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깨어나보니 몇년전엔 꽤 자주 초대받았던 코코로의 침실이었다.
무엇을 먹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커피에 들어있었을것이다.
커피의 향기나 쓴맛이 약의 냄새랑 맛을 쉽게 가려준다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을 실체험 할 줄은..

설마 내가 커피를 좋아하니까 처음부터 이럴 계획으로 카페에서 만나자고 한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싶다.

아직도 사지의 말단부가 저렸지만 일어서보려고 비틀비틀 한쪽 팔을 들어올렸더니 철컹이라는 무거운 쇠가 부딯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갑? 본격적이네. 카논씨가 길을 잃었다고 시간을 끌고 코코로를 부른건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거하게 뒤통수를 맞아 얼얼한 느낌이든다.
바뀌지않은 모습이 반가웠던것은 나만이었던가?
믿음을 배신당한 느낌이었다.

그보다 이렇게 나를 묶어놔서 무엇을 할 생각일까.
졸업때는 그렇게 쉽게 나를 놓아줘 버리고서는 무슨 의도로 이렇게 약에 수갑같은 까딱이 아니라 대놓고 법에 시비를 거는것 같은 수단을 사용하다니.
의심을 하긴 했지만 이것으로 코코로도 그전과 매우 다를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철커덕 철커덕 손목을 비틀어도 아무소용이 없는걸 보면 이 수갑은 어줍짢은 카피 제품은 아닌것 같은데 수갑을 소유하는것 만으로 범법이라던 사회통념은 여기서는 안통하겠지.
결국 모든것은 코코로의 손에 달려있는 그대로인것이다.

돌아오면서 가장 무서워했던 일이 벌어져버린 느낌이다.

"거기 있으시죠? 검은옷의 사람씨."

코코로는 아직 오지 않은것 같지만 타인을 이곳에 들여놓고서 아무도 지키지 않을 만큼 세큐리티가 엉망일리가 없다.
내가 고백해 볼 엄두도 못내본 대단한 집안의 아가씨가 쓰는 방인데.. 오히려 아무도 없이 나만 있으면 더 의심이되는 상황이었을것이다.

"오랜만입니다 오쿠사와님. 일단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게되서 유감이군요."

"풀어줄 수 없다는거 말 안해도 아니까요. 언제나 제 의사보다 코코로가 하는 말이 우선인거 어쩔 수 없다는건 잘 아니까. 그런데, 절 떨어뜨리는게 훨씬 낫다고 파악한게 아니었어요? 그 자리에 코코로가 나타나는거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을텐데."

"...사실 오쿠사와님이 떠난후에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이런 경우를 예견해서 츠루마키가에서도 그다지 연줄이 없는 대학교를 소개해드렸습니다만.. 일본 내에서 츠루마키가의 손길을 피하기는 어려우니까요."

말하자면 일본에 돌아온 내 잘못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다는건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아마 코코로의 변화에 관계한 부분일테니 그저 고용된 입장인 검은옷의 사람이 말 할 수 없는 것일까.

힘의 차이를 강제로 맛보는것 같았다.
나는 그토록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간신히 너를 떼어놓았는데 너는 이토록 쉽게 나를 잡아서 묶어둘 수 있는데다가 주변은 전부 너의 편.
하구미는 모르겠지만 카논씨는 분명히 협력자겠지.

"...그래서 이후엔 어떻게 하실 예정으로? 저 같은게 코코로 옆에 붙어있어 봤자 결과는 뻔하니까 도망가는데 협력했던거죠."

"거기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으신듯하여 제가 사정 설명을 하기 위해서 남았습니다만.. 저희는 그런 이유로 오쿠사와님이 떠나도록 도운게 아닙니다."

뜻밖의 사실이었다.
코코로에게 미칠 위험에 대해서 전부 제거해 온 SP들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죄인을 처벌하도록 떠나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어떤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일까.

"저희는.. 당신이 아가씨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며 사죄하였을때, 저희가 해버린 일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져버렸습니다. 고용된 SP의 의무도 잊고서 당신을 도울 정도로 그 당시의 오쿠사와님은 상처받아있었죠."

"죄책감? 무엇에 대해서죠? 지금까지 엄청나게 도와주셨으니까 미안한건 오히려 제가 아닌지.."

"오쿠사와님은 미성년자에 대가를 받는것도 아닌데 하기 싫다고 했던 의사도 무시하고 저희는 인형탈을 씌워 미셸이라는 굴레를 만들어버렸던 겁니다. 거기다가 당연한 서포트에도 전부 빚이라고 생각하셨죠. 이건 저희가 직업 때문에 한 일이라도 명백히 오쿠사와님을 괴롭게 했습니다."

