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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6.10.10 [하나메르]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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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2


"메흐히!"

툭 털썩


왠지 의기양양함이 느껴지는 당당한 얼굴을 하곤 내는 혀짧은 소리는 이 방안의 모두가 경악하기에 충분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명당한 메르시는 너무 놀라운 나머지 입에서 뚝뚝 마시던 커피를 흘리는 정도니 이 일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잘 알 수 있다.

수인은 보통 인간아기보다도 훨씬 긴 기간 말을 하지 못하고 그릉그릉 옹알이를 한다는걸 분야는 각자 달라도 지식인들의 집합인 기지내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트레이서라던가 루시우같은 장난기 가득한 사람 빼고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라는 재촉은 하지 않았는데 아기호랑이는 불러보란 말 한마디 없던 메르시의 이름을 불렀다.

"메흐히...메르띠..?"

아직 적응이 덜 된듯 우물우물 어색한 혀놀림으로 열심히 호랑이는 메르시를 불러댔다.
틀렸나 싶어 몇번이고 다시 반복하며 조금씩 원 발음에 다가가곤 있지만 아직 어린 그입으론 불완전했다.

"어...아가야.. 언제 말을 배운거야?"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라 얼굴을 긁힐 때까지 재촉해보던 트레이서도 이것이 빠르다는걸 잘 알고 있는지 놀라서는 살짝 멍한 눈초리로 아기호랑이를 보았다.
하지만 호랑이는 그저 익숙치 않은 발음에 몇번이고 메르시를 반복하고 있을 뿐 대답해줄 생각은 없는것 같았다.

"흠. 아무래도 인간이 많은 병동에서 생활하다보니 거기에 적응해서 빨리 말을 하게 된 것 같군요. 보통 수인들은 자신의 부족 내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런 특수한 상황은 흔하지 않죠. 메르시박사님 논문거리 하나 생겼군요."

윈스턴이 아직도 흘린 커피를 닦지 못하고 손을 벌리고 안아 달라는 아기호랑이에게도 응답하지 못하는 칠칠치 못한 모습의 메르시를 놀리듯이 말했다.
메르시는 거기에 발끈하다가 재빨리 휴지로 입을 닦곤 아기호랑이를 끌어안았다.
잘먹고 정상체중에 도달한 아기호랑이는 수인답게 성장속도가 빨랐으므로 꽤 묵직했지만 메르시에겐 깃철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리 논문거리가 없다해고 이런 일은 안써요. 아기가 날 제일 먼저 불러주다니.."

메르시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결혼을 할 생각도 없던 메르시에게 이 아기호랑이는 진짜 운명이 맺어준 자신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자신을 처음으로 불러준것은 감동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르릉.. 메흐히!!"

안아준것에 매우 만족했는지 아기호랑이는 답싹 메르시의 품에 안겨서 얼굴을 부벼대었다.
그 조그마한 애정표현까지도 메르시에게 행복으로 쌓여갔다.
더할나위 없는 자애로운 표정을 병동의 동료들은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이제 이 두명은 누가 돕지 않아도 떼어놓을 수 없는 끈끈한 관계로 보였다.

"하지만 진짜 그렇게 여러번 말했는데도 날 안불러주다니 섭섭한데."

"짜증날 정도로 괴롭혀서가 아닐까? 꼬리 좀 그만 건드려. 고양이과들한텐 민감한 부분이라고."

메르시와 호랑이가 감동의 장면을 펼치는걸 지켜보면서 트레이서는 내심의 섭섭함을 털어내놨다.
몇번이나 그 앞에서 반복한 트레이서라는 단어와 달리 메르시는 본인이 말한 적이 없으니 아기호랑이가 자발적으로 주변인이 부르는 모양을 따라부른게 분명하다.
윈스턴은 애가 참 똑똑하군하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콩깍지 씌인 생각을 하면서 트레이서에게 주의했다.

"그치만 쪼꼬만게 크아앙하면서 발악하는게 너무 귀엽지 않아? 온몸에 있는 털이란 털은 전부 바짝세우는게 더 놀려주고 싶어진단 말이지.."

"그러다 큰코 다칠걸? 지금에야 고양이들과 다름없지만 다 자라면 힘이 엄청 쎄진다고. 시베리아 호랑이는 호랑이중에서도 가장 크다고."

윈스턴은 떨어뜨렸던 서류들을 재정리하곤 트레이서를 뒤돌아보았다.
귀여워 죽겠다는건 잘 알겠지만 꼬리를 잡아 들어올리는건 아기에겐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을 정도로 과격한 폭력이니 장난을 좀 줄였으면 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뒤돌아서 본 트레이서의 얼굴은 식은땀과 함께 일그러져 어쩔 줄 몰라하는게 드러나보였다.

"왜그래? 뭔가 더 심한 장난이라도 한거야? 이번에 들키면 난 박사님 안말려줄거니까 알아서 해결해."

"아..아니 그런건 아니고.. 저 꼬맹이가 호랑이라고..?"

트레이서의 두툼한 라쿤꼬리가 퐉 털끝이 서 본인이 느끼는 위기감을 대신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냥 아기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곰까지 포식범위에 들어가는 시베리아 호랑이라니 미처 몰랐던 일이다.
수인은 근본이 되는 동물에게 영향을 꽤 받는 편이므로 아기 호랑이가 크면 포식자급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 내가 말 안했나? 하긴.. 헷갈릴 수도 있겠네.."

윈스턴은 다시 한번 메르시와 아기호랑이를 뒤돌아봤다.
이빨이 나서 씹을 수 있게 된 호랑이에게 간식을 주는 메르시와 연신 가르릉 그르릉거리며 애교를 피우는 아기호랑이.. 어떻게봐도 맹수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트레이서가 처음 본 모습은 비실비실했을 때의 모습이였으니..

"어으.. 나 어떻하지? 커서 막 때리는거 아냐? 어제도 놀아준다고 빙글빙글 돌리다가 놓쳐버려서.."

일에 바쁜 메르시를 놀아달라 보채는 아기호랑이를 맡아다가 저지른 일을 슬쩍 털어놓는 트레이서를 보며 윈스턴은 푸욱 한숨을 쉬었다.
그때 애한테 아기를 맡기는게 아니었는데..하고 후회해도 이미 늦은 일이다.
나중에 어디 다치친않았는지 촉진해보라고 메르시에게 충고해둬야겠다고 생각하며 순서대로 정리가 끝난 서류로 트레이서의 어깨를 퉁 쳤다.

"그거야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른거지. 어쨋든 항상 말하던데로 동생삼을거랬잖아? 지금처럼 하면 동생은 커녕 원수가 될거야. 커다란 맹수든 아니든 친해지고 싶으면 장난은 그만쳐."

"응... 고마워, 윈스턴.. 장난치지 않고 놀아줄 방법을 찾아볼게!"

윈스턴은 우선 어떻게 놀아줄까!하고 불타는 트레이서의 흔들리는 꼬리를 노려보는 아기호랑이의 존재는 알려주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퐉 퍼진 부드러운 꼬리가 살랑이는게 호랑이의 사냥본능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저것에 당한것이 한둘이 아니기에 여길 슬쩍 지켜보던 병동 동료들은 살며시 꼬리를 숨기며 후퇴했다.

메르시조차도 트레이서의 뒤에서 꼬리의 명복을 빌어주고 있었다.

.
.
.

윈스턴의 말을 듣고 트레이서를 혼내주려던 메르시는 물린 꼬리를 붙들고 훌쩍이는 모습에 자신이 개입하지 않아도 충분하겠다 싶어 무릎에 아기호랑이를 올리고 우선 붙잡혔다는 꼬리를 촉진해보았다.
그 기억이 남아있는지 콧잔등을 찡그리며 싫은 모양을 보였지만 다정한 손길에 금새 꼬리를 살랑이며 다가붙어왔다.

"흠. 다행히 골절은 안했지만 당분간 살펴봐야겠네요. 아프고 무서웠죠?"

안고 도닥이자 품에 코를 묻고 고르릉거리기 시작했다.
수인의 성장이 빠른편이라지만 아직 아기호랑이는 부모의 사랑이 제일인 애기였다.
특히 아주 어릴때 부모를 잃어 더욱 더 갈구하는지도 몰랐다.

"우리 아기.. 오늘도 재밌게 놀았어요? 그 사이에 제 이름도 익히고.. 아주 똑똑하네요."

칭찬을 해주는건 아이의 자립심과 자존감을 높히는 방법이라고 머릿속 지식을 꺼내보면서 털의 결에 따라서 손으로 쓰다듬었다.

경험이 부족한 부분을 딱딱한 지식으로 보충해가며 걷는 길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삭막해 보였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두손으로 아기호랑이의 옆구리를 들어올려 둥기둥기하기 시작했다.

아기호랑이는 높은곳이나 탈것을 매우 좋아하는지 자주 메르시에게 둥기둥기해주기를 재촉해왔는지라 그 행동은 아주 익숙해보였다.
메르시는 이때만큼 자기가 힘이 쎈 맹수 사자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 한 적이 없다.
호랑이가 좋아하는걸 보고 따라하려던 루시우가 끄응거리며 힘들여 3번정도 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진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메흐히. 메르띠."

"왜요? 좀 더 해달라고요?"

얼마든지 해주겠다고 웃으며 흔들어주는 애정이 가득 담긴 행동에도 호랑이는 어째선지 꼬리로 탁탁 메르시를 치면서 불만을 표했다.

"으음.. 우리 아가가 왜이럴까.. 뭘 원하는거려나?"

경험이 부족함 메르시는 이럴때 어째야할지 난처하기만 했다.

"나..나아. 아가 아냐!"

"네? 어른이라고 말하고 싶은걸까?"

내심 명확한 의사표현에 당황하면서도 메르시는 부러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 아기가 그 행동이 잘못된줄 알게된다고 몇번이나 되내이며 흥분을 식혔다.

"나 하나! 하나아!"

"하나..?"

메르시가 그것이 아가의 이름이란걸 알게된건 잠시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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묭님 썰 기반의 글.
술내기글인데 꾸금까지의 여정이 훨씬 길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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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오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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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1

오버워치/ㅎㄴㅁㄹ 2016. 11. 14. 06:32
유대-1

"아르릉..아르르르"

발달하지 않은 성대로 애써 불만을 표하면서 아가는 짧은 앞발을 필사적으로 메르시에게 뻗었다.
처음 만났을때와 몰라보게 달라진 윤기가 도는 짧은 털에 휩싸인 꼬리도 불만을 표하듯 바닥을 연신 탁탁 쳐대고 있었다.

"그렇게 봐도 안돼요! ...요새 아랫턱 갈기가 얼마나 볼품없어진지 안보이나요? 이게 다 아가가 물어뜯고 잡아당겨서 생긴 일이라구요!"

어릴적 수모를 당한 원인이었지만 나름의 자랑이었던 금빛갈기에 탈모가 일어나자 아파도 가지고 놀라고 갈기를 제공했던 메르시도 아기호랑이를 떼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아둥바둥 흔들어대는 작은 손이 귀엽지만 몇번이나 당하고도 순순히 턱을 내어줄 정도로 메르시는 학습능력이 낮지 않았다.

"끄우우...빼애액!!"

하지만 그 행동이 못내 아쉬웠는지 아기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빼액빼액 울어대었다.
최근은 전혀 듣지 못한 울음소리는 천지에 저 혼자 남았다는듯 온몸으로 서러움을 토하고 있었다.

메르시는 한숨을 쉬면서 울상으로 턱을 내주었다.
이기지 못할걸 뻔히 알면서 해 본 적어도의 반항이었다.

아직도 아기호랑이의 동족은 털끝도 찾을 수 없것만 이렇게 나날의 일상에 깊이 파고드는 아가와의 교환이 메르시가 이제는 아기호랑이를 떠나보내지 못할거라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는 혼자였던 옛날을 떠올리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르릉..고로로롱.."

아웅아웅우물우물

뭐가 그리 좋은지 갈기를 입에넣고 오물대기 바쁜 아기호랑이를 보면서 메르시는 이 고집불통을 어떻게 이기느냐고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메르시는 쭈욱쭈욱 잡아당겨져 조금 아픈 턱을 참아내며 아가가 이만큼까지 나아진 과정을 회상했다.
.
.
.


