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렁그렁 눈물을 매단채로 올려다보는 코코로는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때보다도 연약하게 보였다.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거 같은 아름다운 유리공예품처럼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거친 입술을 지분거렸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부디 들리지 않기를 바랬지만 코코로의 시선이 향하는곳이 어디인지 뜨거울 정도로 느껴져서 숨기는건 무리라고 알아챘다.
"미사키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줬으니까 우리는 연인사이인거지?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거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 행복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싫어졌다는 말이야? 아니면.. 다시 잊고싶다는.."
가슴이 꾹 조인다는 이유로 이름조차 잊혀졌던 옛날이 생각나서 눈앞이 하얘져버렸다.
다시 그런일이 일어난다면 마음의 한자락이 아닌 전부를 줘버린 지금은 스스로 일어나 떠나버리는것조차 할 수 없을것 같았다.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이제 미사키를 잊는건 상상 할 수도 없어. 미사키가 없으면 웃을수조차 없는걸! 하지만 미사키는 다르잖아."
뚜욱 뚜욱 결국 수위를 높여가던 코코로의 눈물샘이 무너져서 서러움을 터뜨려버렸다.
웃는 얼굴만 보고 싶은데 어째서 이렇게 나는 너를 슬프게 하고 힘들게하는 감정을 가르쳐버리는걸까.
"미사키는 다른 사람이라도 괜찮은거지? 그러니까 내 대신이 될 사람을 찾은거잖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거잖아. 나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사키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땀으로 축축한 옷의 가슴팍부분을 붙들려 끌어 당겨져서 노려보는 코코로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목이 졸린것도 아닌데 마른숨만 들이키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왜 나를 두고 다른 사람이랑 사귄거야? 그 사람에게도 어젯밤 나에게 한것같은 녹아버릴것처럼 달콤한 눈으로 키스를 했어? 아니면 나랑도 하지 않은 더 깊은 관계도 가진거야? 말해줘 미사키.."
코코로는 질투를 하고있다.
질투를 해주고 있다.
떨어지지 말라고 꽉 필사적으로 옷자락을 쥐고 있는 손이 새하얗게 변할정도로 힘을 주고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을 보고 있다.
지금 코코로의 세상에는 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험악한 분위기인데도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 없었다.
우울하고 슬프고 괴로운 여러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있던 판도라의 상자에는 질투조차 들어가 있어서 그것이 나의 독점욕을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보물을 발견한것 같았다.
"무엇을 말해줄까? 고백받은 횟수? 아니면 사귀었던 다른 사람의 숫자? 키스라던가 밤을 보낸 기분이 어땟는지? 뭐든 말해줄 수 있지만 그걸로 코코로는 만족 할 수 있는거야?"
숨겨져 있던 소유욕이 솟구쳐서 옷자락을 쥐고 있는 코코로의 손목에 자국이 남도록 꽉 힘주어서 잡았다.
평소에 부러지지 않을까 상처받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면서 살살 힘을 빼서 손을 잡던것과 확연히 다른 그 악력에 당황한 코코로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런데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어? 결국 무슨 방법을 써도 어디로 도망쳐도 잊을 수 없었는데. 계속. 계속 코코로만을 원했어. 가질 수 없는것을 바라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을텐데.."
적당히 보통이 최고라고 스스로에게 몇번이고 되뇌이던 무기력한 자신을 데일 정도로 강렬한 열기에 휩싸이게 한 주제에 스스로가 무슨짓을 했는지 모르다니.
굶주리고 목마른자에게 함부로 손을 뻣으면 어떻게 되는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거야?
코코로의 손목에 남은 붉은 손자국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가 그대로 키스마크를 남겼다.
사실은 이런 시계를 채우면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킹이 아니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장소라도 남기고 싶지만 나는 아직도 코코로가 무서워서 싫다고 거절하는걸 두려워했다.
"그러면 전부 가져버리면 되잖아. 엉망진창 누구라도 미사키의 것이라고 알도록 한군데도 빠짐없이 바래도 괜찮아. 나는 내 모든것을 미사키에게 줘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걸."
내려다본 코코로는 꾸욱 입을 다물고 걱정과는 달리 전혀 겁을먹은 기색이 없이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참을 필요가 없는것이 아니냐는 유혹적인 울림이 뇌리에 퍼져나간다.
어느새 잡은 손목을 그대로 코코로의 머리위로 찍어누르고 숨결이 다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다시 코코로를 응시했다.
한계까지 자극당한 이성이 그르르 목울림을 내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게 될거야. 소중히 아껴주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을거 같거든. 지금이 아니면 절대 멈출 수 없을테니까."