그들 모두가 사죄하는 마음으로 일으킨 반역이 나의 도망에 대한 도움이었나보다.
그 일로 신뢰를 일부 잃은 검은옷의 사람들은 다른 일은 몰라도 나에 대해서는 믿음을 받지 못하고 개입하기는 어려웠다는 말과 함께 이번 일도 막지 못했던 사정이 설명되었다.

일단 내가 일본에 방문하는것 자체가 그들에겐 예상 밖이었다고 한다.
코코로의 명으로 나에 대해서 간섭 할 수 없었다던가.. 도대체 코코로는 나에게 어떤걸 바라고 있는건지 심히 의문이 든다.

지금 이렇게 묶여있는걸 보면 모른척 잊어버리던 코코로가 할 행동은 아니었다.
뭐, 모두를 웃게 한다는 꿈을 가진 코코로가 사람을 구속한다는것부터 보통이 아닌 일이지만..

"방문하는 타이밍이 너무 안좋았습니다. 오쿠사와님이 떠나버리고 대학 입학식에서 발견 할 수 없었던 아가씨는 그 길로 대학교도 자퇴하고 바로 후계자수업에 열중해서.. 최근 츠루마키가의 당주가 되실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거죠."

"...부모님이라도? 당주를 넘겼다고 하지만 발언력이 전부 사라진건 아닐텐데. 저에 대해서 아무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요."

"전당주님은. 아가씨의 변모에 오히려 당신을 반기는 기색이셨습니다. 아가씨는.. 당신이 사라지고 너무나 바뀌셨어요. 오쿠사와님이 떠난 후에 한번도 웃으신적이 없습니다."

웃지 않는 코코로를 상상해본적도 없는 나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누구나가 웃기를 바라면 자신부터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코코로의 근본이 흔들릴만큼 내 부재가 충격적이었다는 것일까?

"..전당주님은 아가씨를 정말 아끼시니까요. 이제 오쿠사와님이 걱정하는 일은 없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고백하면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겠죠."

그런 미래를 꿈꾸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도망가는걸로 현실이 되다니 너무나도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철컹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노려보면서 다시한번 이끌어본다.
원목으로 만들어졌지만 굵은 침대 기둥은 꿈쩍도 안하고 수갑이 메인 손목만이 붉게 변했다.
이것도 바뀐점인가.. 코코로는 호화여객선처럼 납치극같은 즐거운 이벤트를 만들때 결코 누군가가 다치는 방법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대로 만나서 고백을 해도 그건 정말로 우리 둘을 위해서 좋은 일일까?
해피엔딩인 동화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은빛의 수갑과 수면제.
스릴러 액션영화에서나 나올 전개에 헛웃음이 나온다.

"지금 제 앞에 나타나신건 그런 시시콜콜한 사정설명 때문은 아니겠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얼른 해주세요. 언제 코코로가 들어올지도 모르고 들키면 저는 몰라도 검은옷의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일이죠?"

"거기에 관해서 할 말이 있습니다. 다시 도망가고 싶으신가요? 도와드리겠습니다."

"에?"

"새로 들어온 다른 SP들과 달리 제일 오래 근무한 저는 아가씨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전당주님이 고용한 사람입니다. 제일 고참이니까 부하들에게 압력도 좀 넣어서 지금 여기 있기도 하고요. 오쿠사와님이 바라시는데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미국으로 떠나시겠습니까?"

주머니에서 슥 하고 꺼내 간단히 수갑을 풀어버린 검은옷의 사람이 비틀대며 일어나는 나를 부축하여 침대에 앉혔다.
당황해서 손목을 흔들어도 이대로 풀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수갑은 덩그러니 저 바닥에 놓여서 이 갑작스런 전개가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분명히했다.

손을 쥐었다 폈다 팔을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면서 몸상태를 점검해보니 세세한 작업은 무리이더라도 달리는데에는 문제가 없어보였다.
이 츠루마키대저택이 리모델링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몇년전이라도 일주일에 몇번이나 방문했으니까 출구까지의 길은 잘 알고있다.

"..아직 대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다 정리한것도 아니니까 돌아가야죠. 하지만 그 전에 들러야할 곳이 있어요."

약간의 반항심으로 솔직한 이유는 말하지 않고 둘러댄다.
저 이유들도 물론 없는건 아니지만 지금 코코로에게 붙잡히면 안될것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충동적인 감에 의지하는것은 코코로의 전매특허였지만 철저한 계획 아래에 납치된 내가 반대로 과거의 코코로 같은 행동을 한다니 아이러니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는 마음에 벌떡 일어서자 딱딱한 굽의 소리가 들린다.
분명 아침에 집을 나설때 오늘 많이 돌아다닐것이 분명하니 편한 복장을 입어서 운동화를 신었을텐데 내 발에 신겨져있는건 단화였다.
그것도 지극히 익숙한. 학생용 단화.