쌔근쌔근

강제로 약으로 재워졌던 때랑 확연히 다른 편안한 숨소리는 메르시의 치료가 성공했다는걸 알려주었다.
이 성과에 확연히 달라진 군인들의 분위기는 작업이 경쾌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도와주었다.
가끔 아기호랑이가 잘 있나 작업을 땡땡이치고 의무실에 구경을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호랑이는 복구작업 캠프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독한 약때문에 망가졌던 소화기관도 제대로 활동하는거 같고.. 이유식을 먹일 때인가?"

필사적으로 살리고 난 후에 대략적으로 4개월생이라 추측한 메르시는 아기 호랑이에게 무엇을 먹이면 좋을까 이것저것 책을 찾아보고 거의 전문가가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른도 위세척을 해야 할 정도로 수면제가 투여된 아기호랑이의 위가 정상일리 없었고 오늘에서야 겨우 수액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해내었다.

"...빼액.. 빼애애액!"

"앗! 아가야 괜찮아. 나 여기있어.. 아무도 안헤쳐.."

어느새 깨어났는지 아기호랑이는 작은 귀를 푹 젖히고 빼애액 우렁차게 울었다.
메르시가 꽉 끌어안아 등을 토닥여도 쉬이 그치지 않은 울음은 죽어버린 부모를 찾는 서러운 아기의 호소였다.
아기는 꿈속에서 다시 한번 부모를 잃은걸지도 모른다.

"고생이 많네요 박사님. 그런데 꼭 박사님이 도울 필요가 있나요? 고아원에 보내시는게.."

의사동료인 고릴라 수인 윈스턴이 안쓰러울 정도로 짙어진 메르시의 다크써클을 지그시 지적하며 충고했다.
몇날 며칠 부모를 찾아 시도때도 없이 우는 아기호랑이를 메르시는 자처해서 토닥이고 안아주며 달래었다.
그 성과도 있어서인지 최근에는 부쩍 줄어들었었는데 악몽을 꾼 모양이었다.
어른도 버티기 힘든 전장에서 거의 죽었었던 모양이니 PTSD가 나타나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뇨. 제가 돌볼거에요. 적어도 이 아이의 동족을 찾을때까지는요."

메르시의 의무는 아기호랑이의 생존까지였지만 살리고 나서도 보살핌의 손길을 끊지 않았다.
혼자라는 공통점이기 때문일까?
도저히 이 아이에게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고릉 고르르릉"

"옳지. 여기엔 아무도 널 헤칠 사람이 없어. 내가 다 지켜줄게.. 한숨 더 잘까?"

삐익 빼액 맹수같지 않은 미약한 울음소리를 내던 아기호랑이가 메르시의 품에서 잠들었다.
마르기 전에 눈물줄기를 닦아내고 그 작은 이마에 쪽 굿나잇 키스를 해준 뒤에도 바로 침대에 내려놓지 않고 메르시는 둥기둥기 아기호랑이를 안고 달래었다.
아직 깊게 잠들지 않은 호랑이는 자신을 살려주고 돌봐준 메르시가 없으면 또 금방 깨서 울음소리로 불러대었다.

"제가 없으면 잠들지 못한다니. 충격이 컷었나봐요. 그나마 구해준 저를 알아보는걸까요? 의지해 주네요."

"흐음... 과연 그럴까요.."

윈스턴이 보기에 이미 호랑이는 메르시를 부모라고 생각하는거 같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차가웠던 병동에 한몫하던 메르시가 쩔쩔매면서도 잠든 아기 호랑이 얼굴에 잔뜩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게 그는 무척 신기하고 흐뭇했다.
고아원을 언급했지만 메르시가 이미 마음의 자락을 아기호랑이에게 내어줘버린것이 뻔히 보였다.
아기의 생존본능은 처절하도록 강하다 약해보이던 턱으로 꽈득 잡아물고 절대 놓아주지 않겠지.

"하지만 백두산 호랑이의 거주지는 그곳뿐이라 알고 있는데.. 못찾으시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이 세상에 혼자라면. 전 이아이를 내버려둘 수 없어요, 윈스턴."

윈스턴은 발그레 볼까지 붉혀가며 아기호랑이의 조그맣고 말랑한 볼살을 만져대던 메르시가 정색하며 단호히 의견을 표방하는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현실적으로 아기호랑이는 이미 천애고아에 동족이 살아있길 바랄 수 없는 처지였다.
박사도 이미 알고있지만 차별받는 자신의 처지에 아이를 맡겠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거 같았다.

하지만 그런건 시간으로 극복 될 문제였다.
적어도 윈스턴에겐 이미 두명은 애정으로 이어진 부모자식으로 보여왔다.

그 갈등에 자신은 아무 도움을 줄 수 없지만 오랜 의사동료를 돕지 않는건 그의 심성에 들어맞지 않았다.

"세상모르고 잠들었어요.. 귀여워라."

"그렇군요. 이 서류는 제가 제출해 둘 테니. 그 아기호랑이를 편한 잠자리에 뉘어주는게 어떨까요? 그 김에 박사님도 좀 쉬고 오시죠."

"그래도 될까요.. 아니. 잘부탁해요, 윈스턴. 조금만 아가가 잘 자나 보고 올테니까요."

예전이었으면 쉬고 오라는 말에 이렇게 바쁜데 어떻게 쉬냐는 소리가 즉각으로 돌아왔을텐데 좋은 변화다.
메르시가 싱글벙글 웃으며 나가자 윈스턴은 맡겨진 서류를 들며 흠칫 자신의 입가를 쓸었다.

"아하하. 아기호랑이가 참 남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

아주 바쁜 직장에 어쩔 수 없는 야근으로 인한 피폐함을 절로 풀리게 해준다.
윈스턴은 이 서류를 해결하면 육아를 돕는 조항이라도 조사해보기로 했다.


.
.
.


추억을 회상하던 메르시가 눈을 떳을때에 무릎위의 온기는 온대간대 없고 이리저리 휙휙 움직이는 전등위에 작은 악동이 보였다.
어느새 올라갔는지 모르겠지만 메르시는 화들짝 놀라서 앉아있던 의자가 쓰러질 정도로 벌떡 일어났다.

"아, 안돼! 아가야 내려와요. 거긴 위험해요!"

"크릉? 갸오옹."

흔들흔들 앞뒤로 흔들리는 전등에 매달린체 그것이 재밌는지 앞발에 힘을주고 그네타듯 하는 호랑이는 2달전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이제는 메르시가 없다고 우는게 아니라 왜 없냐고 달려와 머리로 들이박고, 이유식은 커녕 생고기를 질겅이며 뜯어먹다 못해 뼈까지 아그작대는 건강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내버려두세요. 고양이과인데 저정도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뭐.. 아기고양이들이 잘못해서 떨어져 다치긴 하지만.."

"그러면 안돼잖아요! 아.. 옳지 가만히 있어요. 내가 내려줄게요.."

핫핫핫하고 유쾌하게 웃는 윈스턴의 명백한 농담에도 메르시는 안절부절 조심스럽게 의자를 아래에 가져다두곤 손을 아기 호랑이에게 내뻗었다.
건강해진것은 다행스런 일이고 메르시도 기뻣지만 이 아기호랑이는 천방지축 말괄량이가 어떤것인지 톡톡히 보여 줄 생각인지 안올라가는 곳이 없었다.

답답한 병동에 있게 하는것이 안타까워 산책을 한 날에는 높은 나무위에 올라가서 못내려오고 빼액빼액우는가 하면 어떤 날에는 턱도 없는 벽을 어떻게 탔는지 모르지만 떡하니 책장위에 올라가서 잠들어버린 바람에 메르시가 온 병동을 뒤지고 다니게 한 적도 있었다.
처음엔 메르시처럼 얼굴을 새파랗게 질리게 만들던 윈스턴도 이제는 웃어버릴 정도로 아기호랑이의 등반취미는 식을 줄을 몰랐다.

휘익 터억!

"우와앗! 위험하다고 뛰어내리진 말라고 했잖아요! 오늘은 좀 혼을 나봐야겠네요!"

"큐릉? 고로롱.."

갑자기 메르시의 품에 뛰어들도록 내려온 아기 호랑이는 메르시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자신을 받아내었는지는 하나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인 금빛 갈기를 오물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더 크게 웃어대는 윈스턴을 슬쩍 째려보고 오늘 그가 숨겨둔 땅콩버터를 아가가 전부 쓰러뜨려 엎지르게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메르시는 눈앞에 아기호랑이를 앉히고 두앞발을 높이 들도록 손으로 올렸다.
전형적인 벌받는 자세였다.

"높은 곳에서 그렇게 뛰어내리면 된다고 했어요, 안했어요?"

"뀨웅..큐르릉?"

"그럼 다음번에도 뛰어내리면 어떻게 한다고 했죠?"

"캬웅! 캬르르릉!"

"그래요. 간식 안준다고 했죠. ...윈스턴 뒤에서 웃기는 표정 짓는거 그만해요."

어쩐지 벌받을 때는 축늘어진 귀와 꼬리를 하던 호랑이가 이리저리 꼬리를 흔들며 좋아한다 했더니 메르시가 뒤를 돌아보자 급하게 표정을 수습하는 윈스턴이 보였다.

우리 아가가 귀여운건 어쩔 수 없지만..하고 팔불출기미를 보이면서 메르시는 웃어버렸다.
이제 떼어놓을 수 없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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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오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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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prologue


"메르시박사님, 긴급 핼프요청을 승락해주신것을 감사합니다. 대치하던 수인과 인간모두 이미 공멸했습니다만 복구과정에서의 부상자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좀 더 머물러 주실 수 있나요?"

딱딱한 군모룰 덮어 쓴 군인이 처참한 주위에 일체의 감정도 느끼지 않고 요청을 듣자마자 당장 짐을 싸서 찾아온 메르시에게 말했다.
여기저기 격렬한 공방이 졌는지 매캐한 연기가 매워 눈을 찔끔 찡그리던 메르시는 거기에 어떤 불만도 표하지 않았다.

이번에 싸움이 일어난 지역은 시베리아호랑이수인중에서도 희귀한 백두산 호랑이들이 인간과 공존하던 지역으로 전쟁의 원인은 흔하디 흔하게도 인간과 공존을 택한 수인들에게로의 보복이었다.
힘이나 체력이 월등한 반면 그 수가 현저히 적은 호랑이들은 물량공세에는 이기지 못하고 덮쳐온 적들과 공멸하고 말았다.

"네. 하지만 제가 같이 복구작업 현장을 둘러보아도 될까요? 혹시 살아남은 수인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현장의 사람들은 외부인이 드나드는건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박사님이 그러고싶으시다면 막지는 않겠습니다."

몹시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고 메르시는 방해만 되오고 도저히 도움이 되주질 않는 자신의 금빛갈기와 사자귀를 없애고 깊은 충동에 시달렸다.
수인과 사람.
두 종족의 공존을 위해 활동한다는 데에서 많은 사람의 존경도 받지만 수인과 직접 싸우는  군인들에게 메르시는 종족을 배반하고 인간한테 붙었으면서 동정심인지 뭔지로 수인을 돕는 박쥐같은 존재였다.

"네. 방해는 하지 않도록 할게요. 안내부탁해도될까요?"

군인은 매우 귀찮은 표정이었지만 자신의 의무는 잊지 않았는지 메르시에게 이쪽이라며 발을 떼었다.
살아남은 사람이나 수인이 있다면 일분 일초가 급한 상황이었지만 재촉해봤자 달라지는게 없다는걸 이미 아는 메르시는 속상한 속만 애써 달랬다.

수인과 인간이 공존하던 경계지역은 그 애매한 위치와 관계에 공격적인 수인집단이나 테러리스트에게 잘 노려지곤 했다.
빠른 대처에 중재가 가능 할 때도 있지만 이처럼 늦어서 중재자로써 전혀 도움이 안될때도 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서로의 오해나 견해의 차이 때문이란걸 잘 알지만 앞서 걷는 군인처럼 메르시를 박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인간사이는 수인이 정착하기 쉽지 않았다.
의사 자격을 따내는 데에 얼마나 많은 차별의 시선을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메르시는 이 길을 갈 수 밖에 없었고 싫어하지 않았다.

