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로와 만나고, 인형탈을 쓰고 DJ를 하거나 작사작곡을 하는 적당에서는 벗어난 활동을 하게 되었지만 내가 먼저 라이브를 제안한다던지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만큼 많이 바뀌었다.
전보다 웃는얼굴이 되는걸 망설이지 않게 되고, 좋아하는것을 숨기지 않고, 사랑한다는 감정까지도 네가 받아들여줬을때에 나는 너에게 받은것이 너무나도 많다고 생각했다.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동화속의 파랑새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나에게 그런 존재란 바로 너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제 충분히 너에게서 많은것을 받았으니까 더이상 나라는 좁은 새장에 갇히는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새장을 열어 놓아줘버린건 내가 너를 사랑해서였다.
네 꿈인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는 이런 작은세상을 지키는데에도 필사적이어야하는 나의 옆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테니까.
나는 나의 행복보다 더 네가 중요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너에게 후계자교육의 이야기가 나올즘에 이별을 고했다.
"코코로, 너를 싫어하게 되었다거나 이제 좋아하지 않는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너의 덕분에 충분히 웃는얼굴이 될 수 있었으니까."
나 때문에 코코로가 외국으로 오라는 부모님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검은옷의 사람들에게 전해들었을때에 코코로를 욕심내선 안됐었다고 후회했다.
내가 독점욕으로 붙잡지 않았더라면 코코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노래를 부르며 온천지를 날아다녀 진작에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코코로와 함께라서 3년동안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것이다..하지만 코코로는?
꿈을 이룰 힘을 가지고도 새장에 갇혀버린 파랑새는 철장밖을 영원히 바라보면서 어쩌면 모두를 감동시켰을 노래도 독점해버린 나 때문에 알려질 수 없다니.
그런 슬픈 이야기로 끝내기는 싫으니까.
"코코로가 다른 사람들을 웃는얼굴로 만들러 떠나더라도 나는 웃을 수 있을거야. 코코로가 준 행복한 기억들이 남았으니까. 그러니까 코코로는 이제 코코로의 행복을 찾으러 가.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안녕."
새장을 열어 훨훨 날아가버린 파랑새를 나는 영원히 그리워하겠지만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뽐내고 있을거라고 확신하고 있으니까 나는 텅 빈 새장속에 들어찬 추억만으로 행복할 수 있을것이다.
제멋대로 혼자 내버린 결론이라도 훌룡한 미담.
그러니까 원하는곳으로 즐거운일을 찾아 날아가라고 나는 코코로를 놓아주었던것이다.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해서 평범하게 회사를 다닌다.
글로 서술하면 그정도의 세월을 보내왔지만 나는 한번이라도 하로하피를 잊은적이 없고 나름 내 좁은 세계라도 웃는얼굴로 만들어 이제 깃털조차 보이지 않는 나의 파랑새의 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빌어왔다.
물론 좌충우돌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던 그 시절에 비하면 훨씬 지루할지도 모르는 일상이지만 공연히 외로워질때마다 추억속에서 여전히 자라지 않은 코코로가 오늘도 어디선가 즐거운것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연히 노력할 마음이 들어왔다.
떠나보낸지는 한참인데도 여전히 나는 너에게서 많은것을 받고있으니까 분명 평생분의 행복의 마법에 걸렸던걸까.
하긴 바로 옆에서 사랑의 말을 전해받았던 내가 행복하지 않을리가 없지.
아직도 그때가 그리운것은 내가 지금도 너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와 헤어졌던 봄이 돌아올때마다 그날 이후로 보지못한 네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번해의 벚꽃도 아름답네. 1학년때 저택에서 꽃놀이를 한 날이 생각나는걸.."
"그렇네. 정말 즐거웠는데."
그러니까 퇴근 후에 돌아가는길, 괜한 감수성에 빠진 사고를 환기시키려고 꺼낸 혼잣말에 대답이 돌아올줄은 네 기행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나도 미처 파악 할 수 없었다.