그러니까 얼른 예의도 없는 짐승을 떠밀어버리라고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너에게 심장이라도 빼줄 수 있는 나라면 한마디 말만으로 통제 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허락의 말이 떨어지면 향기로운 살결도 비단처럼 고운 머리칼도 앙증맞은 입술까지 전부 남김없이 탐내기 전까지 멈출 수 없겠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때라면 달콤함을 모르겠지만 한입이라도 먹는 순간 멈출 수 없는 극락의 과실을 마다 할 자제력이 나에게 존재했더라면 내가 나 스스로를 경계해서 미국으로 떠날 일도 없었을것이다.
"멈추지 않아도 좋아. 소중히하지 않아도 나는 없어지거나 부서지지 않으니까 힘껏 사랑해주면 좋겠어. 아플정도로 꽉 껴안고 숨이 막힐정도로 깊게 키스해서 미사키말고는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게 해준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것 같아."
굶주려서 가죽밖에 남지 않은 늑대가 눈앞에서 침을 흘리며 눈을 번뜩이는데 붙잡힌 가엽은 공주님은 그것이야말로 바랬던것이라고 눈을 빛내며 활짝 웃었다.
눈꼬리에 남은 질투의 잔재인 투명한 눈물방울을 입술로 훑어 없애버리면 남은것은 해피엔딩을 기다리는 아가씨의 웃는얼굴.
참지 못하고 사랑스러운 말을 하는 그 입술을 막아버려 마음껏 들이마시면 끊어져버린 이성에 뇌세포까지 이상을 일으켰는지 미쳐버린 미각으로 달콤하다는 착각을 하는 혀가 녹아버릴것 같았다.
고른 치열을 따라서 자극을 하면 코코로가 숨을 들이키는게 느껴졌다.
츠루마키가의 당주가 되기 위해서 후계자 수업에 매진한 코코로와 디제잉과 테니스, 여행같은 아웃도어인 활동을 한 나와의 사이에 폐활량의 차이가 생겼는지 입술을 떼어내자마자 허억허억 숨을 들이쉬는 코코로는 그것만으로 추욱 힘이 빠져버렸다.
"벌써 지친거야 아가씨?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이러면 큰일인데.."
숨을 몰아쉬는 코코로의 목에 얼굴을 묻고 향기를 맡는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살살 이로 자극을 가하다가 살갗을 빨아들여 누구라도 보이는 장소에 이 손에 닿지 않을거 같았던 아가씨가 내거라는 증거를 남겨둔다.
하나로는 만족 할 수 없어서 두어개를 더 남기고서 어차피 힘으로는 나를 이길 수 없는 코코로는 도망갈 수 없을테니까 손목을 놓고서 조금 떨어져서 내가 만든 작품을 감상했다.
조금 살이 그을린 나랑은 달리 햇빛에 타지 않은 코코로의 하얀 피부에 남은 붉은 자국이 시리도록 눈에 박혀들어온다.
"좀 더 해주지 않는거야? 카스미랑 히나에게 듣기로는 이게 끝이 아닌거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부추긴건 그쪽에서 정보를 얻었기 때문인가.. 안그래도 멈출 생각은 이미 없으니까."
소파의 좁지도 넓지도 않은 불안정한 넓이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꽉 안아붙을 수 밖에 없다.
소파와 코코로사이의 비좁은 틈 사이로 손을 비집어 넣어서 옆구리를 더듬으면 낯간지러운지 몸을 비튼다.
눈꺼풀에 연신 키스를 해주면 코코로가 후후후 웃음을 흘리며 등 뒤에 팔을 돌려 힘껏 자신쪽으로 끌어당겼다.
버티려면 끌려가지 않을 힘이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 나는 무게가 코코로에게 실리지 않도록 한쪽 팔을 소파의 등받이 부분에 의지한채로 가까워졌다.
"그런데 나도 미사키를 가지고 싶으니까 가만히 주기만 할 생각은 없는걸. 아무것도 모른다고 방심하면 미사키가 먹힐지도 몰라? 나는 금방 배우는 사람인데다가 몇년동안 염원했던건 나라도 마찬가지이니까."
그러고보니 밖에서 돌아온 뒤에 씻지도 못하고 이런 상황이 되버린 바람에 여름의 후덥지근한 공기랑 흘린 땀으로 끈적한 옷 그대로였다.
이제와서 신경이 쓰이는 자신의 행색에 꼼짝도 못하는 사이에 옷사이로 들어온 코코로의 손이 등을 매만지다가 옆구리를 지나서 배를 매만진다.
"미사키의 배는 조금 단단하고 복근이 있네. 내가 옆에 없는 사이에도 노력하고 있었다는걸 알 수 있어."
"뭐, 몸 움직이는건 싫어하지 않으니까.. 그보다 코코로 나 땀을 엄청 흘렸는데.. 기분나쁘지 않아?"
돌연 찾아온 이성이 소중히 아껴주려고 했던 상대의 처음을 불안정하게 비좁은 소파에서 취하려고 했다는걸 깨닫게 했다.