이런 열악한 취급에도 메르시는 인간사이에 뛰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존재했다.
반짝반짝 황금빛깔로 빛나는 갈기와 양성이라는 점은 보통의 암사자라면 분명 가지지 않았어야 할 돌연변이의 상징이었다.
인간과 달리 수인은 이변, 돌연변이같은 다른것에 극도의 적개심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메르시가 운이 없었던 것은 사자무리의 숫사자는 일찌감치 사자무리에서 내쫓긴다는 습성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쫓긴 금빛갈기의 사자는 홀로 이리저리 떠돌다 그나마 차별은 받을지언정 '어린'이라는 타이틀에 관대한 인간사이에 끼어들어갔다.
거기서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공부한 결과가 지금의 이 자리이지만 이런 취급에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글을 배우고 의학을 익힌 메르시는 오늘같이 중재자로써 불리는 일도 있지만 직업은 수인의사였다.
수인과 인간의 거주지역은 나눠져 있지만 이 지역과 같이 수인과 인간이 섞인 곳에선 메르시같은 수인의사는 귀중한 존재였다.
수인도 인간도 차별없이 대한다는 지침 하에 활동해 온 메르시는 여기저기 파괴된 이 공간이 어떤 노력으로 만들어졌는지 잘 알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도 수인과 인간사이의 융합은 진행 도중이었다.

"끼잉...깽..."

묵묵히 군인의 뒤를 따라 걷던 메르시는 무너진 건물잔해의 더미들 사이에서 사그러들어가는 목숨의 잔향을 들었다.
귀가 좋은 수인인 메르시와 달리 인간의 평범한 청각은 그 소리를 감지하지 못했는지 군인은 뒤를 돌아보는 기미가 없었다.

"여기! 빨리 사람들을 데리고 와주세요. 살아있는 수인이 있어요!"

"네? 하지만 여긴 격전지랑은 떨어진곳인데.."

"한시가 급해요. 빨리!"

갑자기 소리친 메르시에게 군인은 당황했는지 많은 말은 하지 않고 사람들을 부르러 달려갔다.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려면 꽤 많은 사람들이 필요할듯했다.
틈새에는 어째서 보지 못했나 싶은 선명한 주황과 검은 무늬의 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움찔움찔 꼬리는 아직 이 아래의 수인이 어리고.. 아주 약하지만 살아있다는걸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운이 좋았는지 피가 흐른 자국은 없었다. 콘크리트 기둥이 서로를 지지해서 깔리지 않고 오히려 다른 조각들에게서 아기호랑이를 지켜준걸로 보였다.

"데려왔습니다! 잠시 비켜주세요. 어이! 공구 빨리 가져와!"

지렛데와 장정들로 구성된 무리는 금새 콘크리트를 치우고 그속의 아기호랑이를 구조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늦었다는데에 그들도 메르시 못지 않게 분함을 느꼈었었는지 다들 필사적이고 신속하게 잔해를 깨끗이 치웠다.
뿌연 콘크리트 가루에 덮여 본래의 털색을 잃었지만 메르시가 관찰했던데로 핏자국은 볼 수 없었다.

"이런.. 누가 이런짓을.."

끼잉끼잉

눈을 꾹 감고 신음을 흘리는 아기 호랑이수인은 다친곳은 없지만 죽어가고 있었다.
치사량을 넘는 수면제가 투여됐는지 깨어날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악몽이라도 꾸는지 온통 찌푸린 얼굴로 신음을 흘려대었다.

"흔한 일입니다. 싸우는데 아기를 데려갈 수 없어서 부모들이 수면제를 투여하거나.. 아니면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적어도 아프지 않게 죽으라거나.."

"불법적인 거래를 위해서 어디 도망 못가게 적들이 그런 처치를 하기도 하지요. 고칠 수 있을까요?"

냉정한 말들과는 다르게 한손가락으로 조심조심 털을 쓸어보는 모양새가 이들도 간절히 아기호랑이의 생존을 바란다는걸 보여줬다.

"할 수 없어도.. 해내야죠. 전 그러기 위해서 여기 왔으니까요."

쓸일이 없겠구나 싶어 괜히 가져왔다 생각한 진료기구들을 꺼내들며 메르시는 마음을 굳건히 했다.
다행히 메르시가 빨리 발견해내어 생존의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아기호랑이도 살고싶어하고 있는듯 내성이 약해 빈사상태면서도 캐액캐액 토해내려고 하고 있었다.
버텨낼 체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메르시, 치료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온갖게 부서져 콘크리트 가루와 먼지에 둘러쌓인 공간에서 메르시는 조그맣지만 생의 의지가 넘치는 작은 생명을 살려내었다.

그 관계가 어떻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살아날 수 있는지조차 확신이 없었던 메르시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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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오판다
,
첫사랑




격한 임무를 마친 이후에는 상처의 치료와 체력회복을 위해 오버워치 요원들에겐 한동안의 휴식기간이 주어진다.
물론 갑작스런 테러가 일어난다면 출격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전에 입힌 피해가 상당한지 탈론도 잠잠해서 하나는 오버워치 내에 마련되어있는 휴게실의 요새 마음에 드는 쇼파에 반쯤 드러누워 게임기를 두드리는 중이었다.

"아~. 이거 뭐야. 전혀 안맞는걸?"

"흐음~. 그래도 꽤 유행중인 잡지라구? 혹시 솔직하게 체크하지 않은거 아냐?"

그동안 바빠서 미뤄뒀던 어렵다고 소문이던 게임이건만 하나에겐 너무 쉬워서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질 정도였다.
집중력이 흐트러져 주변 대화가 들려올 정도라니 이 게임 리뷰 전혀 틀리잖아하고 궁시렁거리며 보스에게 막타를 날리고 게임을 꺼버렸다.
더이상 할 마음이 안들뿐더러 저쪽의 트레이서와 루시우의 대화가 더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두명 다 뭘 보고 있는 거야? 그렇게 진지하게."

"어.. 게임은 더 안해? 음.. 좋았어. 이리와봐. 잡지가 틀렸대도 루시우가 전혀 안믿는다니까?"

"하지만 이거 정말 정확도 높다고 유행중인 책이라구? 그래.. 하나 너도 해보면 이게 맞는지 아닌지 가릴 수 있겠네. 지금이 1:1이니까."

달리기 시합처럼. 이번에도 시합이야!

루시우가 큰소리로 트레이서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저번에 한 달리기 시합에서 진것이 아직도 분한 모양인지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 눈은 진지했다.
게다가 그 눈으로 하나를 보며 진지하게 답하기를 종용하기까지 하니, 하나는 시시한 싸움에 동참하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시시한 게임이라도 내버리지 않고 그냥 계속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하~. 잠깐만이니까. 나 할 일 많은 사람이거든?"

"잠깐이면 되! 잠깐이면!"

그렇게 하나는 뭣도 모르고 루시우와 트레이서의 시합에 말려들어가게 되었다.


.
.
.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의 행동에서 무심코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웃는 모습을 보고 싶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많은 질문이 지나가고 나온 결론은 하나에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런건 그냥.. 그냥 친한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느끼는 감정이 아니던가?

"아냐아냐~. 절대 아냐. 적어도 난 박사님이 오늘도.. 당직이 저네요..하는데에 연민을 느꼈지 귀엽다고 생각하진 않거든?"

"헤에. 이봐. 그럼 이번 내기는 내가 이긴거지? 트레이서."

"그래.. 이거 정말 맞는가본데.."

정말 멋대로인 동료들이다.
하나는 당혹에 빠져 멍해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아냐.. 이거 틀렸어. 내가 여자를 사랑하고 있을리가 없잖아."

"뭐? 그렇게 티를 내놓고 그렇게 말해도 아무도 안믿을걸!"

"저번에 메이씨는 너랑 박사님보고 훈훈하다더라!"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닌 두 사람을 설득할 기력도 없이 하나는 일어서서 휴게실을 나가버렸다.
놀림을 받는게 싫어서 삐졌다고 생각했는지 루시우와 트레이서는 귀엽다며 한바탕 웃을 뿐이지 그 뒤를 쫓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
.
.


"박사님을 사랑한다고..? 내가?"

도저히 납득이 안가서 하나는 방안을 이리저리 뱅글뱅글 맴돌며 같은 말만을 주절거렸다.
이날 이때까지 게임에 온 관심을 다 줘서 연애경첨치가 제로인 하나는 이게 정말일까 거짓일까 파악할 기준조차 가지지 못했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래. 아무 일이 없어도 박사님께 가긴 했지만.. 그냥 친한 사람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 아냐? 뭐.. 매일이긴 했지만.."

"임무중 총탄에 맞아서 죽을 뻔 했을때 박사님 생각이 나긴 했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런 상황에 의무관이 생각 날 수 밖에! 어.. 뭐. 의무관이 한명은 아니긴한데.."

말을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글이나 말로 생각을 정리하면 된다던데 순 엉터리라고 궁시렁거리며 토해낼 길이 없는 마음속 덩굴을 풀어낼 방법을 찾이 하나는 방 밖을 나섰다.

"아니.. 말이 되? 여자라고 여자.. 둘 다! 여자라고!! 박사님은 전혀 날 그렇게 볼 리 없잖아?"

수근대며 지나가는 오버워치의 다른 요원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유아독존으로 하나는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딱히 어디를 가자고 정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방안에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주변 타인에게 전혀 시선도 주지 않고 하나는 속에서 분출되는 감정을 토해내는 기계화 해버리고 있었다.

"그야 여기가 외국이긴 하지만.. 한번도 누굴 좋아해 본 적이 없는데 그 상대가 동성?? 이거 100% 내가 차이는거잖아! 아니아니.. 잠깐 뭘 인정하고 있는거야.."

정리되던 생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버렸다.
하나는 무심결에 인정해버린 것에 더욱 슬퍼졌다.
하지만 더욱 슬픈것은.. 그로인해 자신의 미래까지 상상해버렸단 것이다.
하나는 어떻게해도 자신이 차이는 미래밖에 생각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게임은 이겨야하는만큼 지는 게임에 도전하는 취미는 하나에게 없었다.

"하.. 돌아가자.."

그날부터 하나는 매일같이 들리던 박사님의 진찰실에의 발길을 뚝 끊어버렸다.


.
.
.


"언니. 이거 가지고 싶어했지? 줄게."

"어? 음.. 가지고는 싶었지만.. 이거 애지중지 하던 인형 아니었어? 박사님이 주셨다던.."

"아아.. 음. 그냥. 방이 너무 좁아져서 이것저것 치우는중이야. 근데 버리기는 좀 그렇잖아?"

애써 시선을 피하며 토끼인형을 내미는 하나를 보며 트레이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인형을 받아들었다.
인형에 욕심이 있는건 아니었지만 눈치가 빠른 트레이서는 자신이 이걸 받아들지 않는다면 인형이 버려질 처지라는 것을 알아챘다.
요새 들어 하나가 방에 있던 가구부터 예전부터 써오던 게임기기까지 전부를 처분하고 다시 사들이는것에 솔저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토록 자랑하고 소중히해오던 박사님의 선물까지..

"저기.. 막 옵치 그만두거나 하는건 아니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럴리가 없잖아. 분쟁이 전부 끝난것도 아니고.."

"아니면.. 됐지만.."

그것도 아니면 도대체 무슨 일인거지?
2%부족한 트레이서의 눈치는 얼마전의 일을 전부 잊어버려 발동에 실패해버렸다.
하지만 이 인형을 버려선 안된다는 감만은 살았는지 방 한구석에 모셔두기로 결정하고 트레이서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냥 방을 새단장하려는 줄 알았는데.. 박사님은 알고 계시나?"

말씀드려봐야겠다하고 트레이서는 인형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메르시가 처음으로 하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
.
.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하나의 소식때문에 메르시는 그렇나요?하고 말하길 수십번 반복했다.
그중에는 자신을 모르면서도 찾아온 사람도 있어서 조금 놀라긴했지만 그정도로 하나가 여길 찾아온다는게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는거 같아서 나름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쉽게 볼 상황은 아닌거 같았다.
매일 찾아오던 하나가 안오길 며칠째에다가 오늘은 심지어 그렇게 애지중지 빨고 말리고 솜을 바꾸어넣던 보잘것없던 자신의 선물인 토끼인형을 타인에게 넘겨주기 까지 했다고 하니까.
이것은 분명 무언가 심정의 변화가 있었을거라고 책상에 턱을 괴며 메르시는 생각했다.