언젠가 네가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고 일본에 돌아온다면 한번쯤 멀리서라도 보고싶다고 생각했던, 내가 모르는 시간을 보내고 어른스러워진 네가 보였다.
조금 더 키가 컷고 옷차림도 어른스러워져서 마치 처음본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 그리운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다.
다시 만난다면 놓아줘버렸던 주제에 다시 욕심을 내지않을까 걱정했던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으면서 예상외의 만남에 반가워할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이미 멀어져버린 나와 너의 격차를 알고있기 때문이고, 하늘 높이 날고있을 네 모습이 자랑스러워서 욕심을 낼 엄두도 나지않아서였다.
"오랜만이네, 코코로. 일본에 돌아온거야?"
"응, 어제 돌아왔어."
그 이후로 연락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코코로가 내 앞에 나타난것은 생각도 못 한 일이었지만 잊지 않고 있어줬다는건 기분좋은일이었다.
헤어지면서 소식이 끊겼으니까 혹시 멋대로 이별을 말 한 바람에 미움받아서 기억속에서 잊혀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이렇게 찾아올정도라면 연락 정도는 해줘도 좋지않았을까 하며 자격도 없는 주제에 원망의 감정을 가지려는 찰나에 뜻밖에도 눈앞에 흩날리는 금빛의 머리칼과 함께 무게감이 느껴졌다.
"우..앗! 코코로, 갑자기 무슨짓이야?"
확 피어오르는것 같은 달콤한 향기는 헤어지자고 말을 한 주제에 여전히 사랑하고있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강렬한 자극이어서 떼어놓으려고 하면 허리에 돌려진 팔이 더 강하게 조여왔다.
축축하게 젖어가는 감촉이 가슴팍에서 느껴져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미사키는 그동안 잘지냈어?"
훌쩍이는 소리가 남은 목소리로 물어보는 안부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경종소리처럼 들려서 나는 한마디도 말 할 수 없었다.
코코로는 내가 말하길 기다리지도 않고 고개를 들어서 당황을 숨기지 못하는 나를 정면으로 응시해왔다.
차오른 보름달과 같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왔던 눈은 지금은 슬픔에 잠겨서 투명하게 사라져버릴것만 같고 꽉 다물린 입술은 상상했던 그 어떤 경우의 수에서도 없었던 표정을 짓고 있었다.
행복해지길 바래서, 꿈이 이뤄지기를 응원하며 놓아준 추억속의 파랑새는 새장 밖에서 자유롭게 즐거운것들을 찾으며 홰치고 있다고, 힘들때마다 상상한것들이 전부 부서져가는 느낌이었다.
"어, 음.. 그냥저냥 잘지내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코코로는?"
손을 어디다가 둬야할지도 모르겠어서 코코로의 어깨를 붙잡은채로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리려고 하면 오히려 꾸욱 밀어붙여져 어느새 등이 벽에 부딯쳤다.
맹수에 추적당하는 으슬으슬한 기분이 들어서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의문만이 맴돈다.
"미사키는 내가 없어도 잘지내는구나. 나는 전혀.. 그러지못했는데."
덮쳐누르는 입술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결핍된 무언가를 되찾듯이, 필사적이라고 느껴질정도로 강압적인 키스는 전혀 배려가 없어서 헐떡이며 숨을 고르려는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두번, 세번 연달아 이어졌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도 산소가 부족해서 흐릿해진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폭력적으로 쏟아지는 스킨쉽에 허덕이는것은 나인데도 오히려 코코로가 괴로워보여서 조금이라도 상처입히지 않길 바라는 나는 거절할수가 없었다.
"헉,..흐읏.. 이게 무슨짓이야, 코코로? 어째서 나에게 이런.."
"미사키는 충분하다고 했지만 나는 부족해. 헤어지자고 했지만 그러고싶지 않아! 하지만.. 미사키가 그러고 싶다고 했으니까.."
끓어오르는 감정을 담은 주먹이 몇번 가슴을 두드려서 숨을쉬기 어려웠지만 지금 코코로가 하는 말들에 비하면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몇년동안이나 듣지 못했던 그날의 헤어지자는 말의 답을 지금에서야 듣는 기분이었다.