내가 코코로가 가진 값진것보다 더 좋은걸 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결혼식장의 예약부터 초대장까지 척척 준비해서 완벽하게 치장한 행복을 선물로 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상한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는거였다.
자신의 겁쟁이인 부분까지 전부 코코로를 사랑하는걸 멈추고 싶어하지 않다고 외치고 있었다.
"기분 나쁠리가 없잖아. 미사키가 노력하는 모습도 흘린 땀도 전부 좋아해."
꽈악 끌어안아 밀착한 코코로가 목에다가 코를 묻고 숨을 쉬는게 느껴져서 간지럽고 부끄러웠다.
이럴줄 알았으면 땀을 닦고 제한제도 뿌린 다음에 코코로를 맞이하러 갈걸.
이럴줄 알았으면 좀더 행색이 괜찮을때에 코코로를 안을걸.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것들은 귓바퀴를 따라 혀를 굴리는 코코로의 진득한 애무에 허공으로 날라가버렸다.
"그러니까 좀 더 꽉 안아줘. 미사키."
나도 몰랐던 약점인 귀에 애정과 유혹이 잔뜩 담긴 낮은 목소리로 불린 이름은 그 자체로 심장에서 흐르는 혈류를 빠르게하는 미약과도 같아서 몸 전체를 울리는 박동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결국 해버렸나- 하고 깨달았을때는 아직 어스름하지만 해가 떠오르는게 어렴풋이 느껴지는 새벽과 아침의 사이였다.
마주보는 자세로 무릎위에 앉아서 내 어깨에 턱을 올려둔 상태이던 코코로는 커텐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나의 눈의 색이라고 흐리게 웃고는 그대로 지쳐서 잠들어버렸다.
코코로는 처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나는 질투심과 사랑의 증거를 가지고 싶다는 코코로의 부추김에 있는 힘껏 휘둘려서 그만이라던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에도 전혀 멈추지 않았다.
"바보같을 정도로 푹 빠져있으니까 말이지.. 아아.. 정말로 앞으로 어떻게 하지.."
하얀 피부의 여기저기에 온통 키스마크 투성이여서 사랑을 받았다기보다 이정도면 어딘가 안타까울 정도인 코코로는 행복한 표정으로 자고있는데 나는 이걸로도 만족하지 못했다.
한번도 하지 않았을때는 아껴주자고 웃으며 생각했는데 한번 하자마자 이정도라니 정말 나약한 정신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자조하면서 잠든 코코로를 꽉 끌어안았다.
"..코코로가 일어나면 뭐라고 말하지? 좋았다고?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인사? 아름다웠다든가 귀여웠다던가하는 칭찬의 말을 해야하는건가.. 나, 처음도 아니면서 뭐라고 해야할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이때까지 꽤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이렇게 두근거린적도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고민한적도 없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격렬하게랄까.. 지치지 않는 정도로 상대가 만족하게하는 행위만 적당히 해치운 이제와서는 왜 욕을 먹지 않았나 싶은 의욕이 없는 사람인 자신이 했다고 믿을 수가 없지만 떠오르는 여러가지 밤의 기억이 부정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보다 처참한건 내 독점욕으로 가득한 코코로의 몸뿐만이 아니라 지금 앉아있는 소파도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어느새 새걸로 교체되거나 아니면 깨끗히 청소가 될거라는건 알고있지만 정사의 흔적이 남에게 보인다는건 견딜 수 없을만큼 부끄러울것 같았다.
뭐, 소중한 츠루마키가의 당주가 언제 어느때 위험상황에 처할지 모르니까 이 방에 도청기같은게 설치되어있을 가능성은 높아서 했다는거 자체는 이미 들켰겠지만..
"하여튼 일단은 잠들어버린 코코로를 씻기고.. 침대에 눕힌 다음에 치우자.."
불타오를 정도로 빨개진 얼굴을 아무도 못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능한 코코로의 맨몸을 응시하지 않으면서 욕실로 향한다.
점점 밝아오는 하늘과 함께 보이는 코코로의 몸을 응시할 수 없다니 어젯밤에 그렇게 질리도록 키스하고 쓰다듬고 껴안으면서 눈을 감아도 기억할 정도면서 한심한 일이다..
직접 보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씻기지?하는걸 깨달은건 욕실에서 샤워스펀지에 거품을 내었을때였다.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펴는데 온몸이 뻐근하고 당겨서 무심코 움츠러들었다.
침대에서 멀리 떨어진 화장대의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목에 붉은 반점이 매우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손가락으로 만져보려고 팔을 들어올리면 어느새 갈아입혀진 잠옷은 난처해하던 미사키와 같이 샀던 2개가 세트인 커플잠옷이었다.