방치한것도 아니고 아무생각없이 내버려둔것도 아니었다.
메르시는 이것이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예상이 갔다.
자신도 겪은 일이었기에.
하지만 살아온 세월만큼 인정도 빨랐고 적응도 빨랐던거 뿐이다.

"아무래도 하나는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거 같아요."

"그렇다면 왜 빨리 말해주지 않는거지? 이러다가 떠나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 아이는 소속 국가가 달라. 언제든 여길 떠날 수 있다는걸 잊으면 안돼."

오후의 티타임이라며 불러내온 아나를 눈앞에 두고 메르시는 픽 웃어버렸다.
아나까지 자신을 불러낼 정도로 하나의 동요가 심했던 모양이다.
하긴 하나에겐 얼마 안되는 돈일지 몰라도 이제 방의 내장까지 뜯어 고치기 시작했으니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다 알것이다.
하나는 무엇인가를 지워버리기 위해 주변을 새것으로 칠해 바꾸고 있다.
흔한 현실도피이지만 그만큼 모두에게 절실하게 보였다.

"하지만 전 그냥.. 선택권을 주고 싶었어요. 아시다시피 나이차도.."

"그건 책임을 떠맡겨버리는짓이야. 아무래도 그애는 첫사랑이던 모양인데.. 그렇게 부담을 줘서야 되겠니? 아니면 설마 너도 무서운거니?"

아나는 이것을 생각보다 큰 문제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최연소이다보니 솔저를 포함해서 몇몇 오버워치 요원들은 하나를 싸고도는 경향이 있었다.
안그래도 모든 요원들한테 돌아갈 수 있을거라 매번 격려하는 아나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하나를 방치 할 히 없지.
다른 요원들이 꽤나 찾아온 후에 온걸 보면 메르시를 배려하려 한 걸까.

"그래요. 저도 무서운거죠.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아요? 이렇게 뻔히 보여도 혹시.. 거절당할지 모르는데. 그러면 정말로 저에겐 다가갈 구실은 하나도 없어지는데.."

"오버워치에 의무관은 한두명이 아니고. 네가 거부해도 치료 할 사람은 많지. 두려워하는것도 이해해. 거부당하면 그 아이는 네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대로라도 바뀌지 않는다고 확신 할 수 있니? 지금 상황이 그걸 증명하고 있는걸."

"그러면.. 저에게 어떻게 하란 소리죠? 뭘 요구하시는 거냐구요!"

"그건 내가 말해도 되는 일인가? 아니란걸 잘 알고 있을텐데.. 흠.. 차 맛있게 마셨어. 다음 티타임엔 부디 다 해결되어있다면 좋겠구나."

그러고선 일어나 나가는 아나의 뒤를 메르시는 하염없이 쳐다보았지만 그 눈에 비치는 것은 아나가 아니라 하나였다.
이러다가 정말로.. 정말로 잊혀지는것은 아닐지.. 알고있는데도 왜 하나가 찾아오지 않는다는거 하나로 자신은 이리도 약해지는지..
어느새 하나가 여기에 오는 매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는지..
하나뿐이던 컵이 두잔이 되어 오늘도 누군가가 썼지만 왜 그 대상이 하나가 아닌것인지..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이미 정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메르시는 일어섰다.
지금이 아니면 일어서지 못할거 같았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마시자마자 치워뒀을 컵들을 내버려둔채 방을 나서는 메르시는 일견 필사적으로 보였다.

"근데.. 하나는 평소에 어디에 있었죠..?"

첫단계부터 난관이었다.


.
.
.


메르시는 첫번째로 트레이서의 위치를 알고 있을 윈스턴을 찾았다.
그는 누군가를 놀래키지 않으려고 항상 연구실에 들러붙어있다시피 했으니 가장 위치를 잘 알수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트레이서? 아마 휴게실이지 않을까요. 저번에 루시우씨한테 시합에서 졌다고 분하다더니 리벤지라면서 달려갔거든요. 흠.. 잘됐으면 좋겠네요."

씨익 웃으면서 땅콩버터 빈병을 던져버리곤 다시 공구를 이것저것 들어올리는 모습이 이미 다 눈치챈 모양이다.
하여츤 이것으로 트레이서의 위치를 안 메르시는 서둘러 휴게실로 달렸다 트레이서는 여기저기 신출귀몰하게 옮겨가버리기에 메르시는 오랜만에 전력으로 달렸다.

"하나라면 이미 방에 갔어요. 또 말려들긴 싫다면서."

"이번엔 그냥 보드게임인데 말이지.. 같이하면 재밌었을텐데."

루시우가 틀어놓은 최신음악이 흘러넘치는 휴게실은 트레이서와 루시우의 보드게임 한판승부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오버워치 요원들이 한가득이었다.
아령을 들고 운동하는 자리야와 대화하는 라인하르트가 메르시를 눈치채고는 한손을 들어 간단히 인사하곤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결심이 서신거군요? 흠.. 그럼 이건 돌려드릴게요."

트레이서가 토끼인형을 내밀어왔다.

"도저히 제 방에 둘 수 없더라고요. 두명의 추억이 온전히 담긴 인형을 놓아둔다는게.. 그래서 휴게실에 두고 있었어요. 이것때문에 꼬맹이가 나가버린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보드게임을 시작하기 전까지 흘끗흘끗 계속 눈길이 가는게 엄청 신경쓰는 눈치였는데? 흠.. 잘되길빌어!"

루시우가 얼른가라며 훠이훠이 손을 흔들어댔다.
나온 주사위의 눈과 보드게임에서의 그의 위치를 보자면 이번에 그는 질 모양이었다.

"아! 걸렸다!"

"크읏.. 오늘은 운이 안따라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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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글러박사님. 드디어 찾아가는건가요?"

서둘러 걸어가는 길에 메르시는 메이를 마주쳤다.
일상복차림의 메이가 향하는 방향은 메르시가 가는 방향하곤 정 반대였다.
어디서 왔는지  힌트는 전혀 없지만 왠지 메르시는 메이가 하나를 만나고 왔다고 확신 할 수 있었다.

"그래요, 메이. 하나는.. 괜찮았나요?"

"흐음~. 제가 보기엔.. 전혀 괜찮지 않네요. 글쎄 저에게 마주치자마자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더라고요."

"대답은!?"

당황한 나머지 상냥한 메이가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보다 먼저 부정을 원하는 물음이 튀어나갔다.
항상 냉정침착하게 치료하고 다니는 메르시가 그렇게 다급하게 물어볼 줄은 몰랐는지 메이가 눈을 댕그렇게 뜨곤 바라보더니 푸훗 웃었다.

"당연히 이상하지 않다고 했죠. 시대가 바뀐지 얼마나 되었는데! 한국은 아직도 동성애에 부정적인가 보더라고요. 그러니까 제말은.. 어서 가서 안정시켜 달라는거에요. 평소의 메이언니!하면서 달려오는 귀여운 동생같은 하나를 보고 싶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쓴 여행일지의 감상도 듣고 싶은데 상태가 영 아니더라고요 얼른 가서 치료해주세요 박사님~.
메이는 뒤꿈치를 들더니 메르시의 어깨를 격려하듯 툭툭 치고는 가버렸다.
그 뒤를 멍하게 쳐다보다가 메르시는 그제서야 왜 이렇게 하나가 불안해하는지 알았다.

"문화의 차이라니.. 내가 더 배려했어야 했는데.."

연하에게 너무 많은걸 맡겼었다는걸 알아채고 메르시는 더욱 다급해졌다.
이제 몇걸음 남지도 않았것만 괜히 마음이 앞서 뛰어가다시피 빠른걸음을 재계했다.
연상의 체면을 차릴 거 없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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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인테리어까지 전부 바꿔버린 방은 낯설고 차가운 느낌이 들어 돌아온 방안에서도 하나는 침착해질 수 없었다.
소품 하나하나까지 전과는 다른걸 추구하다보니 이전의 귀여움을 추구하던 디자인과 다르게 냉기가 흘러넘칠듯한 사무적인 양상을 띄는 방은 솔직히 말하자면 하나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이토록 바꾸어도 전혀 잊혀질 생각을 안하니 하나는 도리어 메르시가 원망스러워질 따름이었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난리법석을 떨고 만나러 가지도 않았는데 보러 오시지도 않다니. 고백하지 않는게 정답이었어..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더니."

하아~.
날이 추운것도 아닌데 한숨이 형태를 띄고 방안에 퍼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속이 허한 느낌이 자꾸 들어서 하나는 가슴을 탕탕쳤다.
그렇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걸 이 며칠새에 머리에 새길정도로 알았지만 잠깐의 고통이 생각하기를 잠시 잊게 해주었다.

똑똑

"어? 다들 휴게실에 있고 찾아올 사람 없을텐데.."

심지어 말려들기 싫다며 도망가는 하나를 보며 웃기까지 했다라고 배려해서 혼자있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하나는 좀 야속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니면 혹시..긴급임무라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마자 하나는 얼른 누구냐고 묻기도 전에 문을 열어버렸다.
어차피 조심할거 없이 여기는 오버워치 내이다보니 의심없이 한 행동이었다.

물론 상대가 메르시인 줄 알았으면 쉽게 열진 않았을테지만..
문을 열고 메르시의 얼굴을 인식하자마자 하나는 얼어서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방심을 탓했다.

"아.. 하나. 요새 안찾아와서 걱정된 바람에.. 아니. 그게..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여기서 잠깐 대화를.."

쾅!

"하나?! 하나 갑자기 문은 왜 닫나요!"

눈앞에서 닫힌 문에 메르시는 콩콩 문을 두드리며 하나를 불렀다.
방안에 없었던것도 아니고 무슨 대화를 하지도 못했는데 거절부터 당한거 같아서 마음이 쓰라렸다.

"어째서 찾아오신거에요?! 바쁘신거 아니었어요?!"

돌연 문 저편에서 커다랗게 울음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꺼운 문너머라선지 둔하게 흐려졌어도 하나가 눈물을 참는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아무것도 상황이 나아진게 없는대도 메르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래도 자신은 아직 지워지지도 거부당한것도 아닌거 같았다.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메르시에게 침착함을 돌려주었다.

"그래요. 아직 처리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써야할 논문도 한.. 3~4개는 되네요. 이러고 있다간 오늘 밤도 야근일거같군요."

"그렇다면 빨리 일하러가시지 그래요? 어제도 당직, 야근, 당직의 연속이였을 정도니까요! 저는 내버려두고.."

"어떻게 그래요? 전 지금 서류보다 중요한 일이 이 너머에 있는데."

문너머에서 하나가 문에 기대오는지 툭 소리가 났다.
메르시는 거기에 따라서 이마를 문에 툭 기대고 두 손을 문에 짚었다.
두꺼운 문에 서로의 체온이 전해질리 없것만 괜히 따듯해지는 느낌이 들어와 살풋 웃었다.
아직 전하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전해진 기분이었다.

"중요한 일이요? 전 어디하나 아픈데도 없고 멀쩡해요. 가구를 다 바꾼거 때문에 걱정되신다면 그냥 기분전환이고요."

"흐음?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요. 알고도 모른척 하는건가요? 건강상태를 걱정한거 아니에요. 그냥.. 하나를 보고싶고 대화하고 싶었어요. 그게 지금 제게 제일 중요한 일이에요."

"어째서요?! 요 며칠새에 한번도 보러 오지 않으셨잖아요. 제가 찾아가지 않으면 끊길 관계가 아니었어요 우리들?"

갑자기 분에차서 크게 소리지르는 하나의 목소리는 억울함에 찌들어있었다.
차분하게 설명하는 어조의 메르시의 말에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새였다.

"그랬었죠. 전부 제가 너무.. 겁쟁이였던 탓이에요. 정말 죄송해요. 그러니까 제 말은.. 그 관계를 끊을 수 없을 정도로 굳건히 하고 싶다는 소리에요. 그러니까.. 저는.. 저는 하나랑 연인사이가 되고 싶어요."