내가 놓아주기만 하면 망설임없이 하늘로 돌아가버릴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 아무말도 하지 않는 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그대로 돌아서버렸다.
충분하다고 더이상 바라는건 사치라고 알고있어도 역시 눈물이 났으니까.. 그런 얼굴을 코코로에게 보인다면 떠날 수 없을테니까.
"하지만 코코로는 나를 붙잡지 않았잖아. 그리고 떠나버렸지. 연락조차 한번도 하지 않았는걸."
행복한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걸 듣고 기뻐하고 싶지 않았다.
손에 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코코로가 내것이 되었을때 언제가 끝이 될것인가 항상 불안에 떨면서도 코코로에게 좀 더 좋은 미래를 주고 싶었던 어릴적의 순수한 감정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나의 에고인걸 잘 알지만 너는 계속 웃는얼굴이었으면 했었다.
"미사키는 내가 모르는걸 항상 가르쳐줬잖아. 그러니까 싫었지만.. 이번에도 내가 모를 뿐 미사키가 말하는게 맞는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려면 코코로는 나를 벗어나서 좀 더 큰 세상으로 가는게 좋아. 이 말이 틀렸다는거야?"
나 하나의 가치가 그정도로 클리가 없었다.
츠루마키가의 후계자 자리나 더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같은 그런 한 눈에 봐도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는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걸 스스로도 잘알고있으니까.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신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코코로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수는 없다.
포기한다던가 하는 그런 가벼운 마음이 아니었는데, 나보다 코코로가 우선이 되어버릴 정도로 좋아해서 내린 결론이었는데.
"모두는 미사키의 말이 맞다고 할거야. 그런데 그게 나에게는 정답이 아니었던거지.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려면 내가 우선 웃는얼굴이어야 하는데.. 나는 전혀 웃을수 없게 되었는걸."
꼬옥 안겨서 기대오는 코코로가 작아보여서 더이상 밀쳐낼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간절히 나를 원하는 모습은 비현실적이어서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것은 아닌가 싶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코코로에게 더좋은것을 줄수도 없고 원하는걸 모두 이뤄줄 능력도 없어. 게다가 무심코 도망쳐버리거나 부정해버리는 말도 해버리는걸."
"그런 미사키가 나에게는 제일 필요하다고 말하고있잖아!"
덥썩 붙잡힌 멱살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지금껏 이렇게 격정적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코코로를 본적이 없어서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과연 정말 코코로가 맞는걸까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물기를 띈 눈은 힘이 들어가 날카롭고 전보다 큰 키로 내려다봐오는 태세는 위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있는 힘껏 끌어당기고 있는 손은 내 거칠어진 손보다 가늘고 상처 하나 없이 부드러워 보이는데 내 힘으로는 전혀 풀리지 않아서 울것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데도 도망가고 싶어졌다.
"그런, 그럴수는 없어. 코코로가 돌아왔다면 지금은 츠루마키가의 당주라거나 거기에 가까운거지? 평범한 회사원이 어울릴리가 없잖아. 우린 이미 너무 달라졌어."
상식적으로, 평범하게 생각해서. 이런 말들에 코코로가 납득하지 않는 것은 알지만 이제 우리는 고등학생이라는 어떤 의미로는 꿈을 꿀 수 있는 시기를 지났다.
원래부터 사회의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동성끼리의 연애였는데, 나는 그런 장애물을 코코로의 앞에 두고 싶지 않았다.
"미사키, 나는 애원하고 있는 거야. 재력이라던가 권력, 명예 이런것들을 전부 포함해도 네가 없으면 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째서 알아주지 않는거야?"
참고 견디던 눈물샘이 결궤해버렸는지 흘러넘치는 감정의 분류가 아프도록 선명했다.
나는 내 멋대로인 판단으로 코코로의 행복을 재단해버렸고, 새장이라고 생각했던것은 코코로에게는 소중했던 보금자리였을지도 모른다고.. 내 옆자리가 코코로에게는 제일 행복할 수 있는 장소였다고.