부끄럼쟁이 미사키가 이렇게 온통 독점욕과 소유욕으로 얼룩진 키스마크와 잇자국, 손자국투성이인 자신을 남의 시선에 노출되게 놔둘리가 없으니까 내가 잠든 후에 직접 씻기고 옷을 입힌걸까?
고뇌한 흔적인지 잠옷의 단추가 어긋나게 잠겨있어서 조금 웃음이 났다.
어긋난 단추를 다시 제대로 잠그려고 풀어내려가면서 옆을 바라보면 색만 다른 잠옷을 입은 미사키가 이쪽 방향으로 몸을 돌려서 자고 있었다.
"정말 아직도 나는 모르는것 투성이네. 어째서 어제는 그렇게 부글부글 끓고 꾸욱 조이면서 찢어질듯 아팠던 기분이 이렇게 포만감이 들 정도로 행복하게 바뀌어버린걸까."
미사키가 살던 방과 달리 넓은 이 집에는 방이 몇개나 있으니까 처음 둘러볼때에 각자의 방을 정하려던 미사키에게 고집을 부려 같은 방을 사용한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지쳐서 움직일 힘이 없을 정도로 실컷 사랑받은 다음날이라도 아침에 눈을 떳을때에 옆에 미사키가 없다면 이런 행복한 기분보다는 불안함이 앞섰을지도 모른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걱정을 하는건 나쁜 습관이라고 미사키를 다그쳐왔지만 지금은 미사키보다 내가 훨씬더 자주 겁쟁이가 되버린다.
"미사키가 이렇게 계속 옆에 있어주면 좋을텐데.. 테니스동아리랑 아르바이트.. 또 대학교도 졸업학년이지만 가끔은 직접 가야 할 일도 있다고 그랬어."
단추를 채우면서 옆을 돌아보면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표정을 찡그리고 있는 미사키가 보여서 손을 꽉 잡아주면 무의식적으로 꾸욱 힘을주어 잡아오는 미사키의 손과 미간의 주름이 풀리고 희미하게 웃는 표정이 강한 충족감을 일으켰다.
"코코로.."
웃으면서 내 이름을 부르는 미사키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어지고 달콤하게 낮은 목소리로 이름이 불리는것만으로 두근거려서 참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미사키의 품에 파고들었다.
"음....아. 코코로..지금 몇시야?"
내가 품에 비집고 들어가는걸로 잠에서 깨버렸는지 낮게 긁힌 목소리로 시간을 물어보면서 미사키가 팔을 돌려 안아주었다.
미사키가 노력해서 흘린 땀의 냄새도 좋아하지만 같이 살면서 나랑 같은 샴푸의 향기와 섞인 체향도 좋아한다.
눈이 부신지 한쪽 눈만을 가늘게 뜨고 있는 미사키의 목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맡으면 푸흐흐하고 낯간지러워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미사키는 나를 떼어놓지 않고 등에 돌리고 있던 한손을 올려 나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어주었다.
"아직 6시밖에 안됐으니까 더 자도 괜찮아. 그러니까 이대로 조금 더 있어도 될까?"
"얼마든지. 그런데 코코로 몸은 괜찮아? 나.. 코코로가 처음인데도 너무 가감없이 해버린것같은데.."
확실히 움직일때마다 멈칫거리게 될 정도로 허리가 아프고 근육통에 걸린것 같았지만 적당히 하지 못할 정도로 미사키가 나에게 열중했다는 증거니까 오히려 이 통증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걱정스레 꾸욱꾸욱 등 뒤를 지압하는 미사키의 입술에 쪽 뽀뽀를 하면 순식간에 빨간얼굴이 되어버려서 그 얼굴의 이곳저곳에 좀 더 뽀뽀를 해줬다.
"아니, 아니. 코코로 그만 좀 해봐. 으앗. 그런데 왜 단추는 절반이나 풀려있고 속옷도 안입은거야?! 앗...아...속옷은 내가 못입혔지.."
크으으..하고 신음을 내면서 스스로의 얼굴을 한손으로 가리는 미사키는 귀가 붉게 익어있어서 어제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울것같을 정도로 기분좋게 강요해오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어째서 한군데도 빠짐없이 만지고 키스했으면서 부끄러워 하는거야? 이렇게 키스마크까지 듬뿍 남겼으면서.."
슬쩍 잠옷의 자락을 들추면 도대체 언제 이렇게까지 남겼는지 모르겠는 숫자로 붉은 자국들이 점점이 찍혀있었다.
"...이래저래 복잡한거야. 으윽.. 어젯밤의 나 너무 폭주했잖아.."
푹 배개에 얼굴을 처박은채로 부들부들 떠는 미사키의 등을 토닥여줬다.
이해할 수 없지만 미사키가 부끄럽다니까 배개에서 얼굴을 들기 전에 단추는 스스로 채워두기로 했다.
