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성을 잃어 짐승같은 긁힌 신음을 내면서 비틀대던 내가 자신에게 다가가오는것이 무서웠을텐데 어째서 웃는얼굴로 마주 안아준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는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모르겠다.
이미 히트사이클에 당해서 흐릿해진 정신이 평소의 행동을 반사적으로 나타냈다던가? 아니면.. 우는얼굴의 나를 달래기 위해서라던가..
결국 답은 누구에게도 얻을 수 없는데 후회만이 몰려든다.
폭주하는 내가 배려같은 일을 할 수 있었던건 오히려 사냥감이 반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로, 만약 네가 싫다고 나를 때리거나 걷어찼으면 더 처참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게 무서웠다.
그래서 더욱 더 네가 바란다고해도 내가 그런 기분에 빠져드는것은 죄악감을 느끼게 되어서 지킨다고 하면 그 무엇보다 나에게서 너를 떨어뜨리는게 최고의 방법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아는 한 제일 너를 상처입힐 수 있는건 나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나에게 너의 애정 한자락이라도 허락하는걸 참을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어머, 미셸. 미사키는 어디로 가버린거야? 지금부터 하로하피 협의가 있는데."
"미사키는 오늘 바쁜일이 있나봐. 그래서 내가 대신 왔어."
"그렇구나.. 왜 나에겐 말해주지 않은걸까? 나는 무엇이라도 알려주는데 미사키는 숨기기만 하니까 치사해."
시무룩한 네 얼굴이 안타깝지만 하루종일 미혹에 시달린 나는 더이상 서로의 페로몬을 느끼는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너는 다르더라도 나는 알파가 아닌 부분이라도 너에게 매혹되어있으니까 쉽게 이리저리 흔들려버린다.
더워서 조금이라도 덜 입고 싶었던 미셸 인형탈이 이렇게 그리웠던건 처음일지도 몰랐다.
뜨거울만큼 두꺼운 인형탈의 두께가 답싹 달라붙은 코코로의 체온도 부드러움도, 향기도 전부 차단해주어서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네에, 네에. 적당히 즐겼으면 이제 협의하러 가자. 라이브를 하자고 했었지?"
"흐음.. 라이브, 하고 싶었지만 그건 미사키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다음으로 할까? 오늘은 연습만으로 좋아."
"어라, 어째서? 미사키가 없어도 나라면 전해줄 수 있는걸."
혹시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었나 생각해도 방금까지 꼬옥 안아붙어있던 코코로가 미셸에게 마음이 상할 일은 없었다.
라이브에 내가 필요한것은 작곡, 작사나 사전협의니까 미셸이 전해준다고 하면 이 자리에 없어도 어떻게든 할 수 있는것 뿐일텐데.
하지만 찌뿌둥하게 볼을 부풀린 코코로는 전혀 그러고싶은 마음이 없는것 같았다.
학교에서는 금방이라도 검은옷의 사람들을 호출해서 라이브를 시작해버릴것 같은 기세였었던것 같은데.
"미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라이브는 미사키와 함께이니까 하고 싶어진거야. 그렇다면 미사키랑 생각하는게 제일 웃는얼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자, 연습하러가자!"
휙 돌아서서 나가버리는 코코로는 미셸에게 이런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단호하게 거절을 나타냈다.
뻣어진 손은 허무하게 털썩 내려가고 닫힌 문은 무엇보다도 내 실수를 나타내는것 같아서 의문만이 남아 떠돈다.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거지? 라이브를 하고 싶은거 아니었나.."
언제나 그렇듯이 고민해도 코코로의 의도를 알아채는건 나에겐 힘든 일이었다.
다만 지금 코코로가 필요한건 미셸이 아니란것뿐.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미셸의 머리부분을 옆의 테이블에 올려두고 털썩 의자에 앉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코코로의 잔향을 쫓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혹시 유난히 소유욕이 강한 타입인지도 모른다고 깨달을만큼 코코로와 잠시라도 떨어질 일이 있으면 금새 불안해지고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를 파악하려고 해버린다.