코코로에게 직접 듣고서야 깨달은 나는 간사하게도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코코로가 울고있는데도 바보같은 옛적의 자신을 비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야. 나도 코코로가 없으면 사실 별로 행복하지 않았어. 너와 함께있어서 즐거웠던때를 제일 행복했어."
"그럼 이제 헤어지자는 말같은건 하지 않는거지? 나, 미사키가 그 말을 했을때에 춥고 괴로워서.. 붙잡고 싶은데 무서워서.. 외로웠어."
꽉 마주끌어안으면 아직 밤은 겨울의 기운이 남아서 서늘할텐데도 하나도 춥지 않았다.
코코로가 나를 필요로해서 돌아와줬다는게 너무 고맙고 나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게 해버린게 너무 미안해서 울면서 떨리는 등을 도닥여 달래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에서야 돌아온거야? 나는 날 잊어버렸다고, 훨씬 즐거운것들에 둘러쌓여서 생각할 틈도 없는걸까했는데."
코코로가 일본에 돌아왔다는것조차 모르던 내가 퇴근길에 만나게 된 것은 코코로가 나를 찾지 않았다면 불가능과 같은 확률이니까 나를 만나고 싶어서 왔다는걸텐데.
참을 수 없이 그리워서라는 이유만으론 즉흥적인면이 있는 코코로가 지금까지 참았을리도 없고 누군가가 가르쳐줬다던가 깨달은 계기가 있을게 분명했다.
"실은 당주자리를 물려받자마자 혼담이 들어오고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을 하란 말을 들으니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죽을때까지 함께하는거잖아?"
"호..혼담.. 결혼은.. 아무튼 예외도 있지만 그렇지..?"
역시 이렇게 미인이고 부자에다가 권력까지 있는 집안의 영예에게 그런 이야기가 없을리가 없지.
방금전까지 행복했던 기분이 다 무산되고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자각당하는 느낌은 불안감을 늘려간다.
전세가 역전되어 이번에는 내가 코코로를 꽉 끌어안는 차례가 되었는지 싶을 정도로 내 쪽에서 달라붙으면 후후 웃는 목소리가 간지러웠다.
"물론 다 거절해버렸지만 어쩐지 마음이 콕콕 아프고 자꾸 그날 미사키의 얼굴이 생각나는거야. 점점 웃을 수 없게 되어가고, 계속 함께 있어야 한다면 미사키가 좋다고 생각하니까. 만나고 싶어졌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이 기분 좋아서 뺨을 부비면 여기가 어딘지도 잊고 잠들어버리고 싶어진다.
코코로는 내가 말한대로 거기서 세상을 미소로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전력을 다하는 사람이니까 분명 거기서도 눈에 띌만큼 화려한 성과를 내고 있었겠지.
"그래! 미사키도 나와 함께라면 행복하고 나도 미사키가 없으면 웃을 수 없어. 그럼, 결혼하면 되잖아?"
"엣?! 잠깐, 코코로. 일본은 동성결혼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해야 할것이 너무나도 많은 발언이었지만 우선 현실적인 부분을 집어내는건 내 버릇이었다.
깜짝 놀랄정도로 익숙한 웃음을 지은 코코로는 확 내 손을 잡아당겨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도 듣지 못한채로 끌려가는 느낌이 그리워서 나도 저절로 웃는얼굴이 되었다.
"그럼 다른 나라라면 되는거네? 후후후 기대된다!"
코너를 돌면 바로 익숙한 검은옷의 사람들이 보이고 차에 태워지면 갈색의 종이봉투가 여러개 건내진다.
아마도 코코로가 바라는걸 이룰 계획들이 들어간 봉투들은 즉시 코코로의 손에 개봉되어서 무엇을 고를지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하게 되겠지.
그때 문득 내가 코코로를 나의 파랑새라고 생각했던것처럼 코코로도 나를 그런 존재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걸 깨달았다.
파랑새와 마법사라니.. 정말 동화같은 조합의 우리는 옛날이야기에서나 나올 터무니없는 해피엔딩을 같이 맞이하게 되겠지.