오래도록 간직해와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흘러나온 본심에 메르시는 후우 숨을 토해냈다.
긴장감은 어디 사라진건 아닌지 말에 나타나지 않은 대신에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 진동을 눈치 채이지 않게 메르시는 이마와 손을 떼어냈다.
갑자기 서늘한 공기가 닿는것은 달갑지 않았지만 안그래도 혼란스러울 하나에게 자신의 불안까지 얹어줄 생각은 없었다.

"아니.. 아니.. 농담이죠? 하지만. 저희 여자랑 여자고.. 아니 그전에 박사님이 절 좋아한다고요? 이거 누군가의 장난이라던가.. 사실 박사님이 아닌건.."

생각대로 하나는 대단히 혼란스러운지 말이 두서없고 횡설수설하게 변해버렸다.
지금이 전혀 납득이 안가는거 같았다.
이것은 메르시 본인이 잘못한것을 알기에 좀 더 여유를 가지자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거부당할까봐 눈치 챌 여지를 주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몇번이나 되뇌었다.

"그러니까.. 저도 여자고! 박사님도 여자잖아요? 막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거라고요! 게다가 이게 진짜 사랑인지 그냥 친애인지도 모르겠고.. 지우려해도 전부 다 버려도 안바뀌고.. 그런데 아예 못보는거 참을수도 없어서 여기를 떠날 수도 없고.."

하지만 떠난다는 말에는 차분해져있던 메르시라도 참을 수 없어 벌컥 문고리를 돌려 당겨버렸다.
그 바람에 기대있던 하나가 쓰러지는걸 끌어당겨 품안에 숨기듯이 꼭 끌어안았다.
옷의 가슴께가 축축해져오는게 느껴지지만 메르시는 전혀 불쾌해하지 않고 왼손으론 도망가지 못하게 끌어안고 오른손으로 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나는 꼼짝달싹 못하고 그대로 품안에서 훌쩍이길 반복하고 있었다.

"어째서 잊는다거나 떠난다는 생각을 하는 건가요? 하나가 저를 사랑한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거죠? 성별? 그걸 포함에 모든게 좋은거 아닌건가요?"

"아니 물론! 박사님이 여자라서 싫다는건 전혀 아니고 그냥-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없고.. 이상한거 아닌가.. 하는.."

"안이상해요. 전혀. 어떤 문제도 없고 저희 둘의 사이에는 두명의 감정만이 고려되야죠. 알았어요? 성별은 문제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하나의 본심만을 말하는거에요."

다소 강압적으로 압박하듯이 메르시는 이게 전혀 문제가 없다는걸 강조했다.
어릴때부터의 인식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는걸 잘 아는 메르시는 그런 문제가 지금 이 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몰아내고 싶었다.

"좋아해요.. 사랑한다고요! 하지만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요! 박사님이 저랑 연인이 되고 싶다니 그냥 절 위로하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거 아닌지 의심되는 지경이라고요!"

오늘 몇번일지도 모르는 후회를 하면서 메르시는 그나마 늦지 않도록 등을 밀어준 아나에게 속으로 감사를 표했다.
하나는 너무나 방치당한나머지 메르시의 말조차 믿지 못하는거 같았다.

그래서 메르시는 강경한 수단을 취하기로 했다.

머리를 쓰다듬던 오른손으로 확 끌어당겨 며칠사이의 스트레스로 거칠어져버린 하나의 입에 입을 맞춰 메르시는 자신이 얼마나 하나를 사랑하는지 그것의 10분지 1이라도 알도록 감정이 전해지직 빌었다.

자신도 그다지 경험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냥 맞댄것만으로 메르시는 잔뜩 고양되는 감정을 느꼈다.
괜히 얼굴이 홧홧해져 무심결에 감았던 눈을 뜨고 하나를 내려다보았다가 자신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른채 미처 눈도 감지 못하고 이쪽을 바라봐오는 하나를 보고 살풋 웃었다.
말하지 않아도 같은 감정이란게 전해지고 있다고 알 수 있었다.
대단히 놀란걸 알지만 메르시는 사심을 담아 방향을 바꿔 가볍게 촉소리 나도록 마주치고 얼굴을 떼었다.

거기엔 뺨의 타투의 분홍빛 따위야 눈에 띄지 않을수록 빨개진 얼굴의 하나가 남아있었다.
메르시는 벌개져서 쓰라려보이는 눈가를 쓸어내리며 물어보았다.

"이래도 안믿겨져요? 제가 하나를 사랑하고 있다는거요."

"아.. 아니요.. 그러니까 이건 지금..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거죠?"

"그렇네요. 하나가 저를 사랑한다면 말이죠."

그제서야 하나는 애써 참으며 훌쩍이던 눈물을 왈칵 터트렸다.
부운눈이 안타까워 등을 토닥이며 달래려해도 도저히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좋아해요! 진짜. 정말. 제가 잘해드릴게요! 흐엉엉.."

울면서도 메르시의 등을 끌어안아 잡은 손이 잔뜩 힘을 담아서 하나의 마음의 크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메르시는 가슴이 따뜻해져와 눈물을 닦으려던 시도를 멈추고 마주 안았다.
조금의 간격도 두지 않고 마주대한 심장의 고동이 격렬했다.


.
.
.


잊어버릴려고 바꾸어버린 인테리어에 새로운 기억이 입혀져 메르시를 데리고 들어온 방안이 훈훈하게 느껴졌다.
괜히 추운거같아 입었던 가디건을 벗어 던지고 하나는 세심을 기울여 별로 맛이 달라질것도 없는 인스턴트 커피를 끓여왔다.
좀 더 제대로 된 커피라던가 찻잎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매일 음료수나 마시는 자신의 방에서 인스턴트라도 커피가 발견된것에 하나는 감사했다.

"음? 그러고보니 그 인형.."

"아. 트레이서가 다시 돌려주라고 쥐어줬어요.. 흠. 혹시 이거 다시 누군가에게 줘버리거나 버릴건가요?"

"아, 아뇨! 이리주세요!"

재빨리 메르시의 손에서 토끼인형을 낚아채곤 혹시 어디 실이 뜯어지거나 때묻진 않았는지 후다닥 살핀 뒤에 품에 안고 하나는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죄다 버리고도 이것만은 버리지 못하고 차라리 타인에게 넘겨버리자고 줬지만 다시 돌아온게 정말 기뻣다.

"이거.. 결국 버리지 못했어요.. 박사님에 대한 감정처럼 말이죠."

"버리지 못해서 다행이네요.. 유일하게 남은건가요?"

메르시가 주위를 둘러본 결과 대충봐도 전부 새거란듯 생활기스 하나 없었다.
심지어 매일 손에 잡고 놓질 않던 게임기조차 새걸로 바뀌어있는데 고작 얼마 하지도 않는 토끼인형만이 아무리 관리를해도 막을 수 없는 천의 해진부분을 보이고 있었다.

"네. 이거 말고는 다 버릴 수 있더라고요. 마치 가장 소중한것이 뭔지 알려주는 것처럼.."

"흐음.. 제가 준 것은 절대 버릴 수 없었다는거네요."

만족스럽게 커피를 한모금 넘기곤 메르시는 좋은게 생각났다며 손바닥을 짝 부딫혔다.

"좋아요. 그러면 하나가 절대 절 잊어버릴수조차 없게 앞으로 하나하나 제가 선물해 줄게요. 아무것도 버릴 수 없게. 지울 수 없게요."

"네?!"

"대신. 하나는 저에게 똑같이 되돌려주는거에요. 그러면 되겠죠? 일단. 자, 주고 싶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저도 너무나 겁쟁이였군요."

메르시의 하얀 의사가운 주머니에서 꺼내어진 그것은 언제부터 거기에 들어있었는지 알 수 없는 반지케이스였다.
일견 약속과 구속의 증거와도 마찬가지인 반지는 메르시가 생각하기에 하나가 제일로 필요로하는 물건이였다.

지나가다 본 선명한 분홍빛 핑크다이아가 빛나는 반지는 부담스러워할까봐 사두고도 미처 주지 못하고 주머니 손에만 간직했었는데 이제야 주인을 찾아가고 있었다.

"으으.. 알았어요! 하지만 저도 박사님이 잊지못하게 주신거보다 많이 줄거니까요. 각오하셔야해요!"

우선 반지!
내일 반지를 맞추러가자고 외치는 하나와 거기에 웃는 메르시는 내일의 첫데이트의 계획에 대해 얘기하며 며칠간의 고뇌와 원망의 감정을 전부 날려버리고 앞으로의 서로에 대한 선물계획에 기대감에 가득 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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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버스-7


혼자 하겠다고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즐거운 표정으로 온몸을 씻겨오는 레나를 막지 못하고 진이 빠진채 하나는 치글러박사의 앞에 앉아 붕대에 감겨지고 있었다.
어차피 금방 낫는다고해도 그러다 염증이라도 걸리면 어쩌냐고 끌어다 앉혀졌다.
하나는 요새 이들에게 자신이 정말로 난폭한 센티넬로써 인식되고 있는지 심히 궁금해지고 있었다.
레나가 언뜻 말한것처럼 그저 성질이 더러운 토끼 정도로 보고 있는거 아닐까.

"레나언니한테 무슨 말 한거 박사님이죠?"

팔의 베인 부분에 약을 바르곤 붕대를 감는 치글러박사에게 하나가 물어보았다.
작전에 참가하는것도 아니고 그저 S급 센티넬의 가이드일 뿐, 일반인에 가까운 레나가 하나의 일정이나 작전 중 행동을 알 수 있을 리 없다.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는 한.

"그래요. 문제 있나요? 가이드에게 짝인 센티넬의 정보를 준 거 뿐인데."

"..절차상은 문제 없네요."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의 가이딩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서로의 일정공유는 흔한 일이다.
게다가 레나와 하나는 짝으로 정해져있기까지 하니까 치글러박사는 전혀 잘못 한 것이 없다.

"그래도 작전이 끝나자마자 찾아오게 한 건 너무하지 않아요? 제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숨겨온걸 알면서.. 게다가 오늘은 이정도로 끝났지만 정말 심하게 다쳐있었으면 어떻해요."

"그게 왜요?"

아주 담담해서 위화감이 넘칠 정도로 무표정 한 얼굴로 치글러박사는 하나를 보고 있었다.
가끔 난처해하거나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보긴 했어도 평상시 대부분 인자한모습이었기에 하나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빠졌다.

"레나언니가... 걱정할거 아니에요. 레나언니의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이건 제가 해야 하는 보상이라구요."

"걱정은 레나만 하나요? 그리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은 일인데 왜 하나양이 보상해야 하는 건가요."

담담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찌그러져 명백히 화내는 모습이 되었다.
화를 잘 안내던 사람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져서 하나는 저도 모르게 움츠린 자세가 되었다.
어릴때 돌아가신 부모님께 혼나던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었다.

"아니..그게. 그래도 저랑 마주치지 않았으면 그런 일 없었을거고..또.."

"하아.. 레나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던가요? 상부의 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나 모리슨이 강요할거라고 생각해요?"

"네?"

"오늘 하나양은 이해가 느리네요."



의료방면에 전심인 치글러박사가 의료기구를 던지듯 내려놓은거에 하나는 움츠러든데에 이어서 부들부들 떨렸다.
분명 자신이 훨씬 힘이 쎄고 능력까지 있는데 이길 수 없을거 같았다.

"저와 모리슨은.. 당신을 위해서 아무 말도 안하고 수용한거랍니다. 레나에게 진짜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저와 모리슨이겠군요. 하나양은 거부할 권력같은걸 그당시엔 전혀 가지지 않았었으니까. 그리고 이 사실은 레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고서도 하나를 돕고 싶다고 했죠."

"말도안돼요! 박사님이 어째서?!"

"저라고 언제나 공정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아요.. 어릴때부터 돌봐오던 아이가 드디어 지옥에서 벗어날 수단이 있다는데.. 거부 할 수 없었던 거죠. 그러니까 하나양은 전혀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벌컥

그때 문이 열리고 하나가 치료받는 동안 자신도 씻고 온다던 레나가 등장했다.
하나는 지은 죄가 생각나서인지 격앙됐던 감정이 싹 식어버렸다.

"그렇게 말하면 또 꼬맹이가 오해하죠. 이건 다 제 선택이라니까요? 아니.. 제가 바란거라고 해야하나."