혐오하던 알파의 부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버린다니 지극히 모순적인 자신의 행동에 차라리 여기서 사라지는게 나은 일이 아닐까 고민한다.
언젠가 나타날 코코로의 특별한 사람을 눈앞에 뒀을때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러버릴지 나조차도 알 수 없어서 신체가 떨린다.
나는 도대체 코코로를 어디까지 상처 입혀버리는건지..
"그런데도 붙어서 지키겠다던지.. 그냥 내가 떨어지고 싶지 않은거면서.. 솔직하지 못하고 겁쟁이에다가 스스로조차 통제하지 못하다니 어울리지않아."
적어도 내가 싫다던가 그땐 왜그랬냐던가 원망이나 거절의 말을 듣는다면 아프더라도 금방 포기하자는 생각을 할 수 있을텐데.
나약한 나는 확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편한쪽으로 생각하려고 하니까 더욱 더 실증이 난다.
누군가, 나를 벌해주기 바라는것도 실은 용서받고 싶은 소망의 다른 말.
"이기적이고 나약하고.. 도대체 내 어디가 알파라는거야. 아니, 알파가 아니었으면 이런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하아, 차라리 내가 베타였으면 좋았을텐데."
태어나서 몇년, 몇백번은 말했던것 같은 쓸데없는 희망을 늘어놓고 다시 미셸을 뒤집어쓴다.
최근의 코코로는 정말 사정없이 나에게 달콤한 페로몬을 부딯쳐오니까 이러한 방어막이라도 없으면 또 무슨 죄를 저지를지 모른다.
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된는 이유가 생겼으면 좋은데.
그러면 내가 한계에 처하기 전에 너는 행복해질테니까.
"..라이브가 끝나면 잠시, 떨어져있을까."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짠! 미사키, 어때?"
"엑. 왜 내 옷을 입고 있는거야? 게다가.. 후드티만.. 바지는?!"
코코로의 저택에서 한가롭게 양모펠트를 만들고 있으면 돌연 어딘가로 사라졌던 코코로가 나의 옷을 입고 돌아왔다.
뜬끔없는 행동을 서슴치않고 저지르는 코코로라도 거기에 누군가의 웃는얼굴이라던지 하는 목적은 분명히 존재하니까 이번도 아마 그런일이겠지만..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나의 옷따위를 입은걸까..
"으음.. 이렇게 하면 미사키가 웃는얼굴이 될거라고 카오루가 말했지만 전혀 아니구나. 오히려 열이 나는걸까? 얼굴이 매우 빨간걸."
"아니, 아니아니. 지금 가까이 오지마. 나 엄청 위험하니까."
누군가 내 인내심을 칭찬했으면 좋을 정도로 각인을 맺은 좋아하는 오메가의 내 페로몬 투성이의 옷에 감긴 모습은 폭력적으로 나를 공격해오는데도 나는 침착하게 뒤로 물러설 수 있었다.
도대체 이걸로 내가 웃는얼굴이 될 수 있다던가.. 카오루씨는 분명 지금의 상황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짓을 저질렀겠지.
분명 서로 사랑해서 각인은 맺은 알파와 오메가에게는 서로를 충족시켜주는 상황이 되긴 했을테니까 무조건 원망하기도 어려웠다.
"미사키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걸? 아하! 혹시 양모펠트를 하는 도중이라 바늘을 들고 있어서야? 어머, 거의 완성했구나."
당황했어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테이블에 둔채로 벗어난 나를 두고서 코코로는 마무리중이었던 나의 양모펠트를 집어들었다.
하지만 코코로가 무엇을 하던간에 보이는지 아닌지 아슬아슬한 차림새에 정신을 차리질 못하겠는 나는 당장 여기서 뛰어서 달아나면 어떨까 생각할 지경이었다.
그랬다가는.. 저 차림으로 뒤쫓아 달려올테니까.. 그냥 내가 참는 수 밖에 없겠지.
"미사키와 똑같이 귀엽네! 완성이 기대되. 얼마나 걸려?"
"곧 완성되니까! 옷을 제대로 입고 오는게 어떨까! 그렇게 입고있다가는 감기걸릴거야!"