그것이 무척 기대되었다.
전보다 웃는얼굴이 되는걸 망설이지 않게 되고, 좋아하는것을 숨기지 않고, 사랑한다는 감정까지도 네가 받아들여줬을때에 나는 너에게 받은것이 너무나도 많다고 생각했다.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동화속의 파랑새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나에게 그런 존재란 바로 너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제 충분히 너에게서 많은것을 받았으니까 더이상 나라는 좁은 새장에 갇히는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새장을 열어 놓아줘버린건 내가 너를 사랑해서였다.
네 꿈인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는 이런 작은세상을 지키는데에도 필사적이어야하는 나의 옆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테니까.
나는 나의 행복보다 더 네가 중요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너에게 후계자교육의 이야기가 나올즘에 이별을 고했다.
"코코로, 너를 싫어하게 되었다거나 이제 좋아하지 않는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너의 덕분에 충분히 웃는얼굴이 될 수 있었으니까."
나 때문에 코코로가 외국으로 오라는 부모님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검은옷의 사람들에게 전해들었을때에 코코로를 욕심내선 안됐었다고 후회했다.
내가 독점욕으로 붙잡지 않았더라면 코코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노래를 부르며 온천지를 날아다녀 진작에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코코로와 함께라서 3년동안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것이다..하지만 코코로는?
꿈을 이룰 힘을 가지고도 새장에 갇혀버린 파랑새는 철장밖을 영원히 바라보면서 어쩌면 모두를 감동시켰을 노래도 독점해버린 나 때문에 알려질 수 없다니.
그런 슬픈 이야기로 끝내기는 싫으니까.
"코코로가 다른 사람들을 웃는얼굴로 만들러 떠나더라도 나는 웃을 수 있을거야. 코코로가 준 행복한 기억들이 남았으니까. 그러니까 코코로는 이제 코코로의 행복을 찾으러 가.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안녕."
새장을 열어 훨훨 날아가버린 파랑새를 나는 영원히 그리워하겠지만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뽐내고 있을거라고 확신하고 있으니까 나는 텅 빈 새장속에 들어찬 추억만으로 행복할 수 있을것이다.
제멋대로 혼자 내버린 결론이라도 훌룡한 미담.
그러니까 원하는곳으로 즐거운일을 찾아 날아가라고 나는 코코로를 놓아주었던것이다.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해서 평범하게 회사를 다닌다.
글로 서술하면 그정도의 세월을 보내왔지만 나는 한번이라도 하로하피를 잊은적이 없고 나름 내 좁은 세계라도 웃는얼굴로 만들어 이제 깃털조차 보이지 않는 나의 파랑새의 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빌어왔다.
물론 좌충우돌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던 그 시절에 비하면 훨씬 지루할지도 모르는 일상이지만 공연히 외로워질때마다 추억속에서 여전히 자라지 않은 코코로가 오늘도 어디선가 즐거운것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연히 노력할 마음이 들어왔다.
떠나보낸지는 한참인데도 여전히 나는 너에게서 많은것을 받고있으니까 분명 평생분의 행복의 마법에 걸렸던걸까.
하긴 바로 옆에서 사랑의 말을 전해받았던 내가 행복하지 않을리가 없지.
아직도 그때가 그리운것은 내가 지금도 너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와 헤어졌던 봄이 돌아올때마다 그날 이후로 보지못한 네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번해의 벚꽃도 아름답네. 1학년때 저택에서 꽃놀이를 한 날이 생각나는걸.."
"그렇네. 정말 즐거웠는데."
그러니까 퇴근 후에 돌아가는길, 괜한 감수성에 빠진 사고를 환기시키려고 꺼낸 혼잣말에 대답이 돌아올줄은 네 기행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나도 미처 파악 할 수 없었다.
언젠가 네가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고 일본에 돌아온다면 한번쯤 멀리서라도 보고싶다고 생각했던, 내가 모르는 시간을 보내고 어른스러워진 네가 보였다.