레나가 하아..한숨을 토하곤 요령없는 두명을 보았다.
하나도 앙겔라도 자신의 분야에선 톱클래스인데 인간관계에선 영 소질이 없는거 같다.
그중에서도 제일가는 꼬맹이는 잘못한건 아는지 레나쪽을 전혀 보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박사님이 말하신건 확인차였잖아요? 전 분명 제가 한다고 말했고 그 이유도 말했어요."

"그렇죠.. 잠깐. 그건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던 농담같은거 아니였나요?"

치글러 박사가 당황해하는 모습에 레나는 호쾌하게 웃었다.
어떤 이유인지 무척 궁금해진 하나는 결국 레나를 돌아보았다

"난 해결사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자신만만하기 단언 할 수 없을 거 같네. 지금은 다른 센티넬이 괴로워한다고 날 불러도 갈 수 없을거 같거든. 그리고 지금 목표도 해결하긴 커녕 난 심화시킨거 같아."

이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거야?라고 황당하게 쳐다보는 하나와 못말린다고 한숨쉬며 한손으로 이마를 짚는 앙겔라 박사.
하지만 이 이유는 나름 레나에겐 중요했다.
자존심이기도 했고 자신의 결의의 표명이기도 했다.
레나 옥스턴은 결코 이 말을 가볍게 한게 아니다.
말하자면 그만큼의 감정을 그 당시도 가지고 있었던 거겠지.

"난 너를 웃게 하고 싶었지 네가 센티넬로써 활약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러 온 게 아니야. 대가를 원한다면 그저 내게 귀여운 미소를 보여주길 원했지.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원대한 목표가 생긴거 같아, 자기. 이건 너와 나의 게임이야."

"게임?"

"그래 게임. 자기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그 게임. 그걸로 진다면 인정 할 수 있겠지. 나는 꼬맹이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게 만들고 꼬맹이는 절대 그 말을 하지 않는다. 마음의 방위전이야."

아주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이 선언 자체가 널 유혹하겠단 말이고 굳이 게임이란 말을 사용해서 하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나는.. 게임은 이겨야 하는 사람이야. 이때까지 진건 아빠한테 뿐이라고.. 지는 게임은 안하고 싶어.."

"응?"

"그러니까.. 박사님.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네. 아, 붕대 자기 전에 갈아요. 여기 맡길게요, 레나."

"어..응? 자, 잠깐 꼬맹아! 내가 걸을테니까 잡아당기지마!"

레나의 한팔을 붙잡고 하나는 치글러 박사의 연구실을 나섰다.
붉어진 얼굴을 이 뒤에서 소리쳐 자신을 부르고있는 사람에겐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방에 도착할 때까지 무작정 걸어간다.
국적차이가 이런걸로 들어날 줄은 몰랐는데.. 돌아갈 때 엄청나게 흐뭇하게 두명을 보던 앙겔라가 생각나 더 쑥쓰러워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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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렌님 썰기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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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버스-6


갑작스런 포옹으로 긴장한건지 뻣뻣하게 굳은 하나를 앞에두고 레나는 어떻게 해야 자신이 진심으로 하나를 돕고 싶어서, 좋아서 여기에 있는지 전할 수 있나 고민했다.
아니, 어떻게 해야 자신이 하나의 옆자리에서 의지 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언니? 저 가이딩 아직 필요없다니까요. 게다가 손으로 잡기만 해도 충분하고.."

긴장은 풀렸지만 가까운 거리가 부끄러웠는지 하나는 꿈지럭대며 피하려고 했다.
일단 센티넬의 힘을 가지고도 이정도의 반항이라면 싫지는 않은가보다하고 레나는 좀 안심했다.
자신에 대한 배려를 봐선 싫어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하나가 자신과의 스킨쉽도 싫었다는 가능성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아니. 충분하지 않아. 전혀."

"뭐? ..박사님이 저번 검사 때 무슨 문제라도 발견했데? 난 들은 적 없는데.."

무언가 심각한 문제라도 생겼나 고민하는지 제법 진중한 표정을 짓는 하나를 보고 레나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심각하게 고민해봤자다.
제일 간단한 방법이 있잖아!

"그래. 문제가 있지. 아주 큰 문제가."

"뭐?! 그럴리 없는데.. 나 제법 자신의 한계에 대해선 자신있다구."

"내가. 널 좋아하거든."

순간 레나의 품 안에서 토끼가 굳어버렸다.
레나가 한 말의 진의를 의심하기도 전에 사고가 굳어버린 하나를 레나는 절대 재촉 할 생각이 없었다.

하나의 생각에야, 상부의 명령은 강제적인 싫은 것이겠지만 지금, 레나에게는 무기나 마찬가지였다.
하나가 레나를 싫다고해도 절대 레나를 떼어버릴 수 없을 것이다.
하나에게 매우 불리한 게임이고 레나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

"널 좋아해서 놓아주고 싶지 않은데? 이대로 계속 있고 싶은 정도야."

솔직히 피투성이라 질척이고 철냄새가 나는 하나는 안는 느낌이 좋지 못했지만 레나는 아주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굳어가지고는 고개를 숙여버린 하나를 내려다보았다.
작은 귀가 새빨개져서 조용해진 하나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좀 더 놀렸다간 도망가버릴지도 몰라서 귀여워도 건드리지는 않기로 명심했다.

"언니는.."

"응?"

"이렇게 된 거 절 원망하지 않아요? 저 때문에 여기에 묶여 버렸는걸요. 당신은 자유로운게 좋잖아."

가벼워 보일 정도로 여기저기 참견하길 좋아하고 돌아다니길 좋아하는걸 만난지 얼마 안되서 바로 알아버렸다.
센티넬과 가이드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구해진 다음엔 다시 만날 일이 없었을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렇지. 난 내가 원하지 않는걸 강제 당하는건 정말 싫어."

"그래. 알고있어. 알고있으니까.. 이렇게 배려하지않아도 괜찮아요."

어느새 간절히 레나를 올려다보던 자신의 자세가 아니라고 말해주길 기대해버렸다는걸 하나는 스스로 알아채고 자조했다.

자신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겠지만 그때 거기서 자신이 폭주해버린건 원하지도 않는 가이드 각성으로 레나의 삶의 방법을 강제해버렸다.
게다가 친절한 심성 때문에 레나는 자신을 미워하지도 버리지도 못 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안심하는 자신을 하나는 용서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최대한 내가 희생하는 관계가 되자고 하나는 생각해버렸고 실행하고 있었다.
모든걸 보상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힘들면 하나는 무언가를 레나에게 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걱정을 끼쳐버리긴 한 거 같지만 레나는 여전히 기지의 밖에 나가서 자신이 원하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공하는 여러 특혜들은 어떤 가이드보다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 기분을 단정당하는 것도 그리 좋지는 못하네.. 자기는 그렇게 하고 있고 말이야."

"네?"

정말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봐오는 하나릉 보고 레나는 쓰게 웃었다.
하는 행동이나 말은 하나가 레나에게 상당한 호의를 보이고 있지만 어떻게든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 나머지 그 이상으로는 생각 할 여유가 없어 보였다.
레나가 절대 떠나지 않는다는걸 보여줘야 이 꼬맹이는 감정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나 너를 좋아하는걸 남이 강제한거라고 단정짓고 있잖아. 나는 꼬맹이 네가 정말 좋아. 너를 포함해서 남이 나를 어떻게 보던간에 말이야."

"어..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거에요?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레나언니에게 좋은 사람 일 수 없었을 텐데."

이젠 레나의 애절한 고백에 눈물까지 어려 불투명해진 눈으로 하나가 물어보았다.
이게 진짜 레나의 마음인걸 알지만 진정 이해 할 수는 없다는 기분으로 하나는 답을 바랬다.

"나는 처음부터 레나언니에게 부담을 지워버렸잖아요. 마음대로 의지해오고 마음대로 방치하고.. 사실 거부당하고 싶지 않았어요. 당신을 위해서 이렇게 행동한게 아냐. 난 다시 그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거 뿐이에요.. 다 위선이라고요."

"그런 말 하지마. 위선이라니. 넌 정말 나에게 맞추려고 네가 할 수 있는건 다 했잖아. 난 네 노력을 부정하지 않고 그리고 네가 스스로를 비하하는것도 보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난.. 네 웃는 얼굴을 보고싶다고 널 보자마자 생각해버렸거든. 내가 원하는건 그거 하나뿐이야."

레나는 하나의 어깨를 붙잡아 혹시 모르는 도망을 방지하면서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고 살짝 거리를 뒀다.
지금 자신은 하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고싶었다.
웃게 만들 정도의 행동을 했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그래도 기분나쁜 존재이고 싶진 않았다.

"뭐야..그게.. 왜.. 제게 바라는게 없는 거에요? 좀 더 나은 결과라던가. 센티넬로써의 명성이라던가.. 뭔가 눈에 보이는거 같은. 확실히 존재한다고 아는 그런게.."

"없어. 다른 누군가가 너에게 그런걸 바래왔더래도 나는 안그래. 자기는 노력했고 난 그 행동만으로 만족했어. 실패했더라도 형편없더라도 좋아. 이제 그만 날 의지하고 웃어주지 않을래? 지금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면.. 난 내가 한심해지거든."

이래봬도 나이도 더 많고 여러 제약이 있던 하나보다 인생경험도 풍부한데 치글러박사가 눈치를 주지 않았다면 찾아올 생각은 못했을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레나는 피에 흠뻑이고 상처투성이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으앗! 이럴때가 아니지! 자기, 얼른 가서 씻고 박사님 연구실로 가자. 귀여운 얼굴에 흉지면 안되지!"

"이정돈 괜찮다구요! 어..아? 내려줘요!"

"다리도 다친거 뻔히 알거든? 얌전히 있어줘 우리 꼬맹이씨."

하나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고 레나는 어떻게든 한고비 넘긴거 같아 신나게 흥얼거리며 하나를 씻기러 뛰어갔다.
그리고 가벼운 무게에 밥도 먹여야겠다며 이후에 어떻게 할지 멋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멋대로 상대를 배려한건 이 토끼가 먼저니까. 그만큼 갚아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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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렌님 썰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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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버스-5



오늘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하나는 기지로 돌아왔다.
사람을 죽이는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센티넬답게 어떤 느낌도 들지 않았지만 능력 하나로 갑자기 바뀐 주위의 시선은 못마땅했다.
칭송이라고 해봤자 하나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
지금 이렇게 임무를 철저히 하는것조차도 사실 자신을 위해서는 아니었던것이다.

"임무성공 축하드립니다, D.va요원. 눈부신 활약 지켜보고있었습니다."

새까만 정장에 선글라스까지 낀 사람이 하나에세 말을 걸어왔다.
며칠세에 굉장히 흔한 패턴으로써 무슨 용건인지 아는 하나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거절해도 거절해도 오는 요청이 신물나고 짜증을 유발시켰다.

하지만 안그래도 원해서 하는 가이딩이 아닐 레나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은 하나는 심호흡을 하며 가라않혔다.
게다가 이 인간 역시 상부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건드렸다가는 살짝 귀찮은 일이 될것이다.

"무슨 용건인지 듣지 않아도 알겠네요. 제 가이드에 관한 용건이라면 거절이에요."

"그러지 마시고 들어라도 주세요. 이런 희귀한 경우는 처음이라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싶어하고있어요. 후천적인 각성의 이유나 방법을 안다면 일반인 중 더 많은 센티넬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단호한 하나의 태도에도 물러나지 않은채 그는 열정적으로 얻을 수 있을 이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설득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을 눈 앞에 두고 하나는 오히려 싸늘해져갔다.

이 사람이나 상부가 그녀에게 의견을 묻는 이유는 그저 하나뿐이다.
하나는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레나는 하나라는 짝을 가진 가이드였다.
허락도 없이 가이드에게 손댔다간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여타 다른 센티넬과 같이 가이드를 소홀히 취급할거라 생각하고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아쉽게도 레나는 하나의 소유인것도 원하는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이나 사랑같은걸 레나가 하나에게 원한적이 없음을 강제로 자신에게 붙인 그들이 훨씬 잘 알텐데.
이 관계에서 철저한 을은 자신이다.

