면 잠들지 못한다니. 충격이 컷었나봐요. 그나마 구해준 저를 알아보는걸까요? 의지해 주네요."
"흐음... 과연 그럴까요.."
윈스턴이 보기에 이미 호랑이는 메르시를 부모라고 생각하는거 같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차가웠던 병동에 한몫하던 메르시가 쩔쩔매면서도 잠든 아기 호랑이 얼굴에 잔뜩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게 그는 무척 신기하고 흐뭇했다.
고아원을 언급했지만 메르시가 이미 마음의 자락을 아기호랑이에게 내어줘버린것이 뻔히 보였다.
아기의 생존본능은 처절하도록 강하다 약해보이던 턱으로 꽈득 잡아물고 절대 놓아주지 않겠지.
"하지만 백두산 호랑이의 거주지는 그곳뿐이라 알고 있는데.. 못찾으시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이 세상에 혼자라면. 전 이아이를 내버려둘 수 없어요, 윈스턴."
윈스턴은 발그레 볼까지 붉혀가며 아기호랑이의 조그맣고 말랑한 볼살을 만져대던 메르시가 정색하며 단호히 의견을 표방하는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현실적으로 아기호랑이는 이미 천애고아에 동족이 살아있길 바랄 수 없는 처지였다.
박사도 이미 알고있지만 차별받는 자신의 처지에 아이를 맡겠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거 같았다.
하지만 그런건 시간으로 극복 될 문제였다.
적어도 윈스턴에겐 이미 두명은 애정으로 이어진 부모자식으로 보여왔다.
그 갈등에 자신은 아무 도움을 줄 수 없지만 오랜 의사동료를 돕지 않는건 그의 심성에 들어맞지 않았다.
"세상모르고 잠들었어요.. 귀여워라."
"그렇군요. 이 서류는 제가 제출해 둘 테니. 그 아기호랑이를 편한 잠자리에 뉘어주는게 어떨까요? 그 김에 박사님도 좀 쉬고 오시죠."
"그래도 될까요.. 아니. 잘부탁해요, 윈스턴. 조금만 아가가 잘 자나 보고 올테니까요."
예전이었으면 쉬고 오라는 말에 이렇게 바쁜데 어떻게 쉬냐는 소리가 즉각으로 돌아왔을텐데 좋은 변화다.
메르시가 싱글벙글 웃으며 나가자 윈스턴은 맡겨진 서류를 들며 흠칫 자신의 입가를 쓸었다.
"아하하. 아기호랑이가 참 남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
아주 바쁜 직장에 어쩔 수 없는 야근으로 인한 피폐함을 절로 풀리게 해준다.
윈스턴은 이 서류를 해결하면 육아를 돕는 조항이라도 조사해보기로 했다.
.
.
.
추억을 회상하던 메르시가 눈을 떳을때에 무릎위의 온기는 온대간대 없고 이리저리 휙휙 움직이는 전등위에 작은 악동이 보였다.
어느새 올라갔는지 모르겠지만 메르시는 화들짝 놀라서 앉아있던 의자가 쓰러질 정도로 벌떡 일어났다.
"아, 안돼! 아가야 내려와요. 거긴 위험해요!"
"크릉? 갸오옹."
흔들흔들 앞뒤로 흔들리는 전등에 매달린체 그것이 재밌는지 앞발에 힘을주고 그네타듯 하는 호랑이는 2달전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이제는 메르시가 없다고 우는게 아니라 왜 없냐고 달려와 머리로 들이박고, 이유식은 커녕 생고기를 질겅이며 뜯어먹다 못해 뼈까지 아그작대는 건강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내버려두세요. 고양이과인데 저정도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뭐.. 아기고양이들이 잘못해서 떨어져 다치긴 하지만.."
"그러면 안돼잖아요! 아.. 옳지 가만히 있어요. 내가 내려줄게요.."
핫핫핫하고 유쾌하게 웃는 윈스턴의 명백한 농담에도 메르시는 안절부절 조심스럽게 의자를 아래에 가져다두곤 손을 아기 호랑이에게 내뻗었다.
건강해진것은 다행스런 일이고 메르시도 기뻣지만 이 아기호랑이는 천방지축 말괄량이가 어떤것인지 톡톡히 보여 줄 생각인지 안올라가는 곳이 없었다.
답답한 병동에 있게 하는것이 안타까워 산책을 한 날에는 높은 나무위에 올라가서 못내려오고 빼액빼액우는가 하면 어떤 날에는 턱도 없는 벽을 어떻게 탔는지 모르지만 떡하니 책장위에 올라가서 잠들어버린 바람에 메르시가 온 병동을 뒤지고 다니게 한 적도 있었다.