그렁그렁 눈물을 매단채로 올려다보는 코코로는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때보다도 연약하게 보였다.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거 같은 아름다운 유리공예품처럼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거친 입술을 지분거렸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부디 들리지 않기를 바랬지만 코코로의 시선이 향하는곳이 어디인지 뜨거울 정도로 느껴져서 숨기는건 무리라고 알아챘다.
"미사키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줬으니까 우리는 연인사이인거지?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거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 행복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싫어졌다는 말이야? 아니면.. 다시 잊고싶다는.."
가슴이 꾹 조인다는 이유로 이름조차 잊혀졌던 옛날이 생각나서 눈앞이 하얘져버렸다.
다시 그런일이 일어난다면 마음의 한자락이 아닌 전부를 줘버린 지금은 스스로 일어나 떠나버리는것조차 할 수 없을것 같았다.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이제 미사키를 잊는건 상상 할 수도 없어. 미사키가 없으면 웃을수조차 없는걸! 하지만 미사키는 다르잖아."
뚜욱 뚜욱 결국 수위를 높여가던 코코로의 눈물샘이 무너져서 서러움을 터뜨려버렸다.
웃는 얼굴만 보고 싶은데 어째서 이렇게 나는 너를 슬프게 하고 힘들게하는 감정을 가르쳐버리는걸까.
"미사키는 다른 사람이라도 괜찮은거지? 그러니까 내 대신이 될 사람을 찾은거잖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거잖아. 나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사키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땀으로 축축한 옷의 가슴팍부분을 붙들려 끌어 당겨져서 노려보는 코코로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목이 졸린것도 아닌데 마른숨만 들이키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왜 나를 두고 다른 사람이랑 사귄거야? 그 사람에게도 어젯밤 나에게 한것같은 녹아버릴것처럼 달콤한 눈으로 키스를 했어? 아니면 나랑도 하지 않은 더 깊은 관계도 가진거야? 말해줘 미사키.."
코코로는 질투를 하고있다.
질투를 해주고 있다.
떨어지지 말라고 꽉 필사적으로 옷자락을 쥐고 있는 손이 새하얗게 변할정도로 힘을 주고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을 보고 있다.
지금 코코로의 세상에는 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험악한 분위기인데도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 없었다.
우울하고 슬프고 괴로운 여러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있던 판도라의 상자에는 질투조차 들어가 있어서 그것이 나의 독점욕을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보물을 발견한것 같았다.
"무엇을 말해줄까? 고백받은 횟수? 아니면 사귀었던 다른 사람의 숫자? 키스라던가 밤을 보낸 기분이 어땟는지? 뭐든 말해줄 수 있지만 그걸로 코코로는 만족 할 수 있는거야?"
숨겨져 있던 소유욕이 솟구쳐서 옷자락을 쥐고 있는 코코로의 손목에 자국이 남도록 꽉 힘주어서 잡았다.
평소에 부러지지 않을까 상처받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면서 살살 힘을 빼서 손을 잡던것과 확연히 다른 그 악력에 당황한 코코로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런데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어? 결국 무슨 방법을 써도 어디로 도망쳐도 잊을 수 없었는데. 계속. 계속 코코로만을 원했어. 가질 수 없는것을 바라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을텐데.."
적당히 보통이 최고라고 스스로에게 몇번이고 되뇌이던 무기력한 자신을 데일 정도로 강렬한 열기에 휩싸이게 한 주제에 스스로가 무슨짓을 했는지 모르다니.
굶주리고 목마른자에게 함부로 손을 뻣으면 어떻게 되는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거야?
코코로의 손목에 남은 붉은 손자국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가 그대로 키스마크를 남겼다.
사실은 이런 시계를 채우면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킹이 아니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장소라도 남기고 싶지만 나는 아직도 코코로가 무서워서 싫다고 거절하는걸 두려워했다.
"그러면 전부 가져버리면 되잖아. 엉망진창 누구라도 미사키의 것이라고 알도록 한군데도 빠짐없이 바래도 괜찮아. 나는 내 모든것을 미사키에게 줘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걸."
내려다본 코코로는 꾸욱 입을 다물고 걱정과는 달리 전혀 겁을먹은 기색이 없이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참을 필요가 없는것이 아니냐는 유혹적인 울림이 뇌리에 퍼져나간다.
어느새 잡은 손목을 그대로 코코로의 머리위로 찍어누르고 숨결이 다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다시 코코로를 응시했다.
한계까지 자극당한 이성이 그르르 목울림을 내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게 될거야. 소중히 아껴주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을거 같거든. 지금이 아니면 절대 멈출 수 없을테니까."