"그렇게 큰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들려, 미사키."
"됐으니까 얼른 갈아입고 와!"
꾸욱꾸욱 어깨를 잡아 밀어도 코코로는 전혀 떠날 마음이 없는지 되려 이쪽으로 체중을 맡긴다.
까르륵 웃는 소리는 이것이 꽤나 필사적인 행동인지도 모르고 즐거운듯하다.
결국 포기하고 의자에 다시 앉으면 그 상태로 내 무릎에 앉아버렸다.
"카오루씨.. 용서하지 않을거야.."
"카오루가 미사키에게 뭔가 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닌데.. 그런데, 그 옷 없어진줄 알았는데 코코로가 가지고 있었구나. 섞여들어가버린걸까.."
저택에서 빨래를 해주니까 코코로와 나의 옷이 바뀌어 들어갈수도 있다고 납득했다.
하여튼 언제나 같이 씻자고 난입하는 코코로에게 당황해서 도망나오지만 빨래통에는 제대로 두명분의 옷이 겹쳐 들어갔을테니까.
저건 또 심장이 멈출것같은 사건이었다..
"미사키의 옷장에서 가지고 온건데? 어째선지 이렇게.. 기분이 안정되는 냄새가 나는것같아서 좋아해."
"아-. 그런 부끄러운짓 눈앞에서 하지 말아줄래! 음.. 하구미가 저번에 잠들어버린거랑 같은걸까.. 도대체 나한테서 무슨 냄새가 난다는거지.."
"조금 두근두근하고.. 졸려질거같기도 하는데 신나고 행복한 기분이 되니까 언제라도 맡고싶어져."
말하면서 몸을 돌려 정면으로 마주안는 코코로가 내뿜는 숨결이 간지러웠다.
이런한 태세가 되면, 이제 양모펠트를 할려고 해도 집중이 안되서 내 손가락만 잔뜩 찌를테니까 잠자코 하던것을 내려두고 코코로의 등을 도닥였다.
기분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코코로는 레코더를 가져온다도해도 놓아주지 않을것 같으니까 나는 잠자코 나와 코코로만이 있는 이 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언제나 행복한 기분이 들면 그 반대의 감정도 응시하게 되버려서 외로운 기분이 들게 되버린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미사키? 또 고민이 있는 표정을 하고 있어."
"으응.. 그냥, 조금 추운것같아서."
"그렇다면 꼬옥 서로 안아주는건 어떨까. 분명 따뜻해질거라고 생각해."
웃으면서 제안하는 내용은 경계해야 마땅한대도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어 나도 그 가녀린 허리에 팔을 돌려 밀착한다.
귀에 들리는 심장박동소리가 너의것인지 나의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빠른 느낌이 드는것은 분명 착각일것이다.
"미사키는 그날 이후로 원래도 많았지만 어딘가 더욱 걱정이 많아졌어. 무엇이 그렇게 무서운거야?"
날카로운것에 찔린듯 따끔했다.
코코로가 물어보지 말았으면, 알아채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찔러들어오는건 슬슬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나보다.
어차피 숨길 수 없다면 전부 털어놓는게 어떤가 하는 기분도 들지만 나는 그날로부터 죄인이니까 피해자인 너에게만큼음 절대 약한소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부터 겁쟁이니까. 별로 달라진건 없어."
"거짓말. 미사키, 언제나 이럴때 나를 봐주지 않잖아. 혹시 내가 싫어진거야?"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아 시선을 피하지 못하게 한 채로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는 네가 말했다.
상처입혔다.
또.
미숙한 내가 나를 능숙하게 숨기지도 못할거면서 과분한 마음을 품어버린 바람에 일어난 일이었다.
"전혀, 그럴일은 없어. 나는 코코로를 싫어하지 않아. 맹세할 수 있어."
"그렇다면 왜, 그날처럼 해주지 않는거야? 나는 미사키와 내가 특별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미사키 오히려 항상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는것 같아서.. 내가 억지로 붙들고 있는걸까?"