처음엔 메르시처럼 얼굴을 새파랗게 질리게 만들던 윈스턴도 이제는 웃어버릴 정도로 아기호랑이의 등반취미는 식을 줄을 몰랐다.
휘익 터억!
"우와앗! 위험하다고 뛰어내리진 말라고 했잖아요! 오늘은 좀 혼을 나봐야겠네요!"
"큐릉? 고로롱.."
갑자기 메르시의 품에 뛰어들도록 내려온 아기 호랑이는 메르시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자신을 받아내었는지는 하나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인 금빛 갈기를 오물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더 크게 웃어대는 윈스턴을 슬쩍 째려보고 오늘 그가 숨겨둔 땅콩버터를 아가가 전부 쓰러뜨려 엎지르게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메르시는 눈앞에 아기호랑이를 앉히고 두앞발을 높이 들도록 손으로 올렸다.
전형적인 벌받는 자세였다.
"높은 곳에서 그렇게 뛰어내리면 된다고 했어요, 안했어요?"
"뀨웅..큐르릉?"
"그럼 다음번에도 뛰어내리면 어떻게 한다고 했죠?"
"캬웅! 캬르르릉!"
"그래요. 간식 안준다고 했죠. ...윈스턴 뒤에서 웃기는 표정 짓는거 그만해요."
어쩐지 벌받을 때는 축늘어진 귀와 꼬리를 하던 호랑이가 이리저리 꼬리를 흔들며 좋아한다 했더니 메르시가 뒤를 돌아보자 급하게 표정을 수습하는 윈스턴이 보였다.
우리 아가가 귀여운건 어쩔 수 없지만..하고 팔불출기미를 보이면서 메르시는 웃어버렸다.
이제 떼어놓을 수 없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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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릉..아르르르"
발달하지 않은 성대로 애써 불만을 표하면서 아가는 짧은 앞발을 필사적으로 메르시에게 뻗었다.
처음 만났을때와 몰라보게 달라진 윤기가 도는 짧은 털에 휩싸인 꼬리도 불만을 표하듯 바닥을 연신 탁탁 쳐대고 있었다.
"그렇게 봐도 안돼요! ...요새 아랫턱 갈기가 얼마나 볼품없어진지 안보이나요? 이게 다 아가가 물어뜯고 잡아당겨서 생긴 일이라구요!"
어릴적 수모를 당한 원인이었지만 나름의 자랑이었던 금빛갈기에 탈모가 일어나자 아파도 가지고 놀라고 갈기를 제공했던 메르시도 아기호랑이를 떼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아둥바둥 흔들어대는 작은 손이 귀엽지만 몇번이나 당하고도 순순히 턱을 내어줄 정도로 메르시는 학습능력이 낮지 않았다.
"끄우우...빼애액!!"
하지만 그 행동이 못내 아쉬웠는지 아기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빼액빼액 울어대었다.
최근은 전혀 듣지 못한 울음소리는 천지에 저 혼자 남았다는듯 온몸으로 서러움을 토하고 있었다.
메르시는 한숨을 쉬면서 울상으로 턱을 내주었다.
이기지 못할걸 뻔히 알면서 해 본 적어도의 반항이었다.
아직도 아기호랑이의 동족은 털끝도 찾을 수 없것만 이렇게 나날의 일상에 깊이 파고드는 아가와의 교환이 메르시가 이제는 아기호랑이를 떠나보내지 못할거라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는 혼자였던 옛날을 떠올리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르릉..고로로롱.."
아웅아웅우물우물
뭐가 그리 좋은지 갈기를 입에넣고 오물대기 바쁜 아기호랑이를 보면서 메르시는 이 고집불통을 어떻게 이기느냐고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메르시는 쭈욱쭈욱 잡아당겨져 조금 아픈 턱을 참아내며 아가가 이만큼까지 나아진 과정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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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근쌔근
강제로 약으로 재워졌던 때랑 확연히 다른 편안한 숨소리는 메르시의 치료가 성공했다는걸 알려주었다.
이 성과에 확연히 달라진 군인들의 분위기는 작업이 경쾌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도와주었다.
가끔 아기호랑이가 잘 있나 작업을 땡땡이치고 의무실에 구경을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호랑이는 복구작업 캠프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독한 약때문에 망가졌던 소화기관도 제대로 활동하는거 같고.. 이유식을 먹일 때인가?"