그러니까 얼른 예의도 없는 짐승을 떠밀어버리라고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너에게 심장이라도 빼줄 수 있는 나라면 한마디 말만으로 통제 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허락의 말이 떨어지면 향기로운 살결도 비단처럼 고운 머리칼도 앙증맞은 입술까지 전부 남김없이 탐내기 전까지 멈출 수 없겠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때라면 달콤함을 모르겠지만 한입이라도 먹는 순간 멈출 수 없는 극락의 과실을 마다 할 자제력이 나에게 존재했더라면 내가 나 스스로를 경계해서 미국으로 떠날 일도 없었을것이다.
"멈추지 않아도 좋아. 소중히하지 않아도 나는 없어지거나 부서지지 않으니까 힘껏 사랑해주면 좋겠어. 아플정도로 꽉 껴안고 숨이 막힐정도로 깊게 키스해서 미사키말고는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게 해준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것 같아."
굶주려서 가죽밖에 남지 않은 늑대가 눈앞에서 침을 흘리며 눈을 번뜩이는데 붙잡힌 가엽은 공주님은 그것이야말로 바랬던것이라고 눈을 빛내며 활짝 웃었다.
눈꼬리에 남은 질투의 잔재인 투명한 눈물방울을 입술로 훑어 없애버리면 남은것은 해피엔딩을 기다리는 아가씨의 웃는얼굴.
참지 못하고 사랑스러운 말을 하는 그 입술을 막아버려 마음껏 들이마시면 끊어져버린 이성에 뇌세포까지 이상을 일으켰는지 미쳐버린 미각으로 달콤하다는 착각을 하는 혀가 녹아버릴것 같았다.
고른 치열을 따라서 자극을 하면 코코로가 숨을 들이키는게 느껴졌다.
츠루마키가의 당주가 되기 위해서 후계자 수업에 매진한 코코로와 디제잉과 테니스, 여행같은 아웃도어인 활동을 한 나와의 사이에 폐활량의 차이가 생겼는지 입술을 떼어내자마자 허억허억 숨을 들이쉬는 코코로는 그것만으로 추욱 힘이 빠져버렸다.
"벌써 지친거야 아가씨?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이러면 큰일인데.."
숨을 몰아쉬는 코코로의 목에 얼굴을 묻고 향기를 맡는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살살 이로 자극을 가하다가 살갗을 빨아들여 누구라도 보이는 장소에 이 손에 닿지 않을거 같았던 아가씨가 내거라는 증거를 남겨둔다.
하나로는 만족 할 수 없어서 두어개를 더 남기고서 어차피 힘으로는 나를 이길 수 없는 코코로는 도망갈 수 없을테니까 손목을 놓고서 조금 떨어져서 내가 만든 작품을 감상했다.
조금 살이 그을린 나랑은 달리 햇빛에 타지 않은 코코로의 하얀 피부에 남은 붉은 자국이 시리도록 눈에 박혀들어온다.
"좀 더 해주지 않는거야? 카스미랑 히나에게 듣기로는 이게 끝이 아닌거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부추긴건 그쪽에서 정보를 얻었기 때문인가.. 안그래도 멈출 생각은 이미 없으니까."
소파의 좁지도 넓지도 않은 불안정한 넓이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꽉 안아붙을 수 밖에 없다.
소파와 코코로사이의 비좁은 틈 사이로 손을 비집어 넣어서 옆구리를 더듬으면 낯간지러운지 몸을 비튼다.
눈꺼풀에 연신 키스를 해주면 코코로가 후후후 웃음을 흘리며 등 뒤에 팔을 돌려 힘껏 자신쪽으로 끌어당겼다.
버티려면 끌려가지 않을 힘이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 나는 무게가 코코로에게 실리지 않도록 한쪽 팔을 소파의 등받이 부분에 의지한채로 가까워졌다.
"그런데 나도 미사키를 가지고 싶으니까 가만히 주기만 할 생각은 없는걸. 아무것도 모른다고 방심하면 미사키가 먹힐지도 몰라? 나는 금방 배우는 사람인데다가 몇년동안 염원했던건 나라도 마찬가지이니까."
그러고보니 밖에서 돌아온 뒤에 씻지도 못하고 이런 상황이 되버린 바람에 여름의 후덥지근한 공기랑 흘린 땀으로 끈적한 옷 그대로였다.
이제와서 신경이 쓰이는 자신의 행색에 꼼짝도 못하는 사이에 옷사이로 들어온 코코로의 손이 등을 매만지다가 옆구리를 지나서 배를 매만진다.
"미사키의 배는 조금 단단하고 복근이 있네. 내가 옆에 없는 사이에도 노력하고 있었다는걸 알 수 있어."
"뭐, 몸 움직이는건 싫어하지 않으니까.. 그보다 코코로 나 땀을 엄청 흘렸는데.. 기분나쁘지 않아?"
돌연 찾아온 이성이 소중히 아껴주려고 했던 상대의 처음을 불안정하게 비좁은 소파에서 취하려고 했다는걸 깨닫게 했다.