조금 더 키가 컷고 옷차림도 어른스러워져서 마치 처음본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 그리운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다.
다시 만난다면 놓아줘버렸던 주제에 다시 욕심을 내지않을까 걱정했던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으면서 예상외의 만남에 반가워할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이미 멀어져버린 나와 너의 격차를 알고있기 때문이고, 하늘 높이 날고있을 네 모습이 자랑스러워서 욕심을 낼 엄두도 나지않아서였다.
"오랜만이네, 코코로. 일본에 돌아온거야?"
"응, 어제 돌아왔어."
그 이후로 연락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코코로가 내 앞에 나타난것은 생각도 못 한 일이었지만 잊지 않고 있어줬다는건 기분좋은일이었다.
헤어지면서 소식이 끊겼으니까 혹시 멋대로 이별을 말 한 바람에 미움받아서 기억속에서 잊혀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이렇게 찾아올정도라면 연락 정도는 해줘도 좋지않았을까 하며 자격도 없는 주제에 원망의 감정을 가지려는 찰나에 뜻밖에도 눈앞에 흩날리는 금빛의 머리칼과 함께 무게감이 느껴졌다.
"우..앗! 코코로, 갑자기 무슨짓이야?"
확 피어오르는것 같은 달콤한 향기는 헤어지자고 말을 한 주제에 여전히 사랑하고있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강렬한 자극이어서 떼어놓으려고 하면 허리에 돌려진 팔이 더 강하게 조여왔다.
축축하게 젖어가는 감촉이 가슴팍에서 느껴져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미사키는 그동안 잘지냈어?"
훌쩍이는 소리가 남은 목소리로 물어보는 안부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경종소리처럼 들려서 나는 한마디도 말 할 수 없었다.
코코로는 내가 말하길 기다리지도 않고 고개를 들어서 당황을 숨기지 못하는 나를 정면으로 응시해왔다.
차오른 보름달과 같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왔던 눈은 지금은 슬픔에 잠겨서 투명하게 사라져버릴것만 같고 꽉 다물린 입술은 상상했던 그 어떤 경우의 수에서도 없었던 표정을 짓고 있었다.
행복해지길 바래서, 꿈이 이뤄지기를 응원하며 놓아준 추억속의 파랑새는 새장 밖에서 자유롭게 즐거운것들을 찾으며 홰치고 있다고, 힘들때마다 상상한것들이 전부 부서져가는 느낌이었다.
"어, 음.. 그냥저냥 잘지내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코코로는?"
손을 어디다가 둬야할지도 모르겠어서 코코로의 어깨를 붙잡은채로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리려고 하면 오히려 꾸욱 밀어붙여져 어느새 등이 벽에 부딯쳤다.
맹수에 추적당하는 으슬으슬한 기분이 들어서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의문만이 맴돈다.
"미사키는 내가 없어도 잘지내는구나. 나는 전혀.. 그러지못했는데."
덮쳐누르는 입술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결핍된 무언가를 되찾듯이, 필사적이라고 느껴질정도로 강압적인 키스는 전혀 배려가 없어서 헐떡이며 숨을 고르려는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두번, 세번 연달아 이어졌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도 산소가 부족해서 흐릿해진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폭력적으로 쏟아지는 스킨쉽에 허덕이는것은 나인데도 오히려 코코로가 괴로워보여서 조금이라도 상처입히지 않길 바라는 나는 거절할수가 없었다.
"헉,..흐읏.. 이게 무슨짓이야, 코코로? 어째서 나에게 이런.."
"미사키는 충분하다고 했지만 나는 부족해. 헤어지자고 했지만 그러고싶지 않아! 하지만.. 미사키가 그러고 싶다고 했으니까.."
끓어오르는 감정을 담은 주먹이 몇번 가슴을 두드려서 숨을쉬기 어려웠지만 지금 코코로가 하는 말들에 비하면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몇년동안이나 듣지 못했던 그날의 헤어지자는 말의 답을 지금에서야 듣는 기분이었다.