증가한 스킨쉽은 코코로 나름의 불안함을 감소시키려는 행동이었던걸까.
코코로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내가 내 죄책감에 취해서 너를 또 상처입혔다는게 안타까웠다.
코코로는 자기 자신의 기분에 매우 솔직하니까 오메가의 호르몬의 영향도 곧 스스로의 감정이라고 생각할게 분명하니까 이것도 또한 특별하다고, 사랑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나는 내가 괴롭더라도 그 부분을 확실하게 코코로에게 설명해줘야 하는 역할이었을텐데.
코코로가 모르는것을 언제나 내가 가르쳐왔으면서 괴로우면서도 달콤한 애정표현에 욕심이 나서 시선을 피해왔던걸지도 모른다.
"코코로, 그건 진짜로 특별한게 아니야. 전부 오메가와 알파라는 제2의 성별이 멋대로 우리를 휘두르기 때문으로.. 그러니까 코코로는 나를 붙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
"그럼, 이 가슴의 두근거림도. 미사키를 보면 사랑스러워서 꼭 끌어안고 싶은 기분도. 다른 누구도 아닌 미사키와 별을 보고싶다는 바람도 전부.. 가짜라는 말이야?"
어째선지 꼬옥 안겨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코코로의 말에 노기가 느껴졌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까지 만들어버렸는지 알아채면 당연 분노도 끌어오르겠지.
혹은 이제와서 그날이 후회되고 화가나는걸지도 몰랐다.
드디어 바라던 단죄의 시간이 나에게 찾아온지도 모른다고 조금의 기대와... 후회, 슬픔, 불안함..그외 온갖것들이 섞인 표정으로 얼굴을 들어올리면 강한 충격이 얼굴을 강타했다.
"미사키는 정말, 바보구나. 구제할 수 없는 바보. 그렇게 영원히 도망치고 있으면 나도 질려서 떠나버릴지도 몰라?"
눈물을 뚝뚝 흘리는 코코로의 얼굴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으면 코코로는 미완성인 나의 모습을 한 양모펠트를 휙 집어서 방을 나가버렸다.
이제와서 열기가 오르는 뺨이 매우 쓰라려왔다.
이미 히트사이클에 당해서 흐릿해진 정신이 평소의 행동을 반사적으로 나타냈다던가? 아니면.. 우는얼굴의 나를 달래기 위해서라던가..
결국 답은 누구에게도 얻을 수 없는데 후회만이 몰려든다.
폭주하는 내가 배려같은 일을 할 수 있었던건 오히려 사냥감이 반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로, 만약 네가 싫다고 나를 때리거나 걷어찼으면 더 처참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게 무서웠다.
그래서 더욱 더 네가 바란다고해도 내가 그런 기분에 빠져드는것은 죄악감을 느끼게 되어서 지킨다고 하면 그 무엇보다 나에게서 너를 떨어뜨리는게 최고의 방법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아는 한 제일 너를 상처입힐 수 있는건 나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나에게 너의 애정 한자락이라도 허락하는걸 참을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어머, 미셸. 미사키는 어디로 가버린거야? 지금부터 하로하피 협의가 있는데."
"미사키는 오늘 바쁜일이 있나봐. 그래서 내가 대신 왔어."
"그렇구나.. 왜 나에겐 말해주지 않은걸까? 나는 무엇이라도 알려주는데 미사키는 숨기기만 하니까 치사해."
시무룩한 네 얼굴이 안타깝지만 하루종일 미혹에 시달린 나는 더이상 서로의 페로몬을 느끼는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너는 다르더라도 나는 알파가 아닌 부분이라도 너에게 매혹되어있으니까 쉽게 이리저리 흔들려버린다.
더워서 조금이라도 덜 입고 싶었던 미셸 인형탈이 이렇게 그리웠던건 처음일지도 몰랐다.
뜨거울만큼 두꺼운 인형탈의 두께가 답싹 달라붙은 코코로의 체온도 부드러움도, 향기도 전부 차단해주어서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네에, 네에. 적당히 즐겼으면 이제 협의하러 가자. 라이브를 하자고 했었지?"