필사적으로 살리고 난 후에 대략적으로 4개월생이라 추측한 메르시는 아기 호랑이에게 무엇을 먹이면 좋을까 이것저것 책을 찾아보고 거의 전문가가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른도 위세척을 해야 할 정도로 수면제가 투여된 아기호랑이의 위가 정상일리 없었고 오늘에서야 겨우 수액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해내었다.
"...빼액.. 빼애애액!"
"앗! 아가야 괜찮아. 나 여기있어.. 아무도 안헤쳐.."
어느새 깨어났는지 아기호랑이는 작은 귀를 푹 젖히고 빼애액 우렁차게 울었다.
메르시가 꽉 끌어안아 등을 토닥여도 쉬이 그치지 않은 울음은 죽어버린 부모를 찾는 서러운 아기의 호소였다.
아기는 꿈속에서 다시 한번 부모를 잃은걸지도 모른다.
"고생이 많네요 박사님. 그런데 꼭 박사님이 도울 필요가 있나요? 고아원에 보내시는게.."
의사동료인 고릴라 수인 윈스턴이 안쓰러울 정도로 짙어진 메르시의 다크써클을 지그시 지적하며 충고했다.
몇날 며칠 부모를 찾아 시도때도 없이 우는 아기호랑이를 메르시는 자처해서 토닥이고 안아주며 달래었다.
그 성과도 있어서인지 최근에는 부쩍 줄어들었었는데 악몽을 꾼 모양이었다.
어른도 버티기 힘든 전장에서 거의 죽었었던 모양이니 PTSD가 나타나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뇨. 제가 돌볼거에요. 적어도 이 아이의 동족을 찾을때까지는요."
메르시의 의무는 아기호랑이의 생존까지였지만 살리고 나서도 보살핌의 손길을 끊지 않았다.
혼자라는 공통점이기 때문일까?
도저히 이 아이에게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고릉 고르르릉"
"옳지. 여기엔 아무도 널 헤칠 사람이 없어. 내가 다 지켜줄게.. 한숨 더 잘까?"
삐익 빼액 맹수같지 않은 미약한 울음소리를 내던 아기호랑이가 메르시의 품에서 잠들었다.
마르기 전에 눈물줄기를 닦아내고 그 작은 이마에 쪽 굿나잇 키스를 해준 뒤에도 바로 침대에 내려놓지 않고 메르시는 둥기둥기 아기호랑이를 안고 달래었다.
아직 깊게 잠들지 않은 호랑이는 자신을 살려주고 돌봐준 메르시가 없으면 또 금방 깨서 울음소리로 불러대었다.
"제가 없으면 잠들지 못한다니. 충격이 컷었나봐요. 그나마 구해준 저를 알아보는걸까요? 의지해 주네요."
"흐음... 과연 그럴까요.."
윈스턴이 보기에 이미 호랑이는 메르시를 부모라고 생각하는거 같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차가웠던 병동에 한몫하던 메르시가 쩔쩔매면서도 잠든 아기 호랑이 얼굴에 잔뜩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게 그는 무척 신기하고 흐뭇했다.
고아원을 언급했지만 메르시가 이미 마음의 자락을 아기호랑이에게 내어줘버린것이 뻔히 보였다.
아기의 생존본능은 처절하도록 강하다 약해보이던 턱으로 꽈득 잡아물고 절대 놓아주지 않겠지.
"하지만 백두산 호랑이의 거주지는 그곳뿐이라 알고 있는데.. 못찾으시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이 세상에 혼자라면. 전 이아이를 내버려둘 수 없어요, 윈스턴."
윈스턴은 발그레 볼까지 붉혀가며 아기호랑이의 조그맣고 말랑한 볼살을 만져대던 메르시가 정색하며 단호히 의견을 표방하는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현실적으로 아기호랑이는 이미 천애고아에 동족이 살아있길 바랄 수 없는 처지였다.
박사도 이미 알고있지만 차별받는 자신의 처지에 아이를 맡겠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거 같았다.
하지만 그런건 시간으로 극복 될 문제였다.
적어도 윈스턴에겐 이미 두명은 애정으로 이어진 부모자식으로 보여왔다.
그 갈등에 자신은 아무 도움을 줄 수 없지만 오랜 의사동료를 돕지 않는건 그의 심성에 들어맞지 않았다.
"세상모르고 잠들었어요.. 귀여워라."