내가 놓아주기만 하면 망설임없이 하늘로 돌아가버릴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 아무말도 하지 않는 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그대로 돌아서버렸다.
충분하다고 더이상 바라는건 사치라고 알고있어도 역시 눈물이 났으니까.. 그런 얼굴을 코코로에게 보인다면 떠날 수 없을테니까.
"하지만 코코로는 나를 붙잡지 않았잖아. 그리고 떠나버렸지. 연락조차 한번도 하지 않았는걸."
행복한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걸 듣고 기뻐하고 싶지 않았다.
손에 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코코로가 내것이 되었을때 언제가 끝이 될것인가 항상 불안에 떨면서도 코코로에게 좀 더 좋은 미래를 주고 싶었던 어릴적의 순수한 감정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나의 에고인걸 잘 알지만 너는 계속 웃는얼굴이었으면 했었다.
"미사키는 내가 모르는걸 항상 가르쳐줬잖아. 그러니까 싫었지만.. 이번에도 내가 모를 뿐 미사키가 말하는게 맞는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려면 코코로는 나를 벗어나서 좀 더 큰 세상으로 가는게 좋아. 이 말이 틀렸다는거야?"
나 하나의 가치가 그정도로 클리가 없었다.
츠루마키가의 후계자 자리나 더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같은 그런 한 눈에 봐도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는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걸 스스로도 잘알고있으니까.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신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코코로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수는 없다.
포기한다던가 하는 그런 가벼운 마음이 아니었는데, 나보다 코코로가 우선이 되어버릴 정도로 좋아해서 내린 결론이었는데.
"모두는 미사키의 말이 맞다고 할거야. 그런데 그게 나에게는 정답이 아니었던거지. 세상을 웃는얼굴로 만들려면 내가 우선 웃는얼굴이어야 하는데.. 나는 전혀 웃을수 없게 되었는걸."
꼬옥 안겨서 기대오는 코코로가 작아보여서 더이상 밀쳐낼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간절히 나를 원하는 모습은 비현실적이어서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것은 아닌가 싶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코코로에게 더좋은것을 줄수도 없고 원하는걸 모두 이뤄줄 능력도 없어. 게다가 무심코 도망쳐버리거나 부정해버리는 말도 해버리는걸."
"그런 미사키가 나에게는 제일 필요하다고 말하고있잖아!"
덥썩 붙잡힌 멱살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지금껏 이렇게 격정적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코코로를 본적이 없어서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과연 정말 코코로가 맞는걸까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물기를 띈 눈은 힘이 들어가 날카롭고 전보다 큰 키로 내려다봐오는 태세는 위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있는 힘껏 끌어당기고 있는 손은 내 거칠어진 손보다 가늘고 상처 하나 없이 부드러워 보이는데 내 힘으로는 전혀 풀리지 않아서 울것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데도 도망가고 싶어졌다.
"그런, 그럴수는 없어. 코코로가 돌아왔다면 지금은 츠루마키가의 당주라거나 거기에 가까운거지? 평범한 회사원이 어울릴리가 없잖아. 우린 이미 너무 달라졌어."
상식적으로, 평범하게 생각해서. 이런 말들에 코코로가 납득하지 않는 것은 알지만 이제 우리는 고등학생이라는 어떤 의미로는 꿈을 꿀 수 있는 시기를 지났다.
원래부터 사회의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동성끼리의 연애였는데, 나는 그런 장애물을 코코로의 앞에 두고 싶지 않았다.
"미사키, 나는 애원하고 있는 거야. 재력이라던가 권력, 명예 이런것들을 전부 포함해도 네가 없으면 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째서 알아주지 않는거야?"
참고 견디던 눈물샘이 결궤해버렸는지 흘러넘치는 감정의 분류가 아프도록 선명했다.
나는 내 멋대로인 판단으로 코코로의 행복을 재단해버렸고, 새장이라고 생각했던것은 코코로에게는 소중했던 보금자리였을지도 모른다고.. 내 옆자리가 코코로에게는 제일 행복할 수 있는 장소였다고.