"흐음.. 라이브, 하고 싶었지만 그건 미사키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다음으로 할까? 오늘은 연습만으로 좋아."
"어라, 어째서? 미사키가 없어도 나라면 전해줄 수 있는걸."
혹시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었나 생각해도 방금까지 꼬옥 안아붙어있던 코코로가 미셸에게 마음이 상할 일은 없었다.
라이브에 내가 필요한것은 작곡, 작사나 사전협의니까 미셸이 전해준다고 하면 이 자리에 없어도 어떻게든 할 수 있는것 뿐일텐데.
하지만 찌뿌둥하게 볼을 부풀린 코코로는 전혀 그러고싶은 마음이 없는것 같았다.
학교에서는 금방이라도 검은옷의 사람들을 호출해서 라이브를 시작해버릴것 같은 기세였었던것 같은데.
"미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라이브는 미사키와 함께이니까 하고 싶어진거야. 그렇다면 미사키랑 생각하는게 제일 웃는얼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자, 연습하러가자!"
휙 돌아서서 나가버리는 코코로는 미셸에게 이런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단호하게 거절을 나타냈다.
뻣어진 손은 허무하게 털썩 내려가고 닫힌 문은 무엇보다도 내 실수를 나타내는것 같아서 의문만이 남아 떠돈다.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거지? 라이브를 하고 싶은거 아니었나.."
언제나 그렇듯이 고민해도 코코로의 의도를 알아채는건 나에겐 힘든 일이었다.
다만 지금 코코로가 필요한건 미셸이 아니란것뿐.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미셸의 머리부분을 옆의 테이블에 올려두고 털썩 의자에 앉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코코로의 잔향을 쫓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혹시 유난히 소유욕이 강한 타입인지도 모른다고 깨달을만큼 코코로와 잠시라도 떨어질 일이 있으면 금새 불안해지고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를 파악하려고 해버린다.
혐오하던 알파의 부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버린다니 지극히 모순적인 자신의 행동에 차라리 여기서 사라지는게 나은 일이 아닐까 고민한다.
언젠가 나타날 코코로의 특별한 사람을 눈앞에 뒀을때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러버릴지 나조차도 알 수 없어서 신체가 떨린다.
나는 도대체 코코로를 어디까지 상처 입혀버리는건지..
"그런데도 붙어서 지키겠다던지.. 그냥 내가 떨어지고 싶지 않은거면서.. 솔직하지 못하고 겁쟁이에다가 스스로조차 통제하지 못하다니 어울리지않아."
적어도 내가 싫다던가 그땐 왜그랬냐던가 원망이나 거절의 말을 듣는다면 아프더라도 금방 포기하자는 생각을 할 수 있을텐데.
나약한 나는 확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편한쪽으로 생각하려고 하니까 더욱 더 실증이 난다.
누군가, 나를 벌해주기 바라는것도 실은 용서받고 싶은 소망의 다른 말.
"이기적이고 나약하고.. 도대체 내 어디가 알파라는거야. 아니, 알파가 아니었으면 이런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하아, 차라리 내가 베타였으면 좋았을텐데."
태어나서 몇년, 몇백번은 말했던것 같은 쓸데없는 희망을 늘어놓고 다시 미셸을 뒤집어쓴다.
최근의 코코로는 정말 사정없이 나에게 달콤한 페로몬을 부딯쳐오니까 이러한 방어막이라도 없으면 또 무슨 죄를 저지를지 모른다.
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된는 이유가 생겼으면 좋은데.
그러면 내가 한계에 처하기 전에 너는 행복해질테니까.
"..라이브가 끝나면 잠시, 떨어져있을까."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짠! 미사키, 어때?"
"엑. 왜 내 옷을 입고 있는거야? 게다가.. 후드티만.. 바지는?!"
코코로의 저택에서 한가롭게 양모펠트를 만들고 있으면 돌연 어딘가로 사라졌던 코코로가 나의 옷을 입고 돌아왔다.