"그렇군요. 이 서류는 제가 제출해 둘 테니. 그 아기호랑이를 편한 잠자리에 뉘어주는게 어떨까요? 그 김에 박사님도 좀 쉬고 오시죠."
"그래도 될까요.. 아니. 잘부탁해요, 윈스턴. 조금만 아가가 잘 자나 보고 올테니까요."
예전이었으면 쉬고 오라는 말에 이렇게 바쁜데 어떻게 쉬냐는 소리가 즉각으로 돌아왔을텐데 좋은 변화다.
메르시가 싱글벙글 웃으며 나가자 윈스턴은 맡겨진 서류를 들며 흠칫 자신의 입가를 쓸었다.
"아하하. 아기호랑이가 참 남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
아주 바쁜 직장에 어쩔 수 없는 야근으로 인한 피폐함을 절로 풀리게 해준다.
윈스턴은 이 서류를 해결하면 육아를 돕는 조항이라도 조사해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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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회상하던 메르시가 눈을 떳을때에 무릎위의 온기는 온대간대 없고 이리저리 휙휙 움직이는 전등위에 작은 악동이 보였다.
어느새 올라갔는지 모르겠지만 메르시는 화들짝 놀라서 앉아있던 의자가 쓰러질 정도로 벌떡 일어났다.
"아, 안돼! 아가야 내려와요. 거긴 위험해요!"
"크릉? 갸오옹."
흔들흔들 앞뒤로 흔들리는 전등에 매달린체 그것이 재밌는지 앞발에 힘을주고 그네타듯 하는 호랑이는 2달전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이제는 메르시가 없다고 우는게 아니라 왜 없냐고 달려와 머리로 들이박고, 이유식은 커녕 생고기를 질겅이며 뜯어먹다 못해 뼈까지 아그작대는 건강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내버려두세요. 고양이과인데 저정도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뭐.. 아기고양이들이 잘못해서 떨어져 다치긴 하지만.."
"그러면 안돼잖아요! 아.. 옳지 가만히 있어요. 내가 내려줄게요.."
핫핫핫하고 유쾌하게 웃는 윈스턴의 명백한 농담에도 메르시는 안절부절 조심스럽게 의자를 아래에 가져다두곤 손을 아기 호랑이에게 내뻗었다.
건강해진것은 다행스런 일이고 메르시도 기뻣지만 이 아기호랑이는 천방지축 말괄량이가 어떤것인지 톡톡히 보여 줄 생각인지 안올라가는 곳이 없었다.
답답한 병동에 있게 하는것이 안타까워 산책을 한 날에는 높은 나무위에 올라가서 못내려오고 빼액빼액우는가 하면 어떤 날에는 턱도 없는 벽을 어떻게 탔는지 모르지만 떡하니 책장위에 올라가서 잠들어버린 바람에 메르시가 온 병동을 뒤지고 다니게 한 적도 있었다.
처음엔 메르시처럼 얼굴을 새파랗게 질리게 만들던 윈스턴도 이제는 웃어버릴 정도로 아기호랑이의 등반취미는 식을 줄을 몰랐다.
휘익 터억!
"우와앗! 위험하다고 뛰어내리진 말라고 했잖아요! 오늘은 좀 혼을 나봐야겠네요!"
"큐릉? 고로롱.."
갑자기 메르시의 품에 뛰어들도록 내려온 아기 호랑이는 메르시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자신을 받아내었는지는 하나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인 금빛 갈기를 오물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더 크게 웃어대는 윈스턴을 슬쩍 째려보고 오늘 그가 숨겨둔 땅콩버터를 아가가 전부 쓰러뜨려 엎지르게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메르시는 눈앞에 아기호랑이를 앉히고 두앞발을 높이 들도록 손으로 올렸다.
전형적인 벌받는 자세였다.
"높은 곳에서 그렇게 뛰어내리면 된다고 했어요, 안했어요?"
"뀨웅..큐르릉?"
"그럼 다음번에도 뛰어내리면 어떻게 한다고 했죠?"
"캬웅! 캬르르릉!"
"그래요. 간식 안준다고 했죠. ...윈스턴 뒤에서 웃기는 표정 짓는거 그만해요."
어쩐지 벌받을 때는 축늘어진 귀와 꼬리를 하던 호랑이가 이리저리 꼬리를 흔들며 좋아한다 했더니 메르시가 뒤를 돌아보자 급하게 표정을 수습하는 윈스턴이 보였다.
우리 아가가 귀여운건 어쩔 수 없지만..하고 팔불출기미를 보이면서 메르시는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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