깜짝 놀라서 손으로 귀 끝을 더듬으니 어느새 피어스들이 사라져있었다.
왜 눈치채지 못했나 싶어서 살펴보니 옷도 갈아입혀진건지 졸업한지 몇년이나 지난 하나사키가와의 교복.
지금 나이에 입으면 코스프레 일직선이라고 하는데 부끄러운짓을 하게 만드는건 여전한건가..

"코코로 취향이 많이..매니악하네요.."

"아마..아니... 그런것은 아니라고..생각합니다만."

아니란것은 지금 둘 다 알지만 일순간 말을 잃었다.
심각한 상황을 다시금 일깨워진것 같았다.
정말로 이것은 잡혀선 쇄락이 되지 않을것 같다.

절대로 코코로는 그전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있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억지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터무니없는 에고를 펼치고 있다.
심지어 그것을 정말 해낼수 있는 권력까지 얻어버렸다는걸 아까 검은옷의 사람에게 들어버린 이상 나는 전심전력으로 도망가야한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문을 열자마자 양 옆을 지키고 있던 검은옷 두명이 인사했다.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것은 무리이지만 내 뒤에 서있는 사람까지 합해서 이 세명이 하로하피에 항상 따라다녀준 3명인걸까?
아군이 되면 정말 든든한 사람들이다.

"아가씨의 명으로 이 방근처의 고용인들은 이미 다 해체되어 있습니다. 무엇을 하시려고 했는지는 파악 할 수 없었습니다만.."

사람의 눈에 보일 생각이 없는 짓을 저지르려고 했다는걸까..
왜 여기서 첩보물같은걸 찍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코코로는 완전히 변해버려서 자신이 바라는것에 철저히 계획을 짜서 실행하고 있는것 같다.
수갑도 약도 지금 이렇게 사람들을 해체하는것도 갑자기 떠오른 발상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코코로가 이미 배신한적이 있는 검은옷의 사람들을 온전히 믿었을까?
전의 코코로라면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고 대답 할 수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지금의 코코로는.. 어디까지 예상하고 있어?
어디에다가 함정을 준비했을것인가.

하지만 그런 너도 모르는게 있다.
이 몇년 사이에 나도 많이 바뀌었다는것을.

목적지의 문은 잠겨져있지 않았지만 한동안 사람이 들어왔던 흔적이 없었다.
관리가 철저한 츠루마키저택에 먼지라곤 본적이 없는데 이곳은 문조차 열린적이 없는지 문이 열리며 쓸린 그대로 먼지가 뭉쳐져 산이 쌓였다.

"아직도 괴로운데에서 눈을 돌리는 버릇은 낫지 않은것같네. 추억을 회상한다던가 그런 행동이 어울리지 않기는 했지. 항상 즐거운것을 찾아 달려나가니까.. 뒤는 보지 않는달까 달라지지 않은 부분도 역시 남아있구나."

검은옷의 사람은 용건을 끝마칠때까지 밖에서 망을 봐준다고해서 지금 이 방에 있는 것은 나뿐인데 나는 혼자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랜 파트너의 머리 위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낸다.
분홍색털도 열린채 방치되어있는 커튼 사이의 빛이 내리쬐서 바래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조금 먼지냄새가 나기는 하겠지만 지금 무엇을 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닌것은 알고 있었다.
또 여기에 들아가게 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지금은 라이브 스테이지의 밝은 스포트라이트를 두려워해 너의 뒤에 숨으려는게 아니라 마주보려고 하는 것이니까 용서해줘.
너도 이 방에만 갇혀서 쓸쓸했을테니까 마지막으로 산책에 교제하는 기분으로.

"아-. 하지만 방치되어서 그런가.. 이거 초기 미셸이랑 비슷할 정도로 더워.. 기능이 열화했다던가? 진짜 너무하잖아.. 코코로 이번 일은 쉽게 용서해주지 않을테니까."

모든걸 전부 통틀어서 사과하게 만들어줄테니까.
그러니까 이제 슬슬 깨달으라고.
세상은 즐거운것만으로 살 수 없어.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는것만큼 당연한 사실을 나는 네가 상처입지 않길 바라면서 알려주지 않고 떠나버렸다.

결코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 책임이 아니란것도 알지만 난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바로 도망갈 수 있는 비밀통로를 선택하지 않고 우회했다.

코코로와 마주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기 위해서.