뜬끔없는 행동을 서슴치않고 저지르는 코코로라도 거기에 누군가의 웃는얼굴이라던지 하는 목적은 분명히 존재하니까 이번도 아마 그런일이겠지만..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나의 옷따위를 입은걸까..
"으음.. 이렇게 하면 미사키가 웃는얼굴이 될거라고 카오루가 말했지만 전혀 아니구나. 오히려 열이 나는걸까? 얼굴이 매우 빨간걸."
"아니, 아니아니. 지금 가까이 오지마. 나 엄청 위험하니까."
누군가 내 인내심을 칭찬했으면 좋을 정도로 각인을 맺은 좋아하는 오메가의 내 페로몬 투성이의 옷에 감긴 모습은 폭력적으로 나를 공격해오는데도 나는 침착하게 뒤로 물러설 수 있었다.
도대체 이걸로 내가 웃는얼굴이 될 수 있다던가.. 카오루씨는 분명 지금의 상황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짓을 저질렀겠지.
분명 서로 사랑해서 각인은 맺은 알파와 오메가에게는 서로를 충족시켜주는 상황이 되긴 했을테니까 무조건 원망하기도 어려웠다.
"미사키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걸? 아하! 혹시 양모펠트를 하는 도중이라 바늘을 들고 있어서야? 어머, 거의 완성했구나."
당황했어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테이블에 둔채로 벗어난 나를 두고서 코코로는 마무리중이었던 나의 양모펠트를 집어들었다.
하지만 코코로가 무엇을 하던간에 보이는지 아닌지 아슬아슬한 차림새에 정신을 차리질 못하겠는 나는 당장 여기서 뛰어서 달아나면 어떨까 생각할 지경이었다.
그랬다가는.. 저 차림으로 뒤쫓아 달려올테니까.. 그냥 내가 참는 수 밖에 없겠지.
"미사키와 똑같이 귀엽네! 완성이 기대되. 얼마나 걸려?"
"곧 완성되니까! 옷을 제대로 입고 오는게 어떨까! 그렇게 입고있다가는 감기걸릴거야!"
"그렇게 큰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들려, 미사키."
"됐으니까 얼른 갈아입고 와!"
꾸욱꾸욱 어깨를 잡아 밀어도 코코로는 전혀 떠날 마음이 없는지 되려 이쪽으로 체중을 맡긴다.
까르륵 웃는 소리는 이것이 꽤나 필사적인 행동인지도 모르고 즐거운듯하다.
결국 포기하고 의자에 다시 앉으면 그 상태로 내 무릎에 앉아버렸다.
"카오루씨.. 용서하지 않을거야.."
"카오루가 미사키에게 뭔가 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닌데.. 그런데, 그 옷 없어진줄 알았는데 코코로가 가지고 있었구나. 섞여들어가버린걸까.."
저택에서 빨래를 해주니까 코코로와 나의 옷이 바뀌어 들어갈수도 있다고 납득했다.
하여튼 언제나 같이 씻자고 난입하는 코코로에게 당황해서 도망나오지만 빨래통에는 제대로 두명분의 옷이 겹쳐 들어갔을테니까.
저건 또 심장이 멈출것같은 사건이었다..
"미사키의 옷장에서 가지고 온건데? 어째선지 이렇게.. 기분이 안정되는 냄새가 나는것같아서 좋아해."
"아-. 그런 부끄러운짓 눈앞에서 하지 말아줄래! 음.. 하구미가 저번에 잠들어버린거랑 같은걸까.. 도대체 나한테서 무슨 냄새가 난다는거지.."
"조금 두근두근하고.. 졸려질거같기도 하는데 신나고 행복한 기분이 되니까 언제라도 맡고싶어져."
말하면서 몸을 돌려 정면으로 마주안는 코코로가 내뿜는 숨결이 간지러웠다.
이런한 태세가 되면, 이제 양모펠트를 할려고 해도 집중이 안되서 내 손가락만 잔뜩 찌를테니까 잠자코 하던것을 내려두고 코코로의 등을 도닥였다.