내가 코코로가 가진 값진것보다 더 좋은걸 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결혼식장의 예약부터 초대장까지 척척 준비해서 완벽하게 치장한 행복을 선물로 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상한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는거였다.
자신의 겁쟁이인 부분까지 전부 코코로를 사랑하는걸 멈추고 싶어하지 않다고 외치고 있었다.
"기분 나쁠리가 없잖아. 미사키가 노력하는 모습도 흘린 땀도 전부 좋아해."
꽈악 끌어안아 밀착한 코코로가 목에다가 코를 묻고 숨을 쉬는게 느껴져서 간지럽고 부끄러웠다.
이럴줄 알았으면 땀을 닦고 제한제도 뿌린 다음에 코코로를 맞이하러 갈걸.
이럴줄 알았으면 좀더 행색이 괜찮을때에 코코로를 안을걸.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것들은 귓바퀴를 따라 혀를 굴리는 코코로의 진득한 애무에 허공으로 날라가버렸다.
"그러니까 좀 더 꽉 안아줘. 미사키."
나도 몰랐던 약점인 귀에 애정과 유혹이 잔뜩 담긴 낮은 목소리로 불린 이름은 그 자체로 심장에서 흐르는 혈류를 빠르게하는 미약과도 같아서 몸 전체를 울리는 박동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결국 해버렸나- 하고 깨달았을때는 아직 어스름하지만 해가 떠오르는게 어렴풋이 느껴지는 새벽과 아침의 사이였다.
마주보는 자세로 무릎위에 앉아서 내 어깨에 턱을 올려둔 상태이던 코코로는 커텐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나의 눈의 색이라고 흐리게 웃고는 그대로 지쳐서 잠들어버렸다.
코코로는 처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나는 질투심과 사랑의 증거를 가지고 싶다는 코코로의 부추김에 있는 힘껏 휘둘려서 그만이라던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에도 전혀 멈추지 않았다.
"바보같을 정도로 푹 빠져있으니까 말이지.. 아아.. 정말로 앞으로 어떻게 하지.."
하얀 피부의 여기저기에 온통 키스마크 투성이여서 사랑을 받았다기보다 이정도면 어딘가 안타까울 정도인 코코로는 행복한 표정으로 자고있는데 나는 이걸로도 만족하지 못했다.
한번도 하지 않았을때는 아껴주자고 웃으며 생각했는데 한번 하자마자 이정도라니 정말 나약한 정신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자조하면서 잠든 코코로를 꽉 끌어안았다.
"..코코로가 일어나면 뭐라고 말하지? 좋았다고?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인사? 아름다웠다든가 귀여웠다던가하는 칭찬의 말을 해야하는건가.. 나, 처음도 아니면서 뭐라고 해야할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이때까지 꽤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이렇게 두근거린적도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고민한적도 없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격렬하게랄까.. 지치지 않는 정도로 상대가 만족하게하는 행위만 적당히 해치운 이제와서는 왜 욕을 먹지 않았나 싶은 의욕이 없는 사람인 자신이 했다고 믿을 수가 없지만 떠오르는 여러가지 밤의 기억이 부정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보다 처참한건 내 독점욕으로 가득한 코코로의 몸뿐만이 아니라 지금 앉아있는 소파도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어느새 새걸로 교체되거나 아니면 깨끗히 청소가 될거라는건 알고있지만 정사의 흔적이 남에게 보인다는건 견딜 수 없을만큼 부끄러울것 같았다.
뭐, 소중한 츠루마키가의 당주가 언제 어느때 위험상황에 처할지 모르니까 이 방에 도청기같은게 설치되어있을 가능성은 높아서 했다는거 자체는 이미 들켰겠지만..
"하여튼 일단은 잠들어버린 코코로를 씻기고.. 침대에 눕힌 다음에 치우자.."
불타오를 정도로 빨개진 얼굴을 아무도 못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능한 코코로의 맨몸을 응시하지 않으면서 욕실로 향한다.
점점 밝아오는 하늘과 함께 보이는 코코로의 몸을 응시할 수 없다니 어젯밤에 그렇게 질리도록 키스하고 쓰다듬고 껴안으면서 눈을 감아도 기억할 정도면서 한심한 일이다..
직접 보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씻기지?하는걸 깨달은건 욕실에서 샤워스펀지에 거품을 내었을때였다.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펴는데 온몸이 뻐근하고 당겨서 무심코 움츠러들었다.
침대에서 멀리 떨어진 화장대의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목에 붉은 반점이 매우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손가락으로 만져보려고 팔을 들어올리면 어느새 갈아입혀진 잠옷은 난처해하던 미사키와 같이 샀던 2개가 세트인 커플잠옷이었다.