"..당장 여기서 사라져요. 죽고 싶지 않으면.. 혹시 못한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죠?"

"히익! 아..알았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십쇼!"

폭주라도 아닌 한 하나 정도의 센티넬이 한두명 사람을 죽였다고 처분 할 손해를 보진 않을 것이다.
그것도 가이드나 센티넬도 아닌 일반사람이라면 더욱 더.

한숨을 한번 더 푹 쉬고 하나는 빨리 돌아가 하던 게임이나 하기로 했다.
이런걸 신경쓰고 있어봤자 나빠지는건 자신의 심경뿐이다.
어떤 해결도 안돼고, 레나의 자유를 위해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있다.

하나가 자신의 공적으로 바란것은 레나의 자유였다.
원래라면 기지에 묶여서 자신을 기다리기만 해야 했을 레나가 밖을 나가서 원래 하던 일을 하거나 원할 때에 하나의 스케쥴을 맞춰 받을 수 있게 그것만을 하나는 요구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보통 센티넬보다 좋은 공적을 얻어내야 했기에 두개의 양립을 위해서 하나는 최저한의 대가로 최대의 효율을 얻어내야만 했다.

금방 회복하는 신체 따위야 하나에겐 최저의 대가 안에 포함되었다.

"이럴수가! 어떻게 된 일이야 꼬맹아! 너, 피투성이잖아?"

"어...레나언니?"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었는데 들켜버렸다.
요새 치글러박사의 연구실에 자주 있는 것을 알기에 부상은 자신의 자가치유력에 맡기고 방에서 씻고 갈려고했었던 하나는 설마 레나가 마중을 나온다곤 생각하지 못했다.
마중나올 이유도 그럴 의무도 레나에겐 없었으니까.

"무슨 일이야? 나 아직 가이딩 필요하다고 부탁한 적 없는데.."

"그런게 뭐가 중요해! 얼른 치글러박사 연구실로 가자."

서류를 안 든 쪽의 손으로 피가 흐르는 하나의 팔을 붙들고 레나는 연구실로 출발했다.
잔뜩 잔소리 해 줄 생각이었지만 여기저기 심하게 베이고 찢긴 상처들 투성이인 하나를 보고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리 없었다.
하지만 아까 들어버린 말을 추궁하는건 잊지 않기로 했다.

"뭐? 거긴 중요한 서류들 투성이잖아. 더러워져 버리면 어떻해. 게다가 이미 아물고 있으니 치료같은거 필요없어.  평소보다 좀 다치긴했지만.. 이정도야."

피가 묻어버려 못쓰게 되면 그 서류를 작성하느라 박사님이 또 울상이겠지 하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센티넬의 표본적 모습을 보여버리는 하나를 보고 레나는 슬퍼지기까지 했다.
참는건 센티넬답지 않으면서 이런데서 센티넬의 모습을 보이다니 안좋은 부분만이 하나를 괴롭히는거 같았다.

"그러니까. 씻고.. 아. 레나언니 손이 더러워져 버렸잖아. 음.. 이거 쓸래?"

하나는 자신의 팔을 잡아버려서 피가 묻은 레나의 손을 붙들고 생각하더니 주머니 속의 손수건을 꺼냈다.
다행히 피에 젖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며 레나에게 손수건을 내밀던 하나는 레나가 한방울 툭 떨어뜨린 눈물방울을 보고 당황했다.

"왜.. 다른 센티넬만큼은 안바라니까. 꼬맹아, 너를 좀 더 생각해줘. 왜 혼자 이렇게 다치고 있는거야? 나는 너를 돕고 싶었는데 이래서야 오히려 짐이잖아."

"뭐? 절대 아니야! 레나언니야말로 나만 아니었으면 이 기지에 묶일 필요는 없었잖아! 원하는 일을 하면서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었는데.. 그날 내가 거기에서 폭주하려고만 하지 않았다면.."

죄책감이 없는 센티넬도 자신의 가이드에겐 보통 사람같은 감정을 느낀다.
하나가 자신에게 가진 감정이 죄책감 투성이라는걸 알고 레나는 그때 자신이 원해서 돕기로 한 걸. 네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옆에 있기로 한 것을 말하지 않았던것에 후회와 동시에 화가 났다.
어째서 이 아이는 이렇게도 의지하려들지 않는건지 주위는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돕지 못한건지.

나는 왜 이제서야 너를 만난건지.
좀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거라고 생각하며.

레나는 하나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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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버스-4


능력이 강해도 전혀 실전에 활용 못 할 안전성을 가져 돈만 축내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하나는 가이드를 얻자마자 누구하나 칭송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능력을 보였다.
게임에서 풀어내던 누구에게 보일 일이 없던 전장의 상황파악능력과 사고의 순발성은 평범한 요원 하나가 할 수 있는 일 이상을 해냈다.

무엇보다 뛰어난 능력을 다루는 기교는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해서 일을 해낼때마다 가이딩이 필요로 하는 여타 센티넬과 달리 가이딩을 자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가끔은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어느 센티넬과도 달리 냉철한 사고를 유지하는 모습은 일견 가이딩이 필요없는것처럼도 보였다.
그도그럴게 하나는 그날 이후로 레나와 손을 잡는것 이외의 가이딩은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
.

달그락.

유능함과 능력의 지구력이 알려진 하나가 여기저기에 불려다님에 따라 치글러박사의 연구실에 자주 머물게 된 레나는 오후의 티타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유를 느껴야 할 시간에 도저히 집중 할 수 없어 홍차를 한모금 마시곤 내려놓아버렸다.

"앙겔라.. 제가 가이드가 된것.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게 맞죠?"

"그럼요. 그날 이후로부터 하나양을 괴롭히던 고통은 전부 사라졌어요. 요새는 컨디션이 좋은지 많은 작전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더군요."

들고있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 앙겔라가 말했다.
상대를 위로하려는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하나는 레나의 가이딩이라는 안전장치를 달고 떠오르는 기관의 에이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그 누구도 하나를 무시하지 못하고 미미한 효과때문에 오래 묶여있어야 한다며 투덜대던 가이드들이 되돌아봐 달려들 정도로 하나는 유명인이었다.

게다가 발견된 능력 이외의 전장파악 능력은 미래의 하나가 좀 더 높은 위치를 향할 수 있을거라는 솔저의 보증을 받을 정도니 레나의 존재로 하나는 재능을 꽃피웠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봤을때의 이야기이고 레나의 주관으로 봐선 전혀 아니었겠지만.

"하지만. 어떤 가이드도 손 잡는것만으로 이런 보상을 받지 않아요. 게다가 짝으로 이뤄진 가이드를 원하는 일 다 하고 남는 시간에, 그것도 제 일정에 맞춰서 가이딩하라는 관대한 S급 센티넬도 없죠. 그건 그만큼 능력있는 센티넬이 더 정신력이 약하기때문이 아니었던가요?"

게다가 전혀 웃지도 않았다.
처음 만났을때 필시적이면서도 안심하는 표정을 보이던 하나를 보고, 그 미소를 보고 싶어서 레나는 가이드를 자처했다.
그런데 지금 하나는 레나를 최대한 배려한다는 이유로 참고 또 참아서 솔저가 지적했을때에야 레나의 사정에 맞춰 최저한의 가이딩을 받는다.
고행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고통받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레나는 하나가 답답하기도 하고 보듬어주고도 싶었다.

"맞아요. 하지만 하나양은 이때까지 참아왔으니까.. 게다가 아예 존재하지 않던 해결책이 바로 자신이 원하면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 더욱 인내할 수 있게 한답니다."

말하자면 하나가 해결책을 두고도 참고 있는거라고 앙겔라는 돌려말했다.
간단한 길을 두고도 돌려 말한다는 것은 그 이유를 하나가 자신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거겠지.
언제나 환자를 배려하는 치글러박사의 눈에는 하나는 언제라도 지켜야하는 그녀의 환자인것일까.

"저. 꼬맹이랑 이야기 좀 해봐야할거 같아요. 이번 임무는 언제 끝난다고 했죠?"

"글쎄요. 요새 그 아이는 이곳에 잘 오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하나의 임무를 배정하는 솔저라면 알지도 모르겠네요."

솔저라면 오늘은 사령관실에서 그동안의 밀린 서류를 해결한다더군요.
솔저의 위치까지 알려준 치글러박사는 당장 뛰쳐나가는 레나의 등에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한명은 소중한 친구, 한명은 이때까지 지켜보고 도와주고 싶었던 아이였다.
하지만 자신이 두명 사이의 일을 해결해버리면 두명에게 안좋은 일이라고 알고 있으므로 지금껏 지켜봐왔다.

"폭주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데에선 정상..수치. 하지만 딱 그뿐이라니."

능력제어가 심상치 않을 정도지만 스스로의 한계도 분명히 알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한계까지 몇번이나 가보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것이 더 안타까운 생각이 들게 했다.

"레나가 얼른 해결했으면 좋겠네요.."

하나의 데이터가 담긴 서류철을 내려놓고 앙겔라는 일을 시작했다.

.
.
.


"늦었군."

냉철한 눈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레나를 보며 솔져가 말했다.
하지만 치글러박사의 말과 다르게 그의 앞에는 조금의 문서 이외엔 없었고 펜과 같은 필기구가 일체 존재하지 않는것을 보면 서류작업같은 일은 하지 않은걸로 보였다.

"위급상황에 그런식으로 움직였다간 금방 당하고 말거다. D.va요원은 벌써 임무를 끝내고 도착했을거다. 자, 이거나 가지고 얼른 가."

그렇게 말하며 솔져는 앞에 있던 문서묶음을 레나에게 던졌다.
무슨 일인지도 묻지 않고 딱 그것만 올려져있던 책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건 치글러박사와 그는 이미 한통속이었을것이다.
딱 잡기 좋은 각도에 적당한 속도인 그것을 붙잡은 레나를 의자를 돌려버려 직시하지 않은채 솔져는 내쫓아버렸다.

"...얼른 가서 그 꼬마를 안심시켜줘라. 지켜보는 내가 안절부절 못하겠으니.."

하지만 닫히는 문사이로 슬며시 들려오는 혼잣말을 레나는 놓치지 않았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고해서 하나의 주변에 그녀의 편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었다고 내심 흐뭇해하며 레나는 빠르게 문서를 훑었다.

그것은 별다를거 없는 요원의 작전중 활동일지었지만 레나에겐 특별했다.
보자마자 레나는 확신했다.
이 꼬맹이는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가이딩을 받기 싫어한다고.

능력을 최대한 쓰지 않기 위해서인지 철두철미하게 싸워낸 기록은 거기에 신경쓰지 않았다면 더욱 쉽고 위험부담이 없었을거라는 솔져의 사견등이 붙어있었다.

레나는 꼬맹이를 좀 혼내주기로 작정했다.


-----
이제 좀 트레디바가 진행되겠군요.
가루렌님 썰기반 (하지만 이제 뭔가 아주 다른게 되어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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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버스-3



괴롭고 아픈 새까만 어둠이 온통 자신을 휘감았던거 같았는데 눈을 뜸과 동시에 하나의 주변은 기분좋은 따뜻함으로 둘러싸여있었다.
생전 느낀적 없는 편안함이, 도저히 버틸 수 없다 생각하기 시작한 인내의 시간을 저멀리 날려버려서 하나는 방금 일어나 이리저리 흔달리는 의식으로 행복의 근원에 가까워지려 얼굴을 바싹붙여 부비적거렸다.

'따뜻하고 포근해.. 나, 결국 처분당해버린걸까?'

"일어났어 꼬맹이? 많이 피곤해보였는데.. 이렇게 마르기도 하고.. 건강 좀 챙겨야겠다."

"..으앗?! 누구세요?!"

벌떡-

"으..으아앗!"

무릎위에 올라앉아 끌어안은 자세에서 억지로 상반신만 물러나려다보니 하나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가버렸다.
이후에 일어날 일이 뻔히 예상되어 두눈을 꼭 감고 고통을 참으려는데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않자 하나는 의미도 없는데 슬그머니 한쪽눈만 실눈을 떳다.

"휴우.. 당황한건 알겠지만 갑자기 일어나려고하니 떨어질 뻔 했잖아. 다음부턴 조심하자 꼬맹아."