기분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코코로는 레코더를 가져온다도해도 놓아주지 않을것 같으니까 나는 잠자코 나와 코코로만이 있는 이 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언제나 행복한 기분이 들면 그 반대의 감정도 응시하게 되버려서 외로운 기분이 들게 되버린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미사키? 또 고민이 있는 표정을 하고 있어."
"으응.. 그냥, 조금 추운것같아서."
"그렇다면 꼬옥 서로 안아주는건 어떨까. 분명 따뜻해질거라고 생각해."
웃으면서 제안하는 내용은 경계해야 마땅한대도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어 나도 그 가녀린 허리에 팔을 돌려 밀착한다.
귀에 들리는 심장박동소리가 너의것인지 나의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빠른 느낌이 드는것은 분명 착각일것이다.
"미사키는 그날 이후로 원래도 많았지만 어딘가 더욱 걱정이 많아졌어. 무엇이 그렇게 무서운거야?"
날카로운것에 찔린듯 따끔했다.
코코로가 물어보지 말았으면, 알아채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찔러들어오는건 슬슬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나보다.
어차피 숨길 수 없다면 전부 털어놓는게 어떤가 하는 기분도 들지만 나는 그날로부터 죄인이니까 피해자인 너에게만큼음 절대 약한소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부터 겁쟁이니까. 별로 달라진건 없어."
"거짓말. 미사키, 언제나 이럴때 나를 봐주지 않잖아. 혹시 내가 싫어진거야?"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아 시선을 피하지 못하게 한 채로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는 네가 말했다.
상처입혔다.
또.
미숙한 내가 나를 능숙하게 숨기지도 못할거면서 과분한 마음을 품어버린 바람에 일어난 일이었다.
"전혀, 그럴일은 없어. 나는 코코로를 싫어하지 않아. 맹세할 수 있어."
"그렇다면 왜, 그날처럼 해주지 않는거야? 나는 미사키와 내가 특별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미사키 오히려 항상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는것 같아서.. 내가 억지로 붙들고 있는걸까?"
증가한 스킨쉽은 코코로 나름의 불안함을 감소시키려는 행동이었던걸까.
코코로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내가 내 죄책감에 취해서 너를 또 상처입혔다는게 안타까웠다.
코코로는 자기 자신의 기분에 매우 솔직하니까 오메가의 호르몬의 영향도 곧 스스로의 감정이라고 생각할게 분명하니까 이것도 또한 특별하다고, 사랑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나는 내가 괴롭더라도 그 부분을 확실하게 코코로에게 설명해줘야 하는 역할이었을텐데.
코코로가 모르는것을 언제나 내가 가르쳐왔으면서 괴로우면서도 달콤한 애정표현에 욕심이 나서 시선을 피해왔던걸지도 모른다.
"코코로, 그건 진짜로 특별한게 아니야. 전부 오메가와 알파라는 제2의 성별이 멋대로 우리를 휘두르기 때문으로.. 그러니까 코코로는 나를 붙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
"그럼, 이 가슴의 두근거림도. 미사키를 보면 사랑스러워서 꼭 끌어안고 싶은 기분도. 다른 누구도 아닌 미사키와 별을 보고싶다는 바람도 전부.. 가짜라는 말이야?"
어째선지 꼬옥 안겨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코코로의 말에 노기가 느껴졌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까지 만들어버렸는지 알아채면 당연 분노도 끌어오르겠지.
혹은 이제와서 그날이 후회되고 화가나는걸지도 몰랐다.
드디어 바라던 단죄의 시간이 나에게 찾아온지도 모른다고 조금의 기대와... 후회, 슬픔, 불안함..그외 온갖것들이 섞인 표정으로 얼굴을 들어올리면 강한 충격이 얼굴을 강타했다.
"미사키는 정말, 바보구나. 구제할 수 없는 바보. 그렇게 영원히 도망치고 있으면 나도 질려서 떠나버릴지도 몰라?"
눈물을 뚝뚝 흘리는 코코로의 얼굴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으면 코코로는 미완성인 나의 모습을 한 양모펠트를 휙 집어서 방을 나가버렸다.
이제와서 열기가 오르는 뺨이 매우 쓰라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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