"준비는 되셨습니까? 여기서부터는 일직선 게다가 다른 경비원도 많이 있습니다. 한시도 발을 멈춰서는 안돼요. 누가 말을 걸어도, 무엇을 봐도 출구까지 뛰어야합니다. 그럼 거기에 탈출을 도울 협력자가 있을겁니다."

"코코로는 어디 있는데요?"

"저희도 파악해보려고 했지만 당주가 되신 지금은 무단으로 위치 파악을 할 수가 없어서.."

"하아..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니 심장이 남아나지 않는데요.."

"하지만 저택 어딘가에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직원 배치가 바뀌고 있어요. 오쿠사와님이 도망친걸 알아차린거 같군요."

아직 팔불출 기미가 빠지진 않았던건지 좀 자랑스러운 얼굴이다.
이럴때에 우리에게 위협적인 사실을 뿌듯해하는건 질타해야 마땅하지만 오랜만의 인형옷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나는 방치하기로 했다.

좁은 시야와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오는 열기, 약을 먹은 부작용으로 아직도 비틀거리는 발걸음.
오기와 각오로 무장한채 막무가내로 발을 움직인다.
여기서 잡혀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일심으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나아간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할 수 없다 포기하고 탈출시켜준다는 검은옷의 말조차 거절한채 수갑에 묶여 코코로를 방에서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또는 코코로를 마주하지 않은채 비밀통로를 통해서 도망가버렸을지도.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포기도 도피도 선택하지 못하고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도박에 매달리니까 사람의 변화는 예상 할 수가 없다.

그래, 너만큼이나 나도 이 몇년 사이에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이제 우리는 과거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지독히 꼬이고 얽매인 일방적인 관계는 결국 둘 다 상처입히는걸.

"오랜만이야 코코로. 못 본 사이에 많이 아름다워졌구나."

"어머, 미셸! 오랜만이야! 미셸도 못 본 사이 더 듬직해진거같네. 그런데, 인형옷을 입는 사람은 못봤니?"

호화 여객선에서 봤던 매혹적인 붉은 드레스.
평소에 입을 옷은 아니니까 일부러 지금의 체형에 맞춰 준비한 무대의상인것일까.

예상대로 과거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코코로는 또다시 내 존재를 짖밟고 괴로운것에 눈감은채로 보고싶은것만을 보기로 한 모양이었다.
이대로면 다시 똑같은 끝을 맞이 할 수 밖에 없는걸 너는 알고 있을텐데.

항상 어딘가 나보다 날카로웠던 네가 지금은 나조차 알고 있는 사실에 눈을 돌린다는게 슬펐다.

"인형옷을 입는 사람은 언제나 걱정이 많으니까. 오늘도 누군가를 도우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야. 이래봬도 꽤 유능하다구?"

"흐음.. 오늘은 꼭 만나고 싶어서 겁쟁이인 인형옷을 입는 사람을 위해서 비밀통로도 지키게 했는데 오지 않아서 기다렸어.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말 많이 준비했는데 하나도 걸리지 않다니."

역시 비밀통로라던가 전부 알려져있었구나.
곳곳에 함정이 쳐져있다던가 갑자기 츠루마키저택이 몬스터하우스라도 된 것처럼 느껴져서 떨려온다.
이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검은옷의 사람도 다소 당황한 기색. 자신이 의심받았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코코로는 감으로 행동하고 충동적인데다가 터무니없는 발상을 하지만 원래부터 머리가 나쁜것은 아니었다.
그저 타인의 이해를 요구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이 앞서는것 뿐으로.
이런 일에는 오히려 제격이지 않았을까.

"인형옷을 입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하려고? 코코로는 이렇게까지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거야?"

"후후. 물론 즐거운것을 하는거야. 거기에 인형옷을 입는 사람도 미셸도 함께가 좋기 때문에! 카논도 찬성했어. 하로하피에는 두명이 꼭 필요하다고. 미셸도 그렇겠지? 하로하피를 소중히 생각한다고 말해줬잖아."

억지로 끌려서 하게 되었던 하로하피이지만 이제는 소중해졌다고 말했었을때 기뻐했던 모습 그대로 코코로는 나에게 계속 하자?하고 순진하게 웃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몹시 위화감이 넘쳐서 코코로의 웃음조차 일그러져보였다.

어째서 함께 즐거운것을 찾자고 하는데 눈은 웃지를 않는거지?
설득하듯이 말하고는 있지만 네 손에는 흉흉하게 빛나는 수갑. 절대 미셸의 두꺼운 털투성이 손목에는 맞지 않는 사이즈인데.

게다가 뒤에는 여러명의 건장한 SP라니.
정말 코코로답지 않았다.
Posted by 백오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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