간신히 붙잡았다는듯 과장된 행동으로 있지도 않은 식은땀을 닦는척하며 레나가 하나를 일으켜세웠다.
하지만 일으켜세우고나서도 그 손은 떨어질 생각이 없는지 한손이 여전히 하나의 어깨에 놓여있다.
이사람 누구지? 떠오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나는 처음만나는대에도 불구하고 친근한 스킨쉽에 자신이 전혀 싫지 않는다는데에도 놀랐다.

"당신은 누구죠? 그리고 여긴...치글러박사님?"

어느새 뒤에서 두명을 지켜보고있는 치글러박사를 발경하곤 하나는 눈빛으로 설명을 요구했다.
끔찍한 폭주직전의 감각이 아직도 뇌리에 선연한데 지금 자신은 어떤 고통도 느끼긴 커녕 생전 느낀적 없는 편안한 기분이었다.


"하나양은 거의 폭주 직전에 간신히 안정됐어요. 잘 참으셨습니다."

혼란을 느끼는 하나를 알아차리고 앙겔라는 그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제 괴로운 상황은 끝났다는걸 재인식 시켜주었다.
타인이 말로 상황을 정리해주는것이 하나에게 상당히 도움이 되었는지 하나는 일단 위험한 상황이 지나간 것에 납득했다.
그리고 치글러박사의 연구실에 있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이제껏 자신이 폭주하려했거나 상태가 나쁘면 가는 곳은 혹시 모를 위험에 다칠 사람이 없도록 격리된 장소였기 때문이다.
치글러박사의 연구실은 의료방면에 능력있으신 분 답게 환자가 들리는 일이 많으므로 폭주의 기미가 없을때조차도 불만스레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었다.

"그런데, 저기. 이분은 누구시죠?"

어깨에 손을 얹는데에서 멈추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거나 식사 좀 챙겨 먹여야겠다고 중얼거리며 허리를 더듬는 레나에게 당황해하면서 하나는 앙겔라에게 물었다.
분명 첫 대면인데 서슴없이 다가오는데다가 아까까진 당황으로 몰랐지만 가이딩을 통해 희미하게 느꼈던 안정함을 지금 하나는 손으로 인한 접촉 하나만으로 더 없이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첫대면인 상대의 접촉이 이렇게 거부감 없다니 처음있는 일이었다.

"으아앗!"
"나는 레나 옥스턴! 앞으로 자기를 가이딩 할 해결사지!"

치글러박사가 소개를 하기도 전에 레나는 어깨동무로 태세를 전환해서 자신의 무게를 하나에게 실었다.
강한 센티넬답게 그 힘에 넘어지지는 않지만 폭주를 참아내느라 심신이 지친 하나는 얼떨결에 레나의 허리를 붙들고 세웠다가 높아친 밀착도에 얼굴을 붉혔다.
정말 서슴없이 스킨쉽을 해오는데 이렇게도 위화감이 없다니 실력있는 가이드인가라고 생각해버렸다.

"레나는 이 앞 하나의 폭주를 말리러 들어갔다가 각성한 가이드에요. 어떤 가이드로도 다스릴 수 없었던 하나의 폭주를 접촉하자마자 가라앉혔죠. 하지만 하나양 이외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던 모양이에요."

"뭐. 꼬맹이를 만나기 전까지 각성조차 없던 가이드인데 반대로 당연하지 않을까?"

윈스턴과 치글러박사와 친구인 레나는 보통사람이었던 신분으로 이 센티넬투성이의 기관에 자주 방문했음에도 하나를 만나기 전까진 가이드로써 어떤 전조도 보이지 않았다.

"뭐. 한명에게만 집중 할 수 있다면 좋은거 아니겠어? 누구에게라도 통하는 가이드는 여기저기 억지로 불려다니는 경우도 있다며."

하나가 받은 가이딩과 같이 그런 가이드는 처음 만나는지 아닌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여러 센티넬을 배정당한다.
그런 의미로 하나에게만 맞았던 레나는 어릴때부터 가이드로 각성했다면 하나와 같이 애물단지가 됐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하나가 레나를 찾는데도 시간이 걸리긴했지만.

"그러니까. 상부는 레나를 하나의 가이드로써 배정했어요. 이제 하나는 임무도 나갈 수 있을겁니다."

드디어 마음의 짐을 털 수 있겠네요!
그것에 상당히 기뻤는지 늘 짓는 자상한 미소가 더 빛이 났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호의호식이나 한다는 것도 하나의 심리적 부담요소의 하나였기 때문에 거기에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다만 하나는 자기가 싫은건 남도 싫다는걸 잘 아는 사람이였다.

"잘됐네 꼬맹아. 너 능력도 강하다면서? 거기에 괴로울텐데 폭주까지 견디다니. 그런 정신력 강한 센티넬, 나는 처음봐."

하나에게로의 좋은 소식을 마치 자신의 행복이라고도 생각하게 항 정도로 다정하게 레나는 물어봐왔다.
원해서 자신을 맡게 된 것도 아닐텐데 이미 폭주는 커녕 이날 이때까지 느낀적 없을 평온을 준 뒤에도 다정한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쓰다듬어지는 머리에 느껴지는 무게와 반대로 하나의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그렇게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처분당하는게 싫어서 억지로 했던 스킨쉽이었다.
우연히 마주쳐 자신을 구해준 레나에게 그런걸 강요당하게 만들다니.. 하지만 하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난생 처음 받은 가이딩이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느꼈던 고통을 무섭게 만들어버려 하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잘부탁드려요. 레나언니."

하나는 거기에 굴복하면서 계속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그래. 앞으로 잘부탁해 꼬맹아!"

레나는 이 귀여운 꼬맹이와의 일상에 기대하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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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버스-2



윈스턴의 연구실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저릿한 정전기와 열기는 주위의 소란을 차치하고서라도 무언가 이변이 일어난것을 레나에게 알렸다.

"또 그 센티넬이야! 결국 폭주하는건가?"

힘이 폭주 한 센티넬이나 가이드가 여기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금새 대기하던 가이드가 대처하길 마련이건만 지금 여기의 누구도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구하기보다 처분하러 올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대피하는 사람들을 통제하기만 할 뿐이다.

누군지도 모르고 센티넬도 가이드로도 분류되지 않는 평범한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장담 할 수 없지만 레나는 그런걸 신경쓰는 타입은 아니었다.
눈 앞의 누군가가 곤란해하고 또 누구도 돕지 않을때 레나는 그런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도 레나는 자신을 제지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넘치는 전류로 하얗게 시야를 가리는 센티넬의 힘의 분류에 뛰어들었다.

작게 떨리는 둥근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허리를 둥글게 말아 웅크린 모습이 작은 소동물같은데 거기서 뿜어지는 센티넬의 힘은 웅장해서 더 연약하고 가녀리게 느껴졌다.
주먹을 꽉 움켜쥐고 눈을 꼭 감은 그 아이의 얼굴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레나는 연신 부들부들 떨리는 아이의 팔을 손으로 잡았다.

"저기, 꼬마야 괜찮아?"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무게와 등뒤로 돌려진 필사적인 팔들과 함께 전류의 빛무리가 순식간에 거둬졌다.
어안이벙벙한 레나와 꼭 끌어안고 놓을 생각이 없는 하나를 지켜보는 놀란 눈들 사이로 다급해보이는 치글러박사가 뛰어들어왔다.


.
.
.


폭주를 참아내느라 온몸의 힘을 다 끌어썼을텐데도 불구하고 치글러박사의 연구실에 도착해서 잠들어버린 하나는 치글러와 레나 두명이 당겨도 레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 제일 마음을 열고 있는 자신에게도 자존심과 오기의 덩어리인 하나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게 앙겔라는 상당히 당황스럽지만 곤하게 자는 하나의 얼굴을 본 레나가 가만히 두자는 말에 팔을 당겨 풀려던 행동을 멈췄다.

조금이라도 신경쓰지 않으면 금새 전류를 흘리기에 아이는 항상 경계태세였고 신경이 날카로웠기 때문에 잠도 얉게 자고 있었다.
이렇게 편히 잠든 모습은 몇번이나 연구실에서 게임하다 잠든 하나를 본 앙겔라에게도 처음이였다.
레나 본인이 그렇게 말한다면 앙겔라도 하나를 재워주고 싶었다.

"음. 이전까지는 레나의 검사결과는 항상 센티넬도 가이드도 아니었는데.. 오늘은 아니네요. 레나, 당신은 가이드입니다."

S급의 강력한 센티넬을 안정시킨 레나가 평범할리 없으므로 앙겔라는 레나를 다시 검사했다.
결과는 보다시피 가이드.
폭주하는 하나를 만난 탓인지 가이드로써 각성해버린 모양이었다.

"흠. 게다가 어떤 가이드로도 그저 미미한 효과뿐이던 하나가 완벽히 안정됐어요. 팔을 잡자마자 그랬다니 꽤나 잘맞는 상대인거같네요."

"미미한? 그러니까. 이 애한테 다른 가이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단 건가요?"

어느새 고롱고롱 잠든 하나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레나가 앙겔라의 말에 되물었다.
정면에서 끌어안긴탓인지 하나의 무게가 모두 레나에게 쏠리지만 왼쪽 팔을 감아 받친 하나의 신체는 상당히 야위어있었다.

"네. 게다가 스킨쉽에 익숙하지도 않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죠."

"저에겐 바로 껴안아왔는데요?"

팔을 잡자마자 끌어당겨진 힘은 작은 토끼같은 외형을 상회하는 맹수같은 힘이었다.
미처 뿌리칠 틈도 없었고 이유도 없었던 레나는 그대로 껴안는 상대의 등을 마주 껴안아주는 걸로 받아줬다.

"그만큼 힘들었단거죠. 보통 폭주하는 센티넬이 그정도까지 참을 수 있는 경우는 드물어요. ...저기 레나, 미안하지만 부탁할 수 있을까요? 일주일.. 아니 이주일에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이 아이에게 구원의 손길이 되어주세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언제나 어떤 선택을 했지?
아니.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눈이 부시게 하얀 저릿저릿한 공간속에서 오로지 하나만이 새까만 고통을 형상화했던 장면이 생각난다.
위험하단걸 느낀 본능이 저항을 하는데도 레나는 어떤 주저도 없이 그 팔을 붙잡았다.
이러한 순간에 자신이 선택하는건 항상 후에 자신이 생각하길 최고의 선택이어왔다.

"물론이죠. 전 해결사니까요."

꿈결에라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다 안심해서 풀어져버린 하나의 경계심의 상징인지 여전히 레나의 허리릉 붙든 두 팔 중에서 왼손이 툭 떨어져내렸다.
레나는 그 오른손을 하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오른손으로 붙잡아주었다.

이제 그렇게 괴로워할 일 없을거야.
해결사가 왔으니까.

괴롭고 아프던 이 토끼가 고통 속에서 벗어나면 어떤 얼굴로 웃어줄까?
처음보는 편한 얼굴이라던 앙겔라의 말과 다르게 레나의 눈에 하나의 자는 얼굴은 아직도 필사적으로 무언가릉 맞서는듯이 보였다.

아주 어릴때부터 혼자로 버텨왔던 세월이 오늘 잠깐의 안정으로 전부 해소 할 수 있을리 없다.
앙겔라는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이면 충분할거라고 생각했지만 레나는 되도록 자주 오자고 결정했다.
괴로워하는 얼굴을 보기 싫기도 했지만..

'웃는 얼굴.. 얼른 보고 싶은걸.'

웃으며 하나의 작은손을 만지작대는 레나를 보는 앙겔라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부탁이라는 말을 했지만 맞는 가이드만 있다면..이라는 말을 항상 들을 정도로 강한 센티넬인 하나에게 맞는 가이드가 발견됐다면 가만히 둘 상부층이 아니었다.
적어도 레나가 그럴 마음이 있다는걸 확인한것만으로 조금 마음을 가볍게 했지만..

'누구를 의지한적도 도움을 받은적도 없는 하나가 쉽게 납득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적어도 아무에게도 폐가 되지 않겠다고 버티던 아인데..'

한숨을 쉬던 앙겔라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내밀어진 여기저기가 그슬린 자신의 서류를 보고 다른의미로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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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렌님 썰기반의 글
아 티스토리 모바일 어려워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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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오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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