부끄럼쟁이 미사키가 이렇게 온통 독점욕과 소유욕으로 얼룩진 키스마크와 잇자국, 손자국투성이인 자신을 남의 시선에 노출되게 놔둘리가 없으니까 내가 잠든 후에 직접 씻기고 옷을 입힌걸까?
고뇌한 흔적인지 잠옷의 단추가 어긋나게 잠겨있어서 조금 웃음이 났다.
어긋난 단추를 다시 제대로 잠그려고 풀어내려가면서 옆을 바라보면 색만 다른 잠옷을 입은 미사키가 이쪽 방향으로 몸을 돌려서 자고 있었다.
"정말 아직도 나는 모르는것 투성이네. 어째서 어제는 그렇게 부글부글 끓고 꾸욱 조이면서 찢어질듯 아팠던 기분이 이렇게 포만감이 들 정도로 행복하게 바뀌어버린걸까."
미사키가 살던 방과 달리 넓은 이 집에는 방이 몇개나 있으니까 처음 둘러볼때에 각자의 방을 정하려던 미사키에게 고집을 부려 같은 방을 사용한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지쳐서 움직일 힘이 없을 정도로 실컷 사랑받은 다음날이라도 아침에 눈을 떳을때에 옆에 미사키가 없다면 이런 행복한 기분보다는 불안함이 앞섰을지도 모른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걱정을 하는건 나쁜 습관이라고 미사키를 다그쳐왔지만 지금은 미사키보다 내가 훨씬더 자주 겁쟁이가 되버린다.
"미사키가 이렇게 계속 옆에 있어주면 좋을텐데.. 테니스동아리랑 아르바이트.. 또 대학교도 졸업학년이지만 가끔은 직접 가야 할 일도 있다고 그랬어."
단추를 채우면서 옆을 돌아보면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표정을 찡그리고 있는 미사키가 보여서 손을 꽉 잡아주면 무의식적으로 꾸욱 힘을주어 잡아오는 미사키의 손과 미간의 주름이 풀리고 희미하게 웃는 표정이 강한 충족감을 일으켰다.
"코코로.."
웃으면서 내 이름을 부르는 미사키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어지고 달콤하게 낮은 목소리로 이름이 불리는것만으로 두근거려서 참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미사키의 품에 파고들었다.
"음....아. 코코로..지금 몇시야?"
내가 품에 비집고 들어가는걸로 잠에서 깨버렸는지 낮게 긁힌 목소리로 시간을 물어보면서 미사키가 팔을 돌려 안아주었다.
미사키가 노력해서 흘린 땀의 냄새도 좋아하지만 같이 살면서 나랑 같은 샴푸의 향기와 섞인 체향도 좋아한다.
눈이 부신지 한쪽 눈만을 가늘게 뜨고 있는 미사키의 목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맡으면 푸흐흐하고 낯간지러워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미사키는 나를 떼어놓지 않고 등에 돌리고 있던 한손을 올려 나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어주었다.
"아직 6시밖에 안됐으니까 더 자도 괜찮아. 그러니까 이대로 조금 더 있어도 될까?"
"얼마든지. 그런데 코코로 몸은 괜찮아? 나.. 코코로가 처음인데도 너무 가감없이 해버린것같은데.."
확실히 움직일때마다 멈칫거리게 될 정도로 허리가 아프고 근육통에 걸린것 같았지만 적당히 하지 못할 정도로 미사키가 나에게 열중했다는 증거니까 오히려 이 통증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걱정스레 꾸욱꾸욱 등 뒤를 지압하는 미사키의 입술에 쪽 뽀뽀를 하면 순식간에 빨간얼굴이 되어버려서 그 얼굴의 이곳저곳에 좀 더 뽀뽀를 해줬다.
"아니, 아니. 코코로 그만 좀 해봐. 으앗. 그런데 왜 단추는 절반이나 풀려있고 속옷도 안입은거야?! 앗...아...속옷은 내가 못입혔지.."
크으으..하고 신음을 내면서 스스로의 얼굴을 한손으로 가리는 미사키는 귀가 붉게 익어있어서 어제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울것같을 정도로 기분좋게 강요해오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어째서 한군데도 빠짐없이 만지고 키스했으면서 부끄러워 하는거야? 이렇게 키스마크까지 듬뿍 남겼으면서.."
슬쩍 잠옷의 자락을 들추면 도대체 언제 이렇게까지 남겼는지 모르겠는 숫자로 붉은 자국들이 점점이 찍혀있었다.
"...이래저래 복잡한거야. 으윽.. 어젯밤의 나 너무 폭주했잖아.."
푹 배개에 얼굴을 처박은채로 부들부들 떠는 미사키의 등을 토닥여줬다.
이해할 수 없지만 미사키가 부끄럽다니까 배개에서 얼굴을 들기 전에 단추는 스스로 채워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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