코코로에게 직접 듣고서야 깨달은 나는 간사하게도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코코로가 울고있는데도 바보같은 옛적의 자신을 비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야. 나도 코코로가 없으면 사실 별로 행복하지 않았어. 너와 함께있어서 즐거웠던때를 제일 행복했어."
"그럼 이제 헤어지자는 말같은건 하지 않는거지? 나, 미사키가 그 말을 했을때에 춥고 괴로워서.. 붙잡고 싶은데 무서워서.. 외로웠어."
꽉 마주끌어안으면 아직 밤은 겨울의 기운이 남아서 서늘할텐데도 하나도 춥지 않았다.
코코로가 나를 필요로해서 돌아와줬다는게 너무 고맙고 나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게 해버린게 너무 미안해서 울면서 떨리는 등을 도닥여 달래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에서야 돌아온거야? 나는 날 잊어버렸다고, 훨씬 즐거운것들에 둘러쌓여서 생각할 틈도 없는걸까했는데."
코코로가 일본에 돌아왔다는것조차 모르던 내가 퇴근길에 만나게 된 것은 코코로가 나를 찾지 않았다면 불가능과 같은 확률이니까 나를 만나고 싶어서 왔다는걸텐데.
참을 수 없이 그리워서라는 이유만으론 즉흥적인면이 있는 코코로가 지금까지 참았을리도 없고 누군가가 가르쳐줬다던가 깨달은 계기가 있을게 분명했다.
"실은 당주자리를 물려받자마자 혼담이 들어오고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을 하란 말을 들으니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죽을때까지 함께하는거잖아?"
"호..혼담.. 결혼은.. 아무튼 예외도 있지만 그렇지..?"
역시 이렇게 미인이고 부자에다가 권력까지 있는 집안의 영예에게 그런 이야기가 없을리가 없지.
방금전까지 행복했던 기분이 다 무산되고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자각당하는 느낌은 불안감을 늘려간다.
전세가 역전되어 이번에는 내가 코코로를 꽉 끌어안는 차례가 되었는지 싶을 정도로 내 쪽에서 달라붙으면 후후 웃는 목소리가 간지러웠다.
"물론 다 거절해버렸지만 어쩐지 마음이 콕콕 아프고 자꾸 그날 미사키의 얼굴이 생각나는거야. 점점 웃을 수 없게 되어가고, 계속 함께 있어야 한다면 미사키가 좋다고 생각하니까. 만나고 싶어졌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이 기분 좋아서 뺨을 부비면 여기가 어딘지도 잊고 잠들어버리고 싶어진다.
코코로는 내가 말한대로 거기서 세상을 미소로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전력을 다하는 사람이니까 분명 거기서도 눈에 띌만큼 화려한 성과를 내고 있었겠지.
"그래! 미사키도 나와 함께라면 행복하고 나도 미사키가 없으면 웃을 수 없어. 그럼, 결혼하면 되잖아?"
"엣?! 잠깐, 코코로. 일본은 동성결혼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해야 할것이 너무나도 많은 발언이었지만 우선 현실적인 부분을 집어내는건 내 버릇이었다.
깜짝 놀랄정도로 익숙한 웃음을 지은 코코로는 확 내 손을 잡아당겨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도 듣지 못한채로 끌려가는 느낌이 그리워서 나도 저절로 웃는얼굴이 되었다.
"그럼 다른 나라라면 되는거네? 후후후 기대된다!"
코너를 돌면 바로 익숙한 검은옷의 사람들이 보이고 차에 태워지면 갈색의 종이봉투가 여러개 건내진다.
아마도 코코로가 바라는걸 이룰 계획들이 들어간 봉투들은 즉시 코코로의 손에 개봉되어서 무엇을 고를지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하게 되겠지.
그때 문득 내가 코코로를 나의 파랑새라고 생각했던것처럼 코코로도 나를 그런 존재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걸 깨달았다.
파랑새와 마법사라니.. 정말 동화같은 조합의 우리는 옛날이야기에서나 나올 터무니없는 해피엔딩을 같이 맞이하게 되겠지.
그것이 무척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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