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버스-7


혼자 하겠다고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즐거운 표정으로 온몸을 씻겨오는 레나를 막지 못하고 진이 빠진채 하나는 치글러박사의 앞에 앉아 붕대에 감겨지고 있었다.
어차피 금방 낫는다고해도 그러다 염증이라도 걸리면 어쩌냐고 끌어다 앉혀졌다.
하나는 요새 이들에게 자신이 정말로 난폭한 센티넬로써 인식되고 있는지 심히 궁금해지고 있었다.
레나가 언뜻 말한것처럼 그저 성질이 더러운 토끼 정도로 보고 있는거 아닐까.

"레나언니한테 무슨 말 한거 박사님이죠?"

팔의 베인 부분에 약을 바르곤 붕대를 감는 치글러박사에게 하나가 물어보았다.
작전에 참가하는것도 아니고 그저 S급 센티넬의 가이드일 뿐, 일반인에 가까운 레나가 하나의 일정이나 작전 중 행동을 알 수 있을 리 없다.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는 한.

"그래요. 문제 있나요? 가이드에게 짝인 센티넬의 정보를 준 거 뿐인데."

"..절차상은 문제 없네요."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의 가이딩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서로의 일정공유는 흔한 일이다.
게다가 레나와 하나는 짝으로 정해져있기까지 하니까 치글러박사는 전혀 잘못 한 것이 없다.

"그래도 작전이 끝나자마자 찾아오게 한 건 너무하지 않아요? 제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숨겨온걸 알면서.. 게다가 오늘은 이정도로 끝났지만 정말 심하게 다쳐있었으면 어떻해요."

"그게 왜요?"

아주 담담해서 위화감이 넘칠 정도로 무표정 한 얼굴로 치글러박사는 하나를 보고 있었다.
가끔 난처해하거나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보긴 했어도 평상시 대부분 인자한모습이었기에 하나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빠졌다.

"레나언니가... 걱정할거 아니에요. 레나언니의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이건 제가 해야 하는 보상이라구요."

"걱정은 레나만 하나요? 그리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은 일인데 왜 하나양이 보상해야 하는 건가요."

담담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찌그러져 명백히 화내는 모습이 되었다.
화를 잘 안내던 사람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져서 하나는 저도 모르게 움츠린 자세가 되었다.
어릴때 돌아가신 부모님께 혼나던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었다.

"아니..그게. 그래도 저랑 마주치지 않았으면 그런 일 없었을거고..또.."

"하아.. 레나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던가요? 상부의 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나 모리슨이 강요할거라고 생각해요?"

"네?"

"오늘 하나양은 이해가 느리네요."



의료방면에 전심인 치글러박사가 의료기구를 던지듯 내려놓은거에 하나는 움츠러든데에 이어서 부들부들 떨렸다.
분명 자신이 훨씬 힘이 쎄고 능력까지 있는데 이길 수 없을거 같았다.

"저와 모리슨은.. 당신을 위해서 아무 말도 안하고 수용한거랍니다. 레나에게 진짜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저와 모리슨이겠군요. 하나양은 거부할 권력같은걸 그당시엔 전혀 가지지 않았었으니까. 그리고 이 사실은 레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고서도 하나를 돕고 싶다고 했죠."

"말도안돼요! 박사님이 어째서?!"

"저라고 언제나 공정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아요.. 어릴때부터 돌봐오던 아이가 드디어 지옥에서 벗어날 수단이 있다는데.. 거부 할 수 없었던 거죠. 그러니까 하나양은 전혀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벌컥

그때 문이 열리고 하나가 치료받는 동안 자신도 씻고 온다던 레나가 등장했다.
하나는 지은 죄가 생각나서인지 격앙됐던 감정이 싹 식어버렸다.

"그렇게 말하면 또 꼬맹이가 오해하죠. 이건 다 제 선택이라니까요? 아니.. 제가 바란거라고 해야하나."

레나가 하아..한숨을 토하곤 요령없는 두명을 보았다.
하나도 앙겔라도 자신의 분야에선 톱클래스인데 인간관계에선 영 소질이 없는거 같다.
그중에서도 제일가는 꼬맹이는 잘못한건 아는지 레나쪽을 전혀 보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박사님이 말하신건 확인차였잖아요? 전 분명 제가 한다고 말했고 그 이유도 말했어요."

"그렇죠.. 잠깐. 그건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던 농담같은거 아니였나요?"

치글러 박사가 당황해하는 모습에 레나는 호쾌하게 웃었다.
어떤 이유인지 무척 궁금해진 하나는 결국 레나를 돌아보았다

"난 해결사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자신만만하기 단언 할 수 없을 거 같네. 지금은 다른 센티넬이 괴로워한다고 날 불러도 갈 수 없을거 같거든. 그리고 지금 목표도 해결하긴 커녕 난 심화시킨거 같아."

이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거야?라고 황당하게 쳐다보는 하나와 못말린다고 한숨쉬며 한손으로 이마를 짚는 앙겔라 박사.
하지만 이 이유는 나름 레나에겐 중요했다.
자존심이기도 했고 자신의 결의의 표명이기도 했다.
레나 옥스턴은 결코 이 말을 가볍게 한게 아니다.
말하자면 그만큼의 감정을 그 당시도 가지고 있었던 거겠지.

"난 너를 웃게 하고 싶었지 네가 센티넬로써 활약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러 온 게 아니야. 대가를 원한다면 그저 내게 귀여운 미소를 보여주길 원했지.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원대한 목표가 생긴거 같아, 자기. 이건 너와 나의 게임이야."

"게임?"

"그래 게임. 자기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그 게임. 그걸로 진다면 인정 할 수 있겠지. 나는 꼬맹이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게 만들고 꼬맹이는 절대 그 말을 하지 않는다. 마음의 방위전이야."

아주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이 선언 자체가 널 유혹하겠단 말이고 굳이 게임이란 말을 사용해서 하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나는.. 게임은 이겨야 하는 사람이야. 이때까지 진건 아빠한테 뿐이라고.. 지는 게임은 안하고 싶어.."

"응?"

"그러니까.. 박사님.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네. 아, 붕대 자기 전에 갈아요. 여기 맡길게요, 레나."

"어..응? 자, 잠깐 꼬맹아! 내가 걸을테니까 잡아당기지마!"

레나의 한팔을 붙잡고 하나는 치글러 박사의 연구실을 나섰다.
붉어진 얼굴을 이 뒤에서 소리쳐 자신을 부르고있는 사람에겐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방에 도착할 때까지 무작정 걸어간다.
국적차이가 이런걸로 들어날 줄은 몰랐는데.. 돌아갈 때 엄청나게 흐뭇하게 두명을 보던 앙겔라가 생각나 더 쑥쓰러워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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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렌님 썰기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